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화. 의심스러운 석화단
슬슬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보니, 우리의 훈련시간이 슬슬 고되어지는 게 느껴져 간다.
아직 초봄인데도, 한낮에는 체감상 30도를 훌쩍 넘기는 기온에, 그나마 이전에도 이런 훈련을 받아왔던 기존 단원들은 버텼지만, 임시로 합류한 단원들이 문제였다.
배재학당에서 흔쾌히 허락한 덕분에 데려올 수 있었던 김현장과 구현일,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개성에서 데려오게 된 이윤상, 그리고 이미 우리와 몇 차례 훈련을 진행해봤던 한민수까지 말이다.
원래도 한진식 훈련은 어느 정도 아마추어 수준에 맞춰서 강도와 난이도를 조절했다고는 해도 따라가기 힘든 편이었다. 거기에 요즘 같은 날씨 이슈까지 겹치다 보니, 한명 한명 쓰러져 나간 것이다.
이 시대에는 더위를 이겨낼 만한 수단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기껏해야 부채로 부채질하는 거나, 저고리를 푸르고 시원한 물에 발이나 담그고 있는 정도로 더위를 이겨내야 했다.
이 시대에도 말로만 듣던 얼음을 저장해 놓는 석빙고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고 했지만, 한정된 수량으로 인해 보통 신하들에게 포상으로 내려지거나, 업자에게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그마저도 그 얼음의 품질은 보장 못 할 수준이었고 말이다. 석빙고에 채취된 얼음은 대부분이 한강이 얼었을 때 이를 채취해 온 것이었다.
어쨌든 이 날씨라는 변수로 인해, 석화단보다 오히려 우리 선수단의 컨디션에 먼저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새로 들어온 단원들의 실력을 무리해서 끌어올리려다 보니, 한 명씩 쓰러져갔다. 이들이 끝까지 근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을 보면, 꾀병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쓰러진 것이다.
다행히도 심각하게 아픈 것은 아니었기에 금방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들의 실력이 이 이상 극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김산과 현정훈의 부상 역시 생각보다 회복이 더뎠다. 어차피 내가 일부러 선심 쓰듯이 이들의 출전 금지를 조건에 걸어놨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선수들 성장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석화단 측은 상당히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석화단을 잠깐 마주칠 수 있는 훈련장 교대 시간에 잠깐 살펴봤는데, 특히나 신기할 정도로 석화단의 간부 3인방으로 볼 수 있는 이기웅, 장성훈, 신사혁의 경우는 자신들의 잠재력을 거의 최대치로 터트리고 있었다.
<이름: 이기웅>
소속: 석화단, 나이: 21세
키 : 176cm, 몸무게 : 75kg 우투우타
[타자]
정확도: 77 (79), 힘: 76 (78), 선구안: 71 (73), 주루: 58 (61)
수비: 69 (74), 번트: 31 (35), 정신력: 73 (75)
1루적성: 69 (74)
포구: 64 (69), 송구: 69 (71), 어깨: 69 (72), 반응속도: 71 (74)
기웅은 지금 우리 팀 수준에서는 한진을 제외하면 쫓아올 선수가 없을 정도로 엘리트 타자로 성장해버렸다. 여전히 수비가 아쉽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이름: 장성훈>
소속: 석화단, 나이: 24세
키 : 181cm, 몸무게: 88kg 우투우타
[타자]
정확도: 66 (71), 힘: 85 (87), 선구안: 64 (66), 주루: 56 (58)
수비: 57 (61), 번트: 36 (43), 정신력: 68 (69)
외야적성: 53 (61)
포구: 57 (61), 송구: 72 (77), 어깨: 79 (83), 반응속도: 61 (69)
[투수]
체력: 80 (81), 구속: 81 (83), 구위: 78 (81), 제구: 69 (74), 변화: 41 (71), 수비: 59 (63), 정신력: 69 (71)
장성훈은 안 그래도 빠르고 묵직했던 공이 더 빨라졌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타자로서도 잘못하면 큰 거 얻어맞기 쉬울 만큼 성장해버렸다.
<이름: 신사혁>
소속: 석화단, 나이: 21세
키 : 178cm, 몸무게: 71kg 우투우타
[타자]
정확도: 78 (79), 힘: 68 (69), 선구안: 76 (76), 주루: 74 (75)
수비: 65 (67), 번트: 68 (71), 정신력: 77 (77)
외야적성: 67 (67)
포구: 67 (68), 송구: 65 (66), 어깨: 65 (66), 반응속도: 67 (69)
잠재력이 낮아서 다행이지,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여준 신사혁이었다. 특히 정확성은 어디서 도라도 닦은 건지 싶을 정도였다.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어떻게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준 건지 의문일 정도이다. 그것도 오전 훈련만으로 말이다.
아무리 우리의 야구 교본이 수준이 높다고 하더라도, 설명이 잘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다른 것보다 한땀 한땀 성장시킨 우리 선수들의 노력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 점이 짜증이 날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방법일까? 무슨 기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어쨌든 우리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방향성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는 남은 기간은 최대한 힘을 아끼기로 했다.
땡볕이 내리 찌는 한낮에는 쉬기로 하고, 해가 서서히 깔릴 오후부터 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대한 훈련의 강도를 낮추고 컨디션 회복에 최선을 기울이기로 했다.
남은 시간은 이제 3일. 혜림에게 말을 하여 우리의 식사 역시 원기를 회복할만한 식단으로 차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이 와중에 우리에게 희소식이 하나 있기는 했다. 바로 한진이 드디어 고종에게 하사받은 공진단을 전부 복용 한 것이다.
<이름: 우한진>
소속: 황성 YMCA 야구단, 나이: 26세
키 : 187cm, 몸무게: 97kg 좌투좌타
[타자]
정확도: 84 (89), 힘: 84 (89), 선구안: 83 (86), 주루: 73 (75)
수비: 83 (89), 번트: 75 (85), 정신력: 97 (99)
1루적성: 83 (88), 외야적성: 78 (85)
포구: 87 (89), 송구: 70 (95), 어깨: 72 (99), 반응속도: 89 (89)
[투수] 비활성화
[코치] 타자: 74 (86), 투수: 79 (89), 수비: 78 (88)
여전히 투수 능력은 봉인되어 있지만, 타자로의 능력을 거의 다 회복해가고 있었다. 한진 본인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진아, 공진단 효과가 좀 있는 것 같아?”
“어, 아직 공을 던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이제 배트를 휘두를 때는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 된 것 같다. 다시 한번 정말 고맙다.”
물론 이번 경기는 당연하고, 앞으로도 한진은 상대 팀에게 거르는 선수가 될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한 번이라도 한진에게 타격 기회가 온다면 상대에게 재앙을 불러오는 치트키가 될 것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알지? 무리하면 안 되는 거. 그러다가 잘못되면 진짜 나 혀 깨문다.”
우리 팀의 악재가 하나 더 있다면, 이번 경기에서는 수비 시프트를 써먹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저번 경기에 붙었던 성남 구락부 조차도 사람들이 자신의 훈련 모습을 구경하는 것에 대해 딱히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은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석화단은 무슨 일을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훈련하는 모습을 꽁꽁 숨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정찰하려는 걸 막는 거면 모를까, 그저 눈요깃거리로 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백성까지 통제한다라······.
석화단 녀석들 관중들에게 민심 하나는 최악을 달리겠구나 싶었다. 이 한양에 야구 구경하는 재미로 사는 사람이 몇인데···
어쨌든 민심은 민심이고, 영리하기는 했다. 저들이 관중의 영향을 그다지 받지 않는다면, 결국 그들의 전략을 숨기는 것이 오히려 좋은 판단이니 말이다.
[1906년 6월 1일 대한매일신보 사무실]
“영준 선수 좀 어떻습니까? 드디어 6부작으로 제작한 황성 YMCA 야구단 vs 석화단 기사 말이오.”
그렇다. 대한매일신보에 제안했던 우리와 석화단의 라이벌리를 형성할 기사가 완성되었다.
양기탁이 이를 갈고 직접 기사를 써서 그런지, 기사의 내용도 알차고 신문의 앞면에 실리다 보니, 대한매일신보를 구독하는 사람이라면 볼 수밖에 없는 기사였다.
“예, 나올 때마다 챙겨봤지요. 정말 잘 쓰셨던데요? 우리와 석화단의 시작부터 설명해서 양 팀의 특징 분석, 그리고 인터뷰까지 들어갈 내용은 전부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반응은 좀 어떻습니까?”
양기탁은 박수를 치며 대답했다.
“말해서 뭐하오! 저번 성남 구락부와의 시합으로 관심도가 올라갈 대로 올라간 YMCA의 기사인데 말이오. 덕분에 연재되는 기간에 신문 구독자도 많이 올라갔소! 근데 말이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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