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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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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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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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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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DUMMY




“엄마......”


“응, 그래. 아가, 엄마 여기 있단다.”


한 천막 앞에 몇몇의 기사단원들과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쳐 쪽잠이 들었기에 모든 천막의 불이 꺼져 있는데도, 그곳만은 어째서인지 램프가 아직까지도 불을 밝혔다.


“..... 나 아파....”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눈을 가물가물하고 뜨고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아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 금방 엄마가 낫게 해 줄게. 괜찮아질 거란다, 아가.”


말과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곁에 서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렸고, 어떤 이는 처참한 광경에 바닥만을 내려다봤다.


“.... 자장가, 불, 러줘.”


“그래, 어떤 노래가 좋을까....♩♬♩...♬....”


아이의 말소리는 작다 못해 뚝뚝 끊겨갔다.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아이의 마지막 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든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의 어머니는 작게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가사는 뭉개지고, 음마저 정확하지 않았지만 잔잔한 호수와 같았다.


“..... 죄송합니다. 신께서 아이의 숨을 거둬가셨습니다.”


“........”


길지 않은 자장가가 끝날 무렵, 의사는 본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죽음을 선언했다. 작은 탄식 하나 없이 천막 안에는 끔찍한 침묵만이 가득 찼다.


바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기사단원들은 작게 아이의 죽음을 추모하고는, 천막을 빠져나온 의사와 함께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허망하고 슬픈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찌 제국에 이런 일이......”


어제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하루가, 마치 다신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보듬으려 애썼지만, 자꾸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 솔직히 회복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듭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어요.”


의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단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나 그들은 나라를 지키는 검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굳은 심지를 유지하려 보다 애썼다.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 겁니다. 황실에서도 손 놓고만 있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이야 혼란스럽지만 내일이 되면, 대책을 마련해 주실 겁니다.”


천막에서부터 다시 도망쳐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황녀는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천막과 검게 불타버린 황궁이 눈에 서렸다. 제국민들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화악-


황녀는 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황족으로서 교육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받았던 가르침이 불현듯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황실은 제국, 곧 제국민을 지키고 보호하고자 신에게 권능을 부여받은 존재이다.’


수업 시작 전, 의례 때문에 수도 없이 말했던 문장이었지만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들의 모든 슬픔과 고통은 황족의 책임이거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이냐.’


부끄러움이 지나가자, 남은 것은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오라버니가 황태자로 있으니, 당연히 새로운 황제는 그가 차지하리라 단정 짓고 마음대로 살았다. 공부도, 검술도 어느 것 하나 열심히 하질 않아, 이 위급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함에 너무나 화가 났다.


'다시 돌아가야만 해. 오라버니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버려둘 수 없어.’


챙-


황녀는 서둘러 뒤를 돌려다 나뭇가지에 망토가 결려 뜯어지는 바람에, 주머니에 넣어놨던 펜던트가 떨어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펜던트를 급히 주웠지만, 그것마저 황녀는 자신이 한심했다.


‘어리석게도, 황족의 책무는 잊고 사랑놀음만 해댔다니···!’


호위 기사였던 녹스는 늘 자신의 고백을 난감하다는 듯이 웃으며 거절해 왔다. 더 자라고 나시면 좋은 분이 생기실 거다, 황녀님께는 미천한 자신 대신 훌륭한 분이 어울리신다, 그는 다정히 말했다.


갖가지 선물들도 매 번 돌려보내다 딱 한 번, 이 펜던트 하나 만을 망설인 끝에 받았다. 자신을 향한 화가 치밀어 올라 황녀는 펜던트를 강하게 쥐었으나, 또다시 감정이 변하며 이번에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렇게 쓸모없는 나를 지키려다 녹스, 네가 죽었구나.'


무력감에 도망치는 이딴 황녀를 녹스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구해냈다. 녹스만 그러했을까 그 불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베키 또한 자신을 찾겠다고 불구덩이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방금 봤던 기사들조차 내가 위험에 처한다면 서슴없이 달려오겠지.’


손에 쥔 펜던트는 그저 사랑놀음의 증표만이 아니었다. 황실을 위해, 곧 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기사의 유품이었다.


‘..... 다시는 내 부족함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없게 할 것이다.’


반대쪽 주머니에 펜던트를 소중히 넣은 황녀는 다시 황궁의 별관으로 뛰어갔다. 자신의 과오와 제국민들의 희생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를 펜던트에 담은 채였다.




.

.

.




달칵-


긴 이야기를 끝마친 여왕은 목이 말랐는지 찻잔을 들었다. 이어갈 말을 고르고 있던 에드워드는 침묵했으나,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음이 났다. 클로이가 손수건을 찾느라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소리였다.


“이런, 울 정도의 이야기였느냐?”


“..... 송구하옵니다, 폐하.”


기사단에 있으면서 여러 일을 겪었던 클로이로서는, 대화재 때의 일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녀 또한 제국의 재난과 재앙들을 맨 앞에서 막아내고 수습했던 자리에 있어봤기에, 여왕의 이야기에 울림이 가는 듯했다.


“그럴 것 없다. 감수성이 이리 여려서 어떻게 기사단에 있었을고.”


장난스러운 여왕의 말에 클로이가 웃어 보이자, 마음을 놓은 여왕은 에드워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내 얘기가 도움이 되었을는지 모르겠구나.”


“위로가 되는 말씀이었습니다, 폐하.”


여왕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에드워드의 목소리에 복잡한 심경이었으나, 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는 애도하는 듯이 잠시 눈을 아래로 두었다가, 다시금 펜던트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제가 폐하께 펜던트에 대한 비밀을 말씀드릴 차례군요.”


“비밀이라, 50년 동안 펜던트를 가지고 있었던 내가 몰랐던 것이 있다니 궁금하구나.”


손자의 재롱을 기대하는 듯한 여왕의 반응에도 에드워드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서두를 시작하기 전, 느긋하게 마카롱을 한 입 베어 물 뿐이었다. 진한 피스타치오의 맛과 고소함이 그의 복잡한 감정을 조금 가라앉혔다.


“폐하, 달의 뒷면을 이 땅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음을 아십니까?”


“얼핏 들어본 것도 같구나.”


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공전과 자전 주기에 의해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던 것을, 여왕은 어렴풋이 떠올렸다.


“폐하께서는 이 제국의 가장 높은 분, 저희는 폐하의 앞에 가장 부족하다 여겨지는 뒷면을 내보일 수는 없습니다. 설령 그것이 폐하께서 원하시던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말을 마치며 에드워드는 펜던트를 들어 여왕에게 건넸다. 수수께끼와 같은 말에 여왕은 펜던트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뒷면....?'


펜던트의 뒷면은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기에, 좀 더 고민하던 여왕은 순간 사진이 떠올랐다. 그녀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펜던트를 열려 하자, 에드워드는 굳이 보석함을 여왕의 앞에 내려놓으며 조언을 건넸다.


“추측하신 것이 맞습니다만, 폐하.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닌듯합니다.”


여왕은 그제야 이 자리에 사람이 많음을 깨달았다. 50년 전 추억을 알아보기에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과, 에드워드에 클로이까지 있었다. 좋은 장소와 때가 아닌 것을 알아챈 여왕은 헛기침을 하고는 이 만남을 마무리하려 했다.


“.... 알려주어 고맙구나. 좋은 시간이었으나, 더 있었다가는 시종장의 한숨이 황궁 바닥을 뚫겠어.”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여왕과 두 사람 간의 만남이 계속해서 길어지자 시종장은 간절한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저번처럼 여왕이 떠나고자 하는 의사를 보였다면 시종장이 적당한 핑계를 대어 끼어들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여왕의 말이 끝나지 않아 시종장 또한 나설 수가 없었다.


“참, 나이가 드니 자꾸 깜박하는군. 펜던트에 대한 자네의 상은 길버트가 수여할 것이니, 황궁에 나가기 전에 황자를 만나도록 하거라.”


“감읍하옵니다, 폐하.”


갑작스러운 둘째 황자에 대한 언급에 에드워드는 의아했으나, 우선은 예법에 따라 인사를 올렸다.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본 시종장은 화색이 달라지며 다가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화원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터벅터벅-


화원에서 여왕이 나간 뒤에도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나자, 그들은 주변을 주시하며 사람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안전하다는 판단이 든 두 사람은 테이블 근처에 있던 수풀 사이로 들어가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섰다.


“괜찮으십니까, 전하.”


수풀 사이 우거져 있는 나무 뒤에 있던 이는 국서였다. 그는 에드워드의 제안에 따라 이곳에 숨어 세 사람의 말을 모두 들었다. 그는 어딘가 멍한 얼굴이었으나, 예전과 같이 분노가 서려있지는 않았다.


“...... 그래, 나도 이만 가봐야겠구나.”


사실 펜던트에 남아있는 여왕의 감정은 복잡할뿐더러, 스스로 말할 만한 성격도 아니었기에 국서에게 오해가 생길만했다. 그럼에도 그는 안도하는 감정과 함께 이제야 펜던트의 진짜 의미를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된 것이 조금 부끄러운듯했다.


“고맙다.”


급히 몸가짐을 정리한 채 자리를 벗어나던 국서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 에드워드와 클로이에게 말을 남겼다. 뭐라 예의를 갖추기도 전에 국서는 화원을 다시 벗어났고, 사건이 일단락되었음을 에드워드는 느꼈다.


‘저번의 생각을 정정해야겠군. 여왕 폐하와 페투스 공 사이에서 어떻게 저런 황태자가 태어날 수 있는 거지.’


국서는 까칠할지언정 적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자였는데, 황태자는 왜 저런 상태인지 도통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에드, 길버트 황자님께 들렀다 갈 거지?”


이제야 한결 마음이 편해진 클로이는 식은 차를 편한 자세로 들이켰다. 긴장이 풀린 듯 그녀는 의자에 늘어져 있었으나,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 기세 좋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자님만 뵙고 나면 진짜 끝이네! 빨리 상 받고 집에 들어가자. 황궁은 늘 긴장 돼서 힘들어.”


클로이의 말에 에드워드는 동감했다. 며칠 동안 드나들었음에도 황궁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선 공간이었다. 두 사람은 화원을 벗어나 길버트 황자에게 향했으나,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붙들려 얼마 가지 못하고 멈춰 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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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7) 24.05.08 9 0 12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8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8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7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9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9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0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1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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