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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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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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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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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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공사

DUMMY

당군보가 노려보면 대다수의 당가인들은 자기가 뭘 잘못했나 돌아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당가주라는 직위, 절정고수라는 개인의 무력, 그리고 당군보라는 사람 자체가 풍기는 위압감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진명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당군보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이놈 배포가 이리 컸나?’


오히려 당군보가 속으로 내심 당황했다.

아들의 성장이 대견스러운 한 편 찝찝한 구석이 있었다. 당진명에게서 부자연스럽게 노회한 느낌을 받는 당군보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당진명의 태도에는 패기있는 젊은이스러운 두렵지만 용기를 내서 꿋꿋하게 서있는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노회한 은거 고수가 후기지수를 바라보는 듯한 여유로움···.’


거기까지 생각했던 당군보는 이내 잡생각을 털어버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 저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지겠나. 내가 사람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졌나보군.’


사람은 원래 자신이 이해 못 하는 현상이 생기면 인지를 왜곡시켜서라도 자신이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드는 습성이 있다.

회귀해서 19세의 나이가 된 강호의 노마두 독마 당진명 또한 보통사람이 이해 못 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당군보는 자신이 너무 예민해 졌다고 여겼다.


“진명이 네 말을 들어보니 이치에 맞는구나. 내가 도와줄게 있느냐?”


당가주 당군보가 당진명의 생각을 인정한다는 선언이었다.


“문파 세우는데 도와주실 건 없어요. 있어도 당가의 도움은 안 받으려고요. 제 힘으로만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당진명의 말은 지당했다.


“그래도 문파를 세우는 게 너 혼자서 다 감당하기는 힘들텐데? ”

“직접적인 건 아니지만 당가에서 도와줬으면 하는 건 있어요.”

“사양말고 말해봐라.”


당군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낙양에서 싹수가 괜찮은 애들을 데리고 왔는데 당분간 무각에서 좀 가르쳤으면 하는데 아버지가 작은 아버지께 허락하도록 말씀해주세요.”

“어려운 일도 아니구나. 그렇게 하도록 해주마.”


당군보는 선선히 허락했다.


“가족들에게 인사를 마치면 개현으로 가겠습니다. 문파 세울 준비를 바삐 해야 하니까요.”

“그래. 그렇게 하거라. 뭔가 더 필요한게 있으면 주저말고 가주전으로 오거라.”

“예. 감사합니다 아버지.”


당군보는 먼저 뇌옥을 나갔다.


“삼공자님. 경축드립니다. 드디어 뇌옥에서 풀려나셨네요.”


그동안 당진명의 수발을 들던 간수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음. 그간 자네도 내 수발을 드느라 고생 많았네.”

“고생은요. 삼공자님을 위해서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당군보와 당진명의 대화를 들은 간수는 앞으로 당진명이 당가에서 큰 발언권을 가진 인물로 성장할 거라는 예감에 말투가 한층 사근사근해 졌다.


“또 보세.”


간수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당진명은 뇌옥 바깥으로 나왔다.

뇌옥 바깥에는 큰형 당진상이 서성대고 있었다.

당진상은 뇌옥 바깥으로 나온 당진명을 보고 놀라면서도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명아. 너 용케 무사했구나?”

“내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아버님이 굳은 표정으로 뇌옥을 나오시길래 나는 네녀석이 단전이 파괴되는 벌을 받고 폐인이 되는 건 아닌지하고 걱정했다.”


당진상의 걱정이 지나치다곤 할 수 없었다. 진짜로 당군보에게 단전이 파괴되어 폐인이 된 당가인이 몇 명 있었으니까.


“어머니부터 뵈러 가죠. 걱정 많이 하셨을텐데요.”


당진명을 보고 당진상이 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철이 들었구나. 옛날 같았으면 뇌옥에서 풀려났으니 기루로 놀러갈 생각부터 했을텐데.”


“오랫동안 어머니를 못 보면 그리워지게 되는 법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어머니를 못 봐서 얼굴도 잊어버릴 뻔 했는데요.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야죠.”


“새삼스럽게 세상 다 산 것 처럼 말하는구나. 어쨌든 효도를 하겠다면 장한 일이지. 같이 가자.”


당진명은 형과 함께 어머니 감청영의 처소로 갔다.


“진명아! 대체 이 어미에게 말도 안 하고 어딜 싸돌아다녔느냐!”


말투는 혼내는 말투였지만 감청영의 말투에는 당진명을 걱정하는 마음이 깊게 담겨있었다.

감청영은 당진명의 볼을 매만지며 울상을 지었다.


“아이고. 내 새끼. 볼이 반쪽이 되었구나.”

“어머니, 뇌옥에서 보내주신 고깃국 잘 먹고 지냈습니다. 걱정 마세요.”


당진명이 숙쓰러운 듯 어머니를 조금 밀어내며 말했다.


“대체 1년 동안 어디를 돌아다녔느냐?”

“어머니 저도 이제 어른입니다. 강호를 돌아다니며 제가 인생을 바칠만한 일을 찾았지요.”

“인생을 바치다니 너무 거창하구나.대체 뭘 할 작정이냐?”

“문파를 세울 겁니다.”

“문파?”


감청영은 당진명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감청영은 당진명을 사랑하는 엄마이기도 했지만 강호에서 뼈가 굵은 여고수였다. 망나니같은 아들이 기루에서 기녀를 희롱하면서 사고치는 건 봐줄만한 일이었지만 문파를 세운다고 허풍치고 돌아다니는 것은 말려야되지 않겠나 싶었다.


“진명아. 또 무슨 헛바람이 불었느냐? 그냥 집에나 가만히 붙어 있어라.”

“어머니. 애들은 커서 부모 곁을 떠나는 법입니다. 절 잡지 마세요.”


따악!


감청영의 손바닥이 당진명의 등짝을 후려쳤다.


“네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아버지가 뇌옥에 가두기까지 했는데 반성은 안 하고 아직도 헛소리만 하는구나.”


감청영의 말에 당진명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어머니, 제가 어떻게 뇌옥에서 빠져 나왔겠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제 계획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네 계획을 인정해주셨다고?”

“안 그랬으면 제가 어떻게 지금 여기 밖에 나올 수 있었겠습니까. 1년간 뇌옥에서 썩고 있었겠죠.”


하지만 감청영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이가 이제 진명이한테 아예 기대를 접은 모양이구나.’


원래 아예 기대가 안 되면 열심히 하라고 독려할 기운도 사라지는 법이다.


당진명이 너무 한심한 나머지 차기 가주로 교육시킬 가치조차도 없다고 판단되어 그냥 한량처럼 살라고 남편이 당진명을 풀어주었다.

감청영 생각에는 그렇게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었다.


감청영은 당진명 뒤에 서 있는 큰아들 당진상을 보았다.

무공실력도 괜찮으면서 이렇게 동생을 생각해서 뇌옥에서 꺼내오고 또 어머니를 생각해서 같이 인사를 오지 않았는가.

감청영이 생각해도 당진상 정도면 사천당가주를 맡기에 넉넉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진명이한테는 너무 힘든 자리겠지.’


감청영은 당진명을 사랑했기에 당진명이 당가주를 목표로 너무 힘들게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어차피 안 될 일. 경쟁은 큰애와 작은애가 하고 진명이는 편하게 지내도 되지 않겠는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고 뱁새가 황새 쫒아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법이었다.


“그래. 뭐가 됐든지 사천당가주 말고도 네가 목표로 할 일이 있을거다.”


감청영이 따뜻한 위로의 말을 했다.


“예에.... 뭐, 그렇죠.”

“그렇다고 너무 기루에서 놀지만 말고 뼈 삭는다. 가끔은 밖에 나가 운동도 하고 그래라. ”

“...?”


1년만에 당가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인사도 마친 당진명은 당가를 나와 임청호와 임대호가 투숙하고 있는 여관으로 향했다.


“문주님. 며칠이나 오시질 않아서 뭔가 잘못됐나 싶어서 걱정했었습니다.”


임청호와 임대호가 당진명을 반겼다.

임청호는 당진명이 이틀이 지나도 오지 않자 사천당가를 찾아갔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래서 혹시나 일이 잘못되었나 싶어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던 참이었다.


“형님. 문주님의 무공과 지략이 뛰어나신데 별 일 있었겠어?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임대호가 웃으며 말했다.


“대호, 너는 탕약을 꾸준히 먹고 있었느냐?”

“예. 말씀 주신대로 매일 아침식사를 한 후 문주님이 달여주신 탕약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당진명은 임대호의 맥을 짚어 보았다.


“맥을 짚어보니 몸안의 양기와 음기의 조화가 정상으로 돌아온거 같구나. 더는 탕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겠다.”


완치 판정을 받은 셈.

임청호가 눈시울이 붉어져서 임대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호야. 축하한다. 그간 고생 많았어.”

“뭘 새삼스럽게. 다 형이랑 문주님 덕분이지.”


세 사람은 여관 근처 객잔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먹었다.


“당가에서도 얘기가 잘 풀렸으니 너희들은 한 동안 당가의 무각에서 수련을 하도록 해라.”

“무각이요?”

“그래. 나는 한동안 개현에서 문파 설립을 위한 준비를 할텐데 그동안 너희들은 사천당가에서 체계적으로 무공의 기반을 닦거라.”


당진명의 무위가 무각주 당정보보다 뛰어나겠지만 가르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평생을 무각에서 후학을 양성하느라 고생을 한 당정보가 기초적인 것은 더 잘 가르쳐줄 것이다.


협의문이 만들어질때까지 딱히 두 사람이 할 일도 없으니 그 시간동안 두 사람에게 정파의 정종무공을 기초부터 다시 가르칠 생각이었다.


“건물을 지을때도 기반을 탄탄히 다져야 나중에 건물을 높이 세울 수 있는 법이다. 너희들이 무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저잣거리에 떠도는 사파무공을 되는데로 익혀서 지금 토대에서 무공을 쌓아봤자 나중에는 균형이 무너져 더는 올리지 못할 것이다.”


사파 무림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민이었다. 정파에 비해서 무공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 위주로만 빠르게 익히는데 집중하다 보니 점차 고수의 반열에 오를수록 어릴때 기초를 제대로 쌓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당진명은 명문 사천당가의 삼공자로 어릴적에나마 정종무공을 익혔기에 남들보다 아쉬움이 덜했다.


임청호는 분명히 어릴적에 체계적으로 무공을 익혔다면 더 강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당진명은 임청호 임대호 두 형제에게 정종의 무공을 가르치고 싶었다.


“무각에 가서 지금까지 배운 잡공들을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무공을 익혀야 할 것이다. 할 수 있겠느냐?”


당진명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익히면 더 강해지는 길인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문주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당진명은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을 데리고 사천당가로 들어갔다.


무각에서는 무각주 당정보가 문하생들을 가르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작은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 진명아. 형님께 얘기는 들었다. 무각에 맡기고 싶은 녀석들이 있다고?”


당정보는 무각주인 만큼 싹수있는 후기지수가 들어오는 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


“네가 말한 후기지수들은 어디 있느냐?”


당정보가 빨리 새 제자들을 만나고 싶은지 두리번 거렸다.


“여기 있지 않습니까? 얘들아 무각주 님이다. 인사 드려라.”


당진명의 말에 두 사람은 당정보에 고개숙여 인사했다.


“무각주님을 뵙습니다.”


“이 녀석들이 그 싹수가 보이는 후기지수들이냐?”


당정보는 임청호,대호 형제를 살폈다.


‘그냥 흑도인거 같은데?’


두 사람의 외모는 저잣거리에 널려있는 왈패들과 크게 다르지가 않았다.

임청호는 목덜미에 황룡문의 표식인 용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임대호도 덩치 크고 껄렁하게 생긴게 주먹깨나 쓰던 놈처럼 보였다.


‘이놈들을 돌보라고?’


빠릿빠릿한 어린 후기지수를 기대했던 당정보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에 약관이 가까운 나이인거 같은데 무공을 배우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당정보의 생각을 읽은 당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작은 아버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저도 압니다. 하지만 두고보면 아실겁니다. 이 두 녀석은 천하에서도 찾기 힘든 기재들이란 걸요.”


당진명은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한 번 맡아보마.”


당정보의 표정을 보고 내심 불안했던 두사람의 얼굴이 펴졌다.


“수업을 못 따라오면 가차없이 내칠테니 그리 알고 최선을 다해라. 알겠느냐!”

“예 무각주님!”


두 사람이 힘차게 대답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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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비무대회2 +2 24.05.04 955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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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목수 좌정 +3 24.04.27 1,142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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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검방1 +5 24.04.22 1,491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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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투자금 +2 24.04.20 1,661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2 29 11쪽
» 기초공사 +4 24.04.18 1,830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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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형제 +2 24.04.15 1,978 32 11쪽
18 임청호 +4 24.04.14 2,068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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