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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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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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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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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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루트로 갈 경우 미리 보는 2차대전 에피소드 : 사막의 계란찜

DUMMY

한스는 7살 이후로 아무리 집에서 쳐맞고 학교에서 쳐맞고 전쟁에서도 맨날 궂은 일을 해도 단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었음에도 더러운 전차 바닥에 계속해서 추접한 눈물이 떨어졌다.


"끄어억..끅...끅...끄어억..."


얼마 전 그 일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훈장이고 나발이고 이등병 시절로 돌아가서 전차를 타보지도 못하고 참호 속에서 고생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전차마저도 하잘것 없는 전쟁 놀이처럼 여겨졌다. 놀이와 다른 유일한 점은 지는 쪽은 창자가 터지거나 불타서 뒤진다는 점 이었다.


"괘..괜찮아..별 일 아냐.."


한스는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사케를 마셨다.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별 일도 아냐! 전투 때마다 내장이 터지고 팔다리가 잘려 죽는걸!"


어두컴컴한 티거 속에서 고통과 공포로 가득했던 여인의 눈동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한스는 대대장이고 대령이고 차라리 학교와 집에서 쳐맞던 찐따 시절이 편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두들겨 맞고 몇 번이고 참호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도 이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다.


이등병 시절이었다면 차라리 자백하고 군사 재판을 받던 영창을 가던 상관한테 두들겨 맞을 수라도 있었을 것 이다. 하지만 대대장이 된 지금은 누구에게도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었다.


그 때, 밖에서 헤이든, 벤, 루이스가 떠들어대는 들렸다. 헤이든이 외쳤다.


"대대장님! 계십니까?"


목에 커다란 돌맹이가 들어찬 것 같았지만 억지로 사케를 한 모금 삼키며 혀와 목에 힘을 주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외쳤다.


"점검하고 있다!! 나중에 와!!"


"네!! 나중에 오겠습니다!!"


헤이든, 벤, 루이스가 떠들어대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한스는 품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꺼내보았다.


"으허헉...엄마..."


한스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처음으로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엄연히 현실이었고 어떻게던 해결을 해야 했다.


'어떻게던 만회해야 해..너무 불쌍해..'


그 여자는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결혼도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독일군에게 몸을 팔았다느니 온갖 험담에 시달리며 따돌림을 당할 것 이라는 것은 한스도 잘 알고 있었다.


한스는 지갑에 돈을 뒤져보았다.


'바그너한테 전달해달라고 할까?'


바그너와는 그 이후로 업무적인 것이 아니면 아예 대화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한스는 속에서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우욱..우웩..."


'내 인생은 망했다!!'


한스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음에도 또다시 추접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스는 첫 휴가를 갔을 때 만났던 엠마라는 여자, 에밀라, 예전에 갔던 위안소에 프랑스 여자하고도 접촉을 했었지만 그 때보다도 훨씬 추접한 생각이 들었다. 한스는 수통으로 얼굴을 씻고는 장교 위안소로 향했다.


랭스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 장교 위안소가 만들어졌고, 병사들은 이에 대해서 킥킥거리며 수근대곤 했었다.


'이 곳이라 들었는데..'


3중대에 한 장교가 한스를 보고는 경례를 했다. 한스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곳에서 경례하지마!!'


한스는 그 중에서 검은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는 건강미가 넘치는 한 여자를 골랐다. 긴 머리는 윤기가 나고 눈은 크고 명랑해보였다.


"저는 샤샤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한스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1시간 뒤, 샤샤는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다듬었다. 한스가 물었다.


"혹시 부상당한 민간인들은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샤샤가 말했다.


"근처에 수녀원이 있어요. 부상당한 민간인들 전부 그 곳에서 치료받을 거에요. 민간인 중에 집이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그 곳에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아주 좋은 곳 이에요."


한스는 안심하며 샤샤에게 팁을 두둑히 챙겨 주었다.


"어머 감사합니다!"


1918년 어느 날, 파이퍼 부대는 드디어 기쁜 소식을 전달 받았다. 한스가 외쳤다.


"이제 교대로 휴가를 갈 수 있다!!"


"우와와!!"


"연대장님 최고!!"


옆 부대에 휴가를 갔다가 막 돌아온 병사들을 보며 파이퍼 부대원들은 비웃었다.


"우린 이제 휴가간다!!"


그 때, 갑자기 누군가 외쳤다.


"전쟁이 끝났다!!"


"협상이 이루어졌다!!!"


"다 끝났어!!"


한스 또한 이 소식을 들었다.


'저..전쟁이 끝났다고?'


프란츠는 철모를 벗어 던지고 미친듯이 달리면서 숨을 크게 들이마쉬었다.


"이젠 뒤질 걱정 안해도 된다!!"


"살았어!! 진짜 살았다고!!"


"으아아아아!!!!!살았다!!!"


헤이든이 티거를 보며 외쳤다.


"난 이 안에서 죽을 줄 알았는데!!"


벤이 말했다.


"나도 티거가 내 시체를 들어갈 관이 될 줄 알았네!"


루이스가 말했다.


"다 끝났습니다! 이제 살았다구요!!"


프란츠가 티거를 두드리며 외쳤다.


"네 덕분이야!! 네 놈 덕분에 살았어!!!"


한스는 그동안 뇌 세포를 짓누르고 있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며 머리가 순식간에 명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뇌 세포가 모두 꽉 굳어 있었는데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뇌가 원할하게 돌아갔다. 머리가 너무나도 상쾌해졌다. 몇 년 동안 어떻게 버틴 것인지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그렇게 한스는 다음 날 브레멘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계 공학 책은 예전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었고 문제도 술술 쉽게 풀렸다. 그렇게 여행을 하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칸을 옮겼다. 그 칸에서는 일반 병사들이 전부 웃고 떠들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돌아가면 일주일간 술만 퍼 마실거야!!"


"난 슈바인 학센 먹을 거야!!"


한스가 돌아와서 자리에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 병사들과는 다르게 한스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한스가 직간접적으로 죽인 사람들은 수를 셀 수 조차 없었다.


'좀 지나면 다 잊을 거야..공부도 하고 빨리 일도 해야지..'


아무튼 한스는 브레멘에 돌아온 이후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얼마 뒤 에밀라와 함께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 후로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엿같은 기억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고 더욱 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한스는 랭스에 수녀원에 가서 돈을 기부하고 오기로 결심했다.


'잘 살고 있을 거야...누구나 고통은 잊게 되어 있어...'


한스는 양복을 잘 차려입고 에밀라에게는 전우들을 만나고 온다고 거짓말 치고 기차를 타고 랭스로 여행을 떠났다. 수녀원에서는 큰 금액을 기부한 한스를 반갑게 맞이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스가 말했다.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자가 많았기 때문에 마땅한 기부일 뿐입니다."


한스는 수녀원장에게 살짝 떠보기로 마음 먹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민간인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녀원장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아이고...말도 못 합니다..."


한스는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더 캐물었다.


'잘 지내는지 확인만 하자..'


"의료 지원은 잘 되고 있습니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긴 하는데 그런 상처는 치유가 안 되죠."


"그..그래도 금전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면..."


수녀원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독일 군인한테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한 한 동양 혼혈 여자가 있었는데 완전히 미쳐버려서 애를 낳고 결국 이 시계탑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상태가 좋아지는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신이 들고 자살을 시도한거죠."


한스는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수녀원장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죠. 하지만 진실은 진실 아니겠습니까."


수녀원장은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중에 그 아이가 크면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실이 중요한지...아이의 감정이 중요한지.."


그로부터 8년 뒤, 앙뚜완이라는 꼬맹이는 마을에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꼬맹이들한테 비웃음을 당하고 있었다.


"쟤네 엄마 강간 당해서 태어났대!!"


"독일군한테 재네 엄마 강간 당했대요!!"


"얼레리 꼴레리!!"


앙뚜완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 꼬맹이들한테 욕설을 퍼부었다.


"시끄러워!! 꺼지라고!!"


앙뚜완은 혼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따돌림을 당하던 말던 별 상관은 없었다.


'뭐라고 헛소리 하는 거야?'


그로부터 몇 년 뒤, 앙뚜완은 그제서야 자신이 듣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앙뚜완과 비슷한 나이의 꼬맹이들이 비웃었다.


"니네 엄마 독일군한테 창녀짓했다며?"


앙뚜완은 근처에 있던 못이 박힌 각목을 쥐어 들고는 달려들었다.


"으아악!!!"


"저 미친 새끼!!"


"역시 강간범의 자식이야!!"


그 때 한 꼬맹이의 엄마가 찾아와서 자신의 아들에게 외쳤다.


"내가 저 애랑 말 섞지 말라고 했잖니!!"


그 아줌마는 앙뚜완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아이를 감싼 다음에 데려갔다. 앙뚜완은 수녀원에서 하루종일 시무룩하게 있었고 수녀원장이 물었다.


"앙뚜완, 왜 그러니?"


"저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앙뚜완이 말했다.


"사람들이 제 엄마는 강간 당해서 저를 낳았대요.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요."


수녀원장이 앙뚜완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앙뚜완, 너희 아버지는 독일 군인이 맞단다. 하지만 너희 어머니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전쟁 통에 전사하셨단다.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생명이 아니란다."


앙뚜완은 그 말을 듣고는 물었다.


"제 아버지는 훌륭한 군인이셨나요?"


"그렇단다. 훌륭한 군인이셨지."


수녀원장은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표정을 자연스럽게 했다.


'신이시여...부디 저를 용서하소서...'


앙뚜완은 기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 나도 나중에 훌륭한 독일 군인이 될 거야!!'


그로부터 한참 뒤, 오토 파이퍼는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사막이라는 지옥을 제대로 맛보고 있었다. 병사들이 수근거렸다.


"저 장교가 한스 파이퍼 아들이래. 상부에서는 특혜 주려고 했는데 다 거절했다더라고."


"멍청한 자식..고생을 덜 했군.."


"아가리 닥쳐. 말할수록 물 많이 마셔야 해."


오토는 천막 안에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


'이 지도 잘못된 것 같은데...'


사막의 지도가 그렇듯이 이 지도 또한 당연히 엉터리였다. 오토는 자신의 군화 속을 확인했다.


'전갈도 뱀도 없군!!'


지난 번 무심코 군화를 신었다가 뱀을 발견한 이후로 오토는 늘 군화를 신기 전에 내부를 확인하였다. 그렇게 오토는 군화를 신고, 구멍 뚫린 종이를 선글라스처럼 끼고는 쌍안경으로 전방을 살펴 보았다.


'젠장..거리가 감이 안 잡혀..'


사막에서 300미터 정도 거리라고 예상하고 가다보면 막상 실제 거리는 1km에 가까웠던 적도 흔했다.


'좆같은 아지랑이..'


사막의 더위는 전차의 포신마저 서서히 녹이고 있었다. 그래서 사막에서 오래 쓰다보면 포신의 형태도 조금 변형되어 포 정확도조차 떨어졌다. 그 때, 어떤 병사가 전차 위에 철모를 올려놓고 계란찜을 요리하고 있었다.


"지금 뭐하고 있나?"


"죄..죄송합니다!"


"이왕 했으니 맛있게 먹게!"


"감사합니다!!"


그 병사는 철모를 들고는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군사학교 시절 오토의 친구인 게오르크가 술을 권했고, 오토가 술을 마시며 중얼거렸다.


"군사 학교 시절 많은 걸 배웠지만 전차로 계란 요리해먹을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게오르크가 모래 때문에 눈이 따가워서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 때 배운 것들은 지금 거의 쓸모 없지..근데 쟤 너랑 꼭 닮지 않았냐?"


"누구?"


"저 계란 요리해먹은 앙뚜완 녀석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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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배드 루트 2차대전 에피소드 : 조종수 앙뚜완 +7 21.05.31 700 25 15쪽
283 공통 루트 : 모의 훈련 +3 21.05.31 712 27 12쪽
» 배드 루트로 갈 경우 미리 보는 2차대전 에피소드 : 사막의 계란찜 +5 21.05.30 750 33 12쪽
281 공통 루트 정치질 +4 21.05.30 763 28 12쪽
280 공통 루트 흑수리 훈장 +9 21.05.29 798 24 12쪽
279 공통 루트 롤 기동 +5 21.05.28 797 22 13쪽
278 공식루트 박격포 +10 21.05.27 850 27 12쪽
277 첫번째 선택지 공식루트 +6 21.05.26 851 27 11쪽
276 세가지 루트 +7 21.05.25 869 32 11쪽
275 좆같은 하루 +6 21.05.25 823 32 11쪽
274 라플리-화이트 장갑차 +5 21.05.24 809 31 11쪽
273 1:1 +5 21.05.23 830 31 12쪽
272 파이퍼 보병 전술 +8 21.05.22 888 36 11쪽
271 기병대 +7 21.05.21 864 38 11쪽
270 외전 왕따 소위의 2차 대전 생존기 배드 루트 +31 21.05.20 902 29 12쪽
269 시가전 전술 +39 21.05.20 876 37 11쪽
268 발광신호기 +44 21.05.19 916 40 11쪽
267 자폭 +70 21.05.18 979 36 11쪽
266 외전 왕따 소위의 2차 대전 생존기 배드 루트 +80 21.05.17 941 35 11쪽
265 갈고리 작전 +24 21.05.17 972 33 11쪽
264 외전 왕따 소위의 2차 대전 생존기 배드 루트 +98 21.05.16 1,073 42 12쪽
263 15:32 +28 21.05.16 973 39 11쪽
262 사카이 +88 21.05.15 1,007 37 11쪽
261 환희의 송가 +25 21.05.14 1,040 43 13쪽
260 만슈타인 +51 21.05.13 1,049 44 11쪽
259 만물의 영장 +26 21.05.12 1,026 43 13쪽
258 일본의 신문 기사 +31 21.05.11 1,074 36 13쪽
257 외전 쿠모토리산의 어미곰과 루카의 모험 +21 21.05.10 959 31 15쪽
256 주공과 조공 +27 21.05.10 1,071 40 11쪽
255 외전 쿠모토리산의 어미곰 +33 21.05.09 1,042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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