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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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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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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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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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씨세가

DUMMY

여동생 당희민의 이상형 조건에 대한 일장 연설을 듣고 당진명이 입을 열었다.


“동생아. 네가 말한 조건을 하나 씩 가진 남자는 있을 거다.”

“응?”

“하지만 그 조건을 다 갖춘 남자는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어!”


당진명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내가 말한 조건 정도면 그냥 평범한 거 아냐?”

“주사위를 던져서 1에서 6까지 나올 수는 있겠지. 그런데 1에서 6까지 순서대로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되겠니.”

“그게 뭔 개소리야?”


산수에 약한 당희민이 당진명을 째려봤다.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얘기다. 네가 아까 말한 조건 중에 딱 두 가지만 골라.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 있을 거 아니냐.”

“두 가지? 어려운데···.”


당희민은 조금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역시 잘생기고 돈이 많아야겠지.”


‘잘생기고 돈 많은 놈.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키 크고 자상하고 형제가 적고 친구가 없으면서 시어머니랑 시누이가 없는 남자를 찾는 것에 비하면 쉽다고 볼 수 있지.’


“그래 내가 잘생기고 돈 많은 놈을 찾아보마.”

“진짜? 오빠가 찾을 수 있을까.”


당희민은 못 미덥다는 눈빛을 보냈다.


“내가 초상화가를 불렀으니까 초상화부터 한 점 제작하자.”

“초상화? 갑자기 초상화는 왜?”

“상대 남자도 네가 사람처럼 생겼는지는 확인해얄 것 아니냐. 화가가 오후 중으로 올 예정이니까 화장도 좀 하고 예쁜 옷도 걸치고 준비하고 있어라.”

“어···.”


당희민은 시비를 불러서 치장을 시작했다.


“너무 걱정하지마라. 실제보다 좀 더 예쁘게 그려달라고 신신당부 했으니까.”

“뭐래? 다들 나보고 사천제일미라고 그러는데.”

“그건 네가 사천당가주의 딸이니까 아부하느라 그런 거지.”

“뭐? 아니거든!”


맞다. 전대 사천제일미는 당진명의 누나 당사현 이었으니까.


신시쯤 되어서 초상화가가 당희민의 처소로 찾아왔다.


“아가씨 초상화를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작업하겠습니다.”


화가가 당진명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당가주 딸의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화가에게도 큰 영광이었다. 사천당가의 초상화를 맡으면 성도 제일의 화백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얼마나 걸리겠나?”

“초상화는 일주일이면 완성 될 듯합니다.”

“상하지 않게 기름을 잘 먹이게. 여기저기 가서 보여줄 요량이니까.”


당진명의 말에 화가는 걱정 말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걱정 마십시오. 잡티를 싹 제거하고 코도 높이고 눈도 키우고 본인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게 그리겠습니다. 하하하.”

“너무 티나지 않는 선에서 하게. 나중에 실물보고 항의하면 피곤해지니까.”


당진명은 초상화가가 당희민을 앞에 앉히고 작업을 시작하는 걸 확인하고 나서 개현으로 돌아왔다.


다시 개현으로 돌아와서도 이렇다 할 일 없이 며칠이 흘러갔다.

당진명은 문겸을 불렀다.


“문 총관. 아직 협의문의 건물이 지어지지는 않았지만 아까운 시간을 하릴없이 보낼 필요도 없지 않겠소. 우리 협의문의 명성을 날릴만한 일이 뭐 없나 정보를 모아보시오.”


소매치기로 생활하던 문겸이니 만큼 저잣거리에 흐르는 정보를 잘 모아올 듯싶었다.


“알겠습니다. 문주님. 저만 믿으십시오.”


며칠 지나지 않아서 문겸은 그럴듯한 일거리를 하나 찾아왔다.


“호남지방 북부 장가계 주변에 왕씨세가가 있습니다. 그 주변 일대를 다스리던 무림 세가인데 최근에는 기세가 많이 죽었지요.”

“왕씨세가라··· 나도 들어본 것 같군.”


당진명이 기억을 더듬으며 왕씨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분명히 회귀 전에는 정사대전에도 참여할 만큼 기세를 올리던 무림세가였다. 현암신공이라는 극양의 내공심법을 가진 세가였다.


“그 왕씨 세가가 무슨 일인가?”


“강호에서 알려진 타장봉朶長棒 변여가 장가계 주변에 새로 변씨 세가라는 무림 세가가 세웠는데 원래 왕씨세가의 영역이던 장가계를 넘보고 있다고 합니다.”


신흥 무림세가가 가세가 기울어진 노회한 세가의 영역을 넘본다. 무림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왕씨세가에서는 조만간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서 협객들을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달 급여로 이류 고수는 한 사람당 은자 다섯 냥. 일류 고수는 한 사람당 금자 한 냥을 주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 달 동안 그 정도면 보수가 괜찮은 편이군. 그런데 사람이 너무 몰려 우리가 갔더니 사람 다 찼다고 돌려보내는 거 아닌가?”


문겸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변씨세가와 왕씨세가의 전력이 뚜렷이 차이가 나서 왕씨세가 쪽에서는 사람을 못 모으고 있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변씨세가 쪽에 사파 일류 고수인 오사목까지 합세했다고 합니다.”

혈량검血凉劍 오사목이라면 사파에서도 유명한 일류 고수였다. 오사목이 상대편에 끼어있다면 웬만한 이류 고수들은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왕씨세가 편에 서지 못할 것 같았다.


“오사목만 없었더라도 왕씨세가 쪽에 붙는다는 협객들도 많았을 텐데요.”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목숨보다 중하진 않으니까.”


당진명은 이 사건에 대해서 이모저모 따져 보았다.

오사목이란 자가 소문난 일류 고수라 하지만 당진명도 최근에 일류 수준의 내공을 쌓은 터였다.


‘오사목이란 녀석이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걸로 보아서 높게 쳐줘도 일류 중기 정도의 수준이겠지.’


원래 자신보다 조금 더 강한 상대와 맞붙어야 성취가 큰 법이었다.

그리고 왕씨세가가 원래 장가계를 주름잡던 세가라는 풍문에 맞게 보수도 나쁘지 않았다. 호위 일이 길어봐야 이삼 개월일 텐데 한 달에 금자 1냥을 받는다면 나쁘지 않았다.


“이정도 보수면 꽤 괜찮은데? 당분간 문파 유지비는 나오겠어.”


협의문의 네 명이 총출동 한다면 금자 2.5 냥의 수입을 올리게 된다.


“문주님 왕씨세가에 가실 생각입니까?”


“가만히 놀고 있어도 몸만 둔해지지. 가볍게 바람 쐰다 치고 다녀와 볼까?”


“호남의 장가계는 그리 멀지 않으니까요. 문파 건물이 완성되기 전에 잠시 갔다 와도 좋을 거 같습니다.”


문겸도 찬성하자 당진명은 왕씨 세가를 돕기로 마음을 굳혔다.


당진명은 다음날 협의문의 세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왕씨세가가 있는 장가계로 찾아갔다.


장가계는 중경 동쪽에 있는 도시로 근처에 동정호가 있어 나루터가 발전해서 꽤나 큰 도시였다.


‘흠 과연 이정도로 큰 도시의 이권을 둘러싼 분쟁이니 왕씨세가와 변씨세가가 목숨 걸고 싸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도시 사람에게 물어보니 장가계 북쪽 교외에 커다란 저택이 있었는데 그곳이 왕씨세가가 사는 왕가장이라고 했다.


당진명 일행이 왕씨세가에 들어가자 하인 한명이 일행을 보고 누군지 물었다.


“우리는 왕가주님의 방문을 보고 왕가장을 도우러 온 협객들이다. 가주님께 알리거라.”

“예에. 어디서 온 뉘시라 전할까요?”

“중경 개현에서 온 협의문의 당진명이라 전하 거라.”


하인은 가주에게 손님이 왔다는 걸 알린 후 다시 돌아와 당진명 일행을 가주전으로 안내했다.


“건물이 꽤나 낡았네.”


가주전으로 향하며 임대호가 주위를 둘러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임대호의 말처럼 왕가장은 부지가 넓고 건물이 컸지만 최근에는 개수하지 못한 듯 낡고 부서진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들어왔다.


‘건물에서도 왕씨세가의 가세가 기울어 가는 게 보이는 거 같군.’


당진명은 왕가장을 보며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가주전에 들어가자 왕씨세가주 왕서진이 당진명 일행을 반겼다.

왕씨세가주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왔는데 다리에 장애가 있어서 그런지 무공을 깊게 배우진 않은 듯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제가 왕씨세가주 왕서진입니다.”


당진명 일행도 포권하며 왕 가주에게 인사했다.


“협의문주 당진명입니다. 이 사람들은 저희 문파원들입니다.”

“총관 문겸입니다.”

“임청호라 합니다.”

“임대홉니다.”


왕 가주는 인사하는 부하들에게까지 한명 한명 눈을 마주치고 포권을 했다.


“협의문의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왕가장을 도우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협의문의 이름을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최근에는 협의문이 장안의 화제 아닙니까. 검각산에서 이검방 놈들을 쫒아냈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공동파 검각분타에 이검방 놈들을 넘길 때 분타주가 공동파 장문인에게 협의문의 선행을 알리겠다 했었는데 정말로 동네방네 소문을 내준 모양이었다.


“협의검 당 소협의 명성을 듣고 흠모하고 있었는데 오늘 뵈니 역시 영웅의 풍모가 느껴집니다. 역시 영웅은 젊은이 가운데서 나는가 봅니다.”

“과분하신 칭찬입니다. 하하하.”


당진명은 왕 가주의 칭찬에 광대가 승천했다.


‘왕씨세가가 급하긴 한가보군. 노골적으로 당 문주의 기분을 맞춰주네.’


문겸은 두 사람을 보며 냉철히 분석했다.


“듣자하니 변씨세가가 장가계를 노리고 있다던데요.”


당진명이 얘기를 꺼내자 왕 가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장가계는 우리 왕씨세가가 다스리던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타장봉 변여가 세운 변씨세가가 호남 지방에서 급속하게 세력을 키우더니 우리 왕씨 세가의 땅을 넘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가만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저쪽은 가세가 한창인 곳이고 변여에 더해서 최근에는 사파 일류 고수 오사목까지 초빙해서 대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왕 가주의 얼굴에는 짙은 근심 걱정이 엿보였다.


“오사목 때문에 세가를 도울 협객을 모아도 오는 고수들은 없고 이대로 가다간 장가계에서 쫓겨나게 생긴 판입니다.”

“거 참.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많이 억울하시겠습니다.”


당진명이 공감해주자 왕 가주는 봇물 터진 듯이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정사대전에서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왕씨세가가 이렇게 업수이 여겨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사대전에서 앞장서 싸워서 세가의 고수들이 다들 돌아가셨는데 누가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변여 그놈은 원래 왕씨세가에서 무공을 배운 놈이었는데 배은망덕하게···.”


왕 가주의 하소연은 끝이 없었다.


“아버지. 그만하세요. 도와주러 오신 분들한테 처음부터 그런 우울한 얘기만 하면 어떡합니까.”


그때 가주전의 문이 열리며 훤칠한 청년이 들어섰다. 나이는 약관이 아직 되지 않은 어린 티가 나고 살짝 유약해 보이는 인상이었으나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게 귀공자의 모습이 엿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왕랑이라고 합니다.”


청년이 협의문 일행 한명 한명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제 자식입니다. 제가 다리가 이래놔서 반쯤은 자식이 세가를 물려받은 상태입니다.”


왕 가주가 아들을 따스하게 보면서 소개했다.


“협의문주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응?”


당진명은 왕랑에게 인사를 하다 말고 왕랑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당진명이 뚫어져라 쳐다보자 왕랑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십니까?”

“공자님 얼굴이 왠지 낯이 익어서요. 혹시 우리가 어디서 만났나요?”


당진명의 말에 왕랑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이상하다. 어쩐지 낮이 익은데···?’


당진명은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생각이 날 듯 안 날듯 하였다.



*


왕씨세가와 협의문간의 인사가 마무리 될 때쯤 갑자기 당진명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앗! 나한테 죽었던 녀석이잖아.”


작가의말

벌써 5월 달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인데 다들 쉬시는지 모르겠네요. 재밌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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