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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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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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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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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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랑

DUMMY

왕 가주 왕서진은 당진명 일행을 붙잡고 그간 사정을 호소했다.


“지난 이 주 동안 왕씨세가를 도울 협객들을 모집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사람이 안 모이더군요.”


“이류 고수 한 명당 한 달에 은자 다섯 냥이면 적지는 않은 돈인데요.”


“아무래도 변씨 세가에 이름 높은 고수들이 있다 보니까 저희 모집에 사람들이 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상대편이 사파에서 이름 높은 타장봉 변여와 혈량검 오사목인 만큼 두 고수를 두려워한 무림인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왕씨세가에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기껏 모인 사람들도 무위가 높은 사람은 없고 그나마 높은 자가 이류 초기의 정도의 실력이더군요. 대다수는 삼류 무림인들이었구요.”


그나마 협의문의 무인들은 전부 이류 이상의 고수였으니 왕 가주가 당진명 일행을 환대할만 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도 강호 사정에 어두운 초짜 무림인들이 대다수여서 변여와 오사목이 이름난 사파 고수라는 걸 알고 밤에 남몰래 도망가는 사람이 꽤나 있었습니다.”


왕랑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초짜 무림인들은 잘 모르고 왕씨 세가가 괜찮은 돈으로 협객을 모은단 말만 듣고 왔다가 변씨세가의 위세에 눌려서 줄행랑을 친 것이었다.


“혹여나 협의문 여러분도 변씨세가와 갈등을 빚고 싶지 않으신다면 떠나셔도 좋습니다. 억지로 사람을 붙잡을 생각은 없답니다.”


왕 가주가 반쯤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도와주겠다고 왔다가 변씨 세가를 보고 줄행랑을 친 위인들이 많아서 당진명 일행도 그냥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되는 눈치였다.


“왕 가주님. 걱정 마십시오. 저희 협의문은 정파 세력입니다. 사파 무림인이 장가계를 장악하는 걸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왕씨 세가를 도울테니 심려 마십시오.”


당진명의 따스한 말에 왕 가주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세상에 당 소협 같은 분이 계실 줄이야. 너무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은혜는요. 근처에 사는 정파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겉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당진명이 왕씨세가를 돕기로 한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우선은 변씨세가는 세력이 강해 사람을 모을 필요가 없었으므로 그쪽 편을 든다고 해서 돈이 나올 일은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협의문 부하들의 실전경험을 쌓게 해야하는데 변씨세가 정도면 딱 알맞은 상대일 것 같다고 여긴 것이다.


돈도 벌고 경험도 쌓는데 어려움에 처한 정파 세가를 도와서 명성까지 높아질 테니 당진명이 왕씨세가를 돕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도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만약 나중에 협의문이 위기에 처한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협의문을 돕겠습니다.”


왕가의 소가주 왕랑이 포권을 하며 감사를 표했다.


‘....’


당진명은 왕랑을 바라봤다. 왕랑의 말투가 기시감이 들었다. 과거에 어디선가 비슷한 말을 들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이 위험에 빠졌는데 이 한 목숨이 아깝겠소? 목숨을 바쳐서라도 동료들을 돕겠소!’


과거의 한 장면이 당진명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당진명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앗! 나한테 죽었던 녀석이잖아.”


갑자기 외치는 당진명에게 가주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그게 무슨 소리 십니까?”


왕랑이 고개를 갸웃하며 당진명에게 물었다.

당진명은 허둥지둥 손을 저었다.


“아, 아니에요. 말이 헛나왔네요. 왕 공자가 아는 사람이랑 닮아서 그 사람 생각을 하다가 그만. ”

“저랑 닮은 사람이 문주님께 죽었습니까?”


얼핏 들으면 무례할 수 있었던 당진명의 말이었지만 왕랑은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니요. 안 죽었죠. 아직 만난적도 없으니까요. 음. 헛소리를 했군요 잊어주세요.”

“하하. 알고보니 저희 문주님에게도 엉뚱한 면이 있었네요. 별로 재미없으니까 다음부터는 다른 농담을 해주시죠.”


문겸이 나서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음. 내가 원래 헛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닌데··· 잊어주십시오.”


당진명은 대충 상황을 수습한 후 왕랑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회귀 전에 벌어졌던 정사대전.

그때 당진명은 20대 중반의 나이로 사천당가에서 출가한지 5년차. 강호에서 사천독괴라는 별호로 불리고 있을 때였다.


자유롭게 살아가던 당진명은 사파에서 제일 큰 세력을 차지하던 하오문의 문주 천제賤帝유일한에게 잘못 걸려서 그의 수하 비슷하게 정사대전에 끌려나가게 되었다.


“사천독괴. 너도 사파의 말석에 있으니 강호 사파의 맹주인 하오문에 가세해야지.”


실로 광오하고 안하무인 격인 발언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류 수준이었던 당진명은 사파의 절정고수인 천제 유일한의 명을 거절할 수 없었다.


“가, 가야죠··· 갈 생각이었습니다.”


당진명은 천제에게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 내가 고개를 숙이는 건 달려나가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당진명은 천제의 다섯 째 제자 흑영도黑影刀 진수의 무력대에 편성되었는데 진수는 엄연히 객장의 신분인 당진명을 자기 수하 부리듯이 했다.


“사천독괴라? 들어본 거 같기도 하고. 선봉대에 들어가거라.”

“예에···.”


당시 무위가 높지 않았던 당진명은 일류 고수인 진수를 거스르지 못하고 울분만 삭이면서 하오문의 인간방패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흑영도 진수의 무력대와 맞붙었던 정파의 무력대 중에 왕씨 세가의 무림인들이 끼어 있었다.


일류 고수인 흑영도 진수를 당해내지 못하고 정파 무림인들은 패퇴하게 되었다. 왕씨 세가의 무림인들은 진수의 무력대에 둘러싸여서 큰 위기에 처했다.


그때 한 명의 무인이 나와서 위기에 빠진 정파 무인들과 왕씨세가원들을 구하려 했다.

아버지가 병으로 죽고 젊은 나이에 왕씨세가를 물려받은 왕랑이었다.


왕랑은 흑영도 진수를 향해 외쳤다.


“진수! 어차피 가주인 내가 죽는다면 우리 세가원들은 이번 전쟁에서 물러날 것이다. 그러니 나와 일대일로 겨루고 부하들은 살려주길 바란다.”


진수는 그런 왕랑을 비웃었다.


“너 같은 떨거지를 내가 상대할 필요가 있겠느냐. 그러나 네 용기가 가상하구나.”


당진명이 봐도 이류 중기 정도 밖에 안되는 왕랑이 일류 후기의 고수인 흑영도가 나설만한 상대는 아니라 보였다.


진수는 검을 꺼내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였다. 검은 섬광이 번쩍이는 듯 싶더니 왕랑의 왼팔이 잘려나가 공중에 붕 뜬 후 피를 흩뿌리며 땅에 떨어졌다.


“크으윽!”


왕랑이 왼팔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왕랑은 점혈법으로 왼팔을 지혈해서 응급조치를 했지만 얼굴이 창백해져 도저히 싸울 상태가 안 되었다.


진수가 당진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천독괴. 네가 상대해봐라.”

“저, 저요?”

“저놈은 상처도 많이 입고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네 실력 좀 보여봐라.”


진수는 장난스레 웃었다. 아마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생겼다고 여기는 듯했다.


“진수! 난 너를 상대하겠다고 했다!”


다친 왕랑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당당한 태도로 진수를 꾸짖었다.


당진명은 깜짝 놀랐다. 고작해야 이류 무인이 온 강호에서 두려움을 사는 천제의 제자에게 대들다니.


“먼저 사천독괴를 꺾어라. 그러면 네 부하들이 도망가도 쫒지 않겠다.”


누가 광오한 천제의 제자 아니랄까 진수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말했다.


‘니미럴···.’


당진명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마치 자신이 삼류 악당이 된 것 같았고 하오문의 노예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구속없이 자유롭게 살고자 사파 무림인이 되었는데 하는 일은 하오문의 말대로 부려지는 하인이라니··· 내가 이러려고 사파 무인이 되었나.’


당진명은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그러나 뒤에는 무서운 흑영도 진수가 눈을 형형하게 뜨고 당진명을 노려보고 있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당진명은 장검을 빼들고 왕랑과 대치했다.

왕랑은 큰 상처를 입고도 당진명과 대결하려는 듯 일어나서 장검을 겨누었다.


“너는 죽음이 두렵지도 않느냐?”


당진명은 왕랑에게 물었다. 자신은 흑영도 진수가 두려워 벌벌 떨고 있는데 이 녀석은 어떻게 이리 당당할 수 있단 말인가.


“두렵다. 하지만 두렵다고 부하들을 죽게 놔둘수는 없다.”


당당한 태도였다.


“네 이름이 뭐냐?”

“호남 왕씨세가주 왕랑이다!”


‘죽이기에는 아까운 호남자군.’


하지만 왕랑을 죽이지 않으면 당진명이 진수의 손에 죽을 것이다.

당진명은 눈을 서늘하게 뜨고 장검을 왕랑에게 겨누었다.


다친 왕랑은 당진명의 검격을 몇 합 받아내지 못했다. 왕랑이 왼팔에 큰 부상을 입었기도 했지만 당진명의 무위가 원래 왕랑 보다 뒤쳐지지 않았다.


푸욱!


당진명의 장검이 왕랑의 심장을 꿰뚫었다.


왕랑은 당진명의 칼에 심장이 꿰뚫려 죽으면서도 최후까지 당당한 모습이었다.


진수는 장난삼아 벌레를 짓이겨 죽이듯이 왕랑을 죽였지만 왕씨세가 부하들이 전장에서 도망치는 것을 쫒지는 않았다.

왕랑이 그의 부하들을 살린 것이었다.


비록 본인의 손으로 왕랑을 죽인 당진명이었지만 왕랑의 행동이 당진명의 가슴 속에 감명 깊이 남았다.


‘죽은 왕랑이 산 당진명보다 낫구나.’


당진명은 그날 하루 종일 정파 무림인들과 싸우면서 왕랑의 행동을 생각했다.


‘여기서 도망치면 하오문 놈들이 날 쫒겠지만 이놈들 하인으로 평생 부려질 바에야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당진명은 그날밤 하오문의 진영에서 도망나왔다.


‘언젠가는 유일한과 진수를 내 손으로 죽이리라.’


하오문 문주 천제와 흑영도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당진명은 숨어서 지냈다.


그로부터 십년 후 천제 유일한은 노환으로 죽었고 하오문의 세력은 급속도로 쇠퇴했다. 천제의 제자들은 천제만큼의 무재가 없었다. 당진명이 사십삼 세가 되던 해에 진수의 목을 베어 복수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파 무림에는 육대마두의 시대가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당진명은 그날 하오문의 밑에서 뛰쳐 나온 것이 나중에 자신이 사파의 거두로 클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인연이라는 게 진짜 있구나.’


당진명은 왕랑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선이 좀 얇은 느낌이 있었으나 반듯하게 생긴게 여자들이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

게다가 변씨세가의 위협만 제거한다면 부유한 장가계를 지배하는 호남 왕씨세가의 장남이니 가문도 빠질 것이 없었다.

더해서 협의문의 동 쪽에 왕씨세가가 우군으로 있으면 지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가 있었다.


당진명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왕 공자는 혼인을 하셨습니까?”


당진명이 왕랑에게 불쑥 물었다. 보통 당황하거나 기분나빠할 법도 한데 왕랑은 그런 기색 하나 없이 선선히 대답했다.


“가문이 어렵다보니 혼인을 신경쓸 여지가 없었습니다. 어찌 그러십니까?”

“훤칠하게 생기셔서 여자들이 많이 사모할 거 같아서 물어봤습니다.”

“하하. 과찬이십니다. 여성분들 앞에만 가면 긴장하게 되어서 저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이 없을 겁니다.”


왕랑이 웃으면서 겸양의 말을 했다.


‘성격도 좋고 바람기도 없을 거 같고. 완벽한 신랑감이 잖아?’


당진명은 속으로 왕랑을 매제 후보 중 한 명으로 점찍었다.


‘희민이랑 비교하면 왕 공자가 좀 아까울 지도 모르겠군. 희민아 넌 오빠 잘 둔 줄이나 알아라.’


당진명은 말괄량이 막내 여동생을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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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문겸의 작전 +2 24.05.07 751 17 12쪽
40 비무대회3 +3 24.05.06 809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6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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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목수 좌정 +3 24.04.27 1,142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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