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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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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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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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1)

DUMMY

-명백(明白, Obviousness)-


【서두에 불편한 진실 한 가지만··· 】


세상엔 한때 명백하다고 여겨졌던 것이 다른 시대, 다른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해서 완전 정반대 평가와 판결을 내린다는 것이죠. 이게 바로 인간이 만든 제도와 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예전의 상식이 몰상식으로 돌변하기도 하는 것이고요. 이러하듯 매사에 어떤 일들에 대해 명백하다고 생각해 쉽사리 단정 짓는 사람은 나중에 뻘쭘하게 될 수 있다나요?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는 평가 자체가 롤러코스터입니다. 특히,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대한 시각이 그러하지요. 그러한 까닭에서 사람이나 그 무리를 욕할 때에는 나중 일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나중 일은 될 대로 되라지. 뭐!’라고 행동하다간 절단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랍니다. 나중이라고 했댔자 5년이거든요. 심지어 더 빨리 끝날 수 있어요. 전례가 있기에 그래요.


내가 잘 나갈 땐 같이 웃어주면서 물개 손뼉 치던 인간들이 세상 바뀌면 가장 먼저 일러바친다나요? 과거에는 격하게 공감을 표시해 주던 사람들도 내가 당할 땐, 아마 딴 곳만 바라볼 것이고요.

그게 세상이다, 라고 생각하면 장수할 수 있답니다. 사실이 이러하므로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필요가 없어요. 이런 자세야말로 세상을 버티는 지혜입니다.

‘존버’정신이라고 한다죠? 월래 상스러운 뜻보다는 ‘존엄하게 버틴다.’정도로 해두죠. 반대로 특정집단과 그들의 행위를 감싸줄 때에도 신중해야겠습니다.

무조건 우린 같은 민족이니까 같은 편이야, 라는 발상은 매우 위험해 보이거든요. 1997년 10월 8일이었습니다.


어느 대통령 후보께서“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 지원금이 핵 개발로 악용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북이 핵을 개발했다거나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마라.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장담하시곤 곧바로 대통령에 당선되신데 이어, 한국에서 유일하게 노벨 평화상을 받는 기염을 토하셨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저 우리 민족끼리라면 무턱대고 다 좋다는 리더들, 필경에는 냉면 만드는 셰프(chef)로부터‘요사 떤다’는 소릴 들을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더듬어 살펴보니, 그 후에도 이 땅에서는 명명백백한 사실도 힘 있는 다수가‘아니야’라고 선포하시면, 무조건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민주주의 다수결의 거룩한 승리랍니다. 앞에 있던‘자유’란 글자는 행불(行不)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무릇 명백이란 단어에는 불빛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빛이 납치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아닙니다, 정정하겠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떤 만들어진 특정 인공불빛에 의해 다른 빛들이 아예 묻혀버렸던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발광체는 어디엔가 짱짱하게 건재해 계시다니 참 다행이네요. ‘또 빛이 그와 함께 있도다.···’




세상엔 성경에 등장하는 야곱의 외삼촌 라반과 같이 수시로 말을 바꾸는 인간 부류가 상존해요.

삼촌께서는 야곱에게 주기로 약속한 차녀 라헬 대신 마음에도 없던 장녀 레아를 신혼 방에 처넣고도 반성의 기미는 털끝만큼도 없었다니까요.

오히려 무지하게 당당했어요. 그러곤 이제 진짜로 네가 원하는 차녀 라헬을 줄 터이니 자기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라고 강요했답니다.

자기만의 명백한 논리를 들이밀었던 것이에요. 장녀보다 차녀를 먼저 시집보낼 수 없다는 것이 명명백백한 이유라면서요.

결과적으론 자기 딸들을 미끼로 전도유망한 청년 야곱을 장장 14년간이나 공짜로 부려먹었던 게 아니겠어요?

‘열정 페이’다. ‘원+원’도 이때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모름지기 젊은이들은 이런 못된 삼촌들을 조심해야 해요. 이를테면, “괜찮아,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람이 우선이잖아. 너희 잘못이 아니잖아? 이 모든 게 전 정권 새끼들 때문이야.” 그러면서 같이 부둥켜안고, 함께 울어주는 확실히 내편 같은 삼촌들, 그렇게 ‘허그 쇼’가 끝나고 집에 가셔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니까요.

저 다니엘이 최근 일련의 발칙한 사건들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느낀 점을 토로해보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에이, 그래도 눈물까지 흘리시던데요?”라며 쇼가 절대로 아니라는 분들께 한 마디만 할게요. 숙련된 연기자들에게 눈물은 코 한 번 푸는 것보다 쉽대요. 그것도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절대신공(絶對神功)을 발휘하는···.


다시 이야기는 신속하게 진행되므로 시간이라는 도도한 강물은 거침없이 흘러간답니다.

저 다니엘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에 와서도 푸시킨 일당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지요. 모르면 몰라도 한국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그래요.

이유는 미국 정보기관 특수요원으로서의 자존심도 있겠지만, 현재 한국 경찰조직을 믿을 수 없어서겠지요.

얼마 전 이 나라에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계신 분들이 머리에 띠를 두른 채 난동을 부리는 데도 경찰이 구경만 하더라니까요.

이 정도면 공권력이란 의미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 아닌가요? 때마침 저도 몰랐던 이 나라 경찰의 민낯이 언론에도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작년 무술년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하마터면 나만 계속 몰랐을 사실도 있었으니! 최근엔 대한민국 경찰조직에도 검찰총장과 같은 ‘경찰총장’이 있다는 것을···.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도 주로 병원에서 생활하는 저로서는 한국 정치에 깜깜할 수밖에요.

그래도 아직까지 이런 개인적 상황을 CIA 측에 보고하지 않았죠. 혼자 힘으로 일단 해보기로 했답니다.

조만간 퇴사를 결심한 만큼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요.


이럴 바에는 차라리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아닐까요? 기다리다 당하는 것보다 선방 날리기를 결정했어요.

무엇보다도, 큰 적에게 등을 보이는 것만큼 무서운 일도 없다기에 그랬죠.

일본 검성(劒聖) ‘미야모토 무사시’가 한 말이에요.

“설령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해도 칼을 잡고 자세를 취하는 것이 무사 된 자의 도리가 아닌가.” 라고···.

다시 한 번 푸시킨 일당에 대한 위치추적에 나섰어요. 자, 그럼. 지난번 도봉산에서 두 차례나 마주친 구 소련 연합군에게서 압수한 스마트폰을 토대로 이들의 대략적인 동선부터 파악할게요.

대한민국은 CCTV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어 해당 정보를 종합하기가 더욱 유리한 곳이죠. 즉각 CIA 서울지부 과학정보 담당을 통해 해킹에 들어가겠어요.

충분한 데이터는 이미 확보완료! 이제부터는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노예사냥꾼이 도망친 노예를 ‘추노’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죠.

그때에는 주로 발자국, 배설물 등의 흔적을 확보해 추격했다면, 요즈음의 스마트 시대에는 인간들이 수시로 흘리고 있는 온라인의 흔적이 너무나 많아서 참 쉽지요.

첨단 IT 산업이 뭐길래! 인간을 멀리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아니겠어요! 근데, 입체적으로 사고를 하자면, CIA가 대한민국 땅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건, 그 어떤 다른 기관들도 이 땅의 정보망을 쉽게 애용할 수 있다는 의미겠죠?

한국에서 사용 중인 관련 장비가 주로 어디로부터 왔는지 보면, 전반적인 보안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나, 일단 우리 일이 급하니 넘어가야겠네요.


먼저 푸시킨의 새로운 근거지를 찾아냈답니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이네요. 곳곳에 밀면 파는 곳과 돼지국밥집이잖아요? 저 다니엘과 여무명은 밀면을 먹어 본 후 아직 배가 채워지지 않자 추가로 돼지국밥집 한곳을 골랐죠.


“다니엘, 이상하군. 아까 먹던 밀면도 그렇고, 여기 돼지국밥도 그렇고, 우리 식구들이 만들어주는 함경도 음식과 똑같더군 그래. 어찌 된 거지? 지도상으로 보면 북쪽 끝과 남쪽 끝인데 말일세. 한국전쟁 당시 함경도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 와서 북한음식을 퍼트린 건가? 그러고 보면 우리 식구 중에서 량강도와 함경북도 출신 억양이 이쪽 경상도 바닷가와 상당히 유사하던데.”

저도 내 모든 지식을 동원해 머리를 굴려보았어요. 그리고 나온 대답은 이것이에요. “글쎄요. 형. 그런데 반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조선시대 경상도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 북쪽으로 간 것 말이야. 말이 안 되나? 잘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푸시킨이 이곳까지 내려온 이유는 아마도 저와 여무명의 호텔 습격사건으로 신변에 이상을 느꼈음이 명백할 테죠.

여하간 전 푸시킨이 부산을 새로운 은신처로 삼은 연유를 추정해보니, 근처에서 바로 출동할 수 있는 고려인 조직원들이 있어서겠지요.

다음으로는, 인근 항만을 통해 러시아 선박이 수시로 입출항 중이어서 인적 또는 물적 자원을 공급받기 쉽다는 점도 한몫 했을 것이고요.

이 밖에 비상시 타국으로 탈출 등 출구전략을 짜기가 용이하다는 것도 포함되겠군요. 원양어선 타는 한국인들을 통해 심부름시키기에도 좋고요. “그야말로 다득(多得)이군그래.”


저 역시 푸시킨 근거지 근처에 거점을 설치하고 감시에 들어갑니다. 초기 탐문결과는 그의 부하만 대략 50여 명에 달한다는 사실에 뜨악했지요.

특별히 부산지역에서 러시아 마피아 자금이 상당 유입된 점에도 주목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이상한 얘들이 무언가를 항만을 통해 접수해 전국 사방으로 마구 나르고 있지 뭐예요.

우린 그중에서 한 화물을 탈취해서 조사에 착수했답니다.


“아이고, 어쩌란 말이냐! 정체불명 ‘괴물질’이라니!”

혹시나 해서, CIA에 비공식 루트를 통해 정체를 확인한 결과는 충격적이군요. 폴로늄(Polonium), 즉 원자번호 84번 원소였던 것이지요.

이건 다름 아닌 어릴 적 읽은 위인전에 나오는 퀴리 부인께서 발견하신 물질이 아니겠어요? 부인께서는 자신의 조국인 폴란드의 해방을 기원하며 이 물질에 지어주진 이름이거든요.

폴로늄은 이제 부인의 유지(遺志)를 무시한 채 폴란드가 아닌 마구 인간의 영혼을 해방시키는 흉물이 되어 버린 지 오래라니!

명실공히 러시아가 주로 쓰고 있는 살인물질로 자리매김한 것이랍니다.


일례로 지난 2006년에도 영국으로 망명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전 러시아 FSB(연방보안국) 요원이 과거 FSB 시절 동료를 미팅한 직후에 사망했지요.

근데 그가 마신 찻잔에서 폴로늄이 검출되었대요. 바야흐로 한반도에서도 독극물의 클래스가 달라지고 있다는 뜻인데···.

청산가리나 농약으로 무식하게 살육하는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해야겠어요.

한국에서는 과거에 아줌마 한 분이 청산가리로 4명 이상 죽여도 경찰이 밝혀내지 못했던 실화가 있거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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