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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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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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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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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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좌정

DUMMY

당진명은 문겸과 임청호 형제를 불렀다.


“돈도 챙겼으니 개현으로 돌아가자.”


당진명이 흡족한 표정으로 나무상자를 살짝 열어 금자를 보여주었다. 상자 안에서 번쩍이는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이게 다 금자입니까?”


문겸의 어딘지 홀린듯한 모습에 당진명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문 총관. 손 댈 생각 마시오. 돈이 없어지면 제일 먼저 문 총관을 의심할테니.”

“억울합니다 문주님! 저는 소매치기에서 완전히 손 씻었습니다.”


임청호 형제는 억울해하는 문겸을 보며 킥킥 웃었다.


“마차를 타고 이동할 건데 돈이 많은 만큼 다들 사주경계를 철저히 해주시오. ”

“존명!”


당진명의 걱정과는 다르게 개현에 도착할 때까지 이렇다 할 사건은 없었다.


당진명은 토지중매상을 찾아갔다.

일전에 눈여겨 봐둔 땅이 있었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부지가 넓고 교통이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 무관이 있었네요.”


문겸은 당진명이 구매하려는 토지 위에 세워진 무관 간판을 보며 말했다. 큰 건물 크기로 봐서 예전에는 꽤나 융성했던 무관이었던 것 같았다. 망한지 오래 된 듯 건물이 여기저기 부서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군.”


임청호가 꺼림칙하다는 듯 무관을 바라봤다.


“오당권문이라고 써있네요.”


임대호가 간판에 써진 글자를 가리켰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세가 나쁘지 않은 곳이었지요. 그런데 문주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10년전 정사대전에서 모두 불귀의 객이 된 후에 급격하게 세력이 기울었습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요. ”


토지중매사가 안타깝다는 듯 무관 건물을 쳐다봤다.


“아니, 문주님. 망했던 문파 자리에 건물을 올리는 건 너무 불길하지 않습니까?”


임청호의 말에 당진명은 고개를 저었다.


“청호야. 그런 건 다 미신이야. 여기 지리를 봐. 이렇게 넓고 싸고 교통까지 좋은 곳을 같은 가격에 다른데서 찾을 수 있겠느냐. 반대로 생각해봐라. 오당권문이 이렇게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았으니 문파가 커질 수 있었겠지. 오당권문이 망한 건 멍청하게 정사대전에서 간부를 다 끌고가서 망한거지 자리가 안 좋아서 망한 게 아니다.”


당진명은 이미 확고하게 이 자리에 의협문을 세울 작정을 한 것 같았다.


“그렇게 들으니 또 그런 것도 같네요.”


임청호는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좋은 토지를 금자 50냥에 매입한다는 건 거저나 다름 없는 겁니다!”


토지중매사가 힘주어서 말했다.


“또 번잡한 시내랑 좀 떨어져 있어서 얼마나 한적하고 좋습니까?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으니 그야말로 명당자리입니다. ”

“맞아 맞아. 들으면 들을 수록 좋은 자리 같구려.”

“역시나! 문주님의 안목은 정말 탁월하십니다!”


당진명은 토지중매사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서 실실 웃었다.


“좋아. 이 땅으로 계약 하겠소!”


당진명의 호쾌한 결정에 토지중매사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잘 결정하셨습니다. 다음날 계약서를 만들어서 묵고 계신 여관으로 찾아 가겠습니다.”


토지중매사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떠나갔다.


“문주님. 문파 건물을 올리려면 제대로 된 목수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문겸의 말에 당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관 아는 목수가 있소?”

“예. 좌정이라는 목수가 개현에 사는데 실력이 대단합니다. 그 친구한테 건물을 맡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흐음. 워낙 중요한 일이라 그 친구 실력을 좀 봤으면 좋겠는데.”

“그건 문제 없습니다. 개현에서 좌정이 세운 건물을 찾는 건 쉬운 일이니까요. 한 번 보러 가시죠.”


문겸이 자신만만하게 앞장섰다.

일행은 문겸을 따라 개현 시내에 주루가 늘어선 거리로 들어섰다.


“바로 이 난화루가 좌정이 지은 건물입니다. 딱 봐도 다른 건물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난화루는 2층 건물에 지붕을 청록색 기와로 올려서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을 주었다.

곳곳에 조각된 장식물과 문양이 오밀조밀 세밀하게 마감되어 있어 확실히 다른 건물들보다 눈에 띄었다.

당진명은 난화루를 직접보니 문겸의 말처럼 좌정이 실력 좋은 목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주루 건물이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화려하지 않은 게 맘에 드는 군. 어디로 가면 이 목수를 만날 수 있겠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도박을 좋아하는 친구라 몇 번 도박장에서 놀다 친해졌거든요.”


문겸은 자기 친구가 당진명에게 인정받자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협의문 일행은 문겸을 따라 목수 좌정의 공방으로 향했다.

좌정의 공방은 개현 제일의 목수라는 명성과는 달리 작고 허름했다.


“이 사람은 남의 집은 잘 지어주고 자기 집은 허름하군.”


임청호가 중얼거렸다.


“좌정, 안에 있는가?”


문겸이 큰 소리로 친구를 부르며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신지요?”


좌정의 아내로 보이는 여인이 일행을 맞았다.


“저희는 좌정에게 건축 일을 맡기려고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좌정은 어디 나갔나 보지요?”


문겸의 말에 좌정 아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요? 좌정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눈치빠른 문겸이 좌정의 아내에게 물었다.


“그게···.”

“걱정하지마세요. 전 좌정의 친구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잠시 고민하던 좌정의 아내는 당진명 일행을 공방 안쪽의 살림집으로 들였다.


“대접할 게 없어서 송구합니다.”


좌정의 아내는 녹차를 끓여서 한 사람 씩 따라주었다.


“사실은 저희 남편이 성도에 놀러 갔는데 며칠째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며칠 째 안 돌아오고 있다고요? 무슨 사고라도 생긴 거 아닙니까?”


임청호의 물음에 좌정의 아내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고심하는 것 같았다.


“이전에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저희 남편이 노름을 좋아하다보니 노름을 하려고 빚을 지고 갚지를 않아서 투전꾼들한테 잡혀있었어요. 성도에 놀러간 게 분명하니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좌정의 아내의 표정에서는 걱정 근심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이것 참. 일거리를 맡기려고 왔는데 목수가 없으니 원. 그냥 다른 곳으로 가시죠.”

“정말 죄송합니다.”


임대호의 말에 좌정의 아내가 큰 죄라도 지은 것마냥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좀 기다려봐. 자네들도 난화루 건물이 멋들어지게 지어진 걸 봤잖아. 좌정이가 도박은 약해도 손재주 하나는 진국이야.”

“진국이나마나 성도에 있는 목수가 언제 올지 알고 기다립니까?”


문겸에게 임대호가 뾰루퉁하게 말했다.


“성도면 그리 먼 곳도 아닌데 찾아서 데려오시는 건 어떻습니까?두 번 지을 건물도 아닌데 아무 목수에게나 맡길 수 없지 않습니까.”


문겸이 당진명을 설득했다.


“문 총관 말도 일리는 있군.”


일도 내팽개치고 노름이나 하러다니는 태도는 괘씸했지만 난화루 건물을 보면 좌정이란 목수의 실력은 문겸의 말대로 뛰어난 것 같았다.


“좌정 그 친구 걱정 되네요.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투전꾼들한테 돈 빌리고 못 갚으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겁니다. 실력이 아까운 친구인데···.”


문겸은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표정이 어두웠다.


“문주님께서 도와만 주신다면 제가 그걸 빌미로 건물 건축 가격을 후려쳐보겠습니다. 어떻게 도와주십시오!”


좌정의 아내 앞에서 건축값을 후려치겠다는 문겸의 말에 당진명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보아하니 무림인들 같으신데 저희 남편을 구해주시면 마진 없이 건축을 해드려도 상관 없습니다!”


남편 때문에 속알이를 한 게 오래된 듯 좌정의 아내도 부탁해왔다.


“흐음···.”


원래 계획대로라면 땅을 알아본 후 바로 문파 건물을 신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성도까지 가서 목수 좌정을 데려와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원래 당진명이 예상했던 것보다 건물 건축이 완료되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었다.

당진명은 잠시 고민했다.


그때 당진명의 눈에 방에서 빼꼼히 얼굴만 내민 채 궁금증 어린 얼굴로 거실을 바라보는 어린아이 두 명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 입니까?”

“예. 급하다 보니 인사도 못 드렸네요. 얘들아 이리와서 인사드려라. 아버님 친구분 일행이시다.”


아이들이 엄마의 말에 쪼르르 달려와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대여섯 살 되어보이는 애들이 비쩍 마른게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협의문을 세워서 협행을 하려던 게 꼭 남들 보이는 곳에서만 보여주기 식으로 선행을 하려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몰랐다면 모를까 어려워보이는 사정을 보고 안 도와주기도 뭣하군.’


“부인. 걱정 마세요. 저희 협의문이 남편 분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

“정말이십니까?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좌정의 아내가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수금이라 생각하고 이 돈을 받으십시오.”


당진명이 좌정의 아내에게 은자를 하나 건넸다.


“아니, 그럴수는 없습니다.”

“받으세요. 원래 계약을 할때는 선수금을 내는 거 아닙니까. 이 돈 받아서 애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생활비로 쓰세요.”

“그래도···.”


좌정의 아내가 주저하자 문겸도 거들었다.


“부인 우리가 좌정을 구해와서 건축비를 왕창 깎을 거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받아두세요.”


좌정의 아내의 눈에 배고픈 아이들이 보였다. 좌정의 아내는 못 이기고 당진명이 내민 은자를 받아들었다.


“염치없지만 받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좌정의 아내는 당진명에게 절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


협의문 사람들은 좌정의 집에서 나왔다.


“그 좌정이란 작자도 한심하군. 집안을 돌볼 생각은 안하고 도박에만 빠져 있으니···.”


임대호가 투덜대며 말했다.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작자도 아닌 거 같은데 우리가 도와줘도 그자가 제대로 건축을 할 수 있을까요?”


임청호도 마음에 안든다는 듯 동생의 말에 한마디 거들었다.


“사제들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마. 그놈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도박을 좋아하긴 했어도 그렇게까지 미치지는 않았었거든. 내가 잘 알아듣게 타일러 볼게.”


문겸이 임청호 형제들을 달랬다.


“문 사형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더는 뭐라 안 하겠습니다. 대신에 그놈이 정신차리게 해주세요. 아주머니랑 애들이 너무 불쌍하더군요.”

“그래. 내가 그놈을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 보지.”


당진명은 토지중매사에게 토지에 지어진 오당건물의 무관을 철거할 것을 지시하고 문겸에게 마차를 수배하도록 했다.


“청호,대호 너희 두 명은 이곳에 머물면서 건물이 잘 철거되는지 보고 있어라. 성도에는 나랑 문 총관 둘이서 다녀오도록 하지.”


당진명의 말에 임청호 형제가 흔쾌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염려 붙들어 메세요.”


여관 밖으로 나가니 문겸이 이미 마차를 수배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문 형 바로 가도록 하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면 안 되니까.”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마차에 올라탔다.”

당진명과 문겸은 마차를 타고 성도로 향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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