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리-화이트 장갑차
티거는 점점 연료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한스는 초조해졌다.
‘어디 안전한데 세워둘 곳 없나?’
그 때 포수 루이스가 외쳤다.
“저기 오토바이병이 오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병 플로리안이 티거로 달려와서 해치를 두드린 후 임시로 연대 지휘소가 만들어졌고, 그 쪽에 정비병과 위생병, 통신 장비 등이 있다고 외쳤다. 한스가 외쳤다.
“좋았어!! 그 쪽으로 가자!!”
그렇게 티거는 연대 지휘소로 가서 정비를 받기 시작했다. 조만간 트럭으로 연료가 보충될거라고 연락이 와서 티거의 전차병들은 이 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푸마도 여기 와서 정비를 받고 있었다.
한스는 바그너가 적 병사한테 노획한 랭스의 지도를 보면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바그너가 말했다.
“아군 보병들이 점차 중요 건물들을 점거하고 있으니 점령은 시간 문제입니다!”
한스가 말했다.
“프랑스의 전차 부대는 지난 번 파리 전투 때 우리 부대가 썼던 시가전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놈들은 보병과 협동하여 아군 전차의 위치를 알아내고 측면이나 후방 쪽에서 노리는 전술을 쓰고 있으니 반드시 전차는 보병의 호위를 받아야 합니다.”
“조만간 정예 보병 한 소대가 이 쪽으로 온다고 들었습니다!”
한스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좋았어!’
그 때, 프란츠가 외쳤다.
“대대장님 얼굴에서 출혈이 심합니다! 2층에 위생병이 있다고 하니 치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한스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니 아까 전 장갑 내부 파편에 맞은 것 때문에 피가 손에 묻어 나왔다.
‘젠장 이러다 얼굴이 남아나지 않겠네..’
한스는 2층으로 걸어올라가보니 그 곳에는 여기저기 부상병들이 널려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다들 상태가 위중해 보였고 한스는 고작 얼굴 상처 정도로 치료를 받으러 온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바닥에는 피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위생병들의 가운과 장갑에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그냥 돌아가야겠다..’
그 때 한 위생병이 말했다.
“얼굴 소독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한스는 위생병한테 소독을 받았다.
“저 여자는 뭔가?”
한스는 다리를 부여잡고 벌벌 떨고 있는 미사카를 보고는 위생병에게 물어보았다. 위생병들은 독일군을 우선적으로 치료하고 있었기에 미사카에는 신경을 거의 쓰지 않고 있었다.
“총을 맞고 쓰러진 것을 아군 트럭이 발견하고 데려왔다고 합니다!”
한 위생병이 미사카의 치마를 들추고는 허벅지에 박힌 총알을 빼어주기 시작했다. 미사카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위생병이 총알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다행히 뼈는 안 건드렸고 깔끔하게 빠졌네.”
한스는 이 광경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젠장!! 왜 나까지!!’
한스는 얼마 전 끔찍한 사건을 떠올렸다.
“혹시나 별 문제 안 생기도록 일반인은 확실히 보호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 때, 엘리아스가 소속한 보병 분대가 부상당한 저격수의 멱살을 잡고는 연대 지휘소에 들어왔다. 보병 분대장이 다른 병사들에게 자랑했다.
“내가 뭘 잡았는지 봐라!!”
“저격수야!!”
타 보병 분대장이 말했다.
“왠일로 안 죽였냐?”
엘리아스가 소속된 보병 분대는 프랑스 저격수에게 침을 뱉고 오줌을 갈겼다.
“우헤헤 이거나 먹어라!!”
바그너가 요란한 소리를 듣고는 와서 외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프랑스 저격수입니다!”
“포로에게 가혹 행위를 하는 것은 규율 위반일세. 앞으로 이런 짓을 하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네.”
그 외에도 연대 지휘소에는 몇 일본인 포로가 끌려왔다. 그 중에는 료타도 있었다. 료타를 포함한 일본 포로들은 벌벌 떨며 눈치를 보았다.
‘눈에 띄면 총 맞을 수도 있다..눈 맞추지 말자..눈 맞추지 말자..“
그렇게 일본 포로들과 프랑스 저격수는 2층으로 끌려갔다. 그 프랑스 저격수는 미사카를 보고는 외쳤다.
”미..미사카!!“
한편 료타 또한 미사카를 보고는 식은 땀을 흘렸다.
’내..내가 쏜 것을 말하진 않겠지?‘
미사카는 자신의 양부모의 아들인 그 프랑스 저격수와 감격의 상봉을 했다. 의무병들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우리가 왜 프랑스 저격수까지 치료해야 하는 거지?‘
료타는 미사카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살아있었구나..‘
한편 전선 기자 크라우제는 아직도 넋이 나가서 실실거리며 웃으며 혼자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목표 발견! 철갑탄 발사!”
한스는 양심이 찔리기 시작했다.
“이따 트럭이 오면 태워서 후방으로 보내주자!”
푸마의 전차병들도 한스에게 받은 모찌를 나누어 먹다가 크라우제에게도 모찌를 건네 주었다. 그런데 모찌를 먹던 크라우제의 주머니에서 기자 수첩이 툭하고 빠져나왔다. 한스는 그 수첩을 주워주려다가 슬쩍 펼쳐서 읽어 보았다.
“강철 호랑이 한스 파이퍼 인터뷰! 휴가 따윈 국가를 위해 반납한다! 죽음의 부대 전차병들! 하루라도 더 싸우고 싶을 뿐이다! 휴가는 나에게 사치!”
한스 뿐 아니라 다른 전차병들과 바그너도 이 수첩을 보고 있었다. 프란츠가 뒤에서 이걸 보고 중얼거렸다.
“이건 이미 지난 달에 나왔던 기사네요.”
한스는 몇 장 더 넘겨서 예전에 쓰여 있던 메모를 더 읽어 보았다.
“A7V는 독일 최고의 전차로 마크, 슈네데르, 생샤몽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가장 좋은 점은 안락한 승차감으로, 넓은 차체 내부에서 승무원들은 편안하게 전투에 집중할 수 있다! 전차병 일동은 이런 명품 전차를 만들어 준 독일 제국에 감사한다!”
전차병들은 모두 크라우제를 쳐다 보았다. 크라우제는 모찌를 먹다가 전차병들을 향해 씨익 미소 지었다.
“우물우물 으헤헤”
그 때, 파이퍼 전차 부대에 남은 마지막 A7V가 정비를 위해 연대 지휘소에 도착했다.
“엔진이 간당간당해서 동쪽으로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전투병들은 보병과 함께 싸우라고 하고 조종수가 운전해가면 될 것 같습니다!”
A7V의 전차병들은 쾌재를 지르며 전차 밖으로 뛰어나왔다.
“살았다!!!”
“저 안에서 바비큐 되는 줄 알았어!!”
잠시 뒤, 크라우제가 A7V에 태워졌다.
“으헤헤 으헤···”
프란츠가 중얼거렸다.
“좀 너무한거 아닐까요?”
바그너가 말했다.
“자기 입으로 승차감 좋다고 했으니 괜찮네.”
그렇게 파이퍼 부대의 마지막 A7V는 독일이 완전히 점령 완료한 랭스 남동쪽으로 보내졌다. 한편 안테나를 장착하고 통신 장비를 내부에 갖추고 있던 에밋, 거너의 롤스로이스로부터 포탄과 연료 공급용 트럭이 연대 지휘소 쪽으로 가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헤이든이 중얼거렸다.
“저도 한번쯤은 전차 말고 장갑차도 운전하고 싶습니다.”
한스가 말했다.
“롤스로이스에는 안테나가 달려 있어서 적들이 집중적으로 노리네. 속도가 빨라도 쉽지는 않을 걸세. 롤스로이스는 장갑이 얇으니 앞으로는 통신 장비를 장갑차가 아니라 각 중대장 전차에 설치할까도 싶네.”
한스의 말대로 에밋과 거너는 온갖 기관총, 저격수, 전차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었다. 롤스로이스 위에는 아주 긴 장대가 달려있었고, 딱 봐도 안테나처럼 보이는 선이 여러 개 달려있었던 것 이었다. 에밋이 울부 짖었다.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전차 조종수 하는 건데!!”
잠시 뒤, 한스의 티거는 연료와 기본적인 정비를 받고, 보병 분대와 함께 다시 랭스 외곽을 따라서 푸마와 함께 전진하기로 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두 대씩 가는 것이 든든하지!‘
그 때, 티거와 푸마를 호위하던 보병들에게 한 병사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외쳤다.
“우측 대로변에 프랑스 놈들의 라플리 화이트 장갑차와 보병 한 소대가 있습니다!!”
프랑스군의 라플리-화이트 기관총 장갑차는 최고 속도 45km/h에 37미리 포 하나와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장갑 두께는 8미리였다. 그 장갑차는 독일 보병들을 향해 계속해서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륵 드르르륵
한스가 보병에게 외쳤다.
“푸마 전차장에게 후진한 다음에 좌회전해서 우측 대로변으로 가라고 전달하게! 헤이든!! 쭉 가다가 우회전해서 우측 대로변으로 진입해!”
’라플리 화이트 장갑차는 37미리 포가 있으니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속도는 놈이 훨씬 빨라..아마 놈들 보병이 우리 움직임을 알려주고 있겠지..‘
독일 보병 분대는 절반으로 나뉘어 한 쪽은 티거, 한 쪽은 푸마 측면에 엄폐한 상태로 몸을 숙이고 건물 벽에 붙어서 전차를 따라갔고, 척후병 한 명은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빼꼼 내밀고 프랑스군의 라플리-화이트 장갑차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적 보병 소대의 호위를 받고 있는 그 라플리-화이트 장갑차는 푸마가 있는 쪽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 때, 적 보병 한 명이 달려와서 뭐라고 외치더니, 라플리-화이트 장갑차와 프랑스 보병들은 대로변 옆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이동 방향을 바꿨다.
‘바..방향을 바꿨어!!’
척후병은 되돌아와서 보병 소대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티거와 판터 또한 프랑스군이 방향을 바꿨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 한스가 외쳤다.
“젠장!! 놈들이 우리를 알아챈 거야!! 우회해서 계속 쫒아가!! 푸마한테도 반대 방향으로 우회해서 놈을 포위한다고 전달해!!”
벤이 외쳤다.
“놈이 도망가나보군!!”
라플리-화이트 장갑차 혼자로서는 절대로 마크 전차 두 대를 상대할 수 없었고, 그대로 도망갈 확률이 제일 높았다. 하지만 한스는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경계했다.
‘장갑차 한 대면 전차 두 대와 교전하지 않고 도망가는 것이 제일 좋긴 하지..하지만 내가 저 장갑차를 운용한다면..아군 전차가 있는 곳으로 유인하겠지..’
한스가 보병 소대장에게 외쳤다.
“근처 건물에 병사 한 명을 올려보내서 적 전차를 발견하면 그 쪽 방향으로 붉은 조명탄을 쏘게!!”
한편 이 시각 연대 지휘소 2층에서는 미사카는 자신의 양부모의 아들인 프랑스 저격수와 몰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괘..괜찮아?흑흑..”
“나는 괜찮아. 미사카, 너는 일단 여기 있어.”
그 때, 독일 보병들이 프랑스 저격수와 이 혼혈 여자가 대화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다가왔다.
“뭐야 이 새끼? 니 창녀냐?”
미사카는 벌벌 떨기 시작했고 프랑스 저격수는 방금 전 붕대가 감긴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미사카의 앞으로 나왔다.
“내 가족이다!!”
하지만 독일 보병들로서는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리 없었다. 한 일등병이 중얼거렸다.
“계급 순대로 할까요?”
잠시 뒤, 프랑스 저격수는 온 몸을 얻어맞은채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료타를 포함한 일본 병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옆 방에서는 여성의 비명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고, 료타는 귀를 막고는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 잘못이 아냐..내 잘못이 아냐..’
의무병이 잠시 뒤 방 문을 열고는 외쳤다.
“다음엔 내 차례야!!”
한 독일 부상병이 중얼거렸다.
"불쌍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말리는 이는 없었고 방에서는 계속해서 삐걱거리는 소리와 여성의 단말마같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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