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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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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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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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쪽

2nd 06. 침묵의 천사(2)

DUMMY

“......”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다는 내 눈빛에 로엘님이 나서서 중재를 해 주었다.

-어머나. 슈발로이카님. 라드님은 인간계에서만 사셨으니까 모르실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식탁에 놓여있는 것을 보면 알아야 할 것 아니야."

.......그리고 난 저게 식탁이 아니라 그냥 제단인줄 알았지. 여신의 말을 듣고 다시 살펴보니 확실히 않아서 무언가를 먹을 수 있게 생겼다.

"그런데 이거 구하기 어려울 텐데. 용케 구했네?"

-마침 산책하시던 오라버니를 만났거든요-

"그래?"

여신은 능숙하게 꿈틀거리는 촉수를 자르고(역시 신족답게 손가락에 빛의 칼날을 생성시켜서 잘랐다)껍질을 가르고 있었다.

"......뭐해? 빨리 앉지 않고."

"......눼."

방금 '눼'라고 한 것은 코를 막아서 발음이 샌 것이다.

‘으윽...... 냄새가 상당한데’

쩌억!

과일은 정말 컸지만... 알맹이는 별로 없었다. 두꺼운 껍데기 안에 약간 샛노란 알맹이가 콩 모양으로 있을 뿐. 그런데 껍데기를 열자 꿈틀거리는 촉수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이... 아무리 봐도 저건 마물 같이 생겼단 말이야!

"아아. 오늘은 질이 별로네."

-그렇네요. 두 분이서 드시려니까 크기만 큰 것으로 골랐거든요-

"그런데 넌 뭐해?"

여신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양손으로 코를 움켜쥐고 있으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럴 수밖에 없다.

"내, 냄새가..."

독하다. 정말 독하다! 이거 냄새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될 정도니까! 그런데 여신은 표정하나 안 변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신족이야...’

"우욱..."

웬만하면 참겠지만 이 냄새는 거의 이 세상의 냄새가 아닌 것 같다고 할까. 아, 천계의 과일이니까 이 세상의 냄새는 당연히 아니구나.

-......어머. 에스케론의 냄새가 싫으세요?-

"......"

고개를 끄덕여야 하나? 하지만 저런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로엘님을 보니... 차마 싫다고 하기가 힘들었다.

-참... 인간이시라는 것을 깜빡했어요-

"그...래요?"

그럼 내가 인간이죠... 혼족이겠어요? 그런 와중에도 여신은 과일을 집어먹기 시작하는 것이, 역시 ‘여신’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안 먹어?"

만약 내가 굶어 죽을 것 같고 저 과일이 옆에 놓여있다고 치면...... 난 그냥 굶어 죽는 것을 선택할거다.

"......그냥 굶을래요."

속이 뒤집혀서 도저히 못 먹겠다. 게다가 여신이 잘라낸 촉수가 아직도 꿈틀거리는 것도 기분 나쁘고(껍데기에 붙어있던 촉수는 움직임을 멈췄지만 잘라낸 것들은 아직도 움직였다).

"......그런데 여신님은 냄새 안 이상해요?"

인간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몰론 나도 처음에는 죽을 것 같았지."

여신도 약간은 공감한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알면서 먹으라고 했단 말인가?

"그런데 많이 먹으니까 괜찮던데?"

"......"

우우... 코를 막아도 냄새가 새어 들어온다...

-......라드님. 에스케론의 냄새가 버티지 못하실 것 같으면, 다른 것을 준비할까요?-

"......아뇨. 그냥 안 먹겠습니다."

이 냄새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무얼 먹을 생각이 안 들고, 무엇보다 저거 비슷한 과일이 나올까봐 무섭다.

“이 냄새가 그렇게 싫어?”

“당연하죠.”

"......라드."

"왜요?"

여신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냄새 2시간은 가는데."

"......"

미치겠다. 이 냄새를 2시간이나?

"......여신님. 살려주세요..."

-......어머?-

로엘님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으으... 풀 뜯어먹는 혼족이나 이런 과일을 먹는 천족이나... 정말 이종족이라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너는 먹었지?"

여신이 로엘님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는 작은거 하나 얻어서 먹었어요-

"그래? 그럼 남은 건 버려야겠군."

-예? 이 아까운 것을요?-

로엘님의 반문에 여신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집에 내버려 뒀다간 내 신관이 호흡곤란으로 죽을 거야."

-.....어쩔 수 없죠-

아쉬워하는 표정의 로엘님은 남은 껍질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과일이 사라졌음에도 냄새는 별로 가시지 않았다.

"우욱......"

진짜 여신의 말대로 2시간은 냄새가 남겠네......

"못 버티겠으면 밖으로 나가자."

나는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다가는 정말 죽겠어!

"따라와."

몸을 겨우 일으켜 여신의 뒤를 따라나서며 집의 구조를 대강 살펴 볼 수 있었다.

"......빛의 대신전보다 훨씬 작네요."

이곳은 아까의 침실과 방 2개, 그리고 방금 식사했던 거실밖에 없었다. 구름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인간의 집과 비슷한 정도?

"이곳에는 나랑 로엘 밖에 안 사니까."

하긴. 여자 둘이서 넓은 집은 필요 없겠군.

"이쪽이야."

집에서 나온 여신은 서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응? 이 방향이 서쪽인지 어떻게 아냐고? 해가 그쪽으로 지고 있었으니까.

‘지고있는 해의 위쪽으로 걷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

"조금만 더 가면 그곳에 도착해."

"그곳?"

"가보면 알아."

여신은 괜히 사람 궁금하게 하고 있었다.

"이제 코 놓아도 될걸?"

"크흥!"

여신의 말대로 냄새는 많이 가셨지만, 손가락을 놓으니 코가 욱신거렸다.

'너무 세게 잡았나...'

"뭐해! 빨리 안 와?"

"예, 가요!"

‘언제 저기까지 간 거지? 걸음도 엄청 빠르네’

조금 달리고 나서야 여신을 따라잡은 나는 여신의 뒤에서 속도를 맞춰 걸었다.

"그냥 옆으로 와."

"......네."

옆에서 같이 걸으면 기분 나빠할 까봐 그랬던 건데... 뭐... 여신이 오라는데 어쩔 수 있나. 결국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밖에 나올 때부터 하얀 바닥이 신경 쓰였었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는 하얀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

'의외로 단단한걸?'

아까의 침대처럼 푹푹 발이 빠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 느낌은... 표현하자면 조금 단단한 눈 위를 걷는 것과도 비슷했다.

"신기한가 보지?"

"네."

그러고 보니 여신의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아줌마네 집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밝은 얼굴이 더 보기 좋은걸’

"왜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웃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것 같은데?"

장난스러운 얼굴로 웃으며 묻는 여신의 얼굴은, 그 나이대의 인간 소녀와 별로 다를 것도 없어 보였다.

'이곳에 오면서 자신감이 생긴 건가?'

확실히 지금까지 갇혀 있다가 오랜만에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나야 잘 모르겠지만.

"여기야."

"예?"

여신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것도 몰랐다.

"아......"

내 앞으로는 구름이 끝나 있었다.

'더 이상 걸어가면 떨어질 뻔했군'

"떨어지지는 않아. 신계와 인간계의 경계가 있으니까. 중간에 걸려서 멈추게 돼."

"그, 그래요?"

내 생각은 어떻게 아는 건지 궁금하다.

"여신님. 제 생각을 읽을 수 있나요?"

"네 기분정도라면."

그럼 자세한 건 읽을 수 없다는 얘긴데?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겁에 질린 기분이라면 할만한 생각이 단 하나밖에 없지 않아?"

"......그렇군요."

으음, 눈치가 빠르군.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온 거에요?"

그냥 냄새를 피하는 것이라면 집 근처도 괜찮은데 말이다.

"보여줄 것이 있어서."

"......??"

여신은 가만히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으음. 이곳에서 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이었다.

"......뭐요. 해 지는 거요?"

아까 말했듯이, 지금은 해가 지고 있었다.

"......아니."

여신은 구름이 끝나는 곳에 걸터앉았다. 만약 저대로 등을 밀어버린다면 그대로 떨어질텐데 말이다.

'......보기만 해도 무섭네...'

아무리 중간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무섭다. 나는 경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뭐 기다려요?"

"응."

여신은 구름이 없는 허공에서 다리를 흔들었다. 약간 금빛이 도는 치마를 입은 여신의 뒷모습은 석양에 비추어져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

그것은 그야말로......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

"아. 뜬다."

"......?"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여신이 바라보는 곳을 따라가 보니......

"......아아."

해가 완전히 져서 검게 물든 하늘로, 별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별이 뜨는 곳이야."

"......그래요?"

몰랐다. 별이 이렇게 생겨나는 것이었다니.

"~~~~~“

여신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콧노래도 부르고 있었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아이의 노래와도 같이 흥겹고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음률이었다.

"......아아."

더 편하게 하늘을 보기 위해 구름 위에 몸을 눕혔다. 검게 펼쳐진 하늘 위로 반짝이는 별들.

"아. 그렇지."

여신은 무언가 생각난 듯 검지손가락을 흔들었다.

띠링~

맑은 소리와 함께, 별들의 사이로 지나가는 별똥별이 생겨났다.

"우와아......"

"어때?"

내 착각인 것일까? 나의 여신은 약간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멋있는데요."

"그렇지?"

여신은 이번에는 한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휘둘렀다.

띠리리링~

이번에는 다섯 개의 별똥별이 각각의 방향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아아......"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감탄사.

"대단한걸요."

"후훗..."

내 칭찬이 기뻣던 것일까? 여신은 웃으며 양손을 저었다.

띠리리링~ 띠링~ 띠리링~ 띠링~ 띠리리링~

"....."

여신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하늘에 아름다운 빛의 선이 그어진다.

"너도 해봐."

"예?"

무엇을? 이라고 되묻기 전에 여신이 손가락을 젓는 시늉을 한다.

"제가요?"

"응."

"제가 그런 것을 할 수 있어요?"

"이 곳에서라면. 원래 나도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못해."

"에에..."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누운 채로 오른쪽 손을 들어올렸다.

"일어나서 하지 그래?"

"누워 있어야 더 잘 보여요."

고개를 위로 드는 것보다 누워있는 것이 하늘을 보기에는 좋다.

"......그래?"

내 말을 따라 여신이 내 옆으로 다가와 누웠다.

‘조금 가까운 것 같은데......’

"한번 해봐."

"그럼......"

손가락에 신력을 담아 살짝 휘둘러보았다.

띠링...

그러자 하늘에 아주 작은 별똥별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에에......"

너무 작잖아.

"조금 더 집중해서."

여신의 지시대로 다시 손가락에 신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강하게 휘둘렀다.

끼리리리리링!!!

"우아아아악!"

"꺄악!"

갑자기 터져 나오는 커다란 소리에 우리는 귀를 막고 굴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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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nd 06. 침묵의 천사(1) +2 11.10.11 529 9 68쪽
65 2nd 05. 순간 가속 능력(6) +2 11.10.11 529 5 103쪽
64 2nd 05. 순간 가속 능력(5) +1 11.10.10 542 5 72쪽
63 2nd 05. 순간 가속 능력(4) +1 11.10.10 538 6 75쪽
62 2nd 05. 순간 가속 능력(3) +1 11.10.09 526 7 67쪽
61 2nd 05. 순간 가속 능력(2) 11.10.09 533 24 58쪽
60 2nd 05. 순간 가속 능력(1) +1 11.10.09 577 11 72쪽
59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6) +2 11.10.08 540 6 64쪽
58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5) +1 11.10.08 547 9 88쪽
57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4) +2 11.10.08 536 5 71쪽
56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3) +1 11.10.07 530 7 66쪽
55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2) 11.10.07 525 6 51쪽
54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1) +1 11.10.07 565 5 57쪽
53 2nd 03. 마왕과 마황자(4) +1 11.10.07 636 9 35쪽
52 2nd 02. 마왕과 마황자(3) +2 11.10.06 564 6 85쪽
51 2nd 02. 마왕과 마황자(2) +1 11.10.06 594 7 62쪽
50 2nd 03. 마왕과 마황자(1) +1 11.10.06 608 6 57쪽
49 2nd 02. 어둠의 유적(10) 11.10.05 593 7 73쪽
48 2nd 02. 어둠의 유적(9) 11.10.05 587 5 72쪽
47 2nd 02. 어둠의 유적(8) +2 11.10.05 608 5 85쪽
46 2nd 02. 어둠의 유적(7) 11.10.04 609 6 91쪽
45 2nd 02. 어둠의 유적(6) 11.10.04 618 5 61쪽
44 2nd 02. 어둠의 유적(5) 11.10.04 650 4 71쪽
43 2nd 02. 어둠의 유적(4) 11.10.04 661 5 64쪽
42 2nd 02. 어둠의 유적(3) +1 11.10.04 706 8 65쪽
41 2nd 02. 어둠의 유적(2) +2 11.10.03 763 5 68쪽
40 2nd 02. 어둠의 유적(1) 11.10.03 755 5 67쪽
39 2nd 01. 다시 시작하는 여행(4) +3 11.10.03 797 5 87쪽
38 2nd 01. 다시 시작하는 여행(3) 11.10.02 786 8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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