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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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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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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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4. 마을 - 4

DUMMY

다시 한 번 아침이 되었다.

들려오는 참새들의 울음소리가 지금이 아침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닭의 울음소리는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6~7시는 이미 넘은 것 같다.

아마 지금은 8시 즈음 된 게 아닐까?


리헨이 어제처럼 아직도 자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몸을 일으키고 옆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회색 눈동자.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던 거지.


"리헨, 언제부터 깨어 있었어?"


"음······ 2시간 정도?"


"······."


혹시, 저번에 내가 4시간 정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 때문에 이러는 건가.

자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는 이유로?


"언니는 자는 모습도 참······."


"······?"


자는 모습이 어떻다는 걸까.

내가 잘 때 무언가 특별히 하는 거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잘 때와 일어났을 때 달라진 것은 항상 없었는데.


"미동도 없더라고요. 무슨 시체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고 잘 수 있나 궁금해서요."


시체는 맞는데.

하지만 라벤의 사자소생이 너무 완벽에 가까워서 시체의 한기가 느껴지지 않으니 그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하는 건가.

하긴, 신진대사도 이루어지고, 혈액순환도 계속 이루어지니 몸에서는 온기가 느껴지니, 그런 온기를 느껴보고는 날 시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가능하다면, 아마도 용이나 교황급의 인물 정도이려나.


그러고 보니, 지금의 교황은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을까?

나중에 한 번 보고는 싶지만 내 정체를 들킬 것 같아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거기다가 내 시체가 교황청의 지하에 있었다면, 아마 내 얼굴을 보면 눈치채겠지.


······교황은 되도록이면 만나지 말자.

만날 거면······ 다다음 대의 교황을 보러 가면 충분하려나.

아마 그때의 교황은 나에 대해서 모를 테니까.


"언니?"


"응?"


리헨의 부름에 그제야 상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혼자도 아닌데 너무 상념에 빠져있었나.


"일하러 가야 하지 않아?"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 머물게 해준 호의의 답례로 점심을 만들어주기로 했었지.

리헨의 말을 듣고서야 기억이 났다.


요즈음 약간 건망증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왜일까.

으음······. 고민해봤자 별 소용은 없으려나.

어쩌면, 육체는 그렇지 않지만 정신은 너무 늙은 걸지도······.

혹시, 이거 치매 초기 증상인 건 아닐까.


······아니다,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설마 그럴 리가······.


어쨌든,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어제의 그 노인의 집에 찾아가야 하겠지.


리헨과 간단하게 밥을 챙겨먹은 후 그 노인의 집에 찾아갔더니, 기다렸다며 자연스럽게 다른 집으로 안내해주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건물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큰 집이라고 생각했던 건물이 알고보니 커다란 부엌이었다.

아니, 부엌이라기보다는 주방 같은 느낌이랄까.


"이맘 때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지. 옛날부터 사용하던 곳이라네."


아마 추수하고 나서도 사용할 것 같은 이 건물은 정말로 많은 양의 요리를 하기 위해서만 있는 것 같다.

정말로 요리를 하기 위한 도구들과 재료 외에는 잠시 쉬라고 있는 것 같은 공간 정도밖에 없으니까.


"일단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글쎄, 난 이런 건 잘 몰라서 말일세. 저기 가서 물어보게나."


노인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약 3~50대 정도의 여성들이 모여있었다.

아마 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을 테니 이 일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것이다.

확실히, 자세히 알지 못하는 노인이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이 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설명을 듣는 게 낫겠지.


노인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모여있는 여성들에게 다가가다 보니 약간 불안한 감이 들었다.

왜일까.

이 감은 분명 저기로 가면 내가 피곤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감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는데.

이런 것까지 인지하고 나자, 괜스레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딱 잘라 말하자면, 내 감은 명중했다.

백발백중이 뭔지 보여주려고 하는 것만 같다.

왜 이런 상황에서의 감은 절대 빗나가지 않을까.

빗나가면 좋을 텐데.


"처자가 바로 그 처자야? 아이고, 새파랗게 젊구만."


"여행은 왜 다니는 겨?"


"둘은 남매인가?"


이 지방의 사투리인지, 억양이 들어간 말들이 오갔다.

역시 이 나이대의 여자들이 많이 모이면 시끄럽다.

물론 젊거나 어리다고 해서 안 시끄러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정말로 수다스럽다.


이 질문들에 전부 답했다가는 시간이 남지 않을 것 같으니, 몇 가지 질문에만 답해주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처자는 요리 잘혀?"


"예, 뭐······. 얘는 저보고 잘한다고 얘기합니다만······."


"그려? 그럼, 일단 간단한 것부터 하자고."


"네? 네."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하면 되겠네."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

가장 기본이 되는 음식이라면······.

아마도 밥이 아닐까?


"밥은 뭐로 하면 되죠?"


사실 내가 밥을 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물을 받아 쌀을 불린 후, 거대한 통에 넣어서 쌀을 익혀 밥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그냥, 재료가 되는 쌀 같은 것들이 있다면, 간단한 흑마법으로 불리고 익히면 된다.

물론 마법을 사용해서 하면 자연의 물이나 불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맛이 없다.

그래도, 내 것은 맛있다고 하니까.


"저거로 하면 되지."


40대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는 여자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으로는, 옛날에 살던 마을의 어떤 할머니의 집에 있었던 것과 똑같은 것이 보였다.

검은색의 거대한 솥과, 그 아래에 있는 장작들이.


"······."


아무래도, 생각보다 힘들지도 모르겠다.

아니, 힘들 것 같다.


···

······


정말 힘들었다.

왜 내 감은 여러 방면으로 빗나가지 않는 걸까.


수다 떠는 여자들 틈새에 낀 것도 정확히 들어맞아서 서러웠는데, 이런 고된 방식으로 요리를 하리라고는 예상조차 못했기에 더더욱 서러웠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것을 시켜달라고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법.

울며 겨자먹기로 힘든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고생은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였다.

숨은 복병들은, 바로 그 와중에도 열심히 떠드는 여자들이라는 존재였다.


어떻게 하면 이런 힘든 일을 하면서도 끝없이 떠들 수 있는 걸까.

난 진심으로, 그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요리를 하면서 오간 수다의 내용은 대충 이런 식이었다.


'처자, 이런 건 배운 적 있어?'


'예? 배운 적은 없지만 본 적은 많아요.'


'에이, 그러면 불안하지. 한 번 해 봐. 내가 보고 있을게.'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내가 안 괜찮으니까, 얼른 하라니까.'


뭐 이런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외에는 어디서 왔냐, 뭐하러 여행을 다니냐 등, 아까 전에 내가 받아주지 않았던 질문들을 이 기회에 몰아서 하기도 했다.

이것 역시도 노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기분 탓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걸 보고 흔히들 정신 노동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싶다.


"다 됐구만! 다들 나르자고."


누군가가 다 되었음을 알리고 음식들을 나눠서 가지고 간다.

아마 일하는 사람들의 수에 맞춰서 나누어 가지고 가는 게 아닐까 싶은데.


"전 이걸 들고가면 될까요?"


"들 수 있겠어? 팔도 가는 것이, 들기 힘들어보이는데."


"이 정도까지는 괜찮아요."


"그래? 그래도 가다가 무거우면 이거 들고 가. 이게 훨씬 가벼울 테니까."


"말만이라도 감사해요."


예의상 감사인사를 하며, 내 앞에 있는 음식을 들었다.

통에 넣어서 보자기로 통을 감싼 형태인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꽤나 무거운 것이었다.

······다른 것들보다 작아서 이걸 고른 건데, 아무래도 작지만 속은 무거운 것들로 꽉꽉 찬, 지뢰를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건가.

하지만 중간에 바꾸기에는 눈치도 보이고, 부끄럽기도 하니까······.


"리헨."


"왜요?"


"너는 흑마법 쓸 수 있지."


"그, 그렇죠."


"네가 신체강화 마법으로 이거 좀 들어줄래? 무거워서······."


"······."


리헨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째려본다.

아마도 음식을 할 때에도 열심히 부려먹었으면서 왜 또 자기를 시키냐는 거겠지.


"미안. 내가 힘이 약해서······."


"제가 더 약하거든요! 우씨, 그래도 제가 들고 갈게요. 이리 줘요."


볼을 부풀리면서도 자신의 짐을 내려놓고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은,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었다.


"웃지 말고요! 그러면 안 바꿀 거에요!"


"알았어, 알았어. 안 웃을게."


그렇게 약속하고 나서야 화난 표정을 푼 리헨은, 완드를 몰래 꺼내서 품에 숨긴 후, 마법 영창을 조용히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신체 강화 마법을 완성한 리헨은······.


"자요! 언니한테 걸어줬어요. 이제 가죠!"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짐을 들고 뛰어갔다.


"······."


어안이 벙벙했다.

이거, 아무래도 리헨에게 한 방 먹은 것 같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나도 조금 더 심한 장난을 쳐야 하려나?


평화로운 마을에 있었더니, 전 같았으면 들지 않았을 생각도 절로 들었다.

역시, 사람은 평화로운 곳에 있어야, 마음에 안정이 찾아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찾곤 하는 것 같다.


이 마을을 들른 것은, 잘못된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작가의말

다들 즐감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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