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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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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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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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5. 제국 - 4

DUMMY

리헨과 함께 아침부터 잠을 잔 결과, 눈을 떴을 때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노을이 질 때까지 잤다는 것은, 대충 10시간 가까이 잤다는 건가.


옆을 돌아보니, 리헨은 여전히 자는 중이었다.

저번에도 그랬듯이 이불을 옆으로 껴안듯이 잡으며 자는 리헨은, 입에 이불을 물고 씹고 있었다.

······앗, 이러다 잘못되면 물어줘야 하는데.


리헨의 입가에서 이불을 떼어내니, 잠시 물고 씹을 것을 찾던 리헨의 입은, 이리저리 배회하더니, 결국은 침대 시트를 물고 씹기 시작했다.

물론 씹는 게 이빨이라기보다는 잇몸으로 씹는 거여서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읏차. 리헨, 일어나자."


리헨을 일으켜 세운 후, 잘 타이르듯이 깨우기 시작했다.

사실 일으켜 세우는 게, 리헨이 자면서 거부해서 꽤나 힘든 작업이기는 하지만, 한 번 일으켜 세운 후로는 일사천리이다.

그냥 침대 위에 세워둔 후, 적당히 등을 손으로 쓰다듬어주듯 만져주면, 알아서 깨니까.

다만, 문제라면······.


"꺅! 하지 말라니까요!"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난리를 친다는 거다.

물론 하지 말라고 한다면 웬만해서는 하지 않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다.

이 방법이 가장 잘 깨어나는 방법이니까.


이상하게 간지럽히는 거로는 잘 일어나지 않으면서 이런 거로는 잘 일어난다.

그러니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하는 수밖에.


······물론 다른 방법이 있다 해서 꼭 바꾼다는 보장은 없지만.


"리헨, 창밖을 한 번 봐봐."


"네?


리헨이 내 말에 '굳이 왜······'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확인했다.

해가 지면서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는 상태.

노을이 지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그러게, 옛말 중에 틀린 말 하나 없지."


"그러게 말이죠."


"응."


"······."


"······."


잠시 방에 침묵이 맴돌았다.

잔 게 분명 방금 전 같은데, 그 사이에 벌써 10시간이나 잠들어 있었다.

아무리 어제까지 계속 돌아다니면서 관광이라는 이름의 사람 관찰을 했다지만, 이렇게까지 피로가 쌓여있던 건가?

예상 외다.


"지금은 진짜로 밥 먹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게, 시간이 이렇게 됐으니······."


물론 하루 정도 밥을 안 먹는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거기다가, 나는 애초에 아예 안 먹어도 죽지는 않으니까.

물론 극심한 고통은 느끼지만······.


"내려가서 먹을까?"


"음······. 그러죠."


리헨은 무언가 고민하는 눈치더니, 약간의 고뇌 끝에 대답을 내놓았다.

무얼 고민한 거지?


그것의 대답은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여관 문을 열지 닫을지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리헨, 그냥 열어도 되는데······."


"······어쩔 수 없죠."


리헨은 후회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내젓더니, 방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아직도 나네."


"그러게요. 청소는 안 하나."


"······했으니까 냄새만 나겠지."


"그런가요."


"응. 아마 나무에 스며들어서 이런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설마 스며들지 말라고 가공 처리도 안 한······."


핀스터니스 제국에서는 다들 흑마법을 배운 상태여서 그런지, 흑마법을 이용해 나무에 코팅 처리를 해 놓았거나, 아예 나무가 아닌 다른 재료를 쓰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 리헨도, 그런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런 면에서는 적응이 안 되는 거려나.


"내가 알기로 여기 바라트 제국의 마법사 인력은 아직까지도 부족하다고 하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겠지."


"······그것도 그렇네요."


물론 꼭 마법이 아니여도 가능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방법을 알아낸 사람은 없으니까.

아마 단가가 싼 방법을 알아낸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은 부자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런 마법사 인력이 부족한 제국 같은 곳에서라면 더더욱.


"아무튼, 저 냄새는 무시하고 내려가자."


"네에."


그렇게 밥을 먹기 위해 내려가려던 찰나······.


"아, 맞다. 냄새 안 배게 문 닫아야지."


문을 닫지 않으면 분명 토 냄새가 방 안으로 스며들어 냄새가 밸 것이다.

그러면, 잠을 잘때 계속 토 냄새를 맡아가며 자야 할 위험이······.


"그래, 문은 꼭 닫아야지."


"언니, 빨리 와요~."


리헨이 팔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고 흔들며 나를 부른다.

배가 많이 고픈가?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꼭 닫고 열쇠로 잠근 후, 빠르게 리헨에게 다가갔다.


···

······


이번 식사도 늘 그랬듯이 평범했다.

사실 여관 입장에서야, 굳이 많은 종류의 음식을 준비해둘 필요는 없으니 몇 가지 음식만을 메뉴로 두고 있을 뿐이지만, 용병이나 모험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늘 여관에서 해주는 음식이 맛은 약간씩 다르지만 결국은 근본이 똑같은 수프와 빵이라면······.


음, 확실히 질릴 것 같다.


"리헨, 이제 뭐할 거야? 솔직히 오늘은 너무 많이 잔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많이 자기는 했죠. 세상에, 하루의 반을 넘는 시간 동안 잠만 잤다니. 이래서는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올 것 같네요."


"뭐, 그야 그렇지."


하루 종일 잤는데 또 잠이 온다는 것은 사실 잘 상상이 안 간다.

물론 잠을 자면 잘수록 더더욱 잠이 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그것도 몸이 따뜻하고 나른해져야 이루어지는 거지, 여건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여관은······ 글쎄.


애초에, 지금이 따뜻하면 나가기 싫을 정도로 추운 겨울인 것도 아니고, 여름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봄인데 그런 추위를 느낄 일이 없다.

심지어, 봄 초의 쌀쌀함도 남아있지 않을 뿐더러, 이 여관의 침대가 그렇게까지 푹신한 것도 아니다.

그냥 딱딱함과 푹신함의 중간 정도.


그래, 확실히 그렇게까지 잠을 자고 싶기에는 딱히 여건이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려면, 최소한 라벤의 저택에 있는 침대 정도는 되어야겠지.

이불도 고급 소재라서 따뜻하고, 침대도 최고급 저리 가라 할 정도.

라벤이 나름 신경을 많이 썼음이 이런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역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여행이 끝나면 리헨도 데리고 돌아갈까.


······왠지 요즘 점점 여행이 끝나면 라벤의 저택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강해진다.

왜지?

역시 라벤이 나에 대하여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가?


······뭐, 생각은 이 정도까지만 해두기로 할까.


"음, 그러면 말이죠."


"응, 말해봐."


웬만한 것들은 대부분 들어줄 생각이다.

애초에 평소에 말을 잘 들으니 고맙기도 하고.


"내일 야시장이 열릴 곳들을 한 번 둘러보는 건 어때요?"


"응? 오늘?"


"네, 아마 지금쯤이면 준비하고 있을 것 같으니까요. 애초에 야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낮에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고요."


그래, 설명을 들을 때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야시장이 열리는 날은, 준비를 위해서 낮에 시장을 열어두지 않는다고.

그리고 길도 봉쇄해둔다고 했던가?


"그러면 지금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가자."


"네!"


그나저나, 리헨은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는 거지.

역시, 야시장에 관심이 있어서 이런 것들도 알아둔 건가?


······어쩌면 의외의 부분에서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

······


내일의 야시장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은 준비를 하는 상인들에 의해 열기를 띠고 있었다.

내일의 수익을 위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을 수익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를 하는 상인들은, 나와 리헨이 임시적으로 세워진 현수막 형태의 상점들을 지나갈 때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 열중했다.


아마 낮의 시장은 끝난 것이겠지.

하긴, 애초에 자신들이 원하면 현수막을 내리고 쉬어도 되는 거고, 원래부터 노을이 지고나면 장사를 접는 게 규칙이니까.


지금은, 노을이 지던 아까 전으로부터 한 시간 약간 넘는 시간이 지나간 상태라서 하늘이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시간이다.

밥도 먹고, 여기까지 이 커다란 영지를 가로질러 오다 보니 시간이 약간 오래 걸렸다.


그래도 뭐, 리헨이 의외로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도 기뻐하는 걸 보니 그럴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다.


리헨은 이곳의 어떤 모습들에 저런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까.

내가 보기에는 그냥 준비에 열중인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어린애의 시선으로 보면 조금 다르려나?

물론, 어린애라고 해봤자 리헨은 자기도 다 컸다고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 물어는 볼까.


"리헨,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웃는 거야?"


"음, 이렇게 보고 있으면 말이죠, 내일 어떤 가게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응?"


"그리고 예상되는 가게가 야시장과 축제 분위기에 어울리고, 제 맘에 들면 자연스럽게 즐거워지는 거죠."


"그래?"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예상 정도야, 나도 보면서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으로 즐겁고 기뻐지는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이게 바로 순수함이 남아있는 아이와, 순수함이 대부분 마모되어버린 성인의 차이인 건가.

확실히, 나도 예전 같았으면 저런 모습을 보였겠지.

그때의 나는 그야말로 순수함의 덩어리였으니까.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순수함은 색이 탈색되듯, 다 사라지고 말았지만.


저런 순수함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저런 순수함을 다시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예전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전철을 다시 밟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결과를 바꾸기 위해 되돌아가야 하는 건가.


······아니다, 만약 그랬더라면 리헨을 만날 수 없었겠지.


리헨이 나를 자신의 보호자이자, 마음을 터놓을 존재로 필요로 하듯, 나 역시도 리헨이 나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렇듯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사이가 실로 좋은 것 아닐까.


비록 그 필요가 모두 사라진다 해서, 더 이상 리헨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리헨을 계속 이어주게 만들어주는 이러한 이유가 계속 존재했으면 한다.

그래야, 이미 신뢰와 사랑의 이면에 대해서 안 내가, 좀 더 안심할 수 있으니까.


······리헨, 설령 더 이상 보호자가 필요하지 않는다 해도, 떠나지는 않을 거지?

아니, 그냥 어떤 이유에서든. 아무 말 없이 떠나지는 않을 거지?


리헨은 이런 나의 생각을 모른다는 듯, 한창 준비 중인 야시장을 둘러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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