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RW
"젠장!"
신경질을 내며 가상현실의 접속을 풀었다.
다 잘되가고 있는 것 같더니, 그런 문제가 생길 줄이야.
자꾸만 욕이 나오려는 듯, 입이 근질근질거리며 무언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한다.
"후······."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역시 그 소녀를 만난 부분부터가 잘못된 걸까.
"후우······."
겨우 게임에 이렇게 한숨을 쉬는가 싶으면서도, 그동안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 수도 없는 법.
좀 더 생산적인 일을 생각해보자.
"이제······ 뭘 하지?"
혼잣말로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뇌의 일부분에서는 공략을 재시도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는 게, 내 마음이다.
왜일까.
그제야 전에 산책을 나갔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산책을 나가며 여러 가지를 느꼈었지.
그래서일까?
나 혼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게임을 즐기고 싶어졌다.
그래, 일인용의 이런 게임은 그만하고, 다시 온라인 게임으로 갈아타볼까.
······결정을 내렸다.
가상의 존재들을 공략하는 것은 그만두고, 온라인 게임으로 가서 존재하기는 하는 사람들을 공략해보자.
물론 차이는 크겠지만, 자율성이 넘치는 미연시들이다 보니, 아예 차이난다고 볼 수는 없겠지.
지금까지 하고 있던 이 게임은······ 글쎄.
이미 공략을 실패했으니, 알아서 진행되게 냅둘까.
그 끝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리헨과 이어진 느와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니까.
그래, 일단, 온라인 게임이나 하자.
오늘은 조금 쉬고, 내일부터 시작할까.
그러면, 신작 게임을 하는 걸로 하고, 내일부터 그 게임에 대해서 알아보는 걸로 하자.
피곤함에, 수면의 유혹을 버티지 못한 내 몸이 점점 어둠에 잠겨드는 것이 느껴졌다.
내일부터 다시 게임 활동 시작인가······.
그날, 평소보다 훨씬 깊은, 그리고 길고 긴 잠에 들었었다는 것은, 잠에서 깨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完>>
- 작가의말
완전한 완결입니다. 후기 하나 올리고 완결 도장 찍겠습니다.
이제 후기 올리고나면 3년은 뵐 일이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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