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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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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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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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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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DUMMY

“이검방을 괴멸시킨다라···.”


하지만 금봉상단주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공자는 우리가 이검방을 어쩌지 못해서 돈을 뜯긴다고 생각하는가?”


금봉상단 정도의 재력이면 이류 무인을 잔뜩모아서 이검방과 생사결을 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이검방의 뒤에는 황룡문이 있네. 우리가 바치는 돈은 이검방을 통해 황룡문에도 흘러들어가고 있어. 그러니 이검방이 사라진다해도 황룡문이 우릴 가만히 두겠는가?”


황룡문의 문주 황룡노군은 절정고수였다.

황룡노군이 직접 움직인다면 금봉상단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를 막을 무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이검방을 공격한게 금봉상단이란걸 황룡문이 모르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소린가?”


“우리 협의문에서 돈 돌려받을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우리 돈이 금봉상단에서 흘러왔다는 걸 모르도록 하면 되겠지요.”


금봉상단주의 눈이 번뜩였다.


“이검방은 협의문이 공격한 것이고 금봉상단은 아무 연관이 없다?”


“그렇습니다. 협의문은 어차피 지역 흑도들을 싹 쓸어버리는 것이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 중 우연히 이검방이 첫번째 제물이 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금봉상단이 이상한 트집 잡힐 일은 없겠지요.”


금봉상단주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황룡문이 와서 억지를 쓰더라도 돈을 거래한 내역만 없으면 넘어갈 수 있을 듯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거래를 숨기겠다는 말인가?”


“돈은 반 년에 걸쳐 사천당가가 거래하고 있는 성도 근처의 수십개 상단에 나눠서 투자나 대출의 명목으로 뿌립니다. 그리고 그 상단들이 사천당가로 돈을 보내고 다시 당가의 돈이 협의문으로 갑니다. 이정도만 돈을 돌려도 황룡문이 우리와 금봉상단의 관계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상인도 아닌 무인이 세전을 제안하다니 금봉상단주는 당진명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직 약관에 불과해 보이는 젊은나이에 이리 머리가 잘 돌아가니 문파를 세운다는 것도 마냥 허풍섞인 말은 아닌 것 같군.’


당진명은 회귀 전에 독문의 문주였다.

사파단체를 운영하면 여기저기에서 의뢰주가 출처를 숨겨야하는 검은 돈이 많이 흘러들어 왔다. 그렇기에 검은 돈을 깨끗하게 세탁하는 일은 당진명이 밥먹듯이 하던 일과 중 하나였다.


“어떻습니까? 더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금봉상단주는 고개를 저었다.


“충분하네. 그래서 자네는 얼마를 지원해주길 바라는가?”

“우선은 금자 100개입니다. 당분간은 그정도 돈만 있으면 작은문파를 꾸릴 정도는 될겁니다.”


금자 100개는 금봉상단에서 종업원 30명을 1년 동안 고용하는 정도의 금액이었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못낼 돈은 아니다.


“금자 100개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위험을 고려하면 더 요구할 법 한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요. 앞으로 금봉상단과 계속 관계를 이어갈텐데 처음부터 과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군. 잘 알겠네.”


금봉상단주 입장에서도 말도 안 통하고 머리 나쁜 무인들 보다는 말이 통하는 당진명과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게 나쁘진 않을 듯했다.


“하지만 우리가 관계를 이어나가려면 종국에는 황룡문이 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당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황룡문은 쉬운 상대는 아닙니다. 세력의 크기나 영향력을 떠나서 절정고수인 황룡노군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무시할 수가 없죠.”


하지만 금봉상단주가 보기에 당진명은 황룡노군에 대해 말할 때 전혀 겁먹거나 위축된 모습이 아니었다.


“황룡문을 제거할 계획이 있는건가?”

“아직은 없습니다. 다만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진 않을겁니다. 저한테도 황룡문에게 갚아줘야 할 빚이 있거든요.”


황룡문은 당진명을 죽이려고 살수를 보냈다. 비록 그 때문에 임청호를 찾는 수고를 덜긴 했지만 공은 공이고 과는 과였다.


‘무림에서는 은원을 확실히 가려야한다. 황룡문에는 언젠가 복수를 해야해.’


당진명은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다만 지금은 힘이 약해서 수그리고 있는 것일 뿐. 언젠가는 당진명이 당한 것에 수배로 갚아줄 생각이었다.


“이야기는 마무리 된 듯 하군. 돈을 보낼 사업장의 목록을 보내주게. 6개월에 걸쳐서 조금씩 돈을 흘리겠네.”

“예. 조만간 당가에서 문서를 보내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금봉상단을 나오자 문겸이 당진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겸은 상의를 입지 않고 벌거벗은채로 서 있었다.


“문형 윗도리는 어디갔소?”

“예 공자님. 잠시 머리를 식힐겸 검패(劒牌) 놀이를 하다가 판돈이 부족해서 저당잡혔습니다.”

“....”


문겸은 도박 중독자였다. 다만 돈을 따고 잃는 것에는 그닥 의미를 두지 않았다. 도둑이니 잃은 돈은 다시 훔쳐서 벌충하면 된다는 주의였다.


“문형은 앞으로 도둑질을 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소? 계속 도박에서 돈을 잃다간 삶이 힘들어질테니 적당히 노시오.”


당진명은 엽전 몇 개를 문겸에게 건네며 충고했다.


“가서 아무거나 사입고 오시오. 당가 삼공자의 시종이 추레한 꼴로 다니면 안되니까.”

“감사합니다 공자님.”


문겸은 가까운 옷가게에서 대충 싸구려 마의(麻衣)를 하나 사서 두른 뒤 당진명에게 돌아왔다.

두 사람은 다시 마차를 타고 성도로 향했다.


“공자님, 금봉상단주와 얘기는 잘 끝내셨습니까?”

“음. 금봉상단주가 우리 협의문에 금자100냥을 투자하기로 했네.”


문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랬다.


“금자 100냥이요?!”


동네 소매치기였던 문겸의 입장에서는 평생 상상도 못해봤던 거금이었다.


“문파를 만드려면 이래저래 돈 들어갈데가 많아. 금자 100냥도 많은 돈은 아닐세.”


당진명이 담담하게 말했다. 실제로 문파건물을 지을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는데 금자 100냥이 대부분 사용될 것이었다.


“100냥이라니 저한테는 영 현실감이 안 느껴지는 금액이네요.”

“문파를 운영하려면 앞으로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 많을걸세. 지금부터 차츰 익숙해져야지.”


회귀 전 당진명이 독문을 운영할 때는 따로 재무와 회계를 담당하는 재경각을 두었다. 하지만 문파를 새로 시작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당진명이 모든 일을 맡아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은 내가 다 하는 수밖에 없겠지. 재무를 책임지던 오선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테니.’


오선지는 회귀 전 독문의 재무를 책임지던 재경각주였다. 어린나이에도 셈이 정확하고 품성이 정직해서 독문의 재정 관련 일은 일임하다시피 했었다.


‘시간이 나면 재정 쪽을 관리하는 사람을 찾아야겠어. 사람들을 관리하는 임면각주도 하나 구해야겠고. ’


문파를 제대로 만들어 보려니 사람이 많이 필요할 듯했다.


회귀 전의 독문은 당진명이 새로 세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살수 집단의 두목을 죽이고 당진명이 장악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존에 사람과 조직이 갖춰져 있어서 당진명이 딱히 신경쓸 필요없이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니 당진명으로서도 문파를 세우는 일은 처음이었다.


‘뭐 급할 건 없겠지. 우선은 이검방 녀석들을 해치우는 게 우선이다.’


어차피 금봉상단에서 흘러들어온 돈을 깨끗하게 세척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터였다. 당진명은 그 시간을 활용해서 문겸, 임청호,대호 형제를 직접 훈련시킬 생각이었다.


‘일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류 후기까지는 무위를 올려줘야지. 그리고 나도 일류 수준에 도달하면 좋고.’


앞으로 문파의 일을 신경쓰려면 수련할 시간이 부족할 터였다. 조금이라도 짬이 날 때 수련에 집중하고 싶었다.


*


다음날 당진명이 탄 마차가 성도의 사천당가장에 도착했다.


‘우선은 아버지부터 만나야겠다.’


당진명은 바로 가주전으로 향했다. 우선 아버지 허락이 떨어져야 당가의 사업장들을 돈세탁하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


“당가의 사업장을 가지고 세전을 하겠다고!”


당군보는 당진명의 예상대로 소리부터 버럭 질렀다.


“아버지 진정하십시오. 지금부터 천천히 자세하게 설명드릴테니까요.”


당진명의 말에 당군보는 따귀를 때리려 치켜든 손을 내렸다.


“어디 들어나보자.”


당진명은 금봉상단이 섬서지방의 서안으로 무역을 갈때마다 검각산에 자리잡은 이검방에 통행세를 뜯기고 있던 사연을 말하고 이검방의 뒷배인 황룡문을 피해서 돈을 받아야 하는 사정도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 사업장을 통해서 자금의 흐름을 알기 어렵게 하겠다는 거구나.”


당군보는 당가의 사업장이 세전에 쓰인다는게 좀 꺼림칙한 듯 했으나 당진명의 얘기를 듣고보니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봉상단에서 얼마의 금액을 내겠다 하더냐?”

“우선은 금자 100냥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금봉상단과 계속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걸 생각하면 더 많은 이익이 난다고 봐야겠죠.”


당군보도 당진명의 얘기에 동의했다.


“그래. 문파를 운영하려면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전주 역할을 해줄 곳을 찾는게 중요하지. 돈 문제만 안정적으로 해결이 되어도 문파일의 절반은 해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것뿐 아니라 금봉상단을 통해서 당가의 다른 장로들이 모르게 아버지의 비자금을 만들어 드릴수도 있습니다. 무림세가를 운영하는 가주의 입장이면 이래저래 꼬리표 없는 돈을 쓸데가 많지 않겠습니까?”


당진명에 말에 당군보는 어이가없었다.


“그런말은 누구한테 들은거냐?”


아직 어린 당진명이 무림세가의 뒷사정에 밝은 듯이 얘기하자 이놈이 어디서 이런 소리를 줏어들었나 의아했던 것이다.


물론 당진명은 어디서 들은 것이 아니라 회귀 전 독문을 운영하면서 직접 겪은 경험에서 안 지식이었다.


“아버지.저도 이제 어른입니다. 그런 뒷 사정에 관심이 많아 따로 공부하면서 알아낸 겁니다. 문파를 새로 세운다고 했는데 그런 것도 공부 안 했겠습니까.”


당군보는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


‘이놈이 정말 내가 알던 당진명이 맞나?’


최근들어 당진명이 너무 어른스러워졌다고 느끼는 당군보였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당진명은 부모에게 용돈이나 타서 기루의 인기 기녀에게 선물 산다 술을 산다 펑펑 써버리고 무공 수련을 하라고 하면 뺀질거리기만 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정신을 차린 것을 넘어서서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굴지 않는가.


“진명아 어디서 세게 머리를 부딪힌 적이 있느냐?”

“예? 그런 적은 없습니다만.”

“크흠. 아니다.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어디서 머리를 부딪혔든 아니든 망나니 막내아들이 정신을 차렸다면 그것보다 흡족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당군보는 당진명이 제발 철이들어 정신을 차린 것이기를 바랬다.


“내가 말해준 세전용 사업장의 목록을 뽑아서 가져오게 시키마. 사흘이면 목록을 만드는데 충분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당진명은 가주전에서 금봉상단의 돈을 받는데 필요한 준비를 모두 부탁하고 무각으로 향했다.


‘오늘부터 문겸, 임청호 형제의 수련을 봐줘야겠어. 이검방과 싸울 때 녀석들을 실전훈련 겸해서 끌고가야 하니까말야.’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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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비무대회4 +2 24.05.09 636 18 11쪽
42 당진명의 시합 +3 24.05.08 697 17 11쪽
41 문겸의 작전 +2 24.05.07 750 17 12쪽
40 비무대회3 +3 24.05.06 809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5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0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2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34 매제 찾기 +4 24.04.30 1,113 20 12쪽
33 해선 안 되는 일 +2 24.04.29 1,071 18 11쪽
32 목수 좌정2 +2 24.04.28 1,095 20 11쪽
31 목수 좌정 +3 24.04.27 1,141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29 이검방4 +5 24.04.25 1,285 24 12쪽
28 이검방3 +2 24.04.24 1,339 24 11쪽
27 이검방2 +4 24.04.23 1,380 25 11쪽
26 이검방1 +5 24.04.22 1,491 26 11쪽
25 가장 중요한 준비 +3 24.04.21 1,592 24 12쪽
» 투자금 +2 24.04.20 1,661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2 29 11쪽
22 기초공사 +4 24.04.18 1,829 33 12쪽
21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4 24.04.17 1,853 32 11쪽
20 성도로 +2 24.04.16 1,959 31 11쪽
19 형제 +2 24.04.15 1,978 32 11쪽
18 임청호 +4 24.04.14 2,067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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