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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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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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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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DUMMY




‘완전한 패배라....’


카넬은 에드워드의 사무실을 나서며 방금 전 상황을 곱씹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혀를 내두를 말솜씨였다.


저벅-


생각하지 못했던 계획의 실패에 카넬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이곳까지 몸소 카넬이 온 이유는 어떻게든 에드워드와 아이를 소란 없이 떨어뜨려 놓기 위해서였다.


카넬은 에드워드가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가지지 못했으리라 판단했기에 이 일이 어렵지 않겠다고 예상했다. 단 하루라도 아이와 단둘이 있게 된다면 카넬의 승리였으며, 처음에 그는 에드워드와의 만남이 지루하다 느낄 정도로 성공을 확신했다.


‘그는 내 의도도, 목적도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지. 하물며 내가 말한 정보조차 진위를 모르는 것 같았는데.... 직감과 대처 능력만으로 내 계획에서 벗어났단 말인가?’


가히 감탄할만한 능력이었기에 되려 카넬은 점점 의심이 들었다. 순수한 에드워드의 능력이 아닌 배후가 있을지도 모르고, 에드워드라는 인물 자체가 어떤 집단의 거물일 수도 있었다.


카넬의 초기 조사에서는 유명한 미제 사건을 해결한 탐정과 기사단 출신인 조수라는 가벼운 정보 밖에 없었기에 더 세심한 내용이 필요했다.


‘분명 내가 놓친 것이 있다. 어떤 비밀을 이리 꽁꽁 숨기고 있는 걸까?’


천천히 걸어갔음에도 그다지 많지 않은 계단이기에 카넬은 금방 건물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문을 열고 이 공간을 벗어나려는 순간, 그토록 거슬리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 거기 신사 분, 또 방문하실 건가?”


“하하, 탐정님. 아이에게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한 것을 바로 앞에서 직접 듣지 않으셨습니까.”


터벅-


에드워드는 카넬이 그랬던 것처럼 한 발자국씩 계단을 내려왔다.


“이봐, 솔직해지자고. 여긴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경계심과 불편함, 긴장감이 에드워드의 얼굴에 한껏 드러나 있었다. 아까 굳은 미소라도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그저 아이만을 위한 것이었는지, 카넬의 앞에서는 예의를 갖췄던 말투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고 싶은 말씀이 더 있으신지요?”


카넬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멈췄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그의 반응에 에드워드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이 자가 선한 마음으로 아이를 도와줬을지도 모른다고, 그리 생각했던 것 자체가 참으로 부끄럽군.’


아무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에드워드는 내심 카넬이 레지스탕스처럼 오해로 잘못 경계한 사람이길 바랐다.


‘세상이 그토록 선하고 바로 잡혀있었다면 클로이도, 아이도... 여전히 미래에서 살아 있었을 거야.’


한없이 약해진 마음이 한심했다. 아이를 찾았다고 모든 위험이 끝났을 리가 없는데 행복감에 취해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다신, 여기에 발 디딜 생각조차 말도록.”


“탐정님께서 저를 협박하신 것을 알면 아이가.... 아니, 제로원이 퍽 좋아하겠습니다.”


에드워드 앞에서 더 이상 가면을 쓸 필요가 없자 카넬도 본색을 드러냈다. 일부로 그를 도발하는 듯한 단어에, 에드워드는 그를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걱정할 필요 없네. 내 말 뜻은 다른 의미거든.”


“....?”


발을 디디지 말라는 것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가? 카넬이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 동안 에드워드는 다시금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며 말을 이었다.


“피차 시간을 아끼지. 내 친절히, 직접 방문을 드리도록 하겠네.”


선전포고와 같은 말이 둘 사이를 갈랐다. 카넬이 아이에게 위험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든 이상, 에드워드는 그가 이곳을 떠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왜 아이에게 접근했는지 알아낼 것이며, 숨겨진 그의 정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었다. 만약 그가 범죄를 저지른 자라면 기필코 잡아 감옥에 처넣어주리라, 에드워드는 속으로 맹세했다.


말뜻을 알아차린 카넬은 대답 없이 살짝 목례를 하고는 건물을 완전히 나왔다. 계단을 내려올 때와 달리 그는 서둘러 거리를 벗어나 어느 골목길로 들어갔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카넬은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비틀거리며 벽에 몸을 기대고는 입을 막고 있었다. 그가 에드워드에게 접근할 때부터 주변에 숨어있었던 종들이 주인에게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걱정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 아하하하-!”


하지만 종들의 걱정과는 달리 그는 엄청 재미난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웃어젖혔다. 얼마나 웃었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상상 외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두려움에 짖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나름, 포식자의 눈빛이었어.”


어느 정도 웃음을 갈무리한 카넬은 종들에게 중얼거렸다. 제 주인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것 또한 분명했다.


“그래, 개보다는.... 늑대 정도?”


맥없이 풀린 눈동자와 함께 마지막 말을 작게 중얼거린 카넬은 여전히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종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제법 짖는 모양이 사납기는 하지만, 아직 부족해. 뒤에 있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부풀리는 행동이 티가 나니 말이야.’


이번에는 제로원을 데려오는 것에 실패했으나, 그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더불어 예상에 없던 흥미가 생겼으니 조금 더 특별한 수가 필요했다.


“유렌 공작가의 가주와 만날 약속을 잡거라.”


“예, 주인님.”


그는 에드워드란 자가 아이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신이 자신의 종들에게 시험을 내리듯, 카넬 또한 마땅히 에드워드를 위한 시련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제로원의 행방을 알게 되어 길길이 날뛰는 베르트 앞에서, 그가 지금처럼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번뜩이는 눈동자와 함께 카넬은 입가에 머물러 있던 웃음을 마저 감추었다.





.

.

.





“후우......”


에드워드는 심란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 카넬과 마주쳤던 기억을 복기하면 할수록 소름이 돋았다. 이토록 갖은 수를 쓰게 만든 자는 유렌 공작가 이후로 처음이었다.


마지막에 카넬의 경계를 늦추고자 일부러 감정을 앞세운 모습을 보였으나, 이게 잘 통할지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뱀같이 교활하고 흔적 없이 움직이는 자라니....’


회귀 전에도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이다 보니 더욱 경계가 갔다.


유렌가와 관련이 있음에도 자신이 몰랐다면 유렌가와 알력 다툼에 져서 죽었거나, 혹은 그가 더 큰 배후일 가능성밖에는 없었다. 어느 쪽이든 적어도 유렌가만큼의 세력을 가졌거나 그보다 더 강한 상대라는 의미였다.


‘그가 거물이란 건 알겠지만, 지금처럼 아이를 데려가려 애쓰는 사람이었다면 왜 미래에도 아이가 계속 실험실에 있었던 거지?’


이 점이 에드워드가 카넬을 판단하는 것에 있어 헷갈리게 만들었다.


지금과 같은 정보력과 능력이었다면 유렌가에서 아이를 빼가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었을 텐데 실패했다는 것이 이상했다. 더군다나 기억을 더듬어 봐도 회귀 전 아이에게서 카넬에 대해 들은 얘기가 없었다.


웅성웅성-


황궁의 내부 정원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에드워드는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걸음을 멈췄다.


'좀 쉬려고 했더니만.....'


카넬이 다녀갔음에도 에드워드는 입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 옆에 남아있고 싶었지만, 다른 의뢰라면 몰라도 황실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에드워드는 빨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황궁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이제야 한숨을 돌리는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소음에 무척 신경이 거슬렸다.


‘무슨 일이 있나? 추운 날씨에 왜 궁인들이 잔뜩 나와 있지.’


작은 평화마저 방해받는 기분에 에드워드는 뚱한 표정으로 소동이 일어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얼핏 봐도 1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정원의 입구로 들어와 흩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바닥부터 수풀까지 샅샅이 파헤쳤다.


대부분은 시종과 시녀로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섞여 있었다. 그들은 하얀색 가운을 입었으며, 울상을 지은 이부터 잔뜩 불안해 보이는 이까지 표정이 다양했다. 눈에 띄는 옷차림만큼, 한층 어두워 보이는 안색이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흠, 일단 상황을 지켜볼까...’


괜히 먼저 이유를 물었다가 복잡한 일에 휘말리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기로 에드워드는 마음먹었다. 그는 정원의 중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걸어가며, 습관적으로 포도사탕을 하나 꺼내 먹으려 했다.


파앗-


뚜껑을 열고 사탕을 하나 집어 든 순간, 에드워드 앞에 동그란 공 같은 것이 튀어나왔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사탕은커녕 휴식마저 깨져버렸다.


“어엇...?!”


워낙 잽싸게 달려드는 통에 에드워드는 사탕 병을 놓쳤고, 이로 인해 바닥에 사탕들이 떨어지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 고슴도치?”


사탕 병을 포기함으로써, 다행히도 에드워드는 자신 쪽으로 뛰어든 무언가를 무사히 잡아내는 것에는 성공했다. 삐죽삐죽한 가시, 까만 코와 눈, 짧은 팔과 다리까지 자신의 손안에 있는 것은 영락없는 고슴도치였다.


황궁의 정원에 웬 고슴도치가 있는지 혼란스러웠으나,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거기! 자네, 고맙네! 잠시만 그대로 있게나!”


아까 정원 안으로 들어오던 이가 다급히 에드워드를 불렀다. 그는 에드워드의 손에 고슴도치가 잡힌 것을 보고 꽤나 안도한 모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와 고슴도치를 번갈아서 보던 에드워드는 손안에 얌전히 있는 고슴도치와 눈을 마주쳤다.


고슴도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땡그란 눈으로 에드워드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으나, 그는 금세 자신의 의견을 철회했다.


“윽! 너....!”


에드워드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 같자 고슴도치는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을 잡고 있던 에드워드의 손가락을 물더니 가시를 세우고 도망치려 한 것이다.


“내가 놔줄 것 같냐...?”


안타깝게도 고슴도치의 예상과는 달리 에드워드는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타격이 크지 않은 탓도 한몫했지만,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아프다고 놔줄 수는 없었다.


고슴도치와 작은 전쟁을 치르는 사이 어느새 자신을 불렀던 이가 가쁜 숨을 쉬며 다가왔다. 그는 체력이 약한 듯 가까운 거리를 뛰어왔음에도 호흡을 되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대 고맙군. 그 녀석이 얼마나 재빨라야지.”


고슴도치의 주인인 듯한 사람을 마주하자, 에드워드는 태도를 고쳤다. 아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그는 시종이나 시녀, 하물며 기사단조차 아니었다.


“제국의 낮은 곳까지 살피시는 가장 상냥하신 별을 뵙습니다.”


여왕의 둘째 아들이자, 황위 계승 순위 2번째인 황자. 브론테 로 길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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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7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8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7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9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0 0 11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9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7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0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0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1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2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0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9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0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9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2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1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2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1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9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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