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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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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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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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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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DUMMY




‘설마, 이러다 또 마주치진 않겠지?’


황궁의 개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가던 레온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젯밤에 담을 넘었던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었기에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다. 레지스탕스 아지트로 가기엔 그곳까지 들킬 것 같았고, 그렇다고 거리에서 계속 도망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사실상 들킬 각오를 하고 담을 넘었으나, 다행히도 교대 시간이라 경비 인원이 잠시 자리를 비워 간신히 클로이도 따돌리고 발각되지도 않았다.


‘신께서 기회를 주신거지. 운이 나빴다면 어느 쪽에라도 잡혔을 거야.’


레온은 재빠르게 골목 사이사이를 빠져나갔다. 잡히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복귀가 하루 이상 늦어져 버렸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바스락-


급하게 움직이는 통에 레온의 품속에서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서류를 인식하자, 레온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서재에 놔둔 것도 미끼였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놈은.’


한숨을 돌린 레온이 아슬아슬하게 구한 서류를 확인했을 때 그만큼 힘이 쭉 빠질 수가 없었다.


첫 장과 두 번째 장만 백작의 필체를 베껴 작성한 서류였을 뿐, 나머지는 백지였기 때문이다. 어쩐지 꽁꽁 싸매져 있어 확인이 어렵다 했더니 함정을 펼쳐둔 것이었다.


‘됐어. 서류는 없어도 대표에게 말할 정보들은 많으니. 다녀온 것만으로도 이득이야.’


서럽기는 했지만 일단은 자신이 레지스탕스에 도착해 상황을 전하는 것이 먼저였다. 급히 걸음을 옮긴 덕에 황궁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지트로 사용되는 허름하고 오래된 책방을 찾을 수 있었다.


“저 혹시 ‘데이지 그늘 아래에서‘가 여기에 있습니까?”


“오, 지금 마침 들어왔다네. 2층으로 가보게나.”


책방 안으로 들어온 레온은 1층에서 책을 조금 둘러보는 척하다가 손님이 없자 책방의 주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주인이 흔쾌히 위치를 알려주자 그는 안도했다.


‘다행히 대표는 여기 계속 머물러 계신가 보네. 다른 아지트로 찾아가지 않아도 되겠어.’


근거지로 사용되는 곳들은 수도 곳곳에 상점으로 위장해 퍼져 있었고, 레지스탕스에서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암호를 정했다. 각각의 상점마다 암호로 사용되는 상품이 있었고, 이 상품의 판매 여부를 물어보면 대표가 이곳에 머무르는지도 알 수 있었다.


끼이이익-


오늘따라 2층에 있는 창고 문을 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레온은 경첩에 기름칠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안을 둘러보았고, 이내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커다란 상자를 여러 개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부턴 조심해야지. 정신 차리고....’


그중에서도 바닥에 붙어 있으며 가장 값비싸 보이는 상자를 가볍게 연 레온은 책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레버를 돌렸다. 곧 상자의 밑바닥이 덜컹거리더니 계단이 나타났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레온은 침을 삼켰다. 예전에 여기를 내려가다 미끄러져서 진짜 큰일 날 뻔한 적이 있어 입구만 봐도 떨렸다.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경사가 심한지라 레온은 온 신경이 곤두섰다.


‘바... 발 닿았다. 여긴 매번 올 때마다 어렵다니까.’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바닥에 발을 디딘 레온은 마음을 놓으며 다시 주변에 설치된 레버를 당겨 위에 문을 막았다. 책방의 지하에 도착한 그는 여러 문을 통과해 미로처럼 생긴 몇몇 복도를 지나치다 한 방문 앞에 도달했다.


똑똑-


“레온입니다.”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자, 레온은 의아해했다. 대표가 잠시 자리를 비운 걸까 생각했지만 그랬다면 항상 옆에 있는 보좌관이 문을 열어줬으리라.


벌컥-


“안녕하신가, 도둑씨?”


“너! 너... 어떻게 여길...!”


“‘너’라니, 엄연히 내 이름을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부르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 않나?”


삿대질도 그렇고 말이야. 에드워드는 경고하듯 레온을 향해 말하자, 그는 우물쭈물 손을 내렸으나 이름을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레온.”


“대표! 이자가 여기에 왜...!”


“진정하렴.”


모든 것을 따질 것 같이 굴던 레온은 대표의 말 한마디에 그대로 입을 닫았다. 에드워드를 여기서 마주친 것이 당황스러웠고, 혹시나 자신 때문일까 싶어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대표의 지시가 먼저였다.


레온은 에드워드를 노려보며 대표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섰고 그제야 누가 이곳에 있는지, 무슨 표정들인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제 나를 쫒았던 조수분도 계시네. 표정은 나랑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고.... 이크, 보좌관은 좀 화나신 게 아닌데. 하긴 아지트에 외부자가 침입했으니 기분이 좋으실 리 없지. 대표는....’


의외로 그녀는 침착하다 못해 이 상황이 즐거운 듯했다. 에드워드가 좋은 제안이라도 했나 싶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당신 주장은 알겠어. 유렌가의 치부와 같은 장소가 있고. 몇 군데로 좁힐 수 있는데 이에 관해 자세히 조사해 달라는 말이지?”


“맞아. 제대로 이해했군.”


“우리가 왜?”


무얼 믿고? 에드워드는 대표가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포되어 있는 뜻을 쉽게 파악했다. 후작가의 작위를 가진 귀족, 심지어 최근 사건에서 황태자 편을 들어준 이를 레지스탕스는 도와둘 이유도, 신뢰할 필요도 없었다.


그와 동일하게 에드워드 또한 그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이 아지트 외에 더 알고 있는 것이 없을 거라 생각하나?”


“그래? 그렇게 알고 있는 게 많으면 우리도 놓아줄 생각은 없는데."


대표의 깊은 밤바다와도 같은 남색 눈이 번뜩였다. 그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보좌관과 레온은 이미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에드워드는 여기서 무력을 쓰는 것이 나을지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을 보는 것이 나을지를 고민하다가 클로이를 보았다.


스윽-


클로이는 안심하라는 듯 신호를 보냈다. 보아하니 여차하면 손목 안쪽에 숨겨둔 작은 칼을 꺼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달려들 준비를 마친 두 집단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에드워드는 결정을 내렸다.


“기싸움은 그만하지. 며칠 전 사건으로 나도 피곤해. 유렌가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것만으로도 내 성의는 다한 것 아닌가?”


이틀간 고생시킨 클로이를 더 싸우도록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기에 에드워드는 대화를 택했다. 생각과 달리 에드워드가 한 발 물러서는 듯이 행동하자, 대표는 턱을 괴고 좀 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귀족이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일을 할 때는 함정에 빠뜨릴 경우가 90% 였던지라, 좀 더 신뢰를 보여 달라 이 말이지.”


“신뢰라.....”


오른손 손등을 두드리던 에드워드는 졌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까지 넘기고 싶진 않았지만, 에드워드로서도 레지스탕스의 협력이 필요했기에 하는 수 없이 수첩을 꺼내 만년필로 무언가를 적어 대표에게 넘겼다.


“이 사실을 알고도 나는 황실과 귀족회에 아무것도 넘기지 않았어. 이 정도 성의면 충분하지 않나?”


“..........”


느긋한 태도였던 아까와는 달리 쪽지 내용을 확인한 대표는 충격을 받은 듯 몸이 굳어지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그녀는 이 종이에 쓰여 있는 내용을 누가 볼까 싶어 빠르게 태워버리기까지 했다.


“나를 도와주면, 어떻게 이걸 알게 되었는지도 말해주지. 신뢰와 협력, 당신이 말하는 가치는 알겠지만, 처음부터 말했듯 나는 거래를 하러 온 거야.”


마지막 말에 대표는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더욱 초조해졌다. 거래라는 단어가 언급된 순간, 거절한다면 다른 곳으로 향하겠다는 말이었다.


물론 과격한 수단을 써서 저 두 사람을 막는 단순한 방법도 있었으나, 그가 여기까지 알아냈다면 아무런 대책 없이 올 리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을 고려해 보면 볼수록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컸다.


“후, 좋아. 거래, 진행하도록 하지.”


“대표!”


“데릭. 인장을 가져와.”


레온의 경악스러운 비명에도 대표는 못 들은 사람처럼 보좌관에게 명령했다. 보좌관인 데릭 또한 뜻밖이었으나 대표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대표는 빠르게 종이에 조건들을 적어 내렸고, 에드워드는 곁에서 내용을 보다가 몇 가지 사항과 기한을 추가했다.


거래할 것이 실물이 아니기도 했고, 두 사람의 거래는 서로에게 있어 처음이기에 생각보다 간단히 계약서 두 장이 작성되었다.


“적힌 대로, 우선은 일주일 안에 답을 주지.”


에드워드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챙기고 클로이와 함께 방을 나갔다.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뒤였기에 침묵이 가득했지만, 곧 대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레온,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아지트에 오지 마렴.”


“네? 대표. 왜, 왜요...? 제가 임무에 실패해서 그러세요? 하지만, 대표 저 마냥 실수만 한 건 아니에요! 꼭 들으셔야 할...”


“그게 아냐 레온. 저 자가 네 정체를 알고 있어.”


대표의 말에 레온은 동상이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라는 질문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내가.... 황궁으로 도망쳐서? 아니면 흔적을 남겼었나? 분명 인기척도 모두 확인하고, 들키지 않도록 꼼꼼하게 다녔었는데....’


당혹감과 불안감이 번져가는 레온을 보며 대표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네가 실수한 건 아닐 테지만, 혹시 모르니 일주일정도만 조심하자. 거래가 진행되면 어디서 정보가 새었는지 알 수 있을테니.”


대표의 위로에도 레온은 더욱 낙심했다. 결국 자신의 실수가 안 해도 될 거래를 만든 것만 같아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레온, 거래 자체는 우리에게 문제가 될 건 없어. 함정일 것을 이미 염두에 두었기에 대처할 방법도 많고, 게다가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우리로서도 엄청난 이득이야.”


보좌관은 대표의 말에 덧붙였다. 데릭은 날이 선 레온의 반응과는 다르게 이 거래에 있어서는 찬성이었다. 정보가 거짓말일지라도 에드워드가 요청한 것은 ‘조사’였지 공격이나 절도와 같은 행위가 아니기에 발을 빼기도 쉬었다.


“그보다 우리가 들어야 할 정보가 무엇이니?”


보좌관은 더 이상의 위로를 할 생각이 없는 듯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어휴, 냉정해라. 돌을 가져다 놔도 저것보단 얘길 잘 들어주겠다.’


시무룩해 있는 레온에게 공감은커녕 정보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에 대표가 눈을 부라렸으나 데릭은 움찔거리기만 할 뿐 말을 회수하지는 않았다.


“이번 잠입 때, 저 놈과 황태자의 대화를 들으면서 알게 된 정보가 있어요. 사실 여부는 판단해야겠지만....”


레온은 조금 풀이 죽은 듯한 목소리로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두 두 사람에게 전달했다. 그 내용 또한 가히 예상치 못했던 지라 대표는 레지스탕스에 격변의 순간이 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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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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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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