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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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최근연재일 :
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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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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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명의 시합

DUMMY


문겸은 장난스레 이죽이며 변여의 사정거리에서 훌쩍 뒤로 물러났다.


‘휴··· 십 년 감수했네. 문주님 조언이 없었더라면 변여 녀석의 함정에 빠질 뻔 했잖아.’


변여는 문겸에게 속았다는 걸 알았다.


‘저놈이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변여가 문겸을 죽일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변여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남은 70여 합 안에 문겸을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바로 승부를 포기하기도 아까웠다. 여기서 무승부가 된다면 확실하게 왕씨세가를 짓밟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서로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고 뭐하는 거지?”


구경꾼들이 보기에는 두 사람이 멍하니 대치하는 것처럼 보였다.

문겸은 공격해 들어갈 생각이 없었고 변여는 문겸의 빠른 발을 따라잡아 공격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머리만 굴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변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시간이 무정하게 흘렀다.


“한 식경이 지났습니다. 승부는 무승부입니다.”


당진명이 웃으며 중간에 끼어들었다.


“허튼소리 마라! 벌써 한 식경이 지났다는 말이냐!”


변여가 깜짝놀라 억지를 썼다.


“허튼소리라니요. 시합 시작하기 전에 정확하게 시간을 쟀는데요.”


당진명이 비무장 북쪽에 설치해둔 해시계를 가리켰다.

비무 시작하기 전에는 사시에 있던 태양 그림자가 오시 쪽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변여가 침음성을 흘렸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났지.’


“첫 시합은 무승부입니다. 이견은 없으시겠죠?”


실실 웃으며 말하는 당진명에게 받아칠 말이 없었다. 완벽하게 어린 놈의 계략에 당한 것이다.


‘이 변여를 우습게 여기다니··· 살아 돌아갈 생각하지 말아라.’


변여의 눈이 표독스럽게 빛났다.


결국 변여는 아무말 못하고 비무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당진명은 훌륭하게 무승부를 따낸 문겸에게 다가가 칭찬했다.


“문 총관. 계획대로 잘 해내 주었소!”

“별 말씀을요. 문주님이 수련할 때 변여의 함정을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대로 변여놈이 함정을 팠더군요. 문주님이 미리 일러주시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문겸은 당진명이 미리 일러주지 않았더라면 변여의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음흉한 변여가 자신에게 크게 당했으니 비무대회고 뭐고 죽일 생각으로 봉을 휘둘렀다. 피하지 않았으면 죽거나 크게 다쳐 병신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당 문주는 무공과 계략이 비상하군. 보통 사람은 아니야.’


문겸은 당진명과 같이 지내면서 그에게 탄복하는 마음이 커져갔다. 도저히 열아홉의 청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큰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간에서 영웅이나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문겸은 당진명이야말로 영웅이나 천재로 불릴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다음 시합은 당진명과 오사목의 시합이었다.

변여는 다음 시합을 대비해서 몸을 풀고 있는 오사목에게 다가갔다.


“당진명을 죽이게.”

“죽이라고요?”


오사목이 눈을 비뚜름하게 떴다.


“죽이거나 심하게 다치게 하면 몰수패가 됩니다.”


목숨을 걸고 하는 생사결이 아닌 비무대회이므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있는 규칙이었다.


“자네에게는 혈패음서장血霈陰徐掌이 있지 않은가.”


혈패음서장은 오사목의 독문무공으로 상대의 장기를 내력으로 파괴해서 겉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지만 한 달여간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만드는 무서운 무공이었다.


“나중에 죽은 시신을 보면 혈패음서장에 당해서 죽었다는 게 밝혀질 겁니다.”

“상관 없네. 그때 쯤 되면 이미 왕가계는 내 손안에 들어왔을거야. 일이 다 끝난 후에 증거를 가지고 온다해서 뭘 할 수 있겠나.”


변여가 음흉한 미소를 띈채 웃었다.


“내가 책임질테니 당진명을 처리해주게. 날 모욕한 녀석을 살려둘 수는 없어.”


오사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 세상으로 보내죠.”


오사목은 당진명에게 원한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딱히 원한이 있어서 사람을 죽여온 건 아니었다.

변여는 확실한 물주였다. 오사목은 장가계를 차지할 때까지 변여의 밑에서 몇 년 일해주고 평범한 사람이 평생 만져보지 못할 큰 돈을 약속받았다.


‘이 일만 잘 끝나면 당장 은퇴해도 상관 없을 정도로 큰 돈이 들어온다. 대만 섬의 한가한 휴양지에서 강호의 은원 같은 건 싹 잊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면 돼.’


오사목의 서늘한 시선이 왕씨세가 진영에서 다음 시합을 준비 중인 당진명에게 닿았다.


‘너한테 원한은 없지만 죽어줘야겠다.’


*


당진명은 목검을 맨질맨질하게 닦고 있었다. 그러고는 유리병을 꺼내서 투명한 액체를 목검에다 발랐다.


“뭘 하고 계시는 겁니까? 오늘 아침부터 계속 목도에 뭘 바르고 계시던데.”


임청호가 꼼꼼하게 목검에 액체를 바르는 당진명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

당진명은 아침부터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목도에 기름칠이라도 하나? 하고 말았는데 그런 것도 아닌 듯했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예?”


당진명의 동문서답에 임청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비독이다.”


당진명이 투명한 액체가 담긴 유리병에 시선을 주며 말했다. 임청호는 깜짝 놀랐다.


“그런 짓을 하면 규칙 위반 아닙니까!”


하지만 당진명은 담담하게 투명한 독액을 목검에 바르는 데 열중했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절대 걸릴 일 없는 독이고.”

“절대 걸릴 일이 없다고요? 독을 쓰는데요?”

“마비독의 양이 아주 미세하니 한 시진이 되기도 전에 독성이 다 날아가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독이다.”

“그런 독이 있습니까?”


임청호는 감탄하다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


“양이 아주 미세하면 독의 효과도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아마 독에 당하는 오사목은 눈치도 못 채고 오늘 조금 피로하네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말 거다.”


당진명의 말이 임청호는 이해가 안 갔다.


“별 효과도 없다면 공들여서 독을 사용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래서 방금 말하지 않았더냐.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 한다고. 고수의 싸움에서는 작은 차이로도 승패가 갈린다. 조금만 상대의 몸동작을 둔하게 만들면 내가 크게 유리해 질 수 있어.”


임청호는 당진명의 말에 납득이 되었다. 조그만 이점이라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쌓다보면 결국 큰 차이가 벌어진다는 말이었다.


“시간이 다 되었군.”


당진명은 목검에 독액을 적시는 것을 그만두고 중앙 비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사목도 비무장으로 왔다.


처음 왕 가주의 호령에 이어서 변여가 두번째 시합의 시작을 선언하기 위해 비무장으로 나와 있었다.


변여가 오사목에게 눈짓했다.


‘인정사정 보지 말고 죽여버려!’


오사목이 알고있다는 듯 작게 끄덕였다.


“두 번째 비무시합을 시작한다.”


변여의 선언과 함께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다.


당진명과 변여는 서로 목검을 겨누며 빈틈을 살폈다.


구경꾼들은 당연히 혈량검 오사목이 이긴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직전 시합에서 협의문의 문겸이 변여를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서 당진명이 이길 것 같다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오사목이 당진명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당진명은 독룡검법을 활용해서 오사목의 공격을 받아냈다.

순식간에 이십여 합의 공방이 오고갔다.


“저 당진명이란 소협의 검법이 오사목에 비해서 뒤쳐지지 않는데?”


몇몇 눈썰미가 예리한 구경꾼들이 당진명의 실력을 보고 놀랐다.

사파무림에서 악명높은 오사목의 검을 불과 약관도 되지 않은 청년이 비등한 실력으로 받아내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당진명이라?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거 왜 최근에 검각산에서 기승을 부리던 이검방이란 산적 놈들을 쓰러뜨린 사람 아닌가.”

“아, 그 협의검이라 불린다는 당 소협이구만!”


구경꾼들은 저마다 최근에 있었던 이검방을 퇴치한 공적과 연관지으면서 당진명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놀라기는 오사목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약관 밖에 안된 어린애가 이 오사목과 비등한 실력을 지녔단 말인가?’


오사목의 나이는 삼십대 중반. 강호에서 10년 넘게 산전수전을 겪은 고수였다. 반면 당진명은 젊은 녀석이 어릴때부터 수련을 해왔다 쳐도 오사목에 비해서는 수련한 기간이 절반도 안 될텐데 벌써 일류 중기의 무위를 가지고 있었다.


‘무림의 후기지수는 무당파의 구용만이 아니란 건가?’


무당파의 구용은 약관의 나이에 녹림채의 녹림삼협을 혼자서 깨뜨려 천하제일 후기지수라는 별호를 얻었다. 그때 구용의 성취가 일류 중기였었다.


일류 중기의 성취는 못해도 서른 중반은 넘어야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막 약관이 된 어린나이에 일류 중기의 성취를 얻었으니 사람들은 무당파의 구용을 천재이며 천하제일의 후기지수라고 칭송했다.

그런데 당진명이라는 녀석이 구용과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성취를 이루었으니 놀랄 노릇이었다.


‘아무리 무림이 넓다지만 지방에 이런 놈이 틀어박혀 있었다니···.’


오사목은 오래 싸움을 끌다가는 불리해지겠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겠다.’


오사목은 당진명의 예상 외로 높은 무위에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질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과 당진명의 내력과 무위가 비슷하다고 해도 오사목에게는 당진명이 가지지 못한 강호에서 실전을 겪으며 쌓은 풍부한 지식이 있었다.


경험만은 천재적인 재능으로도 매울 수 없는 차이였다.


오사목의 목검이 서늘한 기운을 띄며 푸른 검기를 띄었다.

유명한 오사목의 혈량검법이었다. 오사목이 목도를 휘두르자 마치 진검으로 공격하는 듯한 예리한 검풍이 휘몰아쳤다.


당진명은 목도로 검을 막았는데 당진명의 목도는 혈량검에 부딫히자 마치 진검에 잘려나간듯이 예리한 단면으로 잘려나갔다.


사람들은 당진명의 목도 끝부분이 진검에 잘린듯이 예리하게 잘리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혈량검은 명불허전이군! 검기만으로 목도를 진검과도 같이 날카롭게 잘랐어!”

“이거 아무래도 왕씨세가쪽의 당 소협이 불리하겠는걸?”


하지만 오사목이 보여준 혈량검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연기에 지나지 않았다. 오사목의 진정한 목적은 화려한 검기를 지닌 혈량검으로 눈속임을 하면서 당진명에게 접근해서 당진명의 복부에 혈패음서장血霈陰徐掌을 꽃아넣는 것이었다.


‘내 혈패음서장을 맞는다면 한 달이내로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어져서 죽게 된다. 애송아,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오사목은 비정한 표정으로 당진명에게 접근해가면서 장법을 꽃아넣을 기회를 노렸다.

한편 당진명의 시선은 오사목의 검법이 아닌 왼손에 모이는 음독한 기운을 주목하고 있었다.


‘훤히 다 들여다 보인다. 현란한 검법은 날 속이려는 허초虛招고 뭔가 따로 노리는 게 있군.’


오사목이 말한 대로였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쌓은 실전 경험만큼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매울 수가 없는 차이였다.



작가의말

공모전 시작!!!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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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아버지의 마음 +2 24.05.11 600 18 12쪽
44 비무대회5 +3 24.05.10 637 16 11쪽
43 비무대회4 +2 24.05.09 637 18 11쪽
» 당진명의 시합 +3 24.05.08 698 17 11쪽
41 문겸의 작전 +2 24.05.07 751 17 12쪽
40 비무대회3 +3 24.05.06 809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4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6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1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2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34 매제 찾기 +4 24.04.30 1,113 20 12쪽
33 해선 안 되는 일 +2 24.04.29 1,071 18 11쪽
32 목수 좌정2 +2 24.04.28 1,095 20 11쪽
31 목수 좌정 +3 24.04.27 1,142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29 이검방4 +5 24.04.25 1,285 24 12쪽
28 이검방3 +2 24.04.24 1,339 24 11쪽
27 이검방2 +4 24.04.23 1,381 25 11쪽
26 이검방1 +5 24.04.22 1,491 26 11쪽
25 가장 중요한 준비 +3 24.04.21 1,593 24 12쪽
24 투자금 +2 24.04.20 1,661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2 29 11쪽
22 기초공사 +4 24.04.18 1,830 33 12쪽
21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4 24.04.17 1,853 32 11쪽
20 성도로 +2 24.04.16 1,960 31 11쪽
19 형제 +2 24.04.15 1,978 32 11쪽
18 임청호 +4 24.04.14 2,068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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