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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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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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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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DUMMY




“허억-”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게 잠에 빠질 만큼 어둠이 내려앉은 밤, 에드워드는 소파에 앉아 선잠이 들었다. 조용한 평화도 잠시 그는 끔찍한 악몽을 꿔, 숨을 들이키며 잠에서 깼다.


딸깍-


고통스러웠던 과거가 아직도 생생히 느껴지는 듯해,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저었으나 이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진정하고자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를 켰으나, 이것으로도 부족했다. 하는 수 없이 에드워드는 소파에서 일어나 응접실을 서성거리다, 물을 끓여 커피를 내렸다.


“..... 휴우-...”


따뜻한 커피를 몇 모금 마신 후에야 에드워드는 불안한 감정이 가라앉았다. 한결 상태가 나아져 커피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려던 그는, 자연스럽게 옆에 놓인 포도사탕에 눈이 갔다. 아무런 라벨링이 되어있지 않은 투명한 유리병 안에는 옅은 보라색 사탕이 반짝거렸다. 오늘 점심쯤 벤자민의 가게에 들렀던 클로이가 샌드위치와 같이 가져온 것이었다.


수제라며 맛이 괜찮을지 벤자민이 걱정했으니 나중에 잘 먹었다고 인사라도 하라는 클로이의 잔소리와 함께 사탕은 책상 위에 올려졌다. 여유가 있었다면 다른 곳에 보관했지만, 바쁜 일정 탓에 아직도 책상에 자리하고 있었다.


덜컥


에드워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라울과 경감이 준 포도사탕도 함께 들어있었는데, 벤자민이 준 것도 서랍에 넣으며 그는 무심코 창밖을 바라봤다.


[~메리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 행사 진행 중!], [행복한 성탄 되세요~]


아직 크리스마스까지는 한참 남아있었지만, 사람들은 벌써부터 들뜬 듯 곳곳에 플래카드를 걸어놨다. 나무란 나무는 미니 전구와 갖가지 장신구들로 감싸져 있었고, 가게에서는 캐럴이 흘러나오는 오르골을 가져다 놓는 곳도 많았다.


‘그렇게 따뜻하고 예쁜 건 처음이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올리는데..... 모든 게 다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불현듯 에드워드는 샬럿과 나눴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자신의 이름을 에드워드에게 말해준 이후, 샬럿은 많은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나눴다. 그중에서 가장 샬럿의 기억이 선명했던 것은 첫 탈출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무 위에 별은 엄청 크고 예뻤어. 하얀 조각들이 붙어있고... 음, 어떻게 말해야 되지...’


난감하다는 듯이 아이는 웃으며 그 광경이 얼마나 자신의 마음에 남았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군데군데 빠진 묘사였지만 에드워드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유독, 커다랗고 화려한 별을 수도 중앙 트리에 올린 적이 있었다. 광장 상인회가 협회 설립 몇십 주년을 기념해 만든 별로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만 되면 아직도 이 얘기를 꺼냈다. 이 대화 하나 때문에 에드워드는 레지스탕스와 접선해 정보를 받고 크리스마스, 정확히는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다려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


회귀 이후 샬럿을 구출하기 위해 기억을 여러 번 곱씹어봤지만, 지금처럼 자세히 정보가 남아 있는 대화가 없었다.


추측하기로는 실험실이 한 번 옮겨진 탓에 두 번째 탈출부터는 실험실을 빠져나와도 유렌가의 영지 안에 속해있어 얼마 못 가 다시 잡혀온 듯했다. 게다가 날짜와 시간, 년도까지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없어, 그가 판단을 내리기 모호했다.


이번 샬럿의 첫 탈출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더 많은 조사가 필요했고 이는 곧 샬럿이 실험실에 갇혀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는 말이었다.


‘실패해서는 안 돼. 그때처럼.....’


에드워드는 방금 전 꿨던 꿈의 내용이 떠올랐다. 비참하고 절망스러웠으며, 무력함을 통감했었던 과거. 원하지 않았지만, 무심코 그는 기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

.

.




‘정말 미안해 샬럿. 꼭 데려오려고 했는데....’


샬럿은 오전에 클로이가 왔을 때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자신보다 더 슬픈 눈으로 무언가를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눈시울이 몇 번인가 붉어졌지만, 샬럿도 울지 않는데 자신도 울 수 없다는 듯이 방긋방긋 최대한 웃어 보였다.


‘...... 내일....’


재판이 끝나고 며칠 되지 않아, 형 집행일이 금방 정해졌다. 클로이는 샬럿이 범죄자로 낙인찍혔음에도 매일같이 샬럿을 찾아왔다. 집행일이 정해졌을 때는 너무 빠르다며 거세게 항의까지 하러 가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이 종료된 뒤부터 형 집행일 전날까지, 10일의 시간 동안 에드워드는 단 한 번도 샬럿을 만나러 온 적이 없었다. 아마도 죄책감 때문이리라 예측하기는 했지만, 클로이를 비롯해 샬럿의 편이었던 사람들은 도저히 에드워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터벅터벅- 쿵-


“이런, 괜찮소?”


“아, 그 미안합니다. 정신이 좀 없는지라...”


“조심하시게. 그러다 쓰러지겠어.”


힘없는 발자국 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오던 누군가는 그 와중에 문 앞에 서 있는 경비와 부닥치기까지 했는지 작은 소음이 났다.


저 멀리서부터 철장 앞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샬럿은 가만히 지켜봤다. 역시나 그토록 기다리던 에드워드였지만, 평소와는 상당히 달랐다.


“아저씨?”


“....... 안녕, 샬럿.”


샬럿은 그런 에드워드의 모습을 처음 봤다. 늘 깔끔하게 뒤로 넘기던 머리 스타일은 어디 갔는지 앞머리는 제멋대로 풀어진 채였으며, 수염조차 다듬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추운 날씨에 가벼운 코트 하나만 걸친 채였으며 단추를 채우지도 않았다. 이로 인해 드러난 안의 와이셔츠는 구겨져 있어 그렇게 너저분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뿐일까 몇 끼를 굶었는지 평소보다 한참은 말라 있었고, 여기저기 잔상처들이 보였다. 이런 몰골이었기에 경비는 부딪혔음에도 화를 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털썩


철장을 사이에 두고 앞에 주저 않은 에드워드를 보며 샬럿은 고민했다. 왜 이제 왔냐는 투정이 떠오르기도 했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기도 했으나, 끝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골랐다.


“.... 내일이 오기 전에 꼭 보고 싶었어."


“.........”


에드워드는 그런 샬럿을 잠시 동안 바라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에는 꽤나 일렀으나, 그는 어디서 사 왔는지 산타 인형을 손에 들고 있었다.


샬럿의 두 손보다도 조금 더 큰 산타 인형은 조금 엉성해 보였다. 나름 생김새는 귀여웠으나, 실밥도 몇 군데 풀어져 있었고, 상체가 무척 컸다.


“선물이야?”


산타 인형을 손으로 잡으며 샬럿은 기쁘게 웃었다. 크리스마스 때의 풍경을 다시 보고 싶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 에드워드가 인형을 사 온 줄 알았다. 철장 사이로 인형이 넘어오자마자 샬럿은 인형을 품에 껴안았으나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 인형이 무겁고 딱딱한 데다가 주머니에 뭔가 뾰족한 게...’


“주머니에 있는 건, 오르뷔야. 인형 안에는 금화가 들어있고.”


샬럿만이 들을 수 있는 에드워드의 작은 속삭임에 아이는 동공이 커졌다.


“미안하다.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고, 꼭 밖을 보여주겠다고 했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구나.”


샬럿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에드워드는 아까 경비와 부딪히며 훔친 열쇠를 자물쇠에 넣었다. 그는 계획한 것이 있는 듯 빠르게 움직이려 했으나, 그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


“거기까지야. 에드워드. 움직이지 마.”


범죄자를 대하는 듯이 호령하는 경감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이곳에 올 것이라 에드워드도 예측하지 못했는지 그는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비틀거렸던 에드워드와는 달리, 단단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어떻게 알고 오셨을까. 경감님께서 친히 행차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시간을 벌기 위해 괜히 말을 덧붙이며 에드워드는 자물쇠를 여는 대신 품속의 총을 꺼내려고 했다. 경관을 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협박용으로 샬럿이 탈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경감이 등장한 순간부터 이미 탈옥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는 희망 회로를 돌렸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지금이라면 미수로 끝낼 수 있어.”


‘총 8명, 모두 총을 소지하고 있고.... 내가 총을 꺼내 시간을 버는 사이, 샬럿이 오르뷔 능력으로 탈출하면....’


머리를 굴리던 에드워드는 차가워진 손 위의 온기에 고개를 들었다. 샬럿이 철장 사이로 손을 뻗어 에드워드의 손을 잡고 있었다.


”..... 아저씨, 고마워. 마지막까지 나랑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한 거지?"


샬럿이 분명 웃고 있었기에 에드워드는 아이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착각에 빠졌다. 짧은 순간 수많은 작전을 머릿속에서 세워나갔으나, 그 환상은 단번에 부서졌다.


"그렇지만, 이젠.... 괜찮아."


샬럿은 겹친 손을 서서히 돌려 열쇠를 잠가 나갔다.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에드워드는 이를 멈추려 했으나, 아이의 작은 손을 뿌리치지 않고는 돌이킬 수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기도 했고, 찰나와도 같았으나 기어이 함께한 마지막 순간은 끝이 났다.


찰칵-


어느새 자물쇠가 제대로 잠가지자, 샬럿은 에드워드의 손에서 열쇠를 빼내 경감 쪽으로 던졌다. 쇠와 바닥이 맞닿은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모두의 귀를 따갑도록 울렸다.


열쇠가 바닥에 떨어져 샬럿의 탈출 가능성이 낮아지자, 경감은 이때다 싶어 돌진해 에드워드를 체포했다. 손에는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고, 이어 경감이 지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까지 경찰국에 가둬. 사형 집행 전까지는 구금한다.”


경감의 불호령에도 에드워드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어코 진행되는 샬럿의 죽음을 믿을 수 없어서 이런 반응인가 싶었지만, 생각보다 얌전히 경관들을 따라 일어섰다. 하지만 복도 쪽으로 돌아 세우기 전, 샬럿과 눈이 마주치자 에드워드는 돌변했다.


“에드워드 경! 이러지 마십시오!”


퍽-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의연한 척했지만, 죽음 앞에서 공포가 들지 않는 이가 있을까. 그 표정을 마주하자, 에드워드는 발버둥 쳐 다시 철장으로 달려가려 했고, 돌발 상황에 경감은 그의 목 뒤를 쳐서 기절시켰다.


에드워드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경찰국이었고, 그는 샬럿의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 그곳에 붙잡혀 있다 풀려났다. 이후 관련되어 처벌을 받기는 했으나, 미수에 그쳤기도 하고 사회적 공헌도를 인정해 벌금형에서 그쳤다.


당연히 신문 기사들은 호외라며 에드워드의 탈옥 미수를 가십으로 한 기사를 일제히 썼고, 재판 이후 남아있던 일말의 명예마저 이때 산산이 부서졌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런 고통도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멈춰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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