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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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최근연재일 :
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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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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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형제

DUMMY

당진명과 임청호 두 사람은 낙양에 도착했다.


“이 쪽입니다.”


임청호가 이끈 곳은 낙양의 빈민들이 사는 빈민가였다.


수로 아래 쪽에 허름한 나무판자들을 지붕삼아서 집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허름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어디선지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임청호의 집으로 들어가니 침상에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대호야 형 왔다.”

“어, 형 왔어?”


당진명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쟤가 네 동생이냐?”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침상에 누워있는 남자는 임청호와 하나도 안 닮았다.


임청호는 날카롭고 얇은 인상이었는데 침상에 누워있는 남자는 병 때문에 기력이 쇠해 보이기는 해도 덩치도 크고 눈썹도 짙은 투박한 인상이었다. 서로 안 닮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 상이한 생김새였다.


“하나도 안 닮았는데?”

“피가 이어진 형제는 아닙니다.”

“응?”


당진명을 보고 임청호의 동생이 큭큭 웃었다.


“저와 대호는 의형제입니다.”

“의형제라고?”


임청호 동생이 당진명을 보고 물었다.


“형, 저분은 누구야?”

“인사드려라. 널 고치러오신 의원님이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임대호입니다.”


임대호가 침상에서 반쯤 몸을 일으켜 인사했다.


“그나저나 또 헛걸음일텐데요. 제 병은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


임대호의 파리한 눈에서는 체념이 느껴졌다. 지금 껏 임대호를 치료하러 많은 의원이 왕진하러 왔지만 제대로 치료한 의원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형 임청호의 성의를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지만 임대호는 내심 자신의 병을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번 진맥을 해봅시다.”


당진명이 임대호의 맥을 짚었다.

임대호의 맥에는 양기가 하나도 없고 음기만 있었다. 태백산에서 진료했던 서소현과 비슷한 증상이었다.


“임 형의 병은 양단절맥이 맞군요.”


당진명의 말에 임청호의 얼굴이 밝아졌다.


“병을 고칠 수 있겠습니까?”

“한 번 해보지. 걱정하지말게. 적절한 치료약만 먹는다면 완치가 힘든 병은 아니니.”


당진명의 말에 임대호는 바로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제 병이 정말 나을 수 있는 병입니까? 낙양의 명의들도 고치질 못했는데···.”


미심쩍어 하면서도 당진명의 말을 믿고싶어하는 것이 임대호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읽혔다.


“걱정말아요. 이 양단절맥을 치료하는데는 희귀한 약재가 필요해서 다른 의원들이 고치지 못했던 거요. 그런데 마침 나한테 그 약재가 있소.”


“그게 정말입니까?”

“편히 있어요. 내가 치료해줄테니.”


당진명이 임청호의 집 내부를 둘러보니 병자가 있는 집이라서 그런지 약탕기가 있었다.

이 정도면 집 안에서 탕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양단절맥은 양기를 뿜는 혈도가 막혀서 체내의 양기가 부족해지고 음기만 많아져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생기는 병이라오.”


당진명은 등짐을 풀고 그 안에서 염안초를 말려 가루를 내어 담은 약첩을 꺼냈다. 태백산에서 미리 임청호의 동생을 치료하기 위해서 염안통기대보탕에 필요한 약재들을 한데 모아서 하나의 약첩에 쌌던 것이다.

미리 약재를 제조해 놓았으니 남은 것은 끓는 물에 약재를 우려내 탕을 만드는 일만 하면 되었다.


당진명은 그날 저녁이 다 되도록 세 번에 걸쳐서 탕약을 달였다.

임청호의 집안에 알싸한 한약 냄새가 퍼졌다.


‘냄새가 진한 걸 보아하니 약효가 좋을 것 같군.’


당진명은 흡족한 표정으로 끓고 있는 탕약기에 연신 부채질을 했다.

한 시각이 지나서 당진명은 약탕기 아래 놓인 아궁이의 불을 껐다.


그리고 하루 종일 달인 탕약을 사기그릇에 담아서 임대호에게 건넸다.


“쭉 들이키게.”


임대호는 당진명이 건넨 탕약을 받아서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마셨다.

임청호가 초조한 얼굴로 그런 임대호의 모습을 바라봤다.


“어떠냐? 약효가 느껴지더냐?”

“...형님. 그렇게 빨리 약효가 나는 약이 어딨겠소?”


임대호는 그렇게 말하고 침상에 누웠다.

일 다경쯤 시간이 지났다. 임대호는 뭔가 뜨끈뜨끈한 기운이 뱃속에서 퍼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임대호의 표정이 바뀐 걸 보고 당진명이 씩 웃었다.


“뱃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죠?”

“예, 의원님. 이런 적은 처음인데··· 추위가 많이 가셨습니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아침 탕약을 한 그릇 더 마십시다.”


임대호의 상태가 호전되는 듯 보이자 임청호의 얼굴도 밝아졌다.


“의원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장하시죠? 금방 저녁을 준비하겠습니다.”


임청호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시장에서 사온 야채와 돼지고기들을 손질했다.

한 식경쯤 지나자 임청호가 만든 어향육사(魚香肉絲)가 차려졌다.

임대호는 음식을 먹을만한 상태가 아니라 당진명과 임청호 두 사람만 식탁에 둘러 앉았다.


“임 형은 요리에 재주가 있군.”


당진명이 임청호가 만든 어향육사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얇게 썬 돼지고기에 어향장(醬)이 베어 부드럽게 입에서 씹혔다.


“어릴적에 고아가 되어서 동생과 사내 둘이서 살아간지라 왠만한 요리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임청호가 요리를 칭찬받아 약간 기쁜듯이 말했다.


“그런데 아까 임 형과 동생이 피가 이어지지 않은 의형제라 했는데 성도 같고 항렬자도 같은데 어찌 된 일이오?”


당진명의 물음에 침상에 누워있는 임대호가 대답했다.


“저는 원래 성씨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부모가 버린 고아였습니다. 이름도 없이 소걸개(小乞匃)라 불리며 막 살아갔었죠. 그러다가 형을 만나서 의형제가 되기로 했습니다. 형은 제가 이름도 없이 사는걸 딱하게 여기고 자기 가문의 성과 항렬자를 쓰자고 해준 겁니다.”


당진명은 임대호의 말을 듣고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임청호의 고향 화리촌에서 동네 노인들이 임청호가 동생이 없는 외동아들이라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호와 저는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친 형제보다도 더 끈끈한 사이입니다. 서로 의지할 데가 없는 천애고아이다 보니 서로를 의지하면서 십 년 가까이 살아왔지요.”


“그랬군. 친 형제들도 싸우고 서로 안 돌보는 사이가 많은데 두 사람 정도면 정말 친형제보다 더 끈끈하다 할 수 있겠소.”


다음날이 되자 임대호의 몸 상태는 더 좋아졌다. 하얗게 떴던 얼굴은 불그스레한 혈색이 돌아왔다.


“몸 상태는 좀 어떠시오?”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사흘 째 되는 날에는 임대호가 침상에서 일어나서 잠깐이나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 되었다.


“의원님. 정말이지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임청호가 감격어린 목소리로 당진명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랄게 뭐 있겠소. 다만 임 형은 나랑 한 약속을 기억하시오.”


황룡문에서 나오기로 한 약속을 생각하자 임청호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황룡문이 임청호가 그냥 나가도록 얌전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임청호는 나름 황룡문에서 인정받는 살수였다. 자연히 황룡문의 치부도 잘 알고있었다. 그런 자신이 나간다 했을 때 황룡문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입막음을 시도할 것이다.


동생 임대호가 아팠을 때는 뭐든 하겠다는 마음이었지만 막상 대호가 치료를 받고 나니 슬며시 목숨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청호는 그런 걱정을 당진명에게 안 들키도록 표정을 짐짓 쾌활하게 꾸몄다.


저녁 무렵에 임청호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밖으로 나가보니 황룡문의 연락책이었다.

임청호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연락책을 데려갔다. 괜히 당진명에게 황룡문의 연락책과 만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임청호, 임무는 어떻게 된 거냐? 왜 정기 연락을 안 했지?”


연락책이 임청호를 힐난했다.

임청호는 머리를 굴렸다.


“임무는 성공했다.”

“그래 잘 했군. 그런데 왜 바로 보고를 안 하는 건가!”

“동생 상태가 안 좋아서 돌보느라 여력이 없었어.”


연락책도 임청호의 동생이 불치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별 말은 안했다.


“목표물의 목은 어디있나?”

“안전한 곳에 얼음에 재워서 보관해 뒀어. 동생 상태가 괜찮아지면 내가 분타주님께 직접 가서 보여드리지.”

“분타주 님이 네녀석 사정 괜찮을 때 볼 수 있는 분인 줄 알아? 내일 정오까지 분타로 증거를 가지고 와. 안 그러면 돈을 제대로 못 받는 수가 있어. ”


연락책이 으르렁거렸다.


“알았으니까 꺼져. 별거 아닌걸로 보채지 말고.”


임청호가 연락책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임청호는 황룡문에서 나름 인정받는 살수였다. 연락책은 지위는 임청호보다 나았지만 무공은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살수에게 원한을 사는 건 꺼림칙한 일이기도 했다.


연락책은 할 수 없이 조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내일 정오까지 증거 가지고 와. 조금이라도 늦으면 분타주 님이 진노하실거다.”

“알았으니까 가봐.”


임청호가 연락책을 손짓으로 쫒았다.


연락책이 가버린 후에 임청호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아 씨··· 어떡하지?’


황룡문을 배신할 용기는 없었고 그렇다고 은인인 당진명을 해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임청호가 집으로 돌아가 보니 당진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당 의원님은 어디 나가셨나?”

“약재 사러 나가셨어.”


임대호가 형의 모습을 보니 어딘가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았다.


“아까 만났던 사람 누구야?”


임청호는 조금 고민하다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딱히 동생을 속일 필요는 없었다.


“황룡문의 연락책이야.”


“근데 왜 그렇게 똥 싸다 만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거야?”


임대호가 심드렁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고?”


똥 씹은 얼굴을 한 임청호를 보며 임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한테는 숨길 수가 없구만.”

“그렇지. 함께 산 세월이 몇 년인데.”


임대호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말해봐. 뭔가 고민이 있는거지?”


임청호는 당진명과 사이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임대호에게 털어놓았다.


“뭐! 당 의원님이 형이 죽여야할 목표였다고?!”

“그래 내일까지 당의원님 목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나는 분타주에게 죽을거야.”


임청호가 파리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정말이야?”


임대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임청호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당진명과 황룡문 어느 쪽을 하나 선택하고 하나는 배반해야 했다.


그리고 무서운 것으로 따지면 황룡문이 훨씬 무서운 상대였다.


임청호는 생각을 굴렸다.


“대호 너 몸 상태는 좀 괜찮아 졌지?”


“... 그래. 당 의원님이 좀만 더 지나면 평상시랑 다름없이 완치될 거라고 하셨어.”


약탕기를 보니 당진명이 만든 탕약이 아직 한참 남아 있는 듯했다.


‘당 의원이 없더라도 저 탕약만 계속 정기적으로 마시면 대호 몸상태는 문제 없이 완쾌 되는 것 아닌가?’


임대호는 임청호의 얼굴에서 뭔가 안좋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읽었다.


“뭐야? 무슨 생각 하는데?”


임대호의 말에 임청호가 어두운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둘이 덤비면 당 의원을 제압할 수 있지 않겠냐?”


임청호의 두 눈에 음울한 광기가 번들거렸다.


작가의말

월요일, 한 주 동안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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