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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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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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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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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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좌정2

DUMMY

당진명은 성도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문겸에게 물었다.


“좌정 목수가 어디 잡혀있을지 짐작이 가시오?”

“예. 저도 성도와 개현을 오가면서 좌정이랑 노름을 많이 했었기에 짐작가는 도장(賭場)이 몇 군데 있습니다. 연교도장이라고 성도에서는 제일 큰 도박장입니다. 십중팔구는 그곳에서 돈을 빌려 놀다가 도박에 크게 져서 붙들렸겠지요.”


문겸이 직접 본 것 마냥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 도박업자 놈들이 사람을 수시로 붙잡는가 보지?”

“돈내고 떼먹으려는 놈들이 수두룩 하니까요. 본보기로 무서운 맛을 안 보여주면 누가 돈을 갚으려고 하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군.”

“붙잡혔으면 결국 돈을 내주고 빼와야하지 않겠습니까? 건축비용을 선불로 준 셈 치고 좌정의 도박빚을 갚아줘야하지 않을까요?


문겸은 그렇게 말했지만 당진명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게 빚을 갚아줘도 좌정이 다시 도박에 손대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을 거 아닌가.”


당진명은 돈이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던 좌정의 아이들과 아내를 생각해서 그냥 좌정의 도박빚만 갚아줘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그것도 그렇네요. 제가 한 번 사람 만들어 보겠습니다. 원래 그렇게까지 도박에 미친 녀석은 아니었는데 요 몇 년 못 본 사이에 심하게 중독 된 거 같습니다.”


두 사람이 좌정을 어떻게 갱생 시킬지 의논하는 사이에 마차는 성도에 도착했다.


“이쪽입니다.”


문겸이 당진명을 연교도장으로 안내했다.

도박장 건물은 겉보기에는 여느 주루와 별 다를 바 없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힘 깨나 써보이는 위사 두 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문겸, 오랜만에 왔네?”


연교도장 위사들이 문겸을 보고 아는체를 했다.


“좌정이 여기 붙들려 있나?”

“좌정?”


문겸의 말에 도박장 위사가 잠시 기억을 뒤지 듯 눈알을 굴렸다.


“아. 그 목수 좌정 말인가? 얼마 전까지 노름을 하는 걸 봤었는데 장주님 돈을 안 갚았나 보지?”

“집에 며칠 째 안 돌아왔다는 거야. 그래서 찾으러 온거지.”


문겸의 말에 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십중팔구 장주님께 붙들려 있겠지. 너는 들어가도 좋은데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위사가 당진명을 보며 말했다.


“내가 요새 모시는 분이야. 자세한 건 너가 알 거 없고.”

“그래, 들어가 봐.”


위사는 자신이 당진명에 대해 물어놓고 별로 흥미 없다는 듯이 길을 비켜 주었다.


도박장 안으로 들어가자 꽤 넓은 건물 안에 사람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각자 검패놀이, 마작, 주사위 놀이 등에 열중해 있었는데 당진명 일행이 들어왔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도박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눈이 벌게져서 도박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성도에 이렇게 도박꾼이 많았나?’


동네 도박꾼은 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문겸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도박장을 관리하는 것 같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목수 좌정이 여기 있지?”

“뭐야?”

“좌정이를 보러 왔다. 어디 있는지 안내해.”


문겸의 말에 관리인의 표정이 험악해 졌다.


“이 소매치기 놈이 얼마간 안 본 사이에 간땡이가 부었나? 좌정이를 왜 여기서 찾아?”

“좌정이 여기 없어? 밖에 위사 놈들이 좌정이 노름하는 거 봤다던데.”

“너가 뭔데 사람을 내놔라 말아라야.”


관리인이 검지 손가락으로 문겸의 이마를 툭툭 쳤다.


“허, 참. 옛날의 문겸이가 아닌데.”


문겸도 관리인의 태도에 열이 받았다. 바로 금나수법으로 관리인의 오른손을 낚아채더니 뒤로 꺾어버렸다.


“아아악!”


문겸에 의해 손이 뒤로 꺾인 관리인이 비명을 질렀다.


“이거 안 되겠습니다. 여기 운영하는 놈들이 다 흑도라서 좌정을 그냥 내줄 것 같지는 않네요.”

“실력을 좀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건가?”


문겸의 말에 당진명이 주먹을 풀었다.


“야, 누구 없냐! 아아악!”


문겸에게 팔이 꺾인 관리인의 비명에 험상궂게 생긴 왈패들 대여섯 명이 당진명과 문겸을 둘러쌌다.


“너희들은 뭔데 여기서 행패야?”


당진명은 주먹으로 왈패의 얼굴을 냅다 때렸다.

문겸도 잡고있던 관리인을 발로 차고 왈패들을 상대했다. 왈패들은 무공을 모르는 녀석들이라 제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왈패들은 당진명과 문겸에게 얻어터져서 쓰러졌다.


‘저 소매치기 놈이 언제 무공을 배웠지?’


관리인은 사태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좌정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관리인은 저자세로 허리를 굽히며 문겸과 당진명에게 사과했다.


두 사람은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도박장 지하에 마련 된 뇌옥으로 내려갔다.


“뭔 도박장 주제에 뇌옥까지 있냐?”


당진명이 조금 감탄해서 말했다.


“이런 노름 사업을 하다보면 억지부리고 난동부리는 놈들이 많아서요. 잠시 가둬두는 감옥이 있으면 좋습니다.”


뇌옥에는 갇힌 사람들이 대여섯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좌정은 어디있나?”

“안 쪽으로 좀 들어가셔야 합니다.”


뇌옥의 가장 안 쪽에 있는 감옥에 한 남자가 갇혀있었는데 얼마나 맞았는지 온 몸에 피멍이 들고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이놈이 좌정이냐?”

“맞습니다. 좌정, 어떻게 된 거냐. 어쩌다 이렇게 맞고 감옥에 갇혀 있는 거야?”


문겸을 보고 좌정이 입을 열었다.


“문겸이냐? 어떻게 알고 여길 온 거야?”

“네녀석한테 일을 맡기려고 공방에 찾아갔는데 노름하다가 돌아오질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친히 찾아온 거다.”

“도박장 놈들이 순순히 들여보내 주지 않았을텐데?”


좌정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손 좀 봐주고 들어 왔다. 그간 무공을 익혔거든.”


좌정은 문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폐를 끼쳤군.”

“어쩌다 이렇게 도박에 미쳐서 여기 갇히기까지 했냐. 한심하군. 얼마를 빌리고 못 갚은 거야?”


문겸의 비난에 좌정이 억울하다는 얼굴을 했다.


“내가 도박에 미친 건 맞지만 돈을 못 갚은건 아니야.”

“뭐야 그럼 왜 갇혀있는 건데.”


문겸의 말에 좌정은 도박장 관리인을 죽일 듯이 쏘아봤다.

좌정의 시선을 받은 도박장 관리인은 머쓱하게 시선을 피했다.


“돈을 못 갚은게 아니면 왜이리 때리고 가둬둔 건가?”

“그것이···.”


당진명의 물음에 관리인은 대답을 못 했다.


“저놈들 사기 도박 하고 있었습니다! 그걸로 잡아내서 따졌더니 다짜고짜 날 때리고 이곳에 가둬둔 겁니다!”


좌정의 말에 당진명과 문겸은 놀랐다. 도박빚을 못 갚아서 잡혀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사기도박이라니?


“계속해서 내가 지길래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 이래 뵈도 촉이랑 눈썰미 하나는 좋다고 자부하거든. 자세히 살펴보니 검패랑 주사위에 표시를 해 두었더군. 그걸 붙잡아서 따졌더니 다짜고짜 날 때리고 장사를 방해한다고 이곳에 가둬놓은 거야. ”


좌정이 정말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정말이냐?”


당진명이 도박장 관리인을 노려보며 추궁했다. 그냥 도박장만 운영했어도 좋게 봐주기 힘든데 그 도박이 사기 도박에다가 사기를 알아챈 손님들을 멋대로 때리고 가둬두다니···.

그냥 동네 왈패 수준이 아니라 흑도가 할 법한 악질 범죄 행위였다.


“저희라고 처음부터 사기도박을 한 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대협께서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무림인이라면 성도를 지배하는 사천당가를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당진명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흑도 놈은 뭔데 사천당가를 들먹인단 말인가.


“저희는 사천당가에 상납을 하는 업장입니다.”

“당가에 상납을 한다고?”

“그렇습니다. 최근에 상납금을 많이 요구하셔서 도저히 요구하시는 걸 맞출 수가 없어서 사기까지 치게 된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자세히 얘기해봐. 사천당가가 도박꾼에게 상납을 받는다는 말이냐!”


당진명이 험악한 표정으로 관리인의 멱살을 잡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감히 사천당가를 능멸하다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여기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시면 사천당가의 이 공자님게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

“이공자? 당진오 말이냐?”


관리인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잘 아시네요. 여기는 당가의 이공자 님이 운영하시는 사업장 입니다. 여기서 행패를 부리시면 이공자 님이 가만 놔 두시지 않을 겁니다.”


관리인은 협박을 할 셈으로 말한 것이었지만 당진명의 화를 더 돋구게 되었다.


‘당진오가 사기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당진명은 허리춤에 찬 장검을 빼들었다.


“왜, 왜이러십니까?”


도박장 관리인이 놀라서 벌벌 떨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예에?”

“나는 당가의 삼공자 당진명이다.”


관리인은 당진명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당가의 이름을 팔아서 사기도박을 하는 네놈을 용서 할 수 있겠냐!”


당진명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당진명은 장검을 휘둘러 도박장 관리인의 목을 베었다.


“문주님. 많이 화나셨습니까?”


문겸은 당진명이 이렇게 분노하는 걸 처음 보았다.


“아무래도 내 둘째 형이 사천당가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다니는 것 같구나. 나는 이 길로 당가에 들어가 봐야 겠다. 문겸 너는 좌정을 데리고 가서 치료해 주도록 해라. ”

“예. 알겠습니다.”


문겸은 뇌옥에서 좌정을 꺼내서 근처 의원으로 향했다.

당진명은 당가로 돌아가서 이공자 당진오의 거처로 찾아갔다.


“삼공자님? 무슨 일 이십니까?”


당진오의 개인 호위를 하고 있는 위사가 당진오의 처소 앞에서 당진명을 막았다.


“둘째 형은 안에 있나?”

“예. 삼공자님께서 찾아오셨다고 여쭙겠습니다.”

“됐다. 그럴 시간 없다. 비켜.”


당진명이 서늘하게 말했다.

위사가 당진명을 막아섰다.


“아무리 삼공자님이라고 하셔도 이공자님의 명 없이 처소로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


평상시라면 그냥 기다렸겠지만 지금 당진명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키라고!”


당진명은 위사의 손목을 금나수법으로 잡아서 뒤로 꺾은 후에 혈도를 눌러서 그 상태로 못 움직이게 만들었다.

위사는 순식간에 제압당해서 바닥에 쓰러졌다.


당진명은 당진오의 방으로 향했다.


“공자님 아니되옵니다.”

“안 되긴 뭐가 안 되느냐. 여기까지 와 놓구선···.”


당진오는 방에 기녀를 불러놓고 희롱하며 놀고 있었다.


그때 방문이 드르륵 열리고 당진명이 불타는 듯한 눈을 하고 처들어왔다.


“꺄아아!”

“뭐, 뭐야?”


기녀가 질겁을 하며 흐트러져서 젖가슴이 다 드러난 상체를 가렸다.


“당진오. 얘기 좀 하자.”

“얘기? 뭔 얘기?”


당진명은 기녀를 노려봤다.


“넌 잠시 나가 있거라.”

“너, 뭐야. 어떻게 들어왔어. 위사가 안 막더냐?”


당진오가 갑자기 방으로 처들어온 당진명에게 소리를 높였다.

당진명은 당진오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기녀를 노려봤다.

기녀는 두려움을 느꼈는지 옷가지를 챙겨서 일어났다.


“소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당진명이 보기드물게 화가 난 것 같아서 당진오가 조금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야? 뭔일 때문에 그러는데?”


당진명은 서늘한 눈초리로 당진오를 노려봤다.


“야 당진오. 너 도박장 하고 있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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