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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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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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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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5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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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쪽

해의 그림자 176

DUMMY

석정은 계속해서 허견을 평문했다. 정원로는 왜 허견에게 형문을 가하지 않느냐고 최석정에게 항의하였지만, 상대는 들은 척도 하질 않았다. 마냥 신선놀음이라도 하는 듯이 청아한 자태로 계속해서 혐의점을 따져 물었고, 허견 또한 순순히 토설했다.


"여생과 희려의 일은 무엇인가?"

"여생? 희려?"

"희려에게 부이副貳의 직임을 맡긴다는 글귀가 있더군."

"부이?"

"다시 묻겠다. 김석주와 윤휴에 관해 언급한 일이 있는가?"


그제야 허견의 눈빛이 달라졌다. 석정은 뚫어져라 허견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면서 한숨을 삭였다. 쑥인지 쑥부쟁이인지, 그 잎을 죄다 뜯어다가 말려놓으면 분간할 수가 없다더니. 반년 혹은 일년이나 지난 일을 들추자니 참과 거짓이 뒤섞여 도저히 솎아낼 수가 없었다. 거짓의 물증을 잡아냈나 싶으면, 그 이면엔 참의 물증이 붙어있는 셈이었다.


"체부의 일로, 부체찰사의 직임을 김석주에게 맡기냐, 윤휴에게 맡기냐 그런 얘길 한 적은 있지."

"허면 부이副貳란 부체찰사를 말하는 것이었던가?"

"뭐...그랬었나...우리 사람이 아니라 내칠 수도 없고, 들일 수도 없고...하여 발밑에 붙여두고 감시하자는 기미覊縻(말의 굴레, 소의 고삐)의 꾀였지."

"..."


석정은 허견의 진술을 들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부이의 직임을 희려에게 맡긴다는 말이, 그저 부체찰사의 직임을 윤휴나 김석주에게 맡긴다는 말이었던가? 헌데 굳이 암어 혹은 은어처럼 적어놓을 필요가 있었던가?


여수신녀와 마찬가지로, 여생이니 희려니 하는 문구들도 실체도 있고, 원본도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저, 그 문구들이 처음부터 김석주를 가리켰던 건지, 중궁을 가리켰던 건지, 애매모호할 뿐이었다.


"허면 여생은 김석주가 맞는가?"

"여생?"

"모르는가?"

"..."


허견이 눈살을 찌푸렸다. 체부의 일을 논하면서 굳이 김석주를 여생이니 하는 말로 자신이 일컬을 이유가 없었다. 도대체 아까부터 최석정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여생이니 희려니, 괜히 머릿속만 더 복잡해졌다. 아까 잠깐 머리가 맑아졌나 싶었더니, 도로 흐려졌다. 당장 눈꺼풀이 감겨왔다. 두눈을 붙이고 한숨 자고 싶었다.


"이상, 질의한 내용을 모두 공초로 제출하라."


최석정은 바짝 말라붙은 아랫입술을 혀끝으로 핥으면서 허견에게 명하였다. 허견은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로 최석정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진술할 수 있는 것은 다 진술했다. 헌데 자신에게 질문한 것을 다 질문하고도 뭔가 한가지가 더 남은 듯한 눈빛으로 최석정이 자신의 두눈을 들여다보는 참이었다.


"더 물어볼 것이...남았소?"

"..."


석정의 눈빛이 어둡게 잠겨들었다. 비록 복선군을 옹립하려 하였다는 역모죄로 허견이 끌려오긴 하였지만, 실상은 왕이 묻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중궁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가, 세번의 회임에 무슨 농간을 부렸는가, 그 한패가 누구인가...하지만 심증일 뿐 물증이 없는 그 일들을 들출 명분도 없으니, 그저 복선군의 일로 따져 물을 뿐이었다.


"동당同黨이...누군가?"


최석정이 머뭇거리는 사이, 등뒤에서 이정영이 차갑게 물었다. 허견은 최석정의 어깨너머로 위관석을 쏘아보며 대꾸했다.


"동당?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소?"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뿐. 그저 자신들도 모르게 참람한 발언을 입에 담고, 또 흘린 것이 대역죄라면 모를까. 역모죄랄 것도 없거늘. 헌데 동당이니 역당이니 몰아세우면서 토설을 강요하다니. 네놈들이 기어이 나를 죽이려고 작당을 했구나. 내가 아니라 네놈들이 작당을 했구나.


"네놈이 끝내 말하지 않는다면, 내일부턴 엄한 형문이 기다릴 것이다."


이정영이 으름장을 놓았다. 허견은 입안에 한점의 침도 남아나질 않은 채로 최석정을 올려다 보았다. 최석정은 자신을 지그시 노려보며 아랫입술에 허옇게 일어나는 각질을 물어뜯고, 또 씹는 참이었다. 벼르고 또 벼르는 것처럼 보였다. 벌써 이러니 형문에 들어가면 자신의 숨통을 틀어쥘 터였다. 형장을 쳐라, 더 쳐라, 무참하게 명령할 것이 자명했다. 형장을 넘어서 잔혹하게 압슬에 낙형까지 가할 터였다. 두려움에 앞서 수치심이 허견의 목을 졸랐다.


"..."


하지만 석정은 석정대로 초조히 손가락끝으로 아랫입술의 각질을 떼어내며 허견의 벌거벗은 볼기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지금은 그저 위협조로 벗겨놓았을 뿐이지만, 저 볼기에 내일부턴 형장을 가해야만 하다니.


후련할까, 시원할까.


상상을 하려니 괜히 이마에 현기증부터 일었다. 이태서의 피든, 복선군의 피든, 허견의 피든, 자신의 몸에 닿는 피는 다 똑같았다. 석정은 검지로 아랫입술을 쓱쓱 문질렀다. 아무리 문지르고 또 문질러도 비릿한 피냄새가 코끝에 남았다. 석정은 의금부 중문 아래로 스멀스멀 스며드는 땅거미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다 썼으이."


이미 거무스름한 어스름이 국청을 뒤덮고서, 뜨락 여기저기에 횃불이 타올랐다. 석정은 허견이 형틀 장판杖板 머리 위로 붓을 내려놓는 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숙였다.


허견이 쓴 공초가 불빛 아래 훤히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묻고 허견이 답한 내용들을 망라하여 공초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역모를 꾀한 동당의 이름은 없었다. 있을 리가 없었다. 없는 이름을 갖고 내일부터 형문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그저 암담했다.


"최문랑, 뭐 하는가? 어서 공초를 가져오지 않고?"


이정영의 독촉에 석정은 그제서야 공초를 줏어들었다. 가까이서 공초를 펼쳐드니 빠진 글귀가 더 생각났다. 희려希麗, 여생麗生...애초에 허견이 부체찰사의 직임을 윤휴로 하냐, 김석주로 하냐, 하는 문제를 서찰에 적어놓았을 뿐인데, 정원로가 내어놓은 소찰에선 희려希麗니 여생이니 하는 은어로 둔갑했다. 그 희려希麗와 여생麗生이 어쩐지 자꾸만 석정의 뇌리에 밟혔다.


석정은 호두각 앞으로 다가들어 이정영에게 공초를 건네었다. 이정영이 한번 훑어보곤 허견을 마뜩찮은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끝내 적지 않았다?"

"없는 이름을 어떻게 적어내란 말이오?"


이정영은 한숨인지 코웃음인지 모를 짧은 날숨을 내쉬고선 도로 석정에게 공초를 돌려주었다. 이제 추안을 작성할 차례였다.


"죄인들을 도로 남간에 가두고, 문랑들은 추안을 작성하라."

"예, 대감."


헌데 이정영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준상을 비롯한 문랑 3인에게 금부서리가 귓속말로 무슨 말인가를 속닥거리더니, 문랑들이 낭관청사 뒤편의 연못가로 몰려가버렸다. 석정은 미심쩍은 느낌이 들어, 문랑들이 사라지는 모퉁이를 힐끗 보았다. 보자기를 씌운 듯한 그림자가 모퉁이에 얼핏 비쳤다. 석정은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닌 듯 하여 그냥 낭관청사로 들어가서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시진이 흘러도 문랑들은 돌아오질 않았다. 혹시나 해서 낭관청사 뒤편 연못으로 가보았지만 거기에도 문랑들은 없었다. 도로 낭관청사로 돌아와 붓을 놀리는 석정의 손이 한층 더 바빠졌다. 이러다 밤을 꼬박 지새우게 될 것 같았다.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붓끝이 기미覊縻 두 글자에서 멈추었다.


"여생麗生, 희려希麗..."


정원로의 고변대로 희려는 윤휴와 김석주가 맞았다. 허견 역시 시인했다. 하지만 공초에 여생이란 두 글자를 적어넣는 것이 어쩐지 께름칙했다. 석정은 붓을 멈춘 채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이십니까?"


금부서리가 다가와서 독촉했다. 석정은 퍼뜩 놀라 붓을 들었다. 하필이면 붓끝에서 또 먹물이 떨어져 추안 위로 먹뜸이 생긴 뒤였다. 망친 추안을 무릎맡에 내려놓고 다시 새 종이에 해서가 아닌 반초서로 흘려쓰며, 석정은 왕의 아량 아닌 아량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병아리 눈물 만큼이라도 편해지긴 하였으니.


일단 여생이니 희려이니 하는 두 글자를 제외하고 추안을 작성하고, 석정은 먹물이 채 마르지 않은 추안을 펼쳐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제야 김준상을 비롯한 문사낭청 3인이 낭관청사 안으로 들어서는 참이었다. 석정은 아랫입술을 꽉 물고서 문랑들을 노려보았다.


"어딜 다녀오시는가?"

"아, 그게..."

"연꽃구경을 잠시..."


문랑들이 제발이 저려서 쭈뼛거렸다. 자신들보다 나이도 젊은 최석정 앞에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려니 도무지 체면이 서질 않았다. 아니 이미 품계부터가 체면이 깎였으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었다.


"이 밤중에 연꽃이 피던가?"

"그게..."

"내 아까 자네들 찾으러 요 뒤 연못에 가봤더니 아무도 없던데?"

"그게...연꽃그림을 보고 온 거라..."

"연꽃그림?"


석정의 예리한 눈초리에 김준상이 머쓱하게 답하였다. 최석정만 김석주의 밑을 거치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 있는 문사낭청들 모두 제각각 병조정랑으로, 수찬으로 최근까지 김석주의 밑에 있었거나, 지금도 있는 자들인 만큼.


"아니...병판대감께서 연꽃그림이나 보러 오라고 하시어..."

"우리야 어쩌겠소. 상관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지."

"그래서, 고작 연꽃그림구경을 하다 오셨는가?"

"그게, 희혁인가 하는 괴이한 그림이...병판대감은 왜 그런 그림을 그리셨나 몰라."

"그림도 볼 만했지만 책이 진짜 많더이다."


석정은 계속되는 문랑들의 변명을 더는 참고 들어줄 수가 없어서 그대로 추안을 들고 낭관청사 밖으로 걸어나갔다. 왼편의 당상청사로 들어가는데 머릿속이 괜히 후덥지근하고 덴덕지근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당상청사로 걸어들어갔다.


이정영은 석정이 정리한 추안을 훑어보곤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는 지체할 것도 없이 서탁 위 추안궤에 추안을 넣었다. 미리 써놓은 붉은 별지를 집어들고 직접 추안궤를 봉하는 이정영의 손을 내려다보는 최석정의 뇌리로, 불현듯 문랑들의 말이 떠올랐다.


- 아니...병판대감께서 연꽃그림이나 보러 오라고 하시어...

- 그게, 희혁인가 하는 괴이한 그림이...병판대감은 왜 그런 그림을 그리셨나 몰라.

- 그림도 볼 만했지만 책이 진짜 많더이다.


병판대감...아까는 화가 치밀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미심쩍었다. 왜 문랑들을 한꺼번에 불러서 연꽃그림구경에 책구경을 시켜주었을까. 연꽃그림이라...희혁이라...


"급히 가볼 곳이 있습니다."


이정영은 최석정의 말에 의아히 두눈을 찌푸렸다. 이제 추안궤의 봉입만 남았는데 최석정은 대뜸 양해를 구했다. 왜 이러는 것인지. 왕은 추안이 끝날 때마다 최석정에게 따로 질의하곤 했다. 하여 다른 문랑들을 제쳐두고 최석정과 함께 입시하는 터였다. 하지만 최석정은 추안 작성도 미루고 어디론가 달려갈 태세였다.


"가볼 곳이라니? 옥당에 일이 있는가?"

"아니, 더 알아볼 것이 있습니다."

"..."


이정영은 이미 붉은 별지를 붙인 추안궤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정서도 반초서로 써내라고 왕이 득달같이 닦달하는 마당에, 최석정이 다녀올 때까지 추안궤의 봉입을 미룰 수는 없었다. 촌음도 참아줄 왕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석정 역시 촌각도 지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봉입은 한시도 미룰 수가 없으이..."

"김문랑을 데려가시지요."

"..."


이정영은 석정을 쳐다보며 한숨을 흘렸다. 저놈을 누가 말릴까. 나중에 저놈 스승 남구만을 만나면 잔소리나 실컷 늘어놔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안에 매운 국물이라도 삼킨 듯이 또 한번 한숨을 흘렸다. 그 한숨을 승낙의 뜻으로 알아듣고, 석정은 황망히 당상청사를 벗어났다.


그가 의금부 망문望門 아래를 통과하는데 맞은편에서 너울을 쓰고 걸어오는 젊은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봤더라. 여인이 의금부 망문을 지나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석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여인의 어깨를 스쳐지나가는 순간 바람결에 너울이 들춰지며 얼굴이 살짝 비쳤다. 통명전에서 중궁의 뒤로 연잎부채를 들고 시립했던 궁녀의 얼굴이었다. 석정은 고개를 갸웃하곤 그대로 걸음을 보챘다. 괜히 마음이 바빴다.



"자리끼를 대령했사옵니다."

"들이거라."


우희가 자리끼를 받쳐들고 서온돌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왔다. 벌써 궐안에서도 인정이 울리는 참이었다. 하지만 서온돌 안은 아직도 환하였다. 중궁이 붓을 들고 서안 앞에 앉아 또 붉은 연꽃그림을 완성하는 참이었다.

"또 연화도여요? 왜 맨날 연꽃만 그리시어요?"

"연꽃이 좋으니까 그렇지."

"피..저한테 그려주기로 하신 그림은 언제 주실 것이옵니까?"

"희초도希草圖 말이냐? 내 이미 상아 편에 전했는데, 못 받았느냐?"


진홍은 빙그레 웃으면서 답하다가 붓을 멈추고선, 벼루에 붓을 올려놓고 우희를 돌아보았다.


"언제요?"

"보름 전이다."

"보름 전에요? 못 받았사온데..."


우희는 멍청히 두눈을 깜빡였다. 고개를 이리 갸웃, 저리 갸웃하는 모습을 보는 진홍의 눈빛이 굳어졌다. 상아가 지난번엔 자신이 태워버리라고 한 그림을 팔아넘기더니, 이번엔 우희더러 주라고 한 그림까지 팔아치운 모양이었다. 설마, 그래서는 안되었다. 이렇게 믿음이 금이 가면, 상아를 계속 볼 수가 없었다.


"희초도를...받지 못했단 말이냐?"

"그때...연꽃그림을 주시던데요."

"상아도 참...희초도를 주라고 하였더니 왜 연화도를...하필이면, 하필이면..."


진홍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상아가 착각해서 우희에게 그림을 잘못 전한 모양이었다. 상아를 어쩐다...도대체 돈독이 오른 건지, 그림 한점이라도 더 밖에 갖다 파는 재미가 들린 건지, 아니면 또 다른 곡절이 있는 건지, 미심쩍은 느낌에 자꾸만 손발이 차갑게 식었다. 고운 얼굴에서도 핏기가 가셨다. 보름 전이라니, 벌써 갖다 팔았나, 그새 팔렸나...


"상아야, 잠시 들어오거라."


당장 상아를 불러다놓고 물었더니, 상아는 당황하여 그 자리에서 꿇어엎드렸다. 이미 그날로 서화전에 갖다 팔았다고. 도로 찾아오라 하였더니 상아는 바로 난색을 표하였다. 어디로 팔린 줄 알고 찾아오냐면서. 진홍이 난감한 얼굴로 우희를 돌아보니 우희가 두손을 내저었다.


"저는 괜찮사옵니다. 다른 그림을 주시옵소서."

"아니, 꼭 그 그림이어야 한다."

"예?"

"죽기 전에, 너한테 주고 가고 싶은 것이라서."

"중전마마?"


우희가 두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았지만, 진홍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분주했다. 그림을 찾아올 수나 있을까. 차라리 다시 그리는 게 더 빠를까. 오늘밤을 지새워야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까. 언제 그림이 완성될까, 일단 다시 세필을 들어 기억을 더듬어선 엷은 먹빛으로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잎이 모조리 지고 꽃대만 올라온 상사화 아홉포기, 그 상사화 밑엔 멧새 두 마리, 한복판엔 너른 들판, 그 들판에서 풀을 뜯는 말 한 마리, 그 옆으로 흐르는 개울, 그 물가로 불기佛器를 보자기로 감싼 채로 조심스레 받쳐 들고 절간을 향해 걸어가는 어린 스님, 그 어린 스님의 머리 위쯤 내려다보는 듯한 햇님...


그림을 그리다 말고 손목이 저려서 왼손으로 오른손목을 주무르니, 상아가 눈치를 보며 옆으로 바짝 다가앉아 손목을 주물렀다. 그때 장지문 너머로 봉이의 음성이 들렸다.


"중전마마, 소녀 봉이옵니다."

"들거라."


진홍의 승낙이 떨어지자, 장지문이 열리고 봉이가 안으로 들어섰다. 진홍은 중모필을 붓걸이에 걸고 고개를 들어 봉이를 보았다.


"다녀왔느냐?"

"예 마마."

"그래, 최부응교는 만났느냐?"

"송구하오나...엇갈렸나이다."

"엇갈려?"

"예, 홍문관에 가니 의금부에 갔다 하옵고, 의금부에 가니, 이미 퇴청했다 하옵고...어우 정말 죽을 맛이었사옵니다."


봉이가 울상이 되어 답하는 말에 진홍은 피식 웃었다. 진홍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손바닥으로 목덜미를 괴고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최석정이 분명히 자신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였고, 김석주는 그 말문을 막았다. 아무래도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진홍은 서안 아래에 내려놓은 조보뭉치를 뒤적여서 그중 한장의 조보를 꺼냈다. 여생麗生...그 문구가 적힌 조보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모호하게 반짝였다.



석정은 겨드랑이에 한권의 필사본 서책을 끼고 어둑어둑한 남산기슭을 올랐다. 점심도, 저녁도 거르고서 추국을 하고 추안을 적고, 하루 일과를 끝마치자마자 부랴부랴 달려오는 길이었다. 남산자락을 오르는 사이 순식간에 뱃속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텅빈 대나무줄기처럼 온몸이 뻣뻣해져왔다. 석정은 자꾸만 고단하게 처지는 눈길을 들었다.


겨우 발길이 닿은 이곳에선 병풍처럼 두른 층암절벽과 기화요초 사이로 폭포가 흘렀고, 그렇게 흘러내린 폭포물이 개울물이 되어 굽이굽이 흘렀다. 자연의 손길이 파놓은 우물마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찾는 재산루가 있었다.


석정이 재산루로 졸린 눈길을 돌리는 순간 재산루 위층 누각에서 활을 들고 선 사내 하나가 난간 앞으로 다가들었다.


"..."


그 순간 층암절벽 위로 우거진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단풍나무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저마다 높고 낮은 소리를 내며 석정의 온몸을 휘감았다. 층층바위 위로 시꺼먼 그림자가 치솟더니, 스무명도 넘는 무인들이 일제히 활을 들고 자신을 겨누었다. 이미 대나무줄기처럼 굳어버린 몸이었다. 게다가 오로지 자신을 겨누는 화살들이라니. 석정은 한순간에 졸음이 확 달아나며 공포로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


재산루 곳곳에 놓이고 걸린 좌등과 초롱 덕분에 호위편비지청扈衛偏裨之廳이란 현판 아래에 서 있는 사내의 형체가 또렷하게 석정의 시야에 잡혔다. 단순한 활이 아니라 흑각궁에, 평범한 유엽전이 아닌 덧살을 시위에 물리고 자신을 겨누는 사내의 얼굴은 너무도 낯이 익었다. 헌데 그 사내도 자신을 보고 놀랐는지 덧살을 잡은 손가락끝이 움찔했다.


"명곡 나으리?"

"석하야!"


석정이 안도감에 환히 웃었다. 재산루 위층의 석하 역시 석정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활을 눈높이에서 옆구리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무인들도 일제히 활을 내렸다. 그제야 비로소 층암절벽 사이의 온갖 나무들이 석정의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된 곳인지 바람이 사방에서 서로 다른 높낮이로 소리를 내며 한꺼번에 불어닥쳤다.


"웬 일이십니까, 이 시간에?"


석하가 반갑게 웃었다. 석정은 그런 석하를 보며 겨드랑이에 낀 천학초함 필사본을 말없이 쓰다듬었다. 그러자 석하의 시선도 천학초함을 향했다. 먼발치라 무슨 책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지난번 모악산에 갔을 때도 최석정이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천학초함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석하의 뇌리를 스쳤다.


"내 자네한테 줄 것이 있으이."

"올라오시지요."


석하가 웃으면서 한손을 내밀었다. 물론 그 손을 맞잡을 수도 없는 거리였다. 석정은 피식 웃으면서 재산루 누각을 올랐다. 여기 재산루에 오르면 도성의 풍광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던가. 석정은 재산루를 오르다 말고 도성 야경을 돌아보았다. 헌데 도성 야경이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숨은 못 같은 것이 그의 신경 한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는 그대로 어깻죽지가 굳더니 흠칫 놀란 눈초리로 재산루 아래층 동쪽벽을 돌아보았다. 붉은 비단으로 표구된 한폭의 그림이 거기에 있었다.


자신이 찾던 연화도蓮花圖였다. 맑은 수면 위에 살포시 떠 있는 연잎, 그리고 고고히 목을 내민 새하얀 연꽃이 은은히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이 연꽃그림을 문랑들에게 보였다는 것은...


석정은 유심히 연꽃그림을 들여다 보았다. 희디흰 연꽃에 푸르른 연잎 위로 피눈물처럼 떨어진 화압花押은 여생麗生이란 두글자였다.


"..."


최석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생이 김석주를 뜻하는 말이 맞다? 하지만 이 연꽃을 김석주가 그렸을 리가...아니, 정몽주의 초상까지 왕명으로 직접 옮겨 그릴 정도로 솜씨가 빼어난 김육, 그의 손주이니 연꽃그림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을까나.


석정은 한발짝도 떼지 못한 채로 마냥 연꽃그림을 들여다 보았다. 이미 머릿속이 어지러운 탓에 자꾸만 붉은 화압으로 눈길이 갔다.


여생麗生...


"명곡 나으리?"


위층에서 들려오는 석하의 음성에, 석정은 흠칫하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더는 지체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헌데 위층으로 또 올라오니 이번에도 또 붉은 비단으로 표구된 한폭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기묘한 산수화였다. 잎이 모조리 지고 연홍빛 꽃대만 올라온 상사화 아홉포기, 그 상사화 밑엔 털이 모두 빠지고 없는 멧새 두 마리, 한복판엔 푸르른 들판, 그 들판에서 털이 듬성듬성해진 채로 풀을 뜯는 말 한 마리, 그 옆으로 흐르는 금빛 물비늘을 띤 개울, 그 물가로 불기佛器를 보자기로 감싼 채로 조심스레 받쳐 들고 절간을 향해 걸어가는 어린 스님, 그 어린 스님의 머리 위쯤 내려다보는 듯한 햇님...여기에도 화압으로 여생麗生이라 적혀 있었다. 단지, 화압 말고도 그림의 제목이 적혀 있었다.


희초希草...


석정의 눈길이 털갈이 중인 멧새와 말, 불기를 들고 절간으로 향하는 스님에게 머물렀다.


"희초希草? 희혁希革인데 왜?"

"이상하지요?"


옆으로 바짝 다가서는 석하의 기척에도 석정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림을 들여다 볼 뿐이었다. 털갈이를 해버린 멧새와 말, 잎이 지고 없는 상사화...그리고 희혁希革을 희초希草로 잘못 적어놓은 화제畵題...그는 희초希草 두글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입을 열었다.


"신명희숙申命羲叔 하사, 택남교宅南交 하니라. 평질남와平秩南訛 하여, 경치敬致 하여 일영日永과 성화星火로, 이정중하以正仲夏 하시니라. 궐민厥民은 인因 하고, 조수鳥獸는 희혁希革(털갈이) 하니라..."


다시 희숙에게 명하사,

남교에 살게 하니라.

남와南訛(여름철 변화)로 순서를 정하여,

공경하여 다스려서

해가 길고 별이 불타는 날로 오월을 정하니라.

오랑캐들은 따르고

새와 짐승은 털갈이를 하니라.


"서경 우서 요전堯典이로군요. 헌데 희혁希革이 아니고 희초希草라니...이상하지요."


석정이 읊조리자, 석하가 되받았다. 영특하여 대화가 척척 통하는 석하가 기특하여, 석정은 피식 웃었다.


"그래, 무지렁이 화공이 요전堯典을 알고 그렸을 리 없고, 또 현자가 가죽혁革을 풀초草로 잘못 쓸 리 없고."

"그러게 말입니다."

"상사화만 봐도 계절도 여름, 해를 보니 시간은 일중日中(午時, 11시~13시) 혹은 우중禺中(巳時, 9~11시)이고 그림자도 육십각은 됨직 하고...아무리 봐도 요전인데. 그림이 참으로 오묘해."

"역시 희혁이겠지요?"

"희초라면...꽃과 잎이 엇갈려서 피고 지는 상사화가 잎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란 뜻이겠지. 산을 그려놓고 나무만 보여주는 셈이랄까..."


어쨌거나 바랄희希자가 들어갔다. 석정은 그대로 시선을 못박고 꼼짝도 하질 않았다. 정원로가 제출한 소찰에 적힌 글귀들과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겹쳐버린 화압과 화제라...석정은 낮게 깔린 음성으로 물었다.


"이...그림들은 병판대감이 그리셨다는데...맞는가?"

"형님이요? 그럴 리가요."

"하지만 내가 듣기로는..."

"승윤이가 사왔습니다. 저 광통교에 있는 서화전書畵廛에서. 그놈이 요즘 여생이란 화공한테 푹 빠졌는지 그림이 들어오는 족족 사들이더군요."

"..."

"정말 병판대감이 그린 게 아니고?"

"광통교 서화전에서 사왔다니까요. 그림 한폭에 은 두냥이라 하더이다."


똑같은 질문을 하고 또 하는 석정을 이상히 여기면서, 석하가 진솔하게 답하였다. 그러자 석정은 두눈을 반짝이며, 겨드랑이에 낀 서책을 석하에게 내밀었다.


"자네 주려고 가져왔는데...혹 이 책 필요한가?"

"천학초함? 이 귀한 것을..."

"필사해 왔다네."

"정말입니까?"


석정이 석하 앞에 책을 내밀자, 석하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자신도 구하기 힘든 책이었다. 재산루에서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책이었다. 지난번 모악산을 다녀올 적에도 최석정이 갖고 다녀서 은근히 부러웠는데, 따로 필사해서 가져와 주다니.


"정말이고 말고. 난 이만 가겠네."


석정은 석하의 손을 잡아 책을 쥐어주곤 그대로 돌아섰다. 불쑥 찾아와서 불쑥 가버리는 그 모습이 석하에겐 너무도 의아했다. 정말로 책만 주려 찾아오신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최석정은 그대로 재산루를 내려가버렸다. 그 뒷모습이 칠흑같은 어둠에 점점 묻혔다.



푸르스름한 어스름이 서온돌을 메운 새벽녘인데도, 진홍은 두눈을 깜빡일 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홀로 눈감고, 홀로 눈뜨는 나날이었다. 세번의 회임이 잘못된 지금, 네번째 회임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요즈음 지아비는 자신에겐 털끝 하나 손도 대지 않았다. 동온돌에서 서온돌까지는 고작 세칸 너비의 대청만 있을 뿐인데도, 머나멀게 느껴졌다.


진홍은 그대로 이불을 걷고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는 당의를 걸치지 않고 연지색 치마와 연옥색 저고리만 갖춰 입은 채로 스르르 장지문을 열고 대청으로 나섰다. 꾸벅꾸벅 졸며 장지문을 지키던 봉이와 지밀나인 한명이 깜짝 놀란 눈으로 진홍을 보았다. 무슨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도 전에, 중궁의 희고 고운 손이 그들의 입을 재바르게 틀어막았다.


"..."


아무런 말도 없었다. 하지만 봉이의 입술에 닿는 상전의 체온이 속삭였다. 소리를 내지 말라고. 중궁은 그대로 홀로 걸음을 내딛었다. 봉이는 화들짝 놀라서 동온돌을 돌아보고, 또 대청 쪽을 돌아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잠시 갈팡질팡하는 사이 상전은 벌써 섬돌에 비친 달빛을 보며 사슴가죽 흑혜를 신었다.


마마.


봉이는 아무 것도 못하고서 입모양으로 소리쳐 불렀다. 상전은 땋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로, 치맛자락을 사르륵사르륵 통명전 박석 위로 쓸리면서 걸음을 내딛는 참이었다. 협문을 지키던 금군이 흠칫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중전마마..."

"..."


진홍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금실로 수를 놓은 당의도 없이, 떨잠도 비녀도 꽂지 않은 채로 세가닥으로 땋은 머리타래를 늘어뜨리고서 그대로 협문을 나섰다. 허후는 문간을 지나는 진홍의 옆얼굴을 지그시 지켜보았다. 뭔가에 홀린 듯이 텅 비어버린 눈동자는 허공에 흩어질 것만 같았다. 어쩐지 위태로워 보여서 허후는 자신도 모르게 한발한발 뒤쫓았다.


"이보게."


동료가 나직하게 불렀지만, 허후는 걸음을 멈추질 않았다. 밤안개 자욱한 궐안을 홀로 거니는 중궁보다도 허후 자신이 더 위태롭다는 사실은 깨닫지도 못하였다. 하지만 서너발짝 뒤따르기도 전에, 허후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중궁의 발길이 닿는 곳에 하필이면 낯익은 사내가 있었다.


"오밤중에 어딜 가십니까?"


진홍 역시 예기치도 못한 만남에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최석정이 눈앞에 있었다. 서른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변함없이 허여멀건 얼굴로 부드러운 눈꼬리엔 칼날 같은 예기를 감추고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최사부야말로 여긴 왜..."

"곧 파루가 울릴 시각이라 등청을 했지요."


진홍은 어이가 없어서 최석정을 쳐다보았다. 퇴궐한 게 언제인데, 벌써 입궐을 하다니. 일각이라도 눈을 붙이기는 하였을까. 하지만 통명전 문턱을 나서자마자 하필이면 최석정을 맞닥뜨리다니.


"전하께 아뢸 일도 있고 말입니다."

"그래요?"

"또 중궁전하께 여쭐 일도 있고 말이지요."


이어지는 최석정의 말에 진홍은 멈칫했다. 역시 그때 김석주가 끼여들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무언가를 물으려 한 것이 분명했다. 진홍은 최석정의 속내를 짐작한 듯 담담한 시선으로 돌아섰다.


"전하께 안내를 해드리지요. 가면서 얘기를 하십시다."

"궐밖 바람을 쐬고 싶진 않으십니까?"


석정의 시선이 몇년째 닳지도 않는 진홍의 사슴가죽 흑혜로 툭 떨어졌다. 낡긴 하였으나 닳진 않았다. 진홍은 귀를 의심했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궐밖 바람을 쐰다니? 지금 당장 궐밖으로 나가자는 얘기인가? 어이가 없었다.


이미 귓전에 파루를 알리는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참이었다. 곧 동이 터서, 환한 아침햇살이 대궐을 온통 비출 터였다. 밤의 장막도 비밀을 감추지 못하는 터에, 아침의 햇볕은 더욱 비밀을 들출 터였다. 그저 궐밖 출입을 한 일만 문제가 되진 않을 터였다. 중궁이 외간사내와 말을 섞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살을 섞었다는 식으로 흉흉한 소문이 나돌 지도 몰랐다. 진홍은 경계심 어린 음성으로 되물었다.


"궐안에선 할 수 없는 얘기요?"

"여생麗生에 관한 얘기지요."


석정이 담담히 던진 한마디에, 진홍의 어깨가 눈에 띄게 굳어졌다. 가만히 최석정을 돌아보는 눈동자도 둔해졌다. 하지만 이내 세찬 물살에 휘도는 조약돌처럼 흔들렸다. 진홍은 석정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심지 곧고 또 심기 깊은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


"여생? 정원로의 변서에 적힌 그 여생 말인가?"

"그 변서는 체부의 일을 말함이지요...부체찰사를 윤휴에게 맡기냐, 김석주에게 맡기냐 하는...정원로의 말로는 그 여생麗生이 김석주이고, 희려希麗는 윤휴와 김석주라 하더이다."

"..."

"하지만, 김석주의 재산루엔 그림이 두폭 있지요. 한장은 그저 여생이란 화압만 찍힌 연화도이고, 또 한장은 희초란 화제까지 적힌 산수화인데...어찌 생각하십니까? 병판대감은 자기가 그렸다고 하는가 본데, 그림을 그린 손은 따로 있다더이다.."

"..."


진홍의 얼굴에서 핏기가 점점 가셨다. 역시나 정원로의 변서에 적힌 은어들은 자신의 화압花押, 그리고 화제畵題와 공교롭게도 일치했다. 우연일 리가 없었다. 하필이면 김석주를 가리키는 말로 둔갑한 것은 더욱 불길했다. 더군다나 그 그림 두점이 김석주의 재산루에 있다면. 심장이 얼음장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한발짝도 궐을 벗어날 수 없소."

"허면, 모악산母岳山의 일이라도 말씀해 주시지요. 어찌 된 일입니까?"


석정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홍은 고개를 들어 새벽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당태솜이 보슬보슬 흩어지는 듯한 구름타래 틈새로 주홍빛 햇살이 뻗어나오는 풍광이 아름다웠다. 해돋이는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자신의 가슴 속엔 그저 물이 가득하여 붉디 붉은 해그림자만 비출 뿐이었다.


진홍은 물위를 걷는 기분으로 한발한발 내딛었다. 동협문에서 서너발짝 떨어진 지점에서 자신을 지키듯 서 있는 금군의 곁을 지나서, 또 동협문을 지나며, 통명전 뜨락의 박석을 밟았다. 박석마다 어리는 금홍빛 햇살을 내려다보면서, 진홍은 한숨 섞인 음성을 내뱉았다.


"모악산...사축서에 일러 특별히 실한 암탉으로 골라서 인달방에 보냈소. 그건 내가 맞소."

"정말...입니까?"


석정은 되묻다 말고 하마터면 자신의 혀를 깨물 뻔 했다. 이미 짐작하고도 믿고 싶지 않았던 일이었다. 혀를 깨물고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얼얼할 뿐이었다. 전하께서 아시면 상심이 크실 일이었다. 아니, 벌써 아시던가. 아셨던가.


"겨울엔가...대비전에 들었더니 김석주가 함께 있었소. 그때 김석주가 해괴한 말을 하였소. 강도에 돈대축성을 감독하러 갔는데, 어느 중들이 내 사주를 예견했다지. 희우犧牛, 이는 천자가 제물로 바치는 순흑 또는 순백의 소..."

"희우..."

"하여 내가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 하였소."

"중궁전하!"


석정은 질겁 반, 질책 반, 언성을 높여서 진홍을 불렀다. 중궁 스스로 제물을 자청할 줄은 몰랐다. 김석주와 머리를 맞대고 암중에서 음모를 꾸미거나 밀어부치거나 하지 않고, 그저 제물로 자신을 내던졌다니. 고작, 허견을 잡겠다고? 고작, 복수를 하겠다고?


"나는 김석주가 무슨 일을 어떻게 꾸미는 지는 모르오. 다만, 이미 세번의 회임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나는, 전하 곁에 설 자격도, 자신도 잃었소. 그러니 내 남은 운명은 천자를 위한 제물이 되는 수 밖에."

"..."

"나를 제물로 바쳐서, 전하의 보위라도 지켜드리려 하오."

"복..."


석정은 입안에서 목소리가 콱 잠겨들어 더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입안에서 복선군福善君 세글자가 맴돌았다. 이건 아니었다. 대비 김씨나 할 법한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삼복三福 형제를 제거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대비 김씨처럼, 중궁 역시 복선군을 겨냥했다니. 이래서는 안되었다.


"죄없는 복선군은 어찌하여.."

"죄 없는 내 아기들은 어찌하여...?"

"..."

"저들 뒤에 복선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지요. 용종을 차례로 없애고 말려도, 그러다 주상께서 붕어하셔도, 복선군을 옹립하면 된다는 계산이 있으니 그랬지요. 허견이 오정창, 복선군 그들 숙질과 암암리에 어울린 것만 봐도, 저들은 내 아기들과 나를 없애고, 오정창의 여식을 계비로 앉히고, 또 궁극엔 전하의 불행을 빙자하여 복선군을 보위에 앉힐 심산이었으니."

"..."


석정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복선군...그에게 역심이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역모를 꾀하진 않았다. 그저, 역모를 기다렸다. 아니, 중궁을 노리고, 중궁의 복중태아를 노린 것 자체도 역모였다. 역모가 달리 역모가 아니었다. 실체를 숨긴 역모였다. 그 실끝을 끄집어낸 것이었다.


"하오나 중궁전하..."

"먼저 들어가겠소. 할 얘기는 다 한 것 같으니..."

"아직, 여생과 희려에 대한 얘기가 남았습니다."


금홍빛 햇살을 반사하는 박석 위로 진홍이 한발짝 내딛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석정이 반발짝 뒤따르며 서늘한 음성으로 제지했다. 하지만 진홍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내 사람을 시켜 전할 물건을 하나 보내겠소. 그게 답이 될 거요."

"..."

"허면 최사부는 전하를 뵙고 가시오."


진홍이 석정을 남겨두고 통명전 뜨락을 가로지르려는 순간, 동협문 옆에 서 있던 붉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물속에 잠긴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딜 다녀오는 길이오?"

"..."


진홍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옆을 돌아보았다. 지아비가 떠름한 표정으로 동협문 옆에 기대어 서 있었다. 흠칫 놀라 굳어버린 진홍의 왼손목에 차갑게 식은 숙종의 손끝이 닿았다. 꼼짝도 못하고서 순식간에 숙종에게 왼손목을 틀어잡힌 진홍은 두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그저 지아비의 성난 얼굴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왜 대답을 못하오?"

"그저 바람을 쐬려다..."

"바람을 피운 건 아니고?"

"전하...!"

"이만 들어가보시오."


숙종은 진홍이 해명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저 턱짓으로 통명전 서온돌을 가리킬 뿐이었다. 진홍은 그런 숙종이 원망스러워 눈을 실룩거리면서 입을 비죽이곤 그대로 은은한 햇살을 반사하는 박석들을 사뿐사뿐 밟으면서 통명전으로 다가들었다. 흑혜를 벗고 섬돌을 딛는 흰 버선발이 멈칫했다.


진홍은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본 듯 하였다. 지아비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것을, 눈꼬리에 맺힌 이슬을.


하지만 숙종은 이내 최석정을 향해 눈꼬리가 찢어져라 매섭게 흘겼다. 붉어진 눈시울에, 벌개진 눈망울이 채 닦아내지 못한 눈물로 더욱 번뜩였다.


"중궁을 접견해선 안되는 신료 중에 사부도 포함인 거 모르시오? 나는 되고 남은 안 되고, 그런 생각이시오?"

"어디까지나 문랑으로서 뵈었지요. 감히 중궁전을 추국을 할 수 없으니, 추궁을 한 것이지요."

"..."

"헌데, 전하, 어떻게 알고 나오신 것입니까?"

"그거야, 어디든 중궁이 있는 곳엔 내가 있으니. 그리 알고 앞으론 함부로 만나지 마시오. 죽고 싶지 않으면."

"..."


숙종의 서늘한 경고에, 석정은 자신도 모르게 두눈을 실룩거리면서 눈길을 피했다. 복선군과 허견의 역모사건을 심리審理하며 중궁을 알현한 것도 안된다니. 이토록 왕이 중궁에게 집착을 하니 흑저黑猪가 보기 좋게 이용해 먹는다는 쓴웃음이 입가를 스쳤다. 중궁이 회임을 할 수록, 그 회임이 잘못될 수록, 왕의 집착이 심해지니 문제였다.


그때 통명전 삼간대청 옆 장지문에 붙어서서 이쪽을 엿보는 중궁의 시선을 느끼면서, 석정은 입맛을 쓰게 다셨다. 재산루의 그림들을 중궁에게 한번은 보여야겠는데, 물어봐야겠는데...왕이 고슴도치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니 그저 갑갑했다.


벌써 중궁이 나인 한명의 시중을 받아 서온돌로 들어가는 참이었다. 헌데 중궁이 그 나인의 손을 가만히 뿌리쳤다. 경계하듯 한발 뒤로 물러서면서까지.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전하, 중궁전하를 조금만 아끼시옵소서."

"무어라?"

"너무 아끼시면 저귀가 시기하는 법입니다."


석정의 발음이 '저퀴' 두글자에서 슬몃 뭉개졌다. 숙종은 그 모호한 발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저...퀴?"

"저귀猪鬼 . 하여간 조심하시옵소서."


김석주를. 석정은 뒷말을 삼키고서 심술궂게 아뢰었다. 김석주가 중궁을 볼모로 잡고 남인들을 모조리 숙청하려드는 참이었다. 그래서 더 김석주를 막아야만 했다. 저들이 죽고 나면, 중궁을 그 제물로 삼아 위령제를 올리기 전에.



- 죄인 허견이 이미 자복하였으나, 그 공모자를 고하지 않으니 각별히 형문토록 하라. 또한 그 아비 허적에게도 구문鉤問(엄히 조사하여 물음)할 일이 있을 터이니 또한 나추拿推(잡아다 문초함)하도록 하라.


아침에 석정을 비롯한 문랑 3인을 의금부 당상청사로 불러놓고 판의금 이정영이 펼쳐보인 교지였다. 석정의 눈가가 굳어졌다. 이미 허적이 돈화문 앞에 짚자리를 깔고 백포차림으로 꿇어앉아 대죄를 하는 터였다. 헌데 교지가 내렸다.


"금부도사는 가서 허적을 잡아오라. 이미 허적이 궐문 앞에 대죄하여 있으니."


이정영이 문간의 금부도사에게 영을 내렸다. 이정영도 이미 알았다. 입궐한 이들이면 누구나 보았다. 궐문 앞에 대죄한 허적의 비참한 몰골을 목도했다. 불과 열흘 사이에 부쩍 늙어버린 허적의 모습은 그들 가슴속도 주름이 패이게 만들었다.


"예."


금부도사가 대답하고 문간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면서, 석정은 문득 조현기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조현기가 안 보였다. 김석주와도, 복선군과도 동시에 혼맥이 얽힌 그는, 지금쯤 어쩌고 있을까.


"혹 여기 금부도사로 있던 조현기의 소식을 아는가?"


당상청사 대청에 놓인 서책을 나르는 서리 한명을 붙들고 석정이 조현기의 소식을 묻자, 서리가 두눈을 깜빡였다.


"조도사님이요? 한...석달전에 온양군수로 부임하셨는디요."

"온양군수..."

"헌데 왜 그러시는지요? 아는 사이이신지요?"

"온양군수..."


석정은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으며 뇌까렸다. 온양군수라니...이러려고 복선군의 끈이 될 수도 있는 조현기를 저 아래 온양으로 미리 보내둔 것일까. 전하께서도 진즉 복선군을 제거할 뜻을 품으셨던가. 아니면 단순히 김석주가 흉중을 숨기고 왕을 움직였을까. 진작 알았더라면, 중궁이 희우로 나서는 것만은 막았을 텐데.


석정은 상념에 잠긴 채로 금부 뜨락으로 내려섰다. 벌써 김준상이 정원로를 추국하는 참이었다. 정원로는 여전히 바지가 벗겨지지 않은 채로 형틀 장판에 엎드려 공술하는 중이었다.


"복선군이 그랬습니다. 김만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그러니 저더러 서인의 동정을 염탐하여 자신에게 수시로 계책을 빌려달라고."


김만기의 이름이 나왔다. 김만기가 복선군을 죽이려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석주의 대응이 한발 빨랐다. 기어이 광성부원군과 중궁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였다. 석정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두눈을 질끈 감았다.


"저어, 최문랑 나으리, 중궁전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

"최문랑 나으리, 중궁전에서 왔습니다."

"..."

"중궁전이라니까요."


상념에 잠긴 사이, 금부서리가 몇번이고 자신을 부르는 줄도 몰랐다. 처음엔 느릿하게 격식을 갖추어 고하던 금부서리는 차츰 말이 짧아지고 말았다. 손가락까지 쪽쪽 빨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예를 갖출 수가 없었다. 한번 생각에 잠기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옆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모르는 게 최문랑의 흠이라고 입을 비죽이기까지 했다.


"중궁께서?"


석정은 흠칫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그제야 중궁이 자신에게 보낼 물건이 있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어처구니 없게도 국청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 생각에 빠져 있었다니. 이정영의 힐난 어린 눈빛에 석정은 머쓱해져서 귀밑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잠시..."


석정이 눈길을 들어 중문 옆을 보니 웬 여인이 너울을 쓰고 서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옥빛 회장저고리에 쪽빛 치마, 다홍색 댕기가 검은 너울 아래로 언뜻 비치는 것이 평범한 궁인 같기도 하고, 여염의 여인 같기도 했다. 머리매무새를 봐야 신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희고도 단아한 쇄골 위로 드리워진 검은 너울이 시선을 가로막았다. 아무래도 의금부가 궐밖 견평방에 있다 보니 얼굴의 노출을 저어하여 너울로 얼굴을 가린 모양이었다. 계속 시선을 두니 묘하게도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석정이 잠자코 서 있자, 너울로 얼굴을 가린 나인이 석정을 향해 사뿐사뿐 걸어왔다. 왼손으로 한껏 틀어쥐고도 땅에 질질 끌리는 왼쪽 치맛자락을 보니 중궁전 삼방, 특히 지밀의 나인일 것 같았다.


"전할 물건이라면..."

"그림 한점이온데, 잠시 자리를 옮기시지요."


낮게 깔린 음성이 어쩐지 귀에 조금 익었다. 아무래도 중궁의 측근이라는 본방나인들 중 한명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빈손이었다. 자신에게 전할 그림을 가져왔다면 저리 홀가분한 차림새일 리가 없었다.


여인이 먼저 낭관청사 사이 비좁은 통로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석정은 묵묵히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뒤따랐다. 여인은 낭관청사 뒤편의 연못이 나오자 흠칫 놀라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여인은 너울을 걷어올리지도 않고 그대로 연못가로 다가들어, 흑혜로 가만가만 모서리를 밟았다.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이 마냥 위태로웠다. 석정은 어쩐지 불안하여 대뜸 말을 붙였다.


"헌데 그림은 어디 있는가?"

"아직 안료가 덜 말랐으니 정오가 지나서 전하라 하셨사옵니다."


여인은 너울 밑으로 발치를 내려다보며 느릿하게 대답했다. 앞코 아래로 초록빛 연못물이 일렁거렸다. 당장이라도 한발만 내딛으면 발이 젖을 터였다.


"헌데 왜 벌써 왔는가?"

"중궁전하께오서 먼저 재산루의 그림을 확인한 연후에 전하라 하시었으니,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석정은 여인의 옆쪽에 서서 금세라도 연못에 발이 빠질 것 같은 사슴가죽 흑혜 앞코를 내려다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바쁜 와중에 금부를 또 비울 수는 없었다. 홍문관 부응교로서의 업무도 겸하다 보니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빴다.


"미안하지만 난 지금은 바쁜데...나중에 다녀오면 안되겠는가?"

"그건 곤란하옵니다."


나인이 당돌하게 대꾸하며 너울 아랫단을 살짝 쳐들었다. 언짢은 기분에 힐끗 두눈을 치뜨던 석정의 속눈썹이 뻣뻣하게 굳었다. 석정은 뎅그렇게 두눈을 뜨고 너울 아래로 비친 얼굴을 쳐다보았다.


갸름하니 선이 고운 얼굴을 두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 있어서는 안되었다. 짙은 속눈썹 아래 유독 깊은 동공이 반짝이는 저 눈동자는...


"중...궁 전하?"


작가의말


1. 여생과 희려는 실록에도 있는 글귀이지만, 단순히 부체찰사 선임과 관련한 은어들로 정리된 듯 합니다. 그러니까 정원로의 진술 그대로 여생=김석주, 희려=윤휴, 김석주겠지요. 하지만 저는 스토리 전개상 상상으로 그림 에피를 집어넣었습니다. 묵은 떡밥 회수할 타이밍이라...


2. ‘중궁전하’라는 표현은 당시에 곧잘 쓰던 표현입니다. 실록에도 中宮殿下라고 기록 및 수록된 기사들이 종종 나옵니다. 사극에선 ‘중전마마’로만 통용되는데, 생각해 보니 중전마마는 신료들보다도 궁인들이 더 쓰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3. 글을 쓰다가 새삼 소주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글이 안 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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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99 눈겨산환
    작성일
    14.03.25 09:52
    No. 1

    액션씬이 아님에도, 글 흐름 자체가 긴박감이 넘치는군요^^

    유료로 전환하시는 건 어떨지요... 이 글을 선호작으로 등록한 이들이라면, 기꺼이 '값'을 치루려 할텐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4.03.29 01:40
    No. 2

    눈겨산환님, 속편에서나 유료 전환을 해볼까...생각 중인데, 아직 미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파리매
    작성일
    14.03.25 17:03
    No. 3

    이제 꺽정이가 제 몫을 하기 시작하나요? ^^
    저도 웬만한 역사 소설 두루 섭렵했습니다만 작가님의 필력이 참 대단합니다.
    장희빈의 그늘에 가려진 숙종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해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구요...
    앞으로도 계속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4.03.29 01:42
    No. 4

    파리매님, 고맙습니다. 저는 숙종만 생각하면 좀 짠합니다. 전 과연 숙종이 장희빈을 사랑했을까? 엔 좀 회의적인 입장이라...필력이 조금만 더 있으면 대중적인 인식을 갈아엎을 만한 작품을 한번 내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러지 못해서 아쉬울 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4.03.27 07:48
    No. 5

    조만간 작가님의 음주집필을 구경할 수 있겠군요 =)
    중궁과 최석정이 또 만났으니 숙종의 갈굼이 시작되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4.03.29 01:43
    No. 6

    음주집필...음주집필하면 두시간이면 40k는 기본으로 써지지요. ㅎㅎ; 지금은 한시간에 7k가 써지는 상황이라 할 수 없이 소주를 슬쩍 사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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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8 뚱뚱한멸치
    작성일
    14.03.31 19:07
    No. 7

    아슬아슬...
    위태위태...
    가슴 졸이면서 읽고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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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해의 그림자 191 +5 14.06.15 1,838 26 42쪽
191 해의 그림자 190 +5 14.06.09 3,270 38 41쪽
190 해의 그림자 189 +4 14.06.01 2,195 47 41쪽
189 해의 그림자 188 +12 14.05.26 3,055 43 40쪽
188 해의 그림자 187 +8 14.05.22 1,957 31 42쪽
187 해의 그림자 186 +8 14.05.18 2,167 32 40쪽
186 해의 그림자 185 +13 14.05.11 2,178 35 43쪽
185 해의 그림자 184 +12 14.05.05 2,100 37 42쪽
184 해의 그림자 183 +10 14.04.27 1,860 34 37쪽
183 해의 그림자 182 +8 14.04.21 2,182 45 35쪽
182 해의 그림자 181 +8 14.04.15 2,307 32 42쪽
181 해의 그림자 180 +12 14.04.10 1,898 33 39쪽
180 해의 그림자 179 +12 14.04.06 2,126 29 41쪽
179 해의 그림자 178 +10 14.04.02 1,764 31 42쪽
178 해의 그림자 177 +7 14.03.29 1,685 32 41쪽
» 해의 그림자 176 +7 14.03.25 2,322 32 43쪽
176 해의 그림자 175 +6 14.03.21 2,232 38 36쪽
175 해의 그림자 174 +2 14.03.17 2,108 24 39쪽
174 해의 그림자 173 +4 14.03.13 2,259 98 37쪽
173 해의 그림자 172 +6 14.03.09 2,329 39 36쪽
172 해의 그림자 171 +6 14.03.05 2,467 32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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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해의 그림자 165 +4 14.02.11 2,178 29 40쪽
165 해의 그림자 164 +5 14.02.07 1,920 33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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