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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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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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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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7. 담판 - 1

DUMMY

결계에서 탈출한 후, 곧장 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해를 보며 방향을 확인해야 했기에 곧장 출발한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것들이 있기도 했으니, 바로 걸음을 옮긴 건 틀린 표현인가.


어쨌든, 용들이 종적을 감춘다는 용의 신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쪽의 바다로 향해야 하기 때문에, 남쪽이 어느 방향인지 확인하자마자 남쪽으로 향했다.

아마 용의 신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가야 할 것 같은데, 배를 구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따로 배를 만드는 것이 아닌 경우에야, 기본적으로 어업을 위한 배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배로는 용의 신전이 있을 섬까지 가는 것은 무리일 테니, 약간 걱정이다.

하지만 뭐······ 배를 타지 않아도 충분히 갈 수 있으니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닌가.


아무것도 마시지 않아도,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이 신체이고, 바다 너머로 공중에 떠다니며 갈 마법을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용의 심장을 품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신체이다.

결국은, 이 몸만 있으면 웬만한 일은 다 가능하다는 건가.


······이것은 축복이라고 해야 할지, 저주라고 해야 할지.


그러한 생각을 하며 끊임없이 걸은 결과, 대륙의 남쪽 끝, 해안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가 하나 있어야 할 그곳에는······.


"······아무도 없는 건가······."


도시는 있었다.

그래, 도시 자체는 존재했다.

다만, 그 도시를 이루는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사라진 것 같은 광경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곳까지 오면서 사람을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서 한 명 즈음은 보였을 사람이, 한 명조차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긴 했단 건가······. 교황하고 관련이 있을지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것은 내 의혹 정도로밖에 남을 수 없다.

자세한 것은, 용의 신전으로 가 용과 담판을 지은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알아보도록 하자.

그러니, 그 전까지는······.


"[다크 에어 스탭]."


공중을 걸을 수 있게 해주는 흑마법을 사용한 후, 바닷물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바닷물 위로, 아슬아슬하게 물에 닿지 않도록 공중을 밟은 발은, 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편안한 감촉을 전해주었다.

이런 게, 바로 공기의 편안함이 아닐까······.

편안함을 느끼며 바다 위를 걷고 있으니, 문득 용의 신전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는 다른 곳을 들러서 알아봤어야 했나.


하지만, 용의 입장에서도 나와는 꼭 담판을 내야 하는 입장이고, 내가 직접 찾아온다고 하는데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

아니, 오히려 직접 찾아와 주니 더 고마워하지 않을까.

그러면, 어느 방향으로 가든 용의 신전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내 감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별로 틀릴 것 같지는 않다.

이번에도 내 감을 한 번 믿어보자는 생각으로, 눈앞으로 보이는 석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붉게 빛나며 수평선 아래로 져가는 태양은 내 걸음을 이끌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태양은 수평선 너머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지고도 남을 시간 동안, 가만히 수평선에 걸쳐있는 태양을 보고 나서야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리헨과 숲을 지날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숲을 오랜 시간 동안 걷고 걸어도 끝이 없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 일은 용의 짓으로 결론이 났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바다를 떠돌아다니다 보면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이야기 되는데, 이것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용의 신전으로 사람이 오는 것을 꺼려하는 용들의 짓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결계 비슷한 무언가에 의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계라면 쉽게 풀어낼 수 있겠지만······."


혼잣말을 하며 주변의 기운을 용의 심장을 매개체 삼아 느껴보았다.

정말로 결계 같은 것이라면, 기운의 흐름이 이상하게 되어 있을 것이다.


······주변의 기운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닌, 약간 인공적으로 틀어져 있는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다만, 그 인공적인 흐름마저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되어 있었기에,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기운을 읽기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난 후였다.


하지만 한 번 그 사실을 알아차린 이상, 해답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교황의 결계에 한 것처럼, 다양한 해결 방법 중 한 가지를 이용해 결계를 깨뜨리면 되는 것이니까.


우선 용의 심장으로 결계를 이루고 있는 기운들을 흩어지게 만들었다.

결계를 유지하는 기운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도록 흩어지게 하면, 결계가 조금씩 어긋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면 결계를 깨뜨리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쉬워지게 된다.


그 다음부터는 저번과 비슷한 방식으로 결계를 깼다

.

결계를 깨고 나니, 원래 보였어야 할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쪽부터 허물어지듯 천천히 보이기 시작하는 원 풍경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간이 떨어졌을 법한 풍경이었다.


왜냐하면······.


- 왔군.


- 그걸 깨다니, 놀랍군.


- 다들 조용. 로드께서 말씀하신다.


- ······.


용의 신전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 가지각색의 용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이었으니까.


"용의 신전인가······."


용의 신전은 고급스러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투박해 보이는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옛날, 신성제국에서 봤던 교황청과 비슷한 형태의 신전이면서도, 그 건물의 재료가 되는 것들은 순전히 자연에서 온 돌, 나무 등이었다.

아마 교황청이 용의 신전을 본 따서 만들어진 것이겠지.

하지만 교황청은 인간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들어있는 반면, 이 용의 신전은 용의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대비되는, 고급스러움과 투박함, 이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용의 신전은, 그것으로 하여금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뜻이 아닐까.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이 신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제 발로 찾아왔군, 인간. 무슨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신전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고 있자, 용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까 전의 말을 참고했을 때, 아마 그 '로드'라고 했던 용이 아닐까.

가만히 나를 보며 뜨여 있는 두 눈은, 파충류 중에서도 뱀의 눈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마치 나를 꿰뚫어보겠다는 듯이 쳐다보는 두 눈은, 매우 날카로운 형세를 지니고 있었다.


······용의 눈은, 신비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흑마법에 사용되는 마력이 아닌, 신비한 기운을 말하는 것이다.


용의 눈을 보고 있으면, 사실을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비록 누군가 나에게 사실을 말하도록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사실을 말해야만 하는, 강박감이 든다.

이것이, 용의 기세인 것일까.


눈에는 보이지 않을 기세가, 용의 피부를 감싸듯이 오오라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 하던 입을,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떠올림으로써 간신히 열 수 있었다.


"······대륙까지 와서 나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해."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한 채,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한다.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표정이 순식간에 풀릴 것만 같다.

이러한 담담한 표정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내가 버틸 수 있는 시간 내에 이 대화가 끝났으면 한다.


- 무엄하군!


다른 용들 중 하나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게 속삭였다.

다른 용들 역시 그 용의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무언가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표정이 흐트러지려고 한다.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닌데.


- 조용.


로드가 용들을 단 한 마디로 소란을 잠재웠다.

과연, 로드는 용들에게 있어서 매우 확고한 위치에 있는 존재인 건가······.


- 이유는 알고 있는가? 우리가 대륙까지 가서 너를 찾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그것은 이미 라벤에게 들은 내용이다.

따라서, 용에게 직접 들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인간과 용의 관점은 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용과 인간의 관점은 다를지도 모르니, 한 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최대한 당당하게 말한다.

물론 나는 부탁을 하는 입장이고 상대는 매우 강한 용들이기에 용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잃은 것이 있기에, 비굴한 태도를 취하고 싶지 않다.

용들은 나에게는 소중한 리헨을 죽인 존재에 불과하니까.


- 우리는 대륙의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이 한 종족의 멸족까지 이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와 같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너에게는 용족에게 가장 소중한, 신께서 하사하신 불사조의 깃털과, 용족의 긍지인 심장과 비늘이 있지.


"······그래서,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건데. 이건 내가 원해서 얻은 게 아니라고."


이것은 분명 사실이다.

물론, 이것들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이곳까지 올 이유 역시 없었을 테고.

리헨 역시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들은 내가 원하던 것도, 현재에도 원하는 것이 아니다.


- 나는 약간의 관용으로 너를 가만히 둘 수도 있다. 다만, 다수의 의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지.


용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용들은,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것과 긍지를 빼앗아간 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겠지.


그것으로 비추어 보아, 로드는 다른 용들과는 다른, 좀 더 타협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로드는 다른 용들을 설득할 생각이 없다.

그것은 한 마디로.


"······."


내가 직접, 용들을 설득하라는 뜻이겠지.


작가의말

진짜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 끝나면 완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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