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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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술사
작품등록일 :
2017.01.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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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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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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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 4. 마을 - 1

DUMMY

나와 리헨은 초원에서 시간을 약간 보낸 후, 사람들이 있을 법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메이지들이 나와 리헨을 어디로 이동시켰을지는 잘 모르겠으니, 숲의 반대쪽 방향으로 걸어가면 될 것 같았다.


숲이 있는 방향을 확인하는 것은 간단했다.

마나의 유동이 너무 커 멀리서도 느껴지는 방향이 바로 숲이 있는 방향이니까.

용이 그 숲에서 기운을 사용한 반작용으로, 이변이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보니, 문득 마음이 편안해져있음을 느꼈다.

아무래도 주변 풍경이 평화로운 모습이어서 그런 듯 했다.


가끔씩 지나가는 동물들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치듯 굽어지는 풀들을 보다보면, 다시 찾아온 이 평화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용이 나를 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평화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이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용에게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용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몇몇 생각들을 하며, 그리고 가끔씩은 리헨과 약간의 대화를 나누며 초원을 가로질러 걷다보니 작은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약간의 울타리와, 동물들을 보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 이런 곳에 작은 마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마을에 가면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리헨, 저 마을로 가자."


"드디어 풀밭 위에서 자는 게 끝나는 거예요?"


"그렇지."


"와아!"


리헨은 기쁘다는 듯이 만세를 부르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아마도, 그동안 계속해서 숲이나 풀밭 위에서 자다보니 침대가 그리워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동안은 실내, 그 중에서도 침대 위에서 자는 생활에 익숙해져, 처음 겪어보는 한뎃잠이 - 알기 쉬운 말은 노숙 - 불편한 것이리라.


기뻐하는 리헨을 보고 있으니, 왠지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아져 미소가 슬며시 입에 떠올랐다.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니, 리헨은 갑자기 뛰는 것을 멈추고는 내 앞에서 방방 뛴 것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좋네. 그럼 빨리 가자."


리헨은 내 말에 숙인 고개를 다시 들어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입고 있는 로브를 약간 단정하게 한 후,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 역시, 리헨과 같이 약간의 기대를 품고.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고, 어떤 성격의 사람들인지 약간의 기대를 품은 채.


···

······


가까이서 마을을 본 감상은, 평화롭다는 것이었다.

평화롭다,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은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옆으로는 긴 강줄기가 지나가고, 주변에는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으며 한가롭게 울음소리를 낸다.

사람들은 주변에 과일을 따먹을 수 있는 과일나무들을 심어두고, 강을 따라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잡는다.

거기다가 밥 역시 제대로 먹기 위함인지, 밭을 일구어 놓고 농사를 짓는다.


도시의 모습과는 퍽 다른 모습이다.


농촌에서의 삶은, 바쁜 도시에서의 삶과는 다르게 평화롭고, 여유롭고, 한가로운 삶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그들은, 외지인도 그리 경계하지는 않는 눈치다.


그것은, 나를 대하는 그들의 모습으로부터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다.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마을에 살고 있는데, 그것에는 노인도, 중년의 부부도, 막 성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어린 아이들도 포함된다.

어린애들도 마을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상승하기 마련인데, 이들의 모습은 딱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어려 보이는 처자 둘이서 여행을 한다고?"


"예."


"자매인 겐가······. 뭐, 아무튼 여행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며칠 쉬다가 가게나."


"감사합니다. 음······ 저희 둘이서 잘만한 곳이 있을까요?"


"글쎄, 두 명이 지낼 수 있는 곳이······. 아 그래, 하르네 집에 방이 비어있었지."


아마도 가장 연장자가 아닐까 생각되는 노인의 안내를 받아 하르라는 사람의 집에 안내된 후, 나와 리헨은 짐을 간단히 풀 수 있었다.

듣자하니 남편은 죽었고, 그 외에는 자식이 하나 있었는데 도시로 떠났다고 한다.

일하러 떠났다고는 하는데, 정확히는 모른다고 한다.


어쨌든 그 덕분에 방이 하나 남은 상태였고, 나와 리헨이 그 남은 방에 묵을 수 있게 되었다.

잠깐 그 도시로 떠난 사람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한 후, 이 집 주인, 그러니까 하르에게 이곳에 대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저기, 여기가 어디쯤이죠? 그러니까······ 어느 나라 외각이라든가, 그런 거요."


애매하게 물어보면 오히려 반문이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에 약간의 말을 덧붙이자, 다행히도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는 바라트 제국 서쪽 외각이란다. 여기서 동쪽, 그러니까 저쪽 방향으로 며칠 걷다보면 도시가 나올 거란다."


"으음, 그렇군요. 감사해요."


"겨우 그런 거로 감사 인사까지. 아무튼, 며칠 푸욱 쉬고, 가렴. 아마 내 딸도 지금 네 나이 정도일 텐데. 지금은 어쩌고 있으려나······."


잠시 그리워하는 눈빛으로 도시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더니, 이내 나와 리헨 앞이라는 것을 상기했는지 머쓱해하는 눈치였다.


"아마 잘 지내고 계시겠죠. 가끔씩은 들러주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후훗, 어쨌든 며칠 간 잘 지내보자."


"네."


"네에~."


잠시 후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 아까 전의 대화를 다시 한 번 곱씹었다.

만약 그녀의 말이 맞다면, 이곳은 숲뿐만 아니라 그 후에 있는 몇몇 작은 나라들까지도 넘어, 소국들과 바라트 제국 사이에 있는 곳일 것이다.

아직까지 명분이 없어 남아있는 소국들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목적지는 바라트 제국이다 보니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곳의 삶이 어떤지 보려면 바라트 제국을 둘러본 후, 돌아가는 길에 거쳐야 할 것 같다고나 할까.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된 것도 운명이라 생각하고 며칠 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바라트 제국으로 향해야 할 것 같다.

리헨도 나름대로 좋아하는 것 같고, 이런 곳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건물을 나간 나와 리헨은 우선 이 마을 외곽에서부터 마을을 둘러보고자 했다.

기억하기로 맨 처음 마을을 봤을 때, 분명 울타리와 동물들이 있었다.

아마도 동물들을 사육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지금의 사람들은 동물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을지가 궁금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과연 옛날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차이가 있기는 있을 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옛날과 지금은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가 문제이다.

옛날보다 좋게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고, 오히려 옛날보다 안 좋게 바뀌었을 가능성 역시 있다.


하지만 인간 발전의 궁극 점은 결국 정신적 성숙에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살았었을 적에도 성숙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지만.


어쨌든, 인간 발전의 방향이 제대로 잡혀있는지 보고자 한다면, 동물들의 사육도 나름대로 참고할 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들만을 위하는지, 아니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라는 틀을 벗고 동물이라는 존재에게까지 시야를 확장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물론 이 마을 하나만 보고 모두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참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 끝에 도착한 마을 외곽에는 역시나 동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분명 마을에 들어올 때에도 풀을 뜯어먹고 있었던 것 같은데, 참 오래도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보이는 동물들은 양, 젖소, 그리고 닭 정도다.

아마 양들은 양털을 깎아서 생필품을 만드는 데에 사용할 것 같고, 젖소와 닭은 먹을 것들을 만드는 데에 일조할 것이다.

여러모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동물들을 결국 키운다는 것인데,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동물들의 종류를 확인한 후, 풀밭에 앉아 그들을 관찰하고 있으니 몇 가지 사실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선, 동물들은 일정선 밖으로는 넘어가지 않는다.

물론 선이 그려진 건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선이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 나왔다 싶으면 어느새 다시 돌아간 상태이곤 했다.


이 부분으로 봐서, 동물들이 주인의 뜻을 잘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동물들은 여유가 몸에 익어있었다.


물론 한가롭게 풀을 뜯는 것만으로도 여유롭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무언가를 먹는 태도만으로 그런 것들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이 얼마나 먹는가, 얼마나 잠을 많이 자는가, 걷는 속도는 어떠한가.

이런 것들을 모두 합쳤을 때 비로소 동물들의 여유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매우 맑게 들린다.


여기까지 알아차리고서야 나는 이 동물들이 주인의 애정을 받으면서 자란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주인이 막 다룬다면, 이들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이렇게 한가롭게 동물들을 관찰하다보니, 문득 울타리 밖이 아닌, 울타리 안쪽 축사에서는 동물들이 어떻게 살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리헨에게 내 의견을 말해주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심심해하는 모습의 리헨을 볼 수 있었다.

지루해서 심심해하며 뚱한 모습도 나름 귀엽다고 할까.


"리헨, 안 심심해?"


"심심하죠."


역시나, 이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목소리에 약간의 기대감이 담긴 것으로 보아 내가 말을 꺼냈으니 무언가 덜 지루한 일이 있다는 것으로 들리겠지.


"그래······? 그럼."


약간 뜸을 들이자 리헨의 눈이 빨리 말하라는 듯이 초롱초롱해졌다.

태도가 참 빠르게도 전환된다는 생각을 한 나는, 한 번 장난을 쳐보고 싶어졌다.


"흑마법 수련이라도 할까?"


"······."


리헨의 표정이 마치 '네가 이럴 줄은 몰랐어!'라고 하는 것 같이 변했다.

너무 예상하기 쉽다는 생각을 하며 원래의 목적지인 축사를 말해주자, 그제야 약간 표정이 풀린 리헨이었지만 여전히 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니."


"왜?"


"거기 축사 안에도 동물들이 살겠지?"


"그렇지."


"거기도 이렇게 지루하려나?"


"······."


"이렇게 거의 변하하는 것 없이 똑같은 것만 느긋하게 반복하고 있으면 지루할 것 같은데."


"······."


"아무튼, 일단은 가보기나 하자."


"그래."


나름, 불만이 있어 보이는 리헨이다.

역시 다음에는 조금 더 재미있게 해줘야 하려나.

한창 나이대의 소녀한테 이런 한가로운 관찰은 역시 안 맞을지도 모르겠다.


뭐, 그래도······ 이런 모습도 나름 귀여우니까 또 장난쳐도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말

다들 즐감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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