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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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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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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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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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달성

DUMMY

낙양의 제일가는 흑도 단체 황룡문.


황룡문 문주 황룡노군은 이른 저녁을 먹고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식탁에는 혼자서는 도저히 못 먹을 많은 요리들이 은으로 만들어진 식기에 담겨 주르르 늘어서 있었다.

회과육, 목연양육,전가복, 해삼족자, 육송면포, 고어.

황룡노군은 이 음식들을 몇 젓가락 맛만 보고 차례차례 옆으로 치웠다.

황룡노군 옆에 있던 시비가 재빠르게 황룡노군이 두세 젓가락을 먹은 음식 접시를 치웠다.

황룡노군은 그렇게 열다섯 접시에 담긴 음식을 조금씩 맛 보는 것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문주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총관이 황룡노군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입을 열었다.


“곽 총관. 저녁은 먹었나?”

“예. 먹고 왔습니다.”

“뭘 먹었나?”

“소면에 고기만두를 몇 점 먹었습니다.”


총관의 말에 황룡노군이 안쓰럽다는 얼굴을 했다.


“그거 먹어서 되겠나?”

“원래 가볍게 먹는 편이라 괜찮습니다.”

“어느 식당에서 먹었나?”

“고봉반점입니다.”


황룡노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음식은 먹을만하지. 얘기가 나오니 갑자기 먹고 싶군. 내일 아침은 고봉반점에서 만들라해라.”

“예 문주님.”


문주의 양 옆에서 시중을 드는 시비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사람이 식사는 제대로 해야 돼. 내가 황룡문 문주가 되고 나서 제일 맘에 드는 게 뭔지 아나? 먹고 싶은 걸 맘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야.”


황룡노군이 느긋하게 말했다.


“문주님. 보고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슨 일인가?”

“저번에 청호방을 괴멸시켰던 놈이 있지 않습니까. 스스로를 협의문이라 지칭한 녀석이었습니다.”


황룡노군은 그런 녀석이 있었나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살수 한 놈에게 처리하라고 명했는데 그놈이 실패하고 도주했던 모양입니다.”

“그럼 살수를 한 명 더 보내야지. 도망간 살수 놈도 처리하게 하고.”

“보냈던 살수가 임청호라는 녀석인데 이류 살수 중에서는 유명했던 녀석이었습니다. 그 녀석을 처리하려면 일류 살수를 한 명 빼야 할 것 같습니다.”


총관의 말에 황룡노군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우리는 거공방(巨蚣房)이랑 항쟁 중이잖아. 귀한 일류 살수를 그런 곳에 보낼 여력이 있나?”


낙양 제일의 흑도 조직인 황룡문은 최근 새로 기세가 올라오는 흑도 조직 거공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거공방이 은근히 황룡문이 지배하는 지역의 가게들에 시비를 걸면서 두 조직간의 기싸움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격해지고 있었다.

일류급 살수는 문파에 몇 없는 중요한 전력이었다.

그렇기에 황룡노군은 중요한 전력을 빼는 것에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그 협의문이라는 놈들은 가만 둬선 안 될 것 같습니다. 검각산의 이검방이 협의문의 공격을 받고 토벌되었다고 합니다. 그놈들이 벌써 두 번째로 우리 황룡문을 업수이 여긴 것인데 그냥 넘어가면 황룡문의 체면에 손상이 갈 겁니다.”


“평시라면 당장 그놈들을 잡으라 무력대를 보냈겠지만 지금은 느낌이 안 좋아. 금방이라도 거공방 놈들이 쳐들어 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지. ”


황룡노군이 후식으로 나온 감주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럼 이대로 그냥 놔두실 겁니까?”

“급할 거 없잖아. 하급 살수 하나 붙여서 감시만 해둬. 언젠가는 우리 황룡문을 능멸한 죗값을 치르게 만들어야지.”


황룡노군은 노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


당진명 일행은 사천당가로 돌아왔다.

당진명은 협의문이 금봉상단주와 맺은 이검방을 물리친다는 약속을 지켰으니 돈을 찾을 생각이었다.

금봉상단주가 낸 금자 100냥은 현재 아버지인 당가주 당군보가 수하의 사업체를 통해 세전 작업을 마친 후 수금해서 가지고 있을 터였다.


아버지가 있는 가주전 쪽으로 향하는데 둘째형 당진오와 여동생 당희민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희민이 너 남궁세가의 이공자 남궁건이라고 알지?”

“남궁세가?”


당진오의 말에 당희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번에 비무대회 때 구경갔잖아. 그때 삼등한 사람. 기억 안 나?”

“아아···기억날 것 같기도?”

“남궁세가 이공자 남궁건이 너 맘에 든다더라.”


당진오가 은근한 어투로 말했다.


“그 사람 뺀질이 처럼 생겼던데.”

“아니야~ 내가 몇 번 만나보니 사람이 진국이더라.”


당희민이 당진오를 째려봤다.


“싫어. 오빠 친구면 쓰레기일 거 아냐.”


당희민의 말에 당진오가 고함을 질렀다.


“이게 자꾸 기어오르네. 오빠한데 그게 무슨 버르장머리냐!”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하지.”


당희민은 당진오에게 혀를 쑥 내밀고 도망갔다.


“뭐해?”


당진명은 당진오가 하는 말을 엿듣고 인상이 찌푸려졌다.


‘어떻게 남궁세가랑 혼사를 파토냈는데 또 남궁세가를 끌어들여!’


“어, 진명이 왔냐? 딴게 아니라 슬슬 희민이 짝을 찾아줘야지 싶어서.”


당진명이 아는 둘째형 당진오는 가족에게 그리 살갑게 구는 성격이 절대 아니었다.


“뭐 잘못 먹었어? 형이 갑자기 희민이 걱정을 하고 그래?”

“잘못 먹기는. 오빠가 하나뿐인 동생 걱정하는 게 이상한 거냐?”

“형이 아는지는 모르겠는데 희민이 남편감에서 남궁세가 놈들은 다 탈락이야.”


당진오는 당진명의 말에 눈을 삐뚜름하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모르면 아버지한테 물어보던가. 좋아하진 않으실 걸?”

“....”


당진오는 동생 당진명이 뭔가 아는 듯이 말하자 붙잡고 정보를 캐내려했다.


“너 뭔가 아는 게 있구나?”

“남궁세가 놈들은 우리 당가를 우습게 봤어. 그래서 아버지가 진노하셨고. 그쯤 알아두면 돼.”


당진명의 말에 당진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남궁세가가 어떤 죄를 지었길래···.”

“형이야 말로 왜 그래? 갑자기 남궁세가 뚜쟁이 역할이나하고. 남궁건한테 돈이라도 받아 먹었어?”


당진명이 날카롭게 당진오를 추궁했다.

회귀 전에 희민이를 죽인 남궁강을 병신을 만들어 놨더니 이제는 그 동생인 남궁건이 나타나다니.


‘남궁세가 놈들이 사천당가를 집어삼키려 노리는 건가?’


당진명은 남궁세가에 대해서 분노와 짜증의 감정이 솟구쳤다.


“돈을 받아먹기는! 남궁세가는 무림 세가 중에서 제일 세력이 강성한 곳 아니냐? 그런 곳과 사돈을 맺으면 희민이에게도 좋고 당가에도 이중으로 좋은 일이라 생각해서 내가 발 벗고 나서려 한 거지.”


당진오는 그렇게 말했지만 당진명은 당진오가 남궁건과 개인적으로 이득을 주고받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분명 당가의 장로를 통해서 파혼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을텐데 포기 못하고 둘째 아들을 내세우다니··· 파렴치한 놈들이군.’


당진명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남궁세가를 손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남궁세가는 아니야. 아버지가 절대 받아들이실리 없고 다른 가족들도 다 반대할 거니까 남궁세가랑 희민이를 엮으려는 계획은 그만 둬.”


당진오는 당진명의 경고에도 딱히 포기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머쓱한 표정으로 눈알을 뒤룩뒤룩 굴릴 뿐이었다.


“그나저나 진명이 너 요즘에 매화루에 안가나 보지? 거기 소향화가 너가 언제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더라. 드디어 사람이 된 거냐?”


당진오가 장난스레 당진명의 팔을 툭툭쳤다.


“소향화가 날 찾는다고···.”


당진명은 기녀 소향화의 얘기가 나오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소향화는 어릴 적 당진명이 돈과 시간과 마음까지 써가며 쫒아다니던 예기였다. 말하자면 당진명의 첫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그 썅년은 날 물주로만 봤지만 말야.’


소향화는 당진명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당진명은 소향화와 결혼까지 생각하며 마음을 얻으려 애썼지만 소향화는 기루의 잘생긴 점소이와 같이 야반도주를 했던 것이다.

그 후로 당진명은 기루에 가지 않게 되었다.


“난 이제 기루는 완전히 끊었어. 소향화 그년한테도 딴 호구 찾아보라고 전해줘.”


당진명의 말에 당진오는 눈을 크게 떴다.


“이야~ 당진명이 진짜로 정신 차린거냐? 너가 기루를 끊었다니 믿기지가 않네.”


당진오가 장난스레 웃었다.


“형도 그만 놀고 큰형처럼 가정을 꾸려. 이제 나이도 있으니 성실하게 살아야지.”

“뭐야, 진짜 정신 차렸냐? 성도 최고의 한량 당진명이?”


당진명은 한숨을 내쉬고 당진오를 지나쳐 가주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 설마 가주전 가는거냐?”

“어. 아버지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서.”


당진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요즘 아버지한테 잘보이려고 애쓰나 보던데, 동생아. 욕심 버리고 일찍 포기해라. 넌 나랑 형한테는 안돼.”


당진명은 당진오의 행동에 한숨만 나왔다.

이 한심한 둘째 형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당가주가 된 큰형 당진상에게 불복해서 반란을 획책하다가 잡혀서 처형되었던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것도 형이라고 죽게 놔두기는 좀 그러네.’


당진명은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 당진오에게 충고하기로 했다.


“형 잘 들어. 사람이 오래 살고 싶으면 주제를 알아야 돼.”

“그게 무슨 소리냐?”

“형이 큰 형이랑 댈 수 있냐 이말이야. 형이야 말로 빨리 욕심 버려. 다음 가주는 큰형이니까.”


당진명의 말에 당진오의 표정이 한 눈에 보이게 구겨졌다.


“이자식이 말이면 단 줄아나! 내가 당진상보다 못 한게 뭔데!”

“못 한게 뭐냐니···.”


너무 많아서 나열하기도 힘들었다. 오히려 나은 것을 찾는게 빠를 것이다.

잔머리랑 악독한 마음 정도는 당진오가 당진상보다 나을 것이다.


“여하튼 당가주가 될 때까지는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건 내가 뭐라 안 할게. 근데 차기 당가주가 만약 형이 안 되더라도 딴 마음 먹지 말라는 거야. 당가가 규율이 엄한 건 잘 알지?”


당진오는 흐흐 웃었다.


“걱정마라. 차기 당가주는 내가 될 거니까. 너야말로 줄 잘 선택해. 당진상이 장자라고 당가주가 될 가능성이 나보다 높다고만 볼 수는 없으니까.”


당진오는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래. 열심히 해봐라.”


당진명은 당진오와 헤어져 가주전으로 갔다. 아버지 당군보는 가주전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이검방 일은 잘 마무리 짓고 왔느냐?”


당군보의 물음에 당진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봉상단주와 약속한 일을 마무리 지었으니 돈을 받아도 될 듯 합니다.”


당군보는 사천당가주의 책임을 걸고 금봉상단주와 아들 당진명 간의 계약을 보증 선 것이나 마찬가지인 입장이었다.

당진명이 약속을 지켰으니 보관하고 있던 금자 일백냥을 건네주어도 되겠다 여겼다.


당군보는 총관을 시켜서 금자를 가져오게 했다.

당가 재경각의 각원들이 커다란 나무상자를 가져왔다.


“열어보거라.”


당진명이 나무상자를 열자 수많은 금자가 태양빛을 받아서 번쩍거렸다.


“수하들을 시켜서 순금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금자 100냥이 맞아.”


금봉상단주 입장에서는 금자 일백 냥이 그리 큰 돈은 아니니 속일 거 같지는 않았지만 역시 아버지 당군보는 철저했다.

당진명은 손수 나무상자를 챙겼다. 금자가 일백냥이나 들어있어서 묵직했으나 당진명은 상자가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돈도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문파를 시작할 수 있겠구나.”

“예. 우선 개현으로 가서 알맞은 땅부터 찾을 생각입니다.”


당진명은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었다. 당군보도 협의문의 시작이 기대된다는 듯이 웃었다.


작가의말

내일은 주말이네요. 주말은 아침 9시20분에 연재 됩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작품을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의 제목을 [독마회귀전]에서 [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으로 바꾸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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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비무대회3 +3 24.05.06 808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5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0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2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34 매제 찾기 +4 24.04.30 1,113 20 12쪽
33 해선 안 되는 일 +2 24.04.29 1,071 18 11쪽
32 목수 좌정2 +2 24.04.28 1,094 20 11쪽
31 목수 좌정 +3 24.04.27 1,141 20 11쪽
»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29 이검방4 +5 24.04.25 1,284 24 12쪽
28 이검방3 +2 24.04.24 1,338 24 11쪽
27 이검방2 +4 24.04.23 1,380 25 11쪽
26 이검방1 +5 24.04.22 1,491 26 11쪽
25 가장 중요한 준비 +3 24.04.21 1,592 24 12쪽
24 투자금 +2 24.04.20 1,660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1 29 11쪽
22 기초공사 +4 24.04.18 1,829 33 12쪽
21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4 24.04.17 1,853 32 11쪽
20 성도로 +2 24.04.16 1,959 31 11쪽
19 형제 +2 24.04.15 1,978 32 11쪽
18 임청호 +4 24.04.14 2,067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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