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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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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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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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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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4. 마을 - 5

DUMMY

음식들을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과수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그 나름대로 성취감이 드는 일이었다.

이런 성취감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 게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이라고 새롭게 깨달은 것 같다고나 할까?

그만큼, 오랜만의 성취감은 나를 들뜨게 했다.


그런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둔한 리헨이 아니기에, 리헨은 나의 그런 점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언니, 평소보다 들떴네요?"


"그러게 말이야.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라서 그런가?"


"흐음······. 확실히 표정도 많이 풀어졌네요."


"응? 그래?"


"네. 조금 더 즐거워 보이신다······랄까요? 아무튼, 저도 보고 있으면 즐거워지는 기분이네요."


"그래······."


아무래도 겉으로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러고 있으면 주변에서 또 수다 공격을 해올 것 같아, 빠르게 표정을 평상시대로 바꾼 나는, 다시 리헨을 쳐다보았다.


"어때, 지금은?"


"평상시 같네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무사히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리헨과 함께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애초에 엄청난 양을 만들어 만든 사람들도, 일한 사람들도 모두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니, 나와 리헨 역시 같이 먹는다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남는 음식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이다.


"자, 먹자."


"마침 배고팠는데. 다행이네요."


리헨은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맛보고는, 맛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빠르게 밥을 먹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 역시 밥을 적은 양이지만 먹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겨우 그거 먹고 배부를 수가 있어요?"


리헨이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너는 성장기니까 몰라도,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해."


"그거 왠지 제가 먹보라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그렇게 들렸어? 그럼 미안."


"뭔가 더 짜증나요······."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리헨을 바라보며 잠시 웃고 나니, 마침 푸르른 하늘이 보였다.

아무런 근심이 없다는 듯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방금까지의 내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될 수 있을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으니, 문득 하늘에 하얀 구름이 한 점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다.


···

······


"벌써 가는 겐가?"


노인이 나와 리헨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너무 오래 있으면 죄송하기도 하고요. 슬슬 가는 게 맞을 것 같다 싶어서요."


"몸조심하게나. 요즈음 워낙 분위기가 흉흉해서 말일세. 혹시 가다가 산적이라도 만나면, 빨리 도망치게나."


"감사해요. 무사히 도착하면, 나중에 한 번 더 올게요."


"그래, 잘 가게나."


노인의 배웅을 받으며 나와 리헨은 마을을 나섰다.

이것은, 마을에 도착한 지 약 5일 째가 되었을 때였다.


"언니, 이 마을 사람들 참 좋은 사람들이었지?"


"응. 보기 힘든 참 착한 사람들이었어."


"이런 사람들만 있었으면 참 좋을 텐데."


"여기 있잖아, 뭔 걱정이야."


리헨은 나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째려보았다.

툭하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째려보는데,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그러면 주름진다."


"앗!"


놀라며 인상을 펴는 리헨을 보며 웃으니, 리헨이 다시 한 번 습관적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그래놓고 아까 전에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났는지 급하게 인상을 다시 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코미디였다.


이렇게 나와 리헨이 그 용과의 싸움 이후에도 웃으면서 떠들 수 있는 것은, 그 마을의 영향이 커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들러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리헨과 함께 바라트 제국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

······


마을에서 출발해 바라트 제국의 영지까지 들어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동안 또 다른 마을들을 여럿 들를 수 있었다.


물론 처음 들렀던 마을만큼 오랫동안 지내고 즐겁게 보냈었던 마을은 없었지만, 마을들은 전부 그 마을들 나름대로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단지 흠이라면, 중간에 함정과도 같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는 점이랄까.

다행히도 그 마을은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빠르게 떠났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없었다.


"리헨, 여행 나오니까 어떤 느낌이야?"


리헨에게 항상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숲에서는 고생을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깨닫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거기다가, 바라트 제국 쪽에 살고 있다고 해서 자신과 같은 흑마법사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 역시 알았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완전히 인지한 지금, 리헨은 여행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솔직히, 처음에는 여행을 괜히 따라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것이다.

숲에서 온갖 고생을 했으니까.

심지어 용도 만났었고.


"하지만, 숲을 벗어나고부터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숲에서는 고생을 했다면, 숲을 벗어나고서부터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첫인상과는 다르게, 나름 즐겁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죠."


여러 가지 일들도 있기는 했지만, 결국 즐거운 일들이었으니까.


"제가 보기에는 결국 여행은······ 고됨과 즐거움이 같이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생각돼요. 그러다 보니, 여행이 마냥 싫지는 않네요."


"그래?"


"네. 그래도 이왕이면 고생은 좀 적었으면 하지만요."


나 역시도 동감하는 부분이기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아마 다들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 아닐까?


"그럼, 여행을 좀 더 즐기기로 할까?"


"네!"


리헨의 활기찬 대답을 들으며 계속되는 발걸음을 옮기며 나와 리헨을 감싸듯 지나가는 바람을 느꼈다.

바람이 참······ 부드럽다.

이런 부드러운 바람을 쐬기 때문에 저 뒤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부드러운 게 아닐까 생각된다.


···

······


열심히 걸었다.

가끔씩 초원도 나오고, 평야도 나오며, 마을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또 아무것도 없이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진 구덩이들만으로 가득 찬 지역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지역들을 지나 동쪽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기며 걸어감으로써, 성벽을 눈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돌과 나무들을 가공하여 만든 이 성벽은, 지금 나와 리헨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은데?"


"그러게요."


"빨리 들어가고는 싶지만······ 아무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와 리헨은 마력을 몸 안에 담고, 몸을 매개체로 주변의 마력을 끌어 모아 사용하는 흑마법을 다루는 흑마법사다.

핀스터니스 제국은 애초에 모두가 흑마법사이고, 그동안 지나쳤던 마을들에서는 우리가 흑마법을 사용하는지 않는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상관이 없었지만, 바라트 제국에 들어가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옛날이라면 문제가 생기면 죽이는 것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보이기만 해도 죽이는 게 흑마법사다.

그렇기에 흑마법사들이 사는 핀스터니스 제국과 그런 흑마법사들을 죽이는 바라트 제국과 신성제국은 항상 외교적으로 갈등하고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렇다면 과연 가장 외곽에 있는 영지라고 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흑마법사인지 아닌지 파별조차 하지 않을까?


답은, '아니'다.

당연히 검문의 과정에는 마법사, 또는 사제가 들어오는 사람을 검문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흑마법사가 자신이 흑마법사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다.

검문 없이 몰래 들어가는 것.


물론 검문의 과정에서 임시 체류증을 발급하고, 그것이 나갈 때에도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나갈 때에도 몰래 나가면 되는 것이기에 몰래 들어가는 것과 몰래 나가는 것을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저기에 마나가 모여 있는 게 보이는데요?"


리헨이 그 방법의 가장 큰 장애물을 알려왔다.

성벽을 몰래 넘지 못하도록 존재하는 마법.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가장 흔히 사용되는 마법은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마법'이다.

물론 귀가 떨어질 정도로 시끄럽기는 하지만, 넘던 당사자가 오히려 소리에 기절할 수도 있으니 좋고, 가까이에 있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미리 대피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아니, 거기다가 병사들이 빠르게 도착할 수도 있으니 일석삼조라고 할 수 있으리라.


"괜찮아. 저 정도라면 내가 해결······. 아."


생각해 보니 난 지금 흑마법에 제약이 걸린 상태.

그렇다면 들키지 않고 성벽을 넘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

거기다가 제약이 걸렸다고 해서 몸에 모여 있는 마력 서클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오히려 감지하기가 더 쉽다는 문제점까지 있다.


"리헨, 생각나는 좋은 방법 없니?"


"으음······. 제 실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래, 리헨이 저 마법을 해결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


"자, 리헨."


"네에?"


"어쩔 수 없네. 자, 흑마법 수련이다."


"네에!?"


리헨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긴, 갑자기 흑마법 수련이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애초에 흑마법 수련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앤데, 갑작스럽게 그런 말을 해봤자 반응이 좋을 리가 없다.


"어쩔 수 없잖아? 자, 어차피 거의 다 알고 있는 것들일 테니까, 약간 더 높은 수준의 흑마법으로 알려줄게."


"······."


아마 피눈물을 흘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토록 원하는 여행을 계속 하려면, 지금 익혀야 하는 것을.


"자, 시작하자. 내가 요점만 간추려서 빠르게 설명해줄게."


"······네."


리헨은 마지못해 작게 중얼거리듯 답했다.


······리헨, 미안.


작가의말

다들 즐감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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