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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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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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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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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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DUMMY




“허허- 그대가 지금 나를 판단력이 흐려진 늙은이로 취급하는가?”


“아닙니다, 전하.”


에드워드의 말을 곱씹은 국서는 더욱 날카롭게 비아냥거렸다. 여왕이 사진 뒤의 글씨를 정말 모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무척 낮았다. 게다가 기사와 여왕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증거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펜던트가 ‘플레’ 펜던트인 것도 못 알아볼 만큼 내가 어리석게 보였나 보군.”


“..... 여왕께서 이 펜던트를 기사에게 주신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클로이는 펜던트에 대한 언급에 스텔라에서 들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대화재가 있기 몇 년 전, 이런 형태의 로켓 펜던트가 무척 유행하여 가족, 친구, 연인 할 거 없이 각자의 사진을 담아 지니고 다니는 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친구끼리도 이런 목걸이를 주고받다 보니, 연인들은 좀 더 특별함을 드러내고 싶은 디자인을 원했고 그 결과로써 펜던트를 열면 사진이 담기지 않은 쪽에 작은 보석이 박혀있는 형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연인 사이의 펜던트를 플레 펜던트라 따로 명칭해 불렀다고, 클로이는 스텔라의 할아범에게 전해 들었다.


‘지금 이 펜던트처럼, 루비를 넣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라고 했었지.’


에드워드를 믿고는 있었지만 클로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왕이 기사를 향한 마음을 접었다면, 연인의 선물로 상징되는 펜던트를 또한 처분했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대의 말은 내게 그저 실토로 들리는군. 사진 뒷면에 사랑을 고백하는 글씨가 남아있고, 이것을 여왕께서 지금까지 소장하고 계시지. 이것이 다른 의미를 뜻할 수 있는가?


국서는 한껏 불쾌한 기분을 드러내며 물었다. 클로이조차 국서의 말이 논리적이라 생각되었으나, 에드워드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전하, 저는 제삼자이니 설명을 드려도 추측으로 생각되시고, 믿기 어려우실 겁니다. 진실을 원하신다면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가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본질이었다. 호위 기사와 펜던트,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오해를 만들고 가장 중요한 것을 흐렸다. 꼬인 실을 풀어내기 위해서, 에드워드는 이 모든 것을 햇빛 위에 먼저 올려놓고자 했다. 이것을 끊어낼지 풀어낼지 선택하는 것은, 모든 연결점을 본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기회를 주신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당당한 에드워드의 태도에 국서는 어이가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으니 여기서 나가라 소리치고 싶기도 했다. 이미 그는 여왕이 기사를 잊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분히 상처받았다.


‘..... 하지만 만약에라도, 저 말이 사실이라면.’


아주 작은 희망이 국서를 괴롭혔다. 이 펜던트가 기사를 향한 사랑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만이라도 충분했다. 평생 함께 살아온 이를 미워하고, 자신이 부족했는지 인생을 돌아보는 일들은 국서를 너무나 지치도록 만들었다.


“그대의 청대로 마지막 기회를 주지. 제대로 소명해내지 못한다면 나를 기만했다고 생각해 황족모독죄로 재판에 넘길 것이야.”


끝까지 국서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마지못해 떨어진 허락이었으나, 에드워드는 감사를 표하고 클로이와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

.

.





“.... 벌써 찾았단 말이냐. 아직 약속한 일주일이 다 되지도 않았거늘.”


국서를 만난 다음 날,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여왕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다행히도 오전 중에 여왕의 일정이 비어있어 바로 승낙받았고, 세 사람은 첫 만남과 같이 화원의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렇게 빨리 펜던트를 찾아낼 줄 몰랐던 여왕은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포르테, 그 아이가 자신만만해할 만했군.'


손자의 귀여운 제안이 떠오른 여왕은 저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에드워드는 여왕의 영문 모를 미소에 이상한 불안감이 들었으나, 우선 가져온 보석함을 꺼냈다.


달칵-


“여왕 폐하, 말씀하셨던 펜던트입니다.”


보석함을 열어 여왕 쪽으로 향하도록 내려놓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펜던트를 꺼내 들었다.


“..... 제대로 찾아왔구나. 짐이 잃어버렸던 펜던트가 맞다.”


겉 부분을 찬찬히 둘러보던 여왕은, 이내 톡-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펜던트를 열었다. 그 안에 들은 사진을 마주한 그녀는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말없이 집중하던 여왕은 곧 안도하는 표정을 지어내며 펜던트를 닫았다. 첫날보다는 한층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나지막이 에드워드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어디서 발견했느냐?”


“황궁 안에서 찾아냈습니다.”


정작 에드워드는 별다른 긴장감이 없었으나, 옆에 있던 클로이는 움찔거렸다. 혹시라도 여왕이 더 캐물으려 든다면 국서와의 일까지 말해야 했기에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 분명했다.


에드워드가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것을 여왕 또한 알았으나, 그녀는 따지는 대신 천천히 디저트를 반으로 갈라 입에 넣었다. 새콤한 라즈베리와 풍미가 깊은 치즈의 맛이 퍼지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추측 끝에 여왕은 범인을 말하지 않는 것이 그의 배려라 판단을 내렸고, 묻지 않았다.


“의뢰를 잘 수행해 왔으니, 상을 내려야겠구나.”


결정을 내린 여왕은 시종장을 부르려 했으나, 그 손짓은 에드워드의 말에 막혔다.


“폐하, 제게 펜던트에 대한 소견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이냐?”


“다만, 말씀드리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올려 드려도 되겠습니까?”


생각지 못했던 에드워드의 질문에 오히려 호기심이 동한 여왕은 허락했다.


“50년 전, 대화재 때의 펜던트를 왜 지금까지도 가지고 계신지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질문이 끝난 순간, 에드워드를 제외한 그 말을 들은 모두가 경악했다. 여왕과 기사의 소문을 모르고 하는 질문이라면 무례했고, 알고 하는 것이라면 모욕이었다. 당연히 여왕의 표정에도 불쾌함이 어렸다.


“자네가 헛소문을 신경 쓰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에드워드 소가주.”


“폐하, 저는 신기루 같은 소문 때문에 질문을 드린 것이 아닙니다.”


여왕의 냉정하고 엄한 분위기에도 에드워드는 굴하지 않았다. 곧은 자세로 여왕을 마주 보며 그는 해야만 하는 말을 이어갔다.


“플레 펜던트는 두 쌍입니다. 하나는 자신의 사진을,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사진을 넣고 교환을 하지요. 하지만, 이 펜던트 안의 사진은 폐하의 사진이라고 하더군요.”


영리하게 에드워드는 자신이 열어봤다고 말하지 않았다. 여왕의 심기를 더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소문이 사실이었다면 이 펜던트의 사진은 기사의 모습을 담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분노가 서려있던 여왕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에드워드가 기껏해야 플레 펜던트를 알아보는 선에 그칠 것이라 짐작했었으나, 그의 능력은 예측한 범위를 한참 넘어섰다.


“펜던트가 가진 사랑의 의미를 내려놓고 나면, 다른 사연은 한 가지밖에 남지 않습니다. ‘대화재의 유품’이지요.”


클로이는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괜스레 찻잔을 만졌으나 여왕에게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었다.


“제가 50년 전 일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대화재에 관해 조사하다가 한 가지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화재가 간신히 수습된 날 밤, 폐하께서 자리를 비웠다는 낭설이 있더군요.”


마지막 에드워드의 말을 들은 순간, 여왕은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이유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째서 짐에게 다시 묻는 게냐?”


여왕이 물었던 질문 중 에드워드에게는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다. 사실 여왕이 기사와 사랑의 증표로 펜던트를 가지고 있든, 이것으로 인해 국서가 오해에 빠져있든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며 괜한 개입일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에드워드가 이렇게까지 진실을 확인받고자 하는 것은, 이 황궁의 가장 큰 권력자인 여왕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계획을 진행하다 보면 유렌가를 넘어 황태자와 대치할 가능성도 컸다.


여왕은 늘 절벽에서 새끼를 미는 사자와 같이 황태자를 시험했으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있어서는 그를 아꼈다. 그 선과 기준점이 무엇인지 이후를 대비해서라도 에드워드는 여왕의 판단과 생각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폐하께서 그때를 이겨내신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


솔직한 이유는 달랐으나, 여왕 앞에 이대로 털어놓을 수는 없기에 그는 다른 이유를 꺼내 들었다. 여왕으로서는 오르뷔 참사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였다.


“.... 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에드워드의 예측대로, 잠시 망설이던 여왕은 결국 그날의 일에 관해 서두를 열었다. 천천히 숨을 내쉰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50년 전을 생각했다. 꽤 오래전 일이기에 기억은 이곳저곳 달라졌고, 이제는 순서도 조금 헷갈렸으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황궁에서 대화재가 벌어진 뒤, 새벽이 되어서야 신의 은총으로 비가 내려 진압되었지. 불은 꺼졌으나 짐조차 간신히 살아남을 정도였으니, 처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더구나."


그 당시 황제의 중상과 황태자의 죽음, 이 소식을 들은 황후의 졸도로 인해, 상황을 지휘할 사람이 어린 나이의 황녀 외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모든 지휘 체계가 그녀에게 넘어갔고, 후계자 교육조차 받지 않았건만 황녀는 긴박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맞닥뜨렸다.


처음에는 책임감으로 애썼지만, 수많은 질문들에 답은커녕 그녀는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예전과 달리 사람들은 황녀의 앞에서 날것의 표정을 드러냈고,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연달아 느낀 그녀는 더욱 정신적으로 몰려갔다.


‘더 이상은 무리야.....’


주변인들의 죽음과 아무것도 모르는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과 혐오가 겹쳐져, 그 당시 여왕은 끝내 가장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본부인 황궁의 별관에서 빠져나간 것이었다. 황녀는 모든 것을 회피한 채 그저 한참을 달렸다.


행운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난 화재로 황궁을 방비하는 인원조차 허술했기에, 그녀는 쉽게 황궁을 벗어날 수 있었다.


‘어디로 가야....’


궁에서 도망쳐 나왔지만, 평소와 달리 황녀를 도와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호위기사인 녹스는 죽었고, 황녀를 구해내느라 다친 베키는 치료 중이었기에 그녀는 혼자였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황녀는 그저 발걸음이 닿는 대로 깜깜한 새벽의 길을 걸었다.


투욱-


황궁 근처의 집들 또한 불타버려 곳곳에 임시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들린 소란이 하릴없이 걷던 황녀를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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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7) 24.05.08 9 0 12쪽
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8 0 11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9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8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10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0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1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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