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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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최근연재일 :
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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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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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대회4

DUMMY


오사목은 당진명의 빈틈을 노려서 왼손을 뻗었다. 오사목의 왼손에 응축된 보랏빛 음기가 번쩍였다.


파앗!


하지만 오사목의 공격은 당진명의 옆구리에 도달하기 전에 당진명의 금나수법에 의해서 막혔다.


“아닛?!”


오사목은 크게 놀랐다.

다음 순간.

당진명의 목검이 오사목의 목덜미를 노리고 번개처럼 쏘아졌다.

오사목은 간발의 차로 당진명의 쾌검을 피할 수 있었지만 자세가 흐트러졌다. 당진명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독룡검법의 초식을 계속해서 전개해서 오사목을 공격했다. 오사목은 시종 수세에 몰리며 반격할 엄두를 못 내고 30여 합을 당진명에게 끌려다녔다.


예상 외로 당진명이 오사목을 압도하자 구경꾼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거야? 혈량검이 밀리는 것 같은데?”

“협의검 당 문주가 혈량검을 이길 정도의 무위란 말야?”

“그게 말이 되나. 오사목은 일류 중기의 고수란 평판인데···.”


구경꾼들 보다 더 놀란것은 오사목 자신이었다.


‘저 어린 놈이 내 수를 읽었단 말인가?’


당진명이 지닌 내력을 가늠해 볼 때 일류의 경지에 도달한 고수라는 걸 알았지만 자신보다는 몇 수 아래라고 생각했었다. 같은 경지라 하더라도 초기, 중기, 후기의 격차는 천양지차로 달랐다. 표현할 방법이 없어 크게 뭉뚱그려 일류의 고수라 말할뿐이었다.


그렇기에 오사목은 자신의 승리를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증거를 남기지 않고 혈패음서장血霈陰徐掌을 사용해서 당진명을 모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진명이 보여준 무위는 상상 이상이었다. 한 번 전세가 기울어지자 오사목은 다시 비등한 상황으로 싸움을 가져가기 어려웠다.


‘마치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기분이다. 검로劍路가 보이질 않아···.’


오사목의 목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치 노회한 노고수의 검법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오사목이 요리조리 빈틈을 찾아서 목검을 휘둘렀지만 검로는 끝까지 뻗어가지 못하고 당진명의 검에 막히거나 방향이 비틀려서 허공을 후려치게 되었다.


‘내력이 문제가 아니다. 이놈의 검법은 일류의 수준을 뛰어넘었어···!’


오사목은 강호에서 잔뼈가 굵었다. 일류 후기 고수들을 상대한 적이 수도 없었고 몇 번 절정의 고수들과도 맞서 싸운 일이 있었다.


‘일류 후기의 고수들과 싸울 때도 이렇게 턱턱 가로막히는 느낌은 없었다. 이놈의 검법은 절정의 수준에 달해있어!’


뭘해도 가로막히니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 들어서 도저히 검로를 펼칠 수 없을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오사목은 목검을 뻗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어느 쪽으로 검을 찔러야 할지 정할 수가 없었다. 어디로 검을 찌르더라도 당진명의 검에 막힐것만 같았다.


오사목은 검을 휘두르지 못하고 주춤한 채로 움직이질 못했다.


‘오사목이 왜 가만히 서 있는거지?’


당진명과 대결하고 있는 오사목과는 달리 변여나 다른 구경꾼들은 당진명의 수준 높은 검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한창 잘 싸우던 오사목이 뜬금없이 엉거주춤 하게 멈춰선 것처럼 보였다.


“오 대협. 뭐하고 있는 거요?”


오사목은 변여의 재촉이 짜증스럽게 여겨졌다.


‘직접 검을 맞대고 있지 않으니 이놈이 얼마나 괴물 같은 놈인지 모르는 거지···.’


계속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변여는 목검을 치켜들었다.

성명절기인 혈량검을 활용해서 되든 안 되든 억지로 검로를 펼쳤다.

오사목의 목검이 서늘한 검기를 흩뿌리며 사방으로 찔러들어갔다.


“오오오!”

“오사목이 다시 우세해졌는 걸?”


구경꾼들 같은 삼류 고수들이 보기에는 다시 오사목이 우세를 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변여는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오사목의 검법이 화려하긴 하지만 실속이 없다.’


오사목의 검은 언뜻보기에는 굉장히 화려하고 공격적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자신의 앞 공간에 검막을 펼쳐서 상대가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지극히 방어적인 검법을 펼치고 있었다.


‘짜식. 겁 먹었군.’


당진명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계속해서 고수에게 검로가 막히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몸이 얼어붙어서 방어적인 동작을 펼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자신은 적극적 공격으로 활로를 찾는다고 급박하게 움직이는 것이겠지만 실상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방어를 하겠다고 멋대로 검법을 휘두르면 오히려 약점이 더 환히 보이게 된다!’


어떤 초식이든지 공격을 빚맞추게 되면 빈틈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검만을 휘두르면 공격할 틈이 더 많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대련자의 검법 수준차이가 심할 수록 빈틈을 찾는 것은 쉬운 일.


당진명의 눈이 빛났다.

다음 순간 당진명이 독룡검법에서 가장 빠른 찌르기인 섬전관사閃電貫巳 초식으로 오사목을 공격했다.


“크윽!”


당진명의 목검이 진검인것 마냥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공기를 갈랐다.

오사목은 어떡해서든 당진명의 검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당진명의 찌르기는 순간적으로 막기에는 너무나 빨랐다.


타악!


내공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오사목은 찌르기에 명치를 가격당해 나가떨어졌다.


“으아아아아!”


바닥에 놔뒹군 오사목은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했다.


“기절했군.”


당진명이 쓰러진 오사목을 살피며 말했다.

오사목은 명치에 목검으로 세게 엊어맞고 혼절해 있었다.

아마 목검이 아니라 진검이었으면 오사목은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왕씨세가 측 당진명의 승리!”


왕 가주가 신난 목소리로 선언했다.

변여에 이어서 오사목까지 꺾었으니 앞으로 2승만 더 따내면 왕씨세가의 승리였다. 게다가 남은 선수들은 앞의 두 고수에 비해서 무위가 떨어지는 후기지수들이니 왕씨세가가 이겼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환한 얼굴의 왕 가주와 다르게 변여는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예졌다.


‘설마 오사목이 당할 줄이야.’


변여 자신이야 문겸이란 놈의 비열한 장난질에 걸려서 무승부가 되었다지만 오사목은 제대로 당진명과 겨뤄서 패배한 것이다.


‘저 어린놈의 무공이 일류 고수인 오사목 보다도 위란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오사목은 땅바닥에 혼절한 채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변씨세가의 제자들이 우물쭈물 나와서 혼절한 오사목을 들것에 실어서 의원이 대기하고 있는 평상으로 옮겼다.


“변 가주님. 약속은 잊지 않으셨겠지요? 이번 비무대회에서 진 쪽은 호남에 영영 돌아와서는 안 됩니다.”


당진명이 미소띈 얼굴로 변여에게 말을 걸었다.

변여는 뭐라고 대답도 못하고 눈만 뒤룩뒤룩 굴리며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할 지 생각했다.


“각 선수들은 다음 시합을 준비하시오.”


왕 가주가 일렀다.


변여는 왕씨세가의 남은 세 선수를 살폈다. 임청호와 임대호, 그리고 왕랑.

임청호 형제는 풍기는 분위기가 거친 밑바닥 생활을 했던 듯 한데 내공 또한 나쁘지 않아 보였다.

왕랑이야 반쪽짜리 현암신공을 익혀서 별볼일 없는 녀석이니 아들 변량이 이긴다고 쳐도 협의문에서 나온 임청호 형제는 쉽지 않은 상대일 것 같았다.


‘이대로 비무대회를 진행시켰다가는 성가셔 질 수도 있겠다.’


무림에서는 무엇보다도 명분이 중요했다. 아무리 변씨세가의 힘이 강하더라도 왕씨세가와 비무대회에서 진 쪽이 호남지방에서 나가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어기고 호남을 집어삼키려 했다가는 주위의 다른 무림 세력들이 변씨세가를 공격할 빌미를 줄 수 있었다.


무림 공적으로 지정 될 수도 있는 일. 어떡해서든 비무대회에서 패배하는 일 만은 막아야 했다.

변여는 머리를 굴렸다.


“이리 와 보거라.”


변여는 손짓으로 변산과 변로, 아들 변량을 불렀다.

세 사람은 변여에게 다가왔다.

변여가 작은 소리로 세 사람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배탈이 나서 싸우지 못하겠다해라.”


변여의 말에 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제 먹은 것이 탈이나서 세 명이 다 식중독에 걸린 것이다. 그러니 도저히 비무대회를 계속할 수 없는 것이지. 알아 듣겠느냐!”


변여가 엄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다그쳤다.


“숙부님. 저희들이 나가서 왕씨세가 놈을 이길 수 있습니다.”


변산이 불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멍청한 놈! 오사목이 협의문주에게 당한 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느냐!”


변여의 호통에 아들 변량이 변산을 두둔했다.


“아버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 아닙니까? 어찌 겨뤄보기도 전에 졌다고 단정하십니까.”


변량도 싸우기도 전에 질것부터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반발심이 들었다.

하지만 변여의 생각은 세 사람과 달랐다.


‘저 능구렁이 같은 협의문주놈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머지 시합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필시 함정이 있다.’


적어도 비무대회의 승패를 무승부로 만들어서 흐지부지 한다면 나중에라도 다시 호남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패배가 확정된다면 변씨세가는 호남에서 떠나지 않고는 체면을 차릴 수가 없게 된다.


“시끄럽다. 내 말을 못 듣겠다는 말이냐! 잔말 말고 오사목이가 누워있는 진료소로 가거라!”


불만어린 표정의 세 아이들을 진료소로 보낸 변여는 당진명과 왕 가주가 쉬고있는 평상으로 찾아갔다.


“왕 가주님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비무대회를 더는 진행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변여가 뻔뻔스런 얼굴로 말하자 왕 가주의 표정이 삽시간에 험악해졌다.


“그게 무슨 말이오 변 가주! 약속을 어길 셈이오?”


변여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말을 이었다.


“어제 먹은 것이 잘못 되었는지 다음 대전에 나가야할 세 명의 아이들이 모두 배탈이 나서··· 싸울 사람이 없습니다.”


변여의 뻔뻔함에 왕 가주는 기가 찼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방금까지 멀쩡했던 사람들이 단체로 배탈이 났다니!”

“사람이 아픈데 어찌하겠습니까. 대회를 뒤로 미루던지 하시지요.”


왕 가주가 삿대질을 하며 변여에게 뭐라 쌍욕을 하려는데 당진명이 왕 가주를 진정시켰다.


“왕 가주님. 흥분하실 것 없습니다. 이리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으니까요.”


당진명은 별달리 분한 표정도 아니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마치 변여가 억지를 부리는 것도 계산에 넣어두었다는 태도였다.

당당한 당진명의 모습에 변여는 조금 껄끄러워졌다.


‘이놈이 내가 억지를 쓸 것 까지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웠다는 말인가?’


“미안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네. 아픈 아이들을 억지로 비무대회에 내세울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변여가 머쓱한 표정으로 억지를 부려봤다.


“비무대회를 무승부로 끝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선선히 말하는 당진명의 말에 변여가 더 당황했다.


“그게 정말인가?”

“다만.”


당진명이 눈을 가늘게 뜨고 변여를 노려봤다.


“당연히 그냥 무승부로 해 드릴 수는 없지요. 저희가 다 이긴거나 다름없는 대회 아닙니까? 조건이 있습니다.”


당진명의 말에 변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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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비무대회5 +3 24.05.10 637 16 11쪽
» 비무대회4 +2 24.05.09 637 18 11쪽
42 당진명의 시합 +3 24.05.08 697 17 11쪽
41 문겸의 작전 +2 24.05.07 751 17 12쪽
40 비무대회3 +3 24.05.06 809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5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0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2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34 매제 찾기 +4 24.04.30 1,113 20 12쪽
33 해선 안 되는 일 +2 24.04.29 1,071 18 11쪽
32 목수 좌정2 +2 24.04.28 1,095 20 11쪽
31 목수 좌정 +3 24.04.27 1,142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29 이검방4 +5 24.04.25 1,285 24 12쪽
28 이검방3 +2 24.04.24 1,339 24 11쪽
27 이검방2 +4 24.04.23 1,381 25 11쪽
26 이검방1 +5 24.04.22 1,491 26 11쪽
25 가장 중요한 준비 +3 24.04.21 1,593 24 12쪽
24 투자금 +2 24.04.20 1,661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2 29 11쪽
22 기초공사 +4 24.04.18 1,830 33 12쪽
21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4 24.04.17 1,853 32 11쪽
20 성도로 +2 24.04.16 1,960 31 11쪽
19 형제 +2 24.04.15 1,978 32 11쪽
18 임청호 +4 24.04.14 2,068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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