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의 여자 (2)
300포인트
로빈이 거래레벨 10레벨을 달성하면서 모은 포인트였다.
'이거 너무 비싼데....?"
몰디아 내성 로빈의 방.
오랜만의 혼자만의 여유 시간에 그동안 미뤄왔던 포인트 사용을 위해 이계상점을 살피던 로빈은, 살 만한 물건이 눈에 띄긴 했지만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여 졌다.
[민첩력 상승의 비약]
200포인트
-자신의 민첩을 잠재력 최대치까지 상승 시킨다.
-반사신경을 잠재력 최대치까지 상승 시킨다.
'반사신경이 필요하긴 한데..'
만약 로빈에게 뛰어난 반사신경이 있었다면, 카시드와의 전투에서도 승리했을 확률이 높았고, 추기경 일행에게 한 번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잠재력 최대치까지 반사신경을 올려준다는 말은 좀 위험하게 들리긴 했지만, 신이 만들어준 재능이니 분명 잠재력도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다른 가성비 있는 상품이 있지 않을까 싶어 좀 더 이것저것 검색해 봤지만 대부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법서였다.
하지만 대부분 에르트라스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마법들이라 지금 로빈에겐 아무런 효용이 없었고, 민첩력 상승의 비약이 아닌 다른 비약들은 마력 상승, 힘 상승, 지능 상승 등이 있었는데 모두 필요 없거나 시급하지 않은 것이었다.
'비싸도 살 건 사야지..'
결국 결심을 굳힌 로빈은 민첩성 상승의 비약을 구입했다.
순식간에 포인트가 쑥 내려가며 로빈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 대신 조그마한 약병 하나가 눈 앞에 생성되었다.
약은 평범한 투명색 용액이었고, 아무런 향도 나지 않았다.
-꿀꺽꿀꺽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약을 들이 켰고 잠시후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졌다.
'설마... 부작용인가?'
약간 비틀거리며 침대로 간 로빈은 몸을 대자로 뻗었다.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 잡고 끙끙 거리기를 5분. 두통이 멈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달라졌다.
세상이 느리게 보인다고 할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드러난 먼지들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였다.
-스윽
별 생각 없이 먼지를 쳐내기 위해 손을 움직였는데 내가 움직인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졌다.
마치 카시드가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잔상을 남기며 빠른 속도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 진 것이었다.
로빈이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몸 쓰는 법을 익히거나 추가로 헤이스트 같은 마법을 익혔을 때 더 빠른 움직임도 가능했다.
'좀 더 시험을 해 볼까?'
로빈은 화염구 3개를 소환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와 규칙적인 방향으로 반복 운동을 하게 설정했다.
-슉슉
화염구의 빠른 움직임이 눈에 다 보였고 로빈은 어렵지 않게 피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전이었다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화염구의 속도를 좀 더 올려서 마치 붉은색 긴 줄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만들어 봤다.
'보인다!'
그럼에도 로빈의 눈에 화염구의 움직임이 보였다.
-슥슥
로빈은 빠르게 움직이는 화염구 사이로 팔을 넣었다 뺐다 하며 자신의 움직임을 체크했다. 조금의 화상도 입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음을 확인한 로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비싼 값 하는군'
이 정도면 충분히 값어치는 한다고 볼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그리고 아직 남은 100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로빈은 상점을 살폈다.
로빈에게 필요한 물품들은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런데 이때까지 관심이 없어서 그냥 넘겼던 타인의 능력 증진 항목을 열었는데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많은 상품들이 올라와 있었다.
'남한테 써 주는 건 왜 이렇게 저렴해?'
똑같은 민첩력 상승의 비약이 본인 사용이 200포인트였던 것에 비해 타인 사용은 10포인트 밖에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 많이 써주라는 의도인가?'
수많은 능력 상승 아이템이 저렴한 가격에 많이 올라와 있자 로빈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부하들 좀 써줄까?'
나만 계속 강해지는 것 보다 부하들도 어느 정도 강해져야 내 삶이 편해지는 것은 확실했다.
생각해보면 아드리아의 인재들의 현재 능력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오슬릿 왕국만 봐도 아직 마스터급 기사가 한 명 남아있었고 심지어 해적 군도의 우두머리도 마스터였다.
아드리아는 로빈과 에르트라스를 제외한 순수한 인간 최고 능력자는 밀리아노로 마스터급에게 3초 컷 당한다고 알려진 A급 기사였다.
'확실히 정예 전력이 약하긴 해'
로빈은 여러모로 부하들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에게 써줄 만한 상품들을 면밀히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
[잠재력 증진의 비약]
15포인트
-타인의 잠재력을 한 단계 상승 시킨다.
-최대 뛰어남 단계의 잠재력까지 도달할 수 있다.
상품들 중 로빈의 시선을 끄는 것은 잠재력 증진의 비약이었다.
'마르틴과 앤슨을 챙겨 줘야 해...'
다른 인재들에 비해 잠재력이 한 단계 아래인 둘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뒤로 쳐지고 정체 된 자신의 실력에 낙담할 것이 분명했다.
현재 충성심이 가장 높은 자들이고, 오랫동안 봐와서 정도 들었기에 로빈은 그들을 챙겨주고 싶었다.
'구입하자'
로빈은 망설임 없이 잠재력 증진의 비약 2개를 구입했다.
각각 마르틴과 앤슨에게 줄 생각이었다.
이제 남은 70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상점들을 살폈고 딱 적절한 상품을 찾을 수 있었다.
[전투력 상승의 비약(기사)]
10포인트
-타인의 전투력을 상승 시킨다. (기사 한정)
-잠재력에 따라 상승되는 전투력이 다를 수 있다.
기사들에게만 적용되는 전투력 상승의 비약이 지금 아드리아에 가장 필요한 상품이었다.
'어디보자... 이너 서클 애들 다 하나씩 주려면...'
밀리아노, 해리엇, 마르틴, 앤슨, 세피로, 카엘 6명에게 하나씩 비약을 준다면 60포인트였다.
'애매하게 10포인트 남길 바에야 하나 더 사자'
로빈은 70포인트를 소모해 총 7개의 전투력 상승의 비약을 구입했다.
상점의 포인트가 모조리 소모되어 가진 포인트 수치가 0이 되는 것과 동시에 눈 앞에 7개의 비약이 생성되었다.
로빈은 비약을 가지런히 모아 책상 위에 올려 뒀다.
잠재력비약 2개와 전투력비약 7개.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인지 잠재력비약은 밑 부분이 둥근 모양이었고, 전투력비약은 네모난 모양이었다.
'한번 모아야 겠군'
시간이 금인 로빈이 일일이 다니며 비약을 먹이는 것은 낭비였다.
로빈은 곧바로 이너 서클 소집 명령을 내렸다.
* * *
"지금 마십니까?"
"마셔"
"예 전하"
-꿀꺽 꿀꺽
로빈은 마르틴과 앤슨만 따로 자신의 침실로 오도록 했다.
그들에게 잠재력 비약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비약이 능력을 증진 시킨다는 것을 곧바로 모두 알게 될 테고, 자신들과 다르게 비약을 2개 먹는 그들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다들 똑같은 수의 비약을 제공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둘만 먼저 먹이는 것이었고 둘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한 로빈의 배려였다.
"아으...."
"으윽..... 머리가...."
"참어.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쓴 법이야"
비약을 마신 둘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밀려오는 두통 때문에 자신들이 마신 약이 무엇인지 불안한 마음이 커졌지만, 차마 로빈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후....하....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두통이 완화되고 몸이 회복되기 시작하자 둘은 심호흡을 하며 몸을 추슬렀다.
"........!?"
먼저 회복한 앤슨은 자신의 몸에 큰 변화가 생겼음을 알아챘다.
무엇보다 희미하게 추상적인 감각으로만 느껴왔던 자신의 마력이 몸을 천천히 순환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저...전하 혹시 제게 주신 이 약이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앤슨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로빈에게 물었다.
"잠재력을 상승 시키는 비약이다. 어때? 좀 달라진 게 느껴지나?"
"예 전하! 몸을 순환하는 마력이 느껴집니다. 전보다 확실히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름 : 빅터 앤슨
직업 : 아드리아 왕국 중앙군 총사령관
능력 : B급 기사
전투력 : 612
충성도 : 97 (등용)
잠재력 : 3289
'오오 잠재력이 확실히 상승했다!'
원래 앤슨의 잠재력은 1000에 못 미치는 준수함 수준이었다.
하지만 비약으로 인해 3배 가까운 잠재력 상승이 있었고 그로 인해 즉각적인 전투력의 상승 또한 일어났다.
"전의 네 잠재력은 죽을 만큼 노력해도 절대 마스터가 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 죽을 만큼 노력하면 마스터가 될 수도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
로빈의 말을 들은 앤슨은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자신의 실력이 정체 되어 있는 것이 검술의 문제가 아닌 태생적인 마력의 문제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검술 훈련에도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고 있던 참이었는데 로빈의 믿을 수 없는 기적 덕분에,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던 마스터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열심히 해. 기사로 태어났으면 검에 오러 한번 맺히게 해 봐야지 안 그런가?"
"가...감사합니다 전하!"
앤슨은 자리에서 냅다 엎드리며 로빈을 향해 오체투지했다.
로빈은 그의 등을 두드리며 일으켜 세웠고 고개를 돌려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마르틴을 바라봤다.
이름 : 세르지오 마르틴
직업 : 아드리아 왕국 북부영지(검은숲 개척지) 총영주
능력 : B급 기사
전투력 : 599
충성도 : 96 (등용)
잠재력 : 2989
마르틴 역시 전투력이 소폭 상승 한 것과 동시에 잠재력이 대폭 상승해 있었다.
아쉽게도 앤슨의 잠재력이 앞자리가 3인 것에 비교해 아슬아슬하게 앞자리가 2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저...전하... 제 몸에 마력이...."
앤슨처럼 몸에 흐르는 마력을 느낀 마르틴은 그 짜릿함에 짧게 전율 했다.
"너도 검에 오러 한번 맺혀봐야 하지 않겠냐? 열심히 해라"
"감...사합니다. 전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다 서로 좋은 거지. 너희들이 강해지면 내가 훨씬 편해지니까 그렇지 않냐?"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아 오늘의 그 마음. 잊지 말도록. 잠시 쉬었다가 오후에 연무장으로 다시 내려와라 그 때 다른 놈으로 한 병 더 줄 예정이니까"
"아!...."
아직 내려줄 비약이 더 남았다는 로빈의 말에 둘의 눈빛이 더욱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참! 지금 너희들이 먹은 잠재력 상승의 비약은 오직 너희 둘에게만 준 것이다. 마르틴과 앤슨 너희 둘 말이다. 오후에 연무장에서 만날 이너 서클 맴버들에게 절대 말해서는 안된다 알겠느냐?"
"예 전하! 알겠습니다"
"그래, 이제 그만 돌아 가거라"
로빈의 말에 둘은 고개를 숙인 뒤, 뒷걸음질로 로빈의 침실에서 나갔다.
-딸깍
침실의 문을 닫고 나온 둘은 나오자 마자 아무런 말 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다 앤슨이 눈썹을 들썩이며 자신의 집무실 방향을 가리키자 마르틴이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서둘러 이동했다.
"후우......"
마르틴의 집무실로 들어온 둘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몸 안에서 힘차게 순환하고 있는 마력을 좀 더 잘 느끼기 위해서였다. 사실 로빈의 방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참았었다.
"믿을 수가 없군...."
"동감이야.."
비단 마력만 많아 진 것이 아니었다.
온몸에 차오르는 활력과 맑아진 정신은 확실히 스스로의 능력이 모든 부분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느끼게 했다.
"하하하... 갑자기 그 때가 생각 나는 군"
"으응?"
"자네가 전하를 처음 뵙던 그 날 말이야. 아드리아에는 배울 게 없다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고 하니 놓아 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흠흠! 괜한 이야기를...."
마르틴의 농담에 앤슨의 얼굴이 빨개졌다.
비약을 받기 전에도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면 민망함에 고개를 저으며 기억을 떨쳐 내려고 노력했었는데 이젠 더 할 것 같았다.
"그때 안 가길 잘했지 않나?"
"너무 잘했지. 전하께 정말 감사하고 있다네"
"앞으로도 충성을 다하자고. 우리가 어디 가서 이 정도 인정을 받고 이런 보물을 얻을 수 있겠나?"
"그래야지. 전하를 위해서 목숨 바쳐야지. 내 한 목숨이 전하의 뜻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앤슨은 허리춤에 있는 검을 빼어 들었다.
자신의 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매우 진지했고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이 검이 전하의 적들을 베어 낼 수 있도록!"
한 때, 로빈을 떠나겠다고 난리를 피웠던 앤슨은 이제 진심을 다해 충성을 바치는 진정한 가신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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