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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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최근연재일 :
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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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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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DUMMY

당진명은 뇌옥에 들어가라는 큰 형 당진상의 말에 멍하니 고개를 갸웃했다.


“네가 말도 안 하고 당가를 나가서 아버지가 크게 진노하셨다. 네가 돌아오면 무조건 지하 뇌옥에 잡아 가두라 명하셨다.”


당진상이 딱하다는 눈으로 당진명을 봤다.


“....”


“위사들에게 잡혀가느니 네 발로 뇌옥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

“그런 그러네요.”

“날 원망하지 말아라. 내가 얘기해 봤지만 아버지가 어디 다른 사람 말을 듣는 분이시더냐.”


당진상이 변명을 하며 당진명을 뇌옥으로 끌고 갔다.

당진명은 당가의 지하 뇌옥에 갇히게 되었다.


“머리 식힌다 생각하고 쉬고 있어라.”


당진상이 뇌옥에 당진명을 가두며 말했다.


“거, 참···.”


당진명은 뇌옥에 갇혀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저녁이 되었다.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참 답도 없는 집구석이라 여겨졌다.

아무리 당진명이 말도 안 하고 강호로 나갔다 해서 몇 달만에 돌아온 아들을 만나보지도 않고 하루종일 가둬두다니.


당진명은 차가운 뇌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간수가 먹을 것을 가져다 줬다.


원래 죄수들은 거친 조밥에 시들어가는 야채무침이 찬으로 나오는데 당진명의 아침상은 쌀밥에 고깃국이었다.


“요즘에는 죄수들의 식사가 이리 잘 나오느냐?”


당진명이 묻자 간수가 씩 웃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가모님께서 특별히 공자님 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손을 써 주셨군.’


오랜만에 어머니 손으로 만든 식사를 하니 당진명은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뇌옥 바닥에 걸터앉아 밥먹는 상황만 아니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감옥에 갇힌 이튿날 정오가 될 때까지 아버지 당군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단단히 화가 나셨나 보군. 언제까지 뇌옥에 갇혀있으란 말이지?’


당진명이 마음 먹으면 뇌옥에서 못 나갈 것도 없었지만 아버지 당군보가 화난 상태에서 괜히 화만 돋구는 행위는 안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운기조식이나 하며 내력을 쌓자.’


조용한 지하 뇌옥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조용하고 누가 귀찮게 안 구는 것이 수련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또 어머니가 간수를 통해서 영양많은 식사를 보내주니 몸을 단련하는데는 나쁘지 않았다.

당진명은 운기조식으로 내공을 쌓고 독룡십팔장을 수련했다.


나흘째 되는 날 당군보가 뇌옥으로 찾아왔다.


“감옥에 가둬놓았더니 반성은 안하고 무공수련을 하고 있구나.”


당진명은 땀흘려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무인이 무공 수련을 하는게 반성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은 잘하는구나.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기는 하느냐?”

“소자가 뭘 잘못했습니까?”


당진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천당가에서 당주인 이 아비에게 말도 안하고 가출을 한 것이 네 죄다.”


“큰형님한테 말하고 갔습니다.”


“진상이가 만만하니 네가 부추겨서 대신 말해달라고 했겠지. 네 잔꾀가 통할 것 같으냐?”


“제가 나이가 몇인데 아버지한테 모든 걸 다 허락 맡고 다녀야 합니까?”


한마디도 안 지려는 당진명에게 당군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솟았다.


“열어라.”


당군보의 명에 위사는 당진명이 갇힌 뇌옥의 문을 열었다.


당군보는 뇌옥 안으로 들어가서 수십년간 연마한 손바닥으로 따귀를 때리는 무공을 시전했다.


부웅!


“...!”


당진명이 당군보의 따귀를 피했다.


“....”


위사가 보기에는 두 부자가 장난이라도 치나 싶을 정도로 우스운 장면이었지만 당군보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당군보는 절정의 벽을 넘어선 고수였다. 그런 자신이 마음 먹고 때린 따귀를 피하다니. 소가주인 당진상도 자신의 따귀를 피할 수는 없었다.


부웅!


당군보는 말없이 다음 따귀를 때렸다.

당진명은 보법을 밟으며 피했다.

살수 시절에 익혔던 귀보(鬼步)를 사용한 수법이었다.


살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들키지 않고 목표물에 접근하는 보법이었다. 그렇기에 살수들이 무림인에 비해 무공은 떨어질지언정 보법만큼은 더 우위에 있다 할 수 있었다.


특히 회귀전 무림에서 제일가는 살수 집단이었던 독문의 수장 독마 당진명의 귀보는 천하제일보법이라 불렸다.


비록 당진명이 회귀후에 내공을 잃어 이류 무인 수준이라고 하지만 보법의 신묘함이 처음 본 사람이 따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군보는 절정 고수였지만 고작 이류인 아들의 보법을 따라잡아 따귀를 때릴 수가 없었다.


‘이놈이 가출한 동안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군.’


당군보는 화가나면서도 당진명의 성취를 보고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한 번 따귀를 때리기로 마음먹은 이상 따귀를 못 때리고 물러나는 것은 당군보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부웅!

부웅!


당군보는 왼손까지 사용해서 양손으로 번갈아 가면서 당진명의 따귀를 노렸다.


“으아···.”


지금까지 웃기다는 듯이 두 부자의 술래잡기를 바라보던 위사도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지겠다고 느꼈다.

당군보의 따귀는 말이 따귀지 손바닥으로 장풍을 내뿜는 수준까지 되었다. 당군보가 내민 장풍의 풍압에 지하 뇌옥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따악!


당군보의 손바닥이 당진명의 뺨에 닿기 직전에 당진명의 손이 뺨과 손바닥 사이에 끼어들어서 당군보의 손바닥을 쳐냈다.


퍼엉!


내공의 충돌로 당군보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반면 당진명은 부족한 무공 때문에 튕겨져 나가 뇌옥 벽에 부딫히게 되었다.


‘만약 진명이의 내공이 나와 비슷했다면 무승부가 났을지도 모르겠군.’


당군보는 그런 생각을 하며 뇌옥 구석에 주저앉은 당진명을 보았다.


‘가장 재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내 피는 못 속이는가 보구나.’


당군보는 내심 흐뭇하게 생각했으나 겉으로는 지엄한 표정으로 당진명을 꾸짖었다.


“너는 당가의 삼공자라는 녀석이 책임감을 가지지는 못 할 망정 나가서 놀고만 있다는 말이냐? 그래가지고 네 형들이랑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


당진명은 일어나서 당군보를 똑바로 바라봤다.


“아버지. 저는 당가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뭐라? 사천당가 가주가 될 마음이 없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가주는 큰형이나 둘째형이 알아서 싸우든 말든 해서 정하라 하세요.“


방금 당진명의 높은 가능성을 본 당군보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첫째와 둘째의 무공이 지금 너보다 높기는 하지만 네가 노력한다고 하면 따라잡을 가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왜 벌써 포기하려고 드느냐?”


당진명이 두 형을 따라잡을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려 한다고 생각한 당군보는 부드러운 말투로 당진명을 달래려 했다.


“그런것이 아닙니다. 저는 사천당가를 물려받기 보다는 제 스스로 문파를 세우려고 합니다.”

“문파를 세우겠다고?”


너무나 뜬금없는 얘기에 당군보는 자신이 잘못들었나 싶었다.


“무슨 문파 말이냐?”

“당연히 무림의 문파입니다.”

“...?”

“저는 사천당가를 물려받기 보다 제가 문파를 만들어 개파조사가 되겠습니다.”


당군보가 볼 때는 어이가 없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무슨 문파를 세운다는 말인가.


“네 나이가 몇인데 무슨 개파조사 타령이냐?”


“사천당가를 세우신 독왕 당진무 어른도 이립이 안 되는 나이에 당가장을 만드시지 않았습니까.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젊으면 젊을수록 좋지요. 처자식이 있으면 마음이 걸려서 모험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맞는 말이긴 한데 당진명이 말하니 꼭 공부 못하는 아이가 나는 글에 소질이 없으니 무공이나 배울래요하는 것 같았다.


“진심으로 문파를 세우겠다는 것이냐? 문파 세우는 게 어디 애들 장난인줄 아느냐?”

“아버지. 제가 못 미더운 것은 압니다. 하지만 되는대로 막 내뱉은 말은 아닙니다.”


당진명의 눈을 보니 당군보가 알던 어리고 장난기 있던 눈이 아니었다.


‘어느새 사나이의 눈을 하게 되었구나.’


“사천성은 사천당가가 주름잡고 있다. 이 사천성에서 설마 당가와 대립하는 문파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사천성은 당가의 영역이니 넘볼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중경의 개현을 중심으로 문파를 건설할 생각입니다.”


“왜 개현이냐?”


“사천당가의 도움을 받으며 같이 협력하며 성장하는 데는 성도에서 왼쪽으로 좀 떨어진 개현이 제격이지요.”


당군보는 코웃음을 쳤다.

역시 성장한 줄 알았지만 아직 아이였다.


“벌써부터 네 속셈이 드러났구나. 대체 대 사천당가가 뭐가 아쉬워서 진명이 네가 세운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한 문파를 도와야한단 말이냐! 나가서 가문의 도움을 받으며 근근히 연명할 문파를 만들 생각이라면 당장 집어치우거라!”


당군보의 호통에도 당진명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제가 문파를 만들면 사천당가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뭐라?”


“사천성의 판도를 생각해 보십시오. 사천성을 지배하는 사천당가라고는 하지만 사천성에는 당가 못지않은 세력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근처 청성산을 근거로 하는 청성파가 당가보다 세력이 약하다 보기 어려우며 남쪽의 아미파 역시 청성파 못지 않은 명문정파입니다.

또 서쪽과 북쪽에는 위의 두 문파보다 세력은 못하지만 설산파와 사천운가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 속에서 당가는 청성파와 동맹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상은 서로 못 믿으면서 서로의 세력이 더 커지지 못하도록 견제만 하는 역할 아닙니까? ”


‘...!’


당진명이 말한 사천성의 세력도는 당군보가 항상 걱정하고 있던 것이었다.

특히 아미파는 설산파와 손을 잡고 당가의 세력이 더 커지지 못하게 견제하고 있었고 청성파는 못믿을 놈들이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네가 개현에 문파를 세우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개현의 동쪽에는 장강이 있습니다. 교통의 요지지요. 만약 미래에 당문이 청성파와 사이가 틀어진다면 동쪽을 통해서 보급을 받고 무역을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때를 대비해서 당문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문파가 동쪽에서 당문을 받쳐준다면 당문이 굳이 청성파와의 동맹에 목을 맬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제가 문파를 세우는 것과는 별개로 사천 당문은 반드시 동쪽의 활로를 지킬 조직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피를 나눈 문파가 필요합니다.”


당진명의 말에 당군보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당진명이 만들어낸 복안은 당군보가 전혀 생각도 못 했던 것이었다.


당군보도 청성파와의 관계가 불안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청성파와의 관계를 회복할 생각만 했을 뿐 청성파와 관계를 끊어도 당문이 괜찮을 전략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 했었다.


‘어찌 어린 나이에 이런 판단을 한 단 말인가···!’


당진명의 전략은 너무 먼 미래까지 염두에 둔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만약 정말로 청성파와의 관계가 어긋난다면 당가가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었다.


“동쪽에서 사천당가를 지지할 문파를 네가 만들 수 있다는 말이냐?”


당군보의 말에 당진명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군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당진명을 노려봤다. 마치 당진명의 속에 든 생각을 꿰뚫어보려는 듯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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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6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1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2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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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목수 좌정 +3 24.04.27 1,142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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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검방2 +4 24.04.23 1,381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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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가장 중요한 준비 +3 24.04.21 1,593 24 12쪽
24 투자금 +2 24.04.20 1,661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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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4 24.04.17 1,854 32 11쪽
20 성도로 +2 24.04.16 1,960 31 11쪽
19 형제 +2 24.04.15 1,978 32 11쪽
18 임청호 +4 24.04.14 2,068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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