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최근연재일 :
2024.05.12 09:2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94,694
추천수 :
1,519
글자수 :
239,923

작성
24.05.10 15:20
조회
636
추천
16
글자
11쪽

비무대회5

DUMMY

변여는 당진명이 조건을 걸기는 했지만 자신이 제안한 무승부를 받아들인다는 말에 웬만한 조건이면 들어줘야겠다 생각했다.


“조건이 뭔가?”

“변씨세가가 호남지방에서 계속 머무르는 것은 허許하겠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다시는 장가계를 노리고 왕씨세가를 압박해서는 안 됩니다. ”


비무대회에서 왕씨세가가 이겼다면 위 조건에 더해서 변씨세가는 오랜 세월 기반을 닦아온 변가장邊家場을 버리고 호남지방을 떠나야 했다.

변가장을 버리고 떠나지 않게 해준 것만으로도 크게 봐준 것이니 변여가 할 말은 없었다.


“으음··· 알겠네.”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 더 있다고?”


변여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진명은 그런 변여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설마 왕씨세가를 더 괴롭히지 말라는 요구만 할 정도로 자신이 호구로 보였던 것인가 생각했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이번 비무대회는 우리 왕씨세가가 이기고 있었고 무승부가 된 것은 변씨세가의 사람들이 몸에 탈이나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양보하는 것이지요.”


변여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당진명의 말대로 였기 때문이다.


“원하는 조건을 말해보게.”

“현암신공의 비급을 한질 왕씨세가에 주십시오.”

“현암신공을?!”


첫 번째 조건을 들었던 때와 달리 변여는 진짜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우리 가문의 독문무공의 비급서를 달라니 안 될 말이네. ”


변여가 고개를 저으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독문무공이라는 말은 조금 웃기는군요.”

“뭐라?”


당진명의 조소하는 듯한 말에 변여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원래 현암신공은 왕 가주님의 아버지께서 변 가주께 전수해주신 무공 아닙니까. 그런데 정사대전에서 전대 왕 가주님이 돌아가시고 왕 가장에 불이나서 무공이 실전되었지요.”


변여도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당진명은 변여의 파렴치하고 도리도 모르는 태도에 화가 났다.


“무림의 도리로 따지자면 변 가주님은 기울어진 사문을 돕기 위해 힘써야 했습니다. 사문의 은혜를 입었는데 갚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당진명의 말에 변여는 할 말이 없었다.


“사문의 은혜를 갚기는 커녕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스승의 자식들을 먼 곳으로 쫒아보내고 장가계를 장악하려 하다니요! 변 가주님이 할 말이 있습니까?”


변여는 당진명을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어졌다.


‘감히 내 앞에서 당돌하게···!’


지금껏 변여의 배은망덕한 행위를 뒤에서 욕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당진명처럼 정면에서 들이받은 사람은 없었다.

변여가 호남 북부지역에서 가장 위세를 떨치는 무인이였기 때문이다.


“최소한 사문의 은혜를 갚을 생각이 있다면 실전된 현암신공을 왕가장에 돌려주는 게 옳다고 봅니다.”


왕 가주는 당진명의 말에 감동 했는지 눈물을 글썽였다.

변여는 당장 대답하지 못하고 침음성만 흘렸다.

현암신공을 돌려준다면 왕씨세가가 다시 힘을 키울 것 아닌가.


“변 가주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만약 조건을 받으시지 않는다면 저희도 비무대회를 무승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게.”


당장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생각한 변여가 힘빠진 목소리로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변여는 변씨세가 진영으로 돌아갔다.변여는 의아해하는 가솔들을 말없이 지나쳐서 자신이 마련한 고급 의자에 걸터앉았다.

변여는 고민에 잠겼다.


‘저놈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준다면 실질적으로 비무대회에서 진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자신의 무기인 은장봉銀長棒을 꺼내서 당진명의 골통을 쪼개놓고 싶었다.


‘하나 그렇게 되면 우리 변씨세가는 비무대회 약속을 어기고 비겁하게 급습을 가한게 되겠지. 그것만은 안돼.’


그리고 오사목을 이긴 당진명을 자신이 과연 제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감정에 휘둘려서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겠지.’


변여는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지금은 생각을 해야해.’


정파 무인들과 달리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파 무림인들이었지만 남자답지 못하고 약속을 어기는 것 만큼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자들은 사파 무림인도 아닌 흑도세력으로 분류되어 무림의 공적이 되곤 했다.


‘무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면이다. 협의문주 놈이 나와 거래하고자 하는 것은 내 체면이다.’


변여는 머리가 잘 돌아갔다. 비무대회에서 지는 것과 조금 조건을 양보하더라도 무승부로 만드는 것은 크게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만약 우리 변씨세가가 왕씨세가에게 비무대회에서 졌다는 소문이라도 퍼지는 날에는 그동안 숨죽여왔던 크고작은 무림세력들이 모조리 우리 변씨세가에 이빨을 들이 댈 거다. 그런 일 만은 있어서는 안돼.’


변여는 짜증섞인 눈으로 두 조카와 아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저놈들 수준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내가 이런 걱정을 할일도 없는 것을.’


하지만 이제와서 남탓을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었다.

변여는 결심을 굳히고 당진명을 찾아갔다.


“변 가주님. 결정하셨습니까?”

“그래. 현암신공의 비급을 넘기겠네. 그리고 장가계에도 관심을 끊도록 하지.”


‘마치 깨끗하게 모든 걸 다 포기한다는 태도군 ’


당진명이 변여를 비웃었다.


‘다 보인다. 지금 이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말만 그렇게 한다는 걸. 지난 삶에서 너 같은 족속들을 내가 한 두번 겪은 줄 아느냐.’


당진명은 알면서도 변여에게 속아주는 척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원래 왕씨세가와 변씨세가는 한 가족 아니었습니까. 묵은 과거는 털어버리고 이웃끼리 잘 지내시죠.”


당진명의 말에 변여가 떨떠름한 웃음을 지으며 수긍했다.


‘아직 왕씨세가의 힘이 변씨세가에는 미치지 못해. 억지로 비무대회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변여는 그대로 굴복하려 들지 않겠지.’


쥐새끼를 막다른 골목에 몰면 고양이를 물어뜯는 법이다.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면 사람은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었다. 오히려 한 군데 도망갈 길을 만들어줘야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변씨세가에서는 받을 건 다 받았다. 현암신공만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 왕씨세가는 변씨세가 보다 더 강성해 질 수 있어.’


당진명의 협의문이 도울 것이다. 협의문이 있는 개현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사천당가가 있고 동쪽에는 왕씨세가가 버텨서 협의문을 돕는다면 협의문은 주변 걱정할 것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자금은 개현의 금봉상단이 댈테고, 지리적으로 동쪽과 서쪽의 무림세가가 협의문을 돕는다면 내가 생각한 구상이 어느정도 실현된다. 주위 걱정을 할 필요없이 협의문의 기반이 단단해 졌을 때. 협의문은 무당파, 아니 그 소림사 조차 뛰어넘는 무림 제일의 세력이 될 것이다.’


항상 자신만만한 당진명 자신조차도 꿈처럼 여겨질 정도로 원대한 목표였다.


‘무림 제일의 세력. 협의문이 무림 제일의 세력이 된다면 협의문주인 내가 천하제일인이 된다는 것인가?‘


당진명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혼자서 히죽 웃었다.


‘하지만 공짜로 생긴 또 하나의 인생이다. 천하제일인, 설령 도중에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다고 해도 사나이가 한 번 도전해볼만한 일 아니겠나.’


왕 가주가 걱정스런 얼굴로 당진명에게 다가왔다.


“변여 저놈이 우리를 방심시켜 놓고서 뒤로 공격하는 것 아닐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호남지방에서 왕씨세가와 변씨세가가 장가계의 지배권을 놓고 비무대회를 여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진명이 구름때처럼 몰린 구경꾼들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리면 아마 무림 전역에서 알게 되겠지요.”

“그도 그렇구만. 아무리 변여가 염치가 없기로서니 당분간은 장가계에 집적거리지 못하겠군.”

“설령 변여가 계속 집적거린다 해도 걱정 마십시오. 저희 협의문이 왕씨세가를 돕겠습니다.”


왕 가주도 왕랑으로부터 협의문이 왕씨세가와 동맹을 맺고 싶어한다는 얘길 들었다.

왕 가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오늘 협의문의 당진명과 문겸의 무공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정말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저희 왕가장은 협의문주님만 믿겠습니다.”


왕 가주가 자신의 아들뻘 되는 당진명의 손을 두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일류 경지의 무인은 돈만 많이 준다고 구할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데 나서서 우리 왕씨세가를 돕겠다니··· 선조님들께서 평생 옳은 일만 하고 살아오신 보답을 이제야 받는구나.’


왕 가주는 정사대전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로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


“모여주신 여러분들. 변씨세가에서 나올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죄송스럽게도 오늘의 비무대회는 여기서 중단해야겠습니다. ”


왕 가주가 구경꾼들과 양 세가원들에게 비무대회가 무승부로 끝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선언했다.

그러나 구경꾼들은 이미 문겸과 당진명이 비무에서 변씨세가의 최고 고수인 변여와 오사목을 꺾은 것을 보았으므로 왕 가주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


“아무래도 변여가 이기지 못할 거 같으니까 내빼는 거 같은데?”

“그러게 말야. 갑자기 세 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다 몸이 안 좋다니 변명도 그럴듯한 변명을 해야지.”


구경꾼들은 저마다 변여를 비웃으며 욕했다.

변여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무렇지 않은 듯 서있었지만 속은 썩어가고 있었다.


‘이놈들아. 맘대로 지껄여라. 여기서 저 호사가놈들이 뭐라 떠들어대든 비무대회에서 지지만 않는다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


변여는 현암신공을 넘겨주더라도 왕씨세가가 몇 년안에 변씨세가의 힘을 따라잡지 못하리라 보았다.

하지만 당진명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당장은 비무대회에서 이기더라도 변여가 호남에서 변가장을 철거하지 못하겠다고 드러누우면 방법이 없다. 절대적인 무력에서는 변씨세가가 한 수 위니까. 하지만 일 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왕씨세가를 변씨세가보다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당진명은 자신 있었다.

오히려 왕씨세가는 과거에 융성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가 가세가 기운 만큼 당진명이 적절하게 관리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만든 협의문보다 더 쉽게 힘을 기를 수 있었다.



**


이렇게 해서 동정호에서 열린 왕씨세가와 변씨세가의 비무대회는 무승부로 끝이났다.

그러나 겉으로는 무승부였지만 왕씨세가가 얻은 것이 적지 않았다.

실질적으로는 승리했다고 볼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왕 가주는 왕가장으로 돌아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왕 가주님. 협의문과 왕씨세가가 동맹을 맺게 되는데 서로 더 신뢰할 수 있게 된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왕가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진명이 왕 가주 옆으로 와서 말했다.


“이를테면 말인가? 나야 바라마지않는 바일세.”


왕 가주가 기꺼운 표정으로 답했다.


“이럴 때는 전통적인 방법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방법? 그게 뭔가?”

“혼인이지요. 양 가문의 후대를 책임질 자제들이 혼인으로 맺어지는 겁니다. 이것보다 더 확실하고 신뢰가 가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당진명이 뜬금없다는 얼굴의 왕 가주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주말에는 오전 9시 20분에 연재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합니다 +4 24.05.12 335 0 -
46 번가단야장 +2 24.05.12 522 14 12쪽
45 아버지의 마음 +2 24.05.11 600 18 12쪽
» 비무대회5 +3 24.05.10 637 16 11쪽
43 비무대회4 +2 24.05.09 636 18 11쪽
42 당진명의 시합 +3 24.05.08 697 17 11쪽
41 문겸의 작전 +2 24.05.07 751 17 12쪽
40 비무대회3 +3 24.05.06 809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5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0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2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34 매제 찾기 +4 24.04.30 1,113 20 12쪽
33 해선 안 되는 일 +2 24.04.29 1,071 18 11쪽
32 목수 좌정2 +2 24.04.28 1,095 20 11쪽
31 목수 좌정 +3 24.04.27 1,142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29 이검방4 +5 24.04.25 1,285 24 12쪽
28 이검방3 +2 24.04.24 1,339 24 11쪽
27 이검방2 +4 24.04.23 1,381 25 11쪽
26 이검방1 +5 24.04.22 1,491 26 11쪽
25 가장 중요한 준비 +3 24.04.21 1,593 24 12쪽
24 투자금 +2 24.04.20 1,661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2 29 11쪽
22 기초공사 +4 24.04.18 1,829 33 12쪽
21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4 24.04.17 1,853 32 11쪽
20 성도로 +2 24.04.16 1,960 31 11쪽
19 형제 +2 24.04.15 1,978 32 11쪽
18 임청호 +4 24.04.14 2,068 3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