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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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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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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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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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

DUMMY

당가와 왕씨세가 양 가문간에 혼인관계를 맺자는 당진명의 제안에 왕 가주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 이내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서 입을 열었다.


“생각지 못한 일이라 당장 뭐라 답변드리기가 곤란하네요.”

“이해합니다. 천천히 생각해보시지요. 급한 일은 아니니까요.”


당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다만 왕씨세가에 있어서 나쁜 일은 아닐겁니다. 협의문 뿐아니라 사천성 최대의 세력인 당가와 손을 잡게 되는 것이니까요.”


당진명의 말에 왕 가주가 고개를 저었다.


“조건에 대한 얘기는 아닙니다. 사천당가라면 저희 집안에 댈만한 가문이 아니지요. 다만 제 아들의 장래가 걸린 일인 만큼 가문의 이해득실만을 따져서 혼사를 결정짓고 싶지가 않습니다.”


당진명은 조금 놀랐다. 한 집안의 가주인 왕서진이 말이 의외였던 것이다.


‘당가와 혼인을 맺을 시 조건에 대한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아들의 행복이 먼저라니··· 가문 경영에 대해서는 볼 것이 없는 사람이지만 아버지로서는 우리 아버지보다 훨씬 났군.’


“가주로서 뜬구름잡는 소리를 한다고 여기실 것 같습니다.”


왕 가주가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하나 랑아가 부족한 애비 때문에 어릴적부터 소가주로서 실질적으로 가문의 대소사를 맡아서 일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차라리 아들이 망해가는 가문의 소가주가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더 행복하지는 않았겠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랑아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아주고 싶답니다.”


왕가주의 표정에서는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엿보였다.


“가주님의 마음을 저도 이해합니다. 저도 아버지는 아니지만 하나뿐인 여동생이 당가의 이익을 떠나서 한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동생을 많이 위하시는군요.”

“아직 철이 안들어서 어리광만 부리는 아이지만 만약에 그 아이가 나쁜 남편을 만나서 불행한 삶을 산다고 하면 제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플 겁니다.”


당진명은 회귀 전 과거의 당희민이 남편 남궁강의 손에 죽었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


‘희민이는 어릴 때부터 당가주의 막내딸로 태어나 손에 물 한방울 묻혀보지 않았던 앤데··· 못된 남편에게 소박을 당하고 맞아 죽다니··· 얼마나 원통하고 괴로웠을까.’


당진명은 당희민이 죽은 후에 간간이 꿈에 여동생이 나타났다.


‘오빠 너무 원통하고 괴로워. 꼭 내 원한을 풀어줘.’


꿈에 나타난 당희민은 창백한 얼굴로 산발이 되어서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애원했다.


‘희민아! 잠깐 기다려 봐라!’


당진명이 여동생을 쫒으려 했지만 여동생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어두운 안개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죽은 희민이의 유령이 나왔다기 보다는 나 자신이 괴로운 마음에 희민이의 환영을 본 거겠지.’


당진명의 인생에서 그때보다 괴로웠던 적은 없었다.


‘다시는 그런 경험을 겪고 싶지 않다.’


당진명은 다짐했었다.


“여동생 분은 행복하겠습니다. 이렇게 본인을 위해주는 오라버니가 있으니까요.”


왕 가주의 말에 당진명이 쓰게 웃었다.


“여동생은 제가 고생하는 걸 모릅니다. 알아줬으면 하고 바라지도 않고요. 그 아이가 행복하지 않으면 제가 더 괴로울 것 같아서 괜찮은 신랑감을 찾고 있는 겁니다.”

“당 문주님은 벌써 아비의 마음을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한데, 제 아들 랑아가 여동생분께 어울릴만 하다 보십니까?”


왕 가주의 말에 당진명은 고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랑 공자는 훌륭한 성품을 가졌습니다. 다만 왕가주님의 말처럼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겠지요. 저도 억지로 일을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먼저 희민이의 의사를 알아본 후에 일을 정하는게 순리에 맞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많이 배웠습니다.”


당진명이 왕가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배우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아비된 자라면 다 저와 같은 마음일 겁니다.”


왕 가주가 겸양하며 말했다.


“혼인은 나중에 정한다고 쳐도 저희 왕씨세가는 당 문주님과 협의문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협의문에 도울 일이 생긴다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협의문도 변씨세가가 다시 왕씨세가를 노린다면 반드시 돕도록 하겠습니다.”



**


그날 저녁.

왕 가주는 아들 왕랑을 서재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왕 가주가 서재에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 왕랑이 들어오자 맞은 편 의자에 앉으라 권했다.


“아들아. 이번에 당 문주님 밑에서 보름 동안 수련에 집중하니 어땠느냐?”

“어땠냐니요? 물론 고수 밑에서 체계적으로 수련을 하니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왕랑이 기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아쉽지는 않느냐? 당 문주 같은 고수 밑에서 계속 무공을 배우면 더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


왕 가주의 말에 왕랑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왕씨세가의 소가주이니 무공에만 전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당 문주님이 변여의 손에서 현암신공을 돌려받게 해 주셨으니 왕가장에서 꾸준히 수련을 하면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왕랑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답했다. 그러나 왕 가주는 아들이 책임감에 그리 말하는 것이란 걸 알았다.


“아들아. 너는 이 아비와는 달리 앞날이 창창하다. 젊을때는 세상에 나가서 많은 경험을 쌓고 견문을 넓혀야 한다. 나는 네가 좁은 왕가장 안에만 있길 원하지 않는단다.”

“하나, 아버지···.”


아버지인 왕 가주가 다리가 불편해서 무공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가문 경영에도 수완이 밝지 않은 것을 아는 왕랑이었기에 섣불리 왕가장을 떠나겠다 말하지 못했다.


“걱정할 것 없다. 이 아비가 몸은 좀 불편해도 혼자서 가문을 못 돌볼 것은 없다. 그리고 협의문과 동맹을 맺고 같이 장가계를 지키기로 했다. 그러니 너 하나가 잠시 없다고 해서 우리 왕씨세가가 무너질 일은 없어.”


왕 가주의 말에 왕랑은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


“당 문주님이 도와주신다고 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심계가 깊으신 분이니 믿을 수 있겠지요.”


왕 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 문주가 말하더구나. 왕랑 너한테서 무공의 재능이 보인다고, 한번 협의문에 와서 무학을 본격적으로 배워 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하더구나.”

“그게 정말입니까?”


왕랑은 당진명에게 단지 보름 배웠을 뿐이지만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당 문주님 밑에서 무공을 배운다면 바라마지않는 일이다만···.’


“앞서 말했듯이 가문의 일은 걱정할 것 없다. 나는 오히려 차기 가주가 될 네가 견문을 넓히고 무공을 익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왕씨세가가 커질 수 있는 길이라 여기고 있다. 많이 배우고 오너라.”


왕 가주의 말에 왕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왕씨세가를 잇기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겠습니다.”


결심어린 눈으로 말하는 왕랑을 왕 가주가 믿음직스럽단 눈으로 바라봤다.



**


다음날.

개현으로 돌아가는 협의문 일행에 왕랑의 모습이 같이 보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왕랑이 협의문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왕 형, 뭘 격식을 차리고 그래요. 보름동안 같이 죽을둥 살둥 수련했던 사이잖소. 편하게 해요.”


임대호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왕 형이 설마 우리랑 같이 가게 될 줄은 몰랐군요.”

“편하게 있어도 됩니다. 지난 보름동안 다 같이 사형제처럼 지냈잖습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지내지요.”


임청호와 문겸도 왕랑을 반겼다.


“다들 반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진명도 한마디 덕담을 했다.


“왕 공자가 내공심법에 있어서는 협의문 친구들보다 더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류하면서 실력을 키운다면 서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다섯 사람은 마차를 타고 개현으로 돌아갔다.



**


개현에 돌아가서 당진명은 먼저 협의문의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오당권문의 무관이 있었던 땅이 무관 건물이 철거되어 평평해져 있었고 중앙에는 하얀 문파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아직 마무리가 덜 된 모습이었지만 어느정도 건물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문주님.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좌정이 공사하는 인부들을 지휘하다 당진명이 온 것을 보고 달려와 인사했다.


“좌정,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공사가 많이 진척된 것 같군.”


당진명이 흡족한 얼굴로 좌정을 칭찬했다.


“언제까지 협의문 분들이 여관에서 지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당분간 지내실 수 있도록 숙소 건물과 무관을 최우선으로 지었습니다. 개현에서 지내실 때는 협의문 건물에서 지내시죠.”

“고맙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협의문 일행은 새롭게 지어진 협의문 건물로 들어갔다.


“이야~ 문파 건물이 아니라 낙양의 최고급 여관 건물 같네요.”


임대호가 조금 호들갑을 떨며 말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지어진 건물을 보면서 흡족한 마음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목재들도 고급스러운 걸 쓴 거 같고 장식들도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멋드러졌습니다.”


왕랑이 감탄하며 말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좌정 이 친구가 건물 짓는 것 하나는 최고라고요.”


문겸이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양 기뻐했다.


“저를 구해주신 협의문의 건물을 짓는 건데 소홀히 할 수 없지요. 제가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가장 품질 좋은 목재와 건축자재를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서 건물을 지었습니다.”


좌정은 자신의 작업물을 칭찬하는 소리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남은 건물들을 다 완공하는데는 얼마나 더 걸리겠나?”

“반년 안에 전부 마무리 지을 생각입니다.”

“무리하지는 말게.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큰일이 날 건 없으니까.”


당진명은 좌정을 치하하며 일을 잘한 상여금으로 금자 한 냥을 더 지급했다.


“감사합니다 문주님. 더욱 성의를 다해서 작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협의문 일행은 개현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수련을 하며 한가롭게 지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날.

사천당가에서 협의문으로 각종 무기와 수련용 도구를 실은 행상이 도착했다.


당진명이 아버지 당군보에게 수련용 도구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 오늘 도착한 것이었다.


“작은 아버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진명이 무각주 당정보에게 포권하며 인사했다.


“내가 할일을 하는 건데 고생이랄게 있겠느냐? 그나저나 정말로 문파를 세웠구나.”


당정보가 멋들어지게 세워진 협의문 건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직 다 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명문정파의 건물이 될 것을 예상하고 설계를 한 건물이므로 4층 건물에 새하얀 회칠을 한 벽면이 웅장함을 자아냈다.


“근데 나는 왜 오라고 한 거야?”


당정보 옆에서 여동생 당희민이 뾰로퉁한 얼굴로 나타났다.


“너한테 오라버니가 새로 세운 문파도 보여줄겸 소개해줄 사람도 있기도 해서 부른거다.”

“소개시켜줄 사람이라니?”


당희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일전에 오라버니가 말하지 않았더냐. 네 남편감으로 괜찮은 친구를 하나 찾았으니 인사하고 소개시켜주려 한다.”


당진명이 씩 웃으며 당희민을 데리고 연무관으로 향했다.

연무관에는 임청호 형제와 왕랑 세 명이 땀흘리며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와···.”


당희민은 왕랑을 보고 침음성을 흘렸다.

임청호 형제와 나란히 세워 놓자 키크고 허여멀건한 얼굴의 왕랑의 외모가 더욱 빛나 보였다.


“어떠냐 희민아?”

“음··· 글쎄···.”


당희민이 눈알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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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비무대회3 +3 24.05.06 809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5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0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2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34 매제 찾기 +4 24.04.30 1,113 20 12쪽
33 해선 안 되는 일 +2 24.04.29 1,071 18 11쪽
32 목수 좌정2 +2 24.04.28 1,095 20 11쪽
31 목수 좌정 +3 24.04.27 1,141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29 이검방4 +5 24.04.25 1,285 24 12쪽
28 이검방3 +2 24.04.24 1,339 24 11쪽
27 이검방2 +4 24.04.23 1,380 25 11쪽
26 이검방1 +5 24.04.22 1,491 26 11쪽
25 가장 중요한 준비 +3 24.04.21 1,592 24 12쪽
24 투자금 +2 24.04.20 1,661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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