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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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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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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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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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겸의 작전

DUMMY

드디어 비무대회 날이 밝았다.

당진명을 비롯한 협의문 일행과 왕씨세가 사람들은 비무대회 장소인 동정호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날씨가 좋았지만 왕씨세가 무인들의 표정은 긴장감 때문에 흐려 있었다.


동정호에는 이미 변씨세가의 무인들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같으면 호수에서 사람과 짐들을 나를 뱃사공들도 무림인이 많이 모여있자 두려움을 느끼고 일을 중단하고 눈에 안띄는 곳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한편 왕씨세가와 변씨세가와는 아무 관계 없는 호남의 무림인들 중에 재밌는 사건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온 호사가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 구경꾼들은 비무대회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언제 비무대회를 시작하는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변여는 야외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있었는데 나무 탁자까지 앞에 가져다 놓아 마치 황제가 사냥을 하다가 밖에서 쉬는 듯했다. 가만히 앉아 한가롭게 차를 음미하는 모습이 오만하기 그지 없었다.


“오셨습니까.”


변여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하며 왕 가주에게 인사했다.


“기다리고 계셨구려.”

“오늘 날씨가 좋아 일찍 나와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변여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마치 오늘 왕 가장을 몰아내고 장가계를 손에 넣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듯한 태도였다.


“다들 제 무공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변여가 거만한 눈길로 협의문 일행과 왕랑의 모습을 훑으며 말했다.


“염려 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변씨세가 측에서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해 제 실력을 발휘 못했다는 말이 안 나왔으면 좋겠군요.”


당진명의 태도는 일류 고수인 변여 앞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전혀 주눅든 모습이 아니었다.

수련을 통해 과거의 무위를 되찾아감에 따라 당진명도 더는 저자세로 있을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당진명에게 변여는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광오한 쥐새끼 같은 놈.’


변여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웃으며 당진명의 말을 받았다.


“서로 최선을 다해 봅시다.”


두 세가 사람들은 시합 준비를 위해서 각자 진영으로 가서 모였다.


첫 번째 시합은 문겸과 변여의 싸움이었다.


“문 총관. 연습했던대로만 하면 되요.”


당진명이 문겸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격려했다.


“예 문주님. 변여 녀석의 거만한 콧대를 꺾고 오겠습니다.”


변여와 문겸 두 사람이 동정호 옆에 마련된 간이 대회장에 들어섰다.


대회장은 흙바닥에 자갈 등 이물질을 골라내서 평평하게 만들고 석회가루로 비무 공간을 구분해 놓았다.


‘문겸이라.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녀석인데 저자가 협의문에서 가장 무공이 뛰어난 자인가?’


변여가 볼때 협의문 사람들 중에서 당진명과 문겸이 무위가 높아 보였는데 오사목과 변여 자신을 막으려고 앞 순서에 배치한 듯 싶었다.


‘계략에 무지한 자들이군. 차라리 자신들을 후 순위로 내렸다면 지더라도 망신은 덜 당했을텐데.’


변여가 보니 문겸은 이류 끝에서 일류 턱걸이를 하는 정도. 그 중간 쯤 위치하는 무위를 가진 듯했다.


‘그래도 한 문파의 고수를 자처할 정도니 나이에 비해서 무위가 나쁘지는 않군.’


하지만 일류 중기의 고수인 변여의 상대가 될 리는 없는 무위였다.

변여는 가벼운 마음으로 비무장에 섰다.


“규칙은 아시지요? 석회로 그은 선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고 300여 합을 겨루어 승부가 나지 않으면 무승부로 합니다.”


당진명이 변여가 나중에 다른 말을 못하도록 다시 한 번 규칙을 주지시켰다.


“잘 알고 있소.”


변여는 백여 합 이내에 싸움을 결판 낼 생각이었다. 쓸데없이 규칙을 다시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비무대회이니 만큼 상대방을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해도 패배한 것으로 처리하니 주의해 주십시오.”


당진명은 이 규칙이 있기 때문에 문겸이 부담을 덜고 더 편하게 싸울 수 있으리라 봤다. 물론 서로 목도를 가지고 맞붙는 비무시합이라고는 하지만 큰 부상을 입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진검으로 하는 생사결과 목도로 하는 비무시합은 대전자가 느끼는 압박감이 천양지차로 달랐다.


‘져도 잃을게 없소. 문 형. 배운걸 맘대로 펼쳐보시오.’


문겸과 변여는 서로 목도를 겨누었다.


“제 일 시합. 시작!”


왕 가주의 호령과 함께 첫 번째 비무대회 시합이 시작되었다.


‘첫 시합부터 왕씨세가 놈들의 기를 죽여놔야 겠군.’


변여는 빠른 초수招手 안에 문겸을 제압하려고 했다. 현암신공의 묵직한 검법을 활용하여 문겸을 공격했다.


쿠웅!


변여가 내려친 목봉은 문겸에 닿지 못하고 땅에 박혔는데 그로 인해 마치 바위로 내려치기라도 한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야, 저 일격에 한 번 잘못 맞았다가는 바로 저세상 가겠는데?”

“역시 타장봉의 내공은 대단하군.”


구경꾼들이 변여의 무공을 칭찬하며 웅성거렸다. 그들은 변여가 아깝게 문겸에게 공격을 맞추지 못했지만 다음 공격이 맞기만 하면 변여가 문겸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부웅!


변여의 목봉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휘둘러졌다.


묵직하지만 느리다고 할 수 없는 봉법이 연속해서 문겸을 공격했다.


타앙! 타앙!


하지만 문겸은 침착하게 변여의 초식을 비껴내면서 받아쳐내고 있었다.


‘이놈이···!’


변여의 강맹한 봉격을 정면에서 받아내려고 했다면 문겸이 내상을 입었을 터였다. 그러나 문겸은 현명하게 목검을 약간 비스듬히 맞대어 변여의 공격 방향을 틀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변여의 내력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향해서 뻗어나가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제법 재빠른 놈이군.’


변여가 혀를 찼다. 맞기만 한다면 한 방에 골로 보낼 수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그 한 방을 때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문겸은 자영신보의 보법을 현묘하게 밟으면서 요리조리 변여의 공격을 피했다.


변여가 십여 합이 넘도록 문겸을 제압하지 못하자 구경꾼들의 평가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어디 이름도 없는 무인이 나왔나 했는데 경공만은 진짜배기구만.”

“경공뿐 아니야. 변여의 공격을 흘려내는 방어술을 보라고. 심상치가 않어.”


삼류 무인들은 저마다 변여와 문겸의 비무를 보며 저마다 평가를 내렸는데, 문겸이 생각보다 만만찮은 상대고 변여가 쉽사리 승기를 굳히지는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졌다.


‘내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군.’


비무를 보는 당진명의 입꼬리가 만족스럽다는 듯 위로 올라갔다.


문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변여는 문겸을 자기보다 한두 수 아래로 봤다. 그러나 당진명은 문겸과 변여의 무공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겸의 빠른 발로 펼치는 자영신보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맞닥드린다면 비할데 없이 종잡을 수 없고 신출귀몰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찌보면 잔재주였다. 그 본질을 파악하고 나면 쉽게 깨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무시합은 단판으로 승부가 난다. 문겸의 현란한 움직임이 잔재주라고 깨달은 순간에는 300여 합이 지나있을 거야.’


비무시합을 시작한지 백여 합이 넘어가기 시작하자 변여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절대로 자신이 질 일은 없었지만 문겸의 빠른 발을 묶어둘 수가 없었다.


계속 시간을 끌면서 압박한다면 내력이 부족한 문겸이 지쳐 나가떨어지겠지만 이 시합은 삼백 합을 겨루거나 한 식경 이상 승부가 나지 않으면 무승부가 되었다.


변여의 생각으로는 자신과 오사목 그리고 아들 변량의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제자이자 조카인 변산과 변로의 무공은 흔한 이류 무인 수준이어서 꼭 승리한다 장담할 수는 없었다.


다른걸 떠나서 호남 제일의 무인이라는 변여 자신의 체면에 손상이 갈 일이었다.


변여는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문겸을 잡아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십여초를 더 겨루어도 문겸은 도망 다니는 것에 집중할 뿐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대체 무공을 겨루자는 것인가 아니면 술래잡기를 하자는 것인가!”


변여가 참지 못하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문겸은 뻔뻔스런 표정으로 받아쳤다.


“각자 자신있는 무공으로 싸우는 것이지 뭔 말이 많소. 덤비기나 하시오.”


문겸은 그렇게 말해 놓고서는 변여가 다시 공격해 들어가면 몇 합 주고 받는 시늉만 하다가 경공을 사용해 멀리 도망가버렸다.


‘저놈이 날 놀리는 건가!’


변여는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변여의 눈에 웃으며 구경하고 있는 당진명의 모습이 비쳤다.

당진명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변여를 비웃고 있었다.


‘설마 저놈이 일부러 이런 상황을 노리고 무승부 규칙을 집어넣은 건가?’


증거는 없었지만 이미 변여의 마음 속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군.’


변여는 짜증이 솟구쳤다. 제대로 싸워서 이길 방법이 없으니 지더라도 자신을 우습게 만들 함정을 파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나머지 네 명 중 세 명이 이기면 우리가 이기는 것인데 질 나쁜 장난을 치는 군.’


왕씨세가 측에서 무언가 수를 쓰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애당초 대전 상대의 무위가 비교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별로 신경쓰지 않은게 이런 짜증나는 상황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니 변여는 조금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내가 저 협의문주라는 놈을 너무 얕봤어.’


오사목과 변량이 무조건 이긴다 쳐도 두 조카 변산과 변로는 영 믿음직 스럽지가 못 했다.

긴 인내 끝에 만들어낸 왕씨세가를 장가계에서 몰아낼 절호의 기회인데 당진명의 헛웃음 나오는 장난질로 어그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났다.


변여는 냉정하게 머리를 굴렸다.


‘무슨 수를 써서든 이겨야 한다.’


변여는 문겸을 함정에 빠뜨리려 마음먹었다. 문겸과 맞붙는 상황까지 몰고 간 다음 문겸이 견제용으로 뻗어낸 초식에 일부러 옆구리를 방어하지 않았다.


빠악!


“크헉!”


옆구리를 얻어맞은 변여는 나려타곤 수법으로 낙법을 사용했는데 바닥에 놔뒹구는 모습이 크게 낭패한 듯 보였다.


“변 가주가 먼저 한 대 얹어 맞았다!”

“어떻게 된거지? 저 뜨내기가 진짜 이기는 건가?”


구경꾼들도 변여의 실수에 술렁였다. 하지만 변여는 속으로 구경꾼들을 비웃고 있었다.


‘바보같은 놈들. 일부러 틈을 만든거다.’


이후로 변여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엉거주춤해졌다. 안색도 안 좋은 것이 누가 봐도 방금 전 일격을 허용해서 부상을 당한 듯 보였다.


변여는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문겸의 시선을 느끼고 한층 연기를 더했다.

누가보더라도 공세로 전환해서 변여를 몰아쳐야 할 상황이었다.

또 한번 두 사람의 무기가 맞부딫히는 상황이 나왔다. 문겸과 한 차례 공격을 교환한 변여는 보법이 꼬인 듯 휘청거렸다.


“뭐하고 있냐! 빈틈이다!”


구경꾼 중 한명이 외쳤다.


‘옳지. 빨리 들어와라.’


변여의 작전이 적중했다. 문겸은 변여의 틈을 발견하고 공격하려고 변여의 품으로 파고들어왔다.


‘됐다!’


문겸이 드디어 변여가 공격할 수 있는 거리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일격만 맞추면 내가 이긴다!’


중심을 잃은듯 비틀거렸던 변여의 발이 땅에 굳게 차고 목봉을 치켜 올렸다. 현암신공의 호세건참號勢愆斬 초식이었다. 맹렬한 기세의 참격이 허공을 갈랐다.


변여는 깜짝 놀라서 두 눈을 부릅떴다.

문겸은 변여의 초식이 미세하게 닿지 않을 반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더 앞으로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변여의 시선이 문겸의 입꼬리에 닿았다.


문겸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비웃음을 띄고 변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드디어 내일 문피아 공모전이 시작되네요. 어떤 작품들이 올라올지 기대됩니다. 내일은 3시 20분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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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비무대회5 +3 24.05.10 636 16 11쪽
43 비무대회4 +2 24.05.09 636 18 11쪽
42 당진명의 시합 +3 24.05.08 697 17 11쪽
» 문겸의 작전 +2 24.05.07 751 17 12쪽
40 비무대회3 +3 24.05.06 809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5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0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2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34 매제 찾기 +4 24.04.30 1,113 20 12쪽
33 해선 안 되는 일 +2 24.04.29 1,071 18 11쪽
32 목수 좌정2 +2 24.04.28 1,095 20 11쪽
31 목수 좌정 +3 24.04.27 1,142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29 이검방4 +5 24.04.25 1,285 24 12쪽
28 이검방3 +2 24.04.24 1,339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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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투자금 +2 24.04.20 1,661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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