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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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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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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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7)

DUMMY




“에드워드 경, 그대만 들어오게.”


제2황자인 길버트에게 가려던 두 사람은 황태자에게 붙잡혔다. 다급히 앞을 막은 사람치고는 그는 여전히 예의 없이 행동했으나, 클로이는 에드워드에게 밖에서 기다리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더 이상 이런 일로 힘을 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가던 길이었나? 며칠 전 이후로 얼굴을 보기 힘들더군.”


방문이 닫히자마자 황태자는 에드워드에게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분명 자신을 찾아오라 했는데 왜 방문하지 않았는지 경질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했다.


‘한 번쯤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


사실 에드워드는 대답을 미루기 위해 일부러 황태자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황태자의 편을 드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 다른 황족들을 만나는 것이 먼저였지.’


이제는 황태자의 요구에 답해 줄 수 있긴 했으나, 참으로 짜증 나는 태도였다. 그나마 황태자 주변에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 자신을 닦달한다는 점이 위안이 되었다. 흔들리는 황태자의 지지기반이 한눈에 보이는 듯했기 때문이다.


“전하, 송구하옵니다. 황궁 안에서 심상치 않은 소문이 들리는지라 이를 조사하다 보니 늦어졌습니다.”


황태자의 의심을 잠재우고자, 에드워드는 추궁당할 것을 대비해 핑곗거리를 하나 만들어 놓았다. 펜던트를 찾기 위해 황궁을 조사할 때 클로이가 모아 왔던 갖가지 소문을 기억해 둔 것이다.


“소문? 무엇이냐?”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황태자는 에드워드를 쳐다봤다. 고작 소문 때문에 자신에게 방문하지 않았냐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초대 황제 폐하의 모습을 한 유령이 돌아다닌다 합니다. 심지어는 사람과 마주치면 ‘제국을 망하게 할 자가 있다!’라고 소리친다 하더군요.”


“..... 감히... 이 황궁에서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자가 있다니! 당장 처벌할 것이다!”


모욕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분노한 황태자는 곧바로 시종을 부르려 했으나, 에드워드가 이를 막았다.


“전하,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그 광경을 봤던 궁인은 이미 황궁에 없다 합니다. 다만 소문이 너무 노골적인 지라 누군가 일부러 유도한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아직 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니 이후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소문을 만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에 황태자는 멈칫했다.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유령과 같은 비현실적인 말들일수록 대중들은 더욱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에 조심히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혹시라도 전하의 앞길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고자 했으나 제가 부족하여 전하께서 찾으시는 줄도 모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크흠, 되었다. 늦게 방문한 것에 관해서 더는 언급하지 않을 테니, 소문 건은 확실해지면 보고하도록.”


듣다 보니 합리적인 이유인지라, 황태자는 분노를 거둬갔다. 여전히 자신을 생각해서 일을 처리하다 늦었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질타를 끝낸 황태자는 에드워드에게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대를 왜 불렀는지는 짐작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전하. 말씀 주신 부분에 대해 답을 준비해 왔습니다. 저희 바몬 후작가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에드워드는 황태자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려 맹세의 손짓을 보였다.


“...... 전하의 뜻에 함께할 것입니다.”


순순히 에드워드가 황태자를 따르겠다 선언하자, 오히려 그는 조금 당황했다. 황태자는 에드워드의 대답이 늦어질수록 자신과 교섭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깊어 갔기 때문이었다.


“정말이냐?”


“어찌 전하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대회의에서 제가 여왕 폐하의 병환을 증언하겠습니다.”


믿음직한 웃음까지 에드워드가 지어 보이자, 황태자는 그제야 긴장한 기색이 풀어졌다.


“... 하... 하하-! 그래, 잘 생각했네. 내 자네의 노고를 절대 잊지 않도록 하지.”


“감읍하옵니다, 전하.”


원하는 바를 이뤄내자, 황태자는 에드워드를 방에서 쉽게 내보내줬다. 이젠 예전처럼 엘든모어 공작, 고르텐이 황궁에 자주 방문하지 않는지라 다른 귀족들을 만나기가 훨씬 편해졌기 때문에 그는 여유로웠다.


“대회의가 진행되기 전에 황궁에 다시 부르도록 하지.”


마지막 말을 끝으로 에드워드는 방 밖으로 나갔고, 대기하고 있던 클로이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황태자의 방 앞에서 벗어나 한적한 복도로 이동했다.


“에드, 무슨 일이야? 혹시 저번처럼 독설을 퍼부으신 건 아니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클로이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걱정이 가득해 보이는 클로이를 안심시키려 에드워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별 일 아니었어. 여왕께서 아프시니 자신에게 붙어 힘을 실으라는 시답잖은 제안을 듣다 왔지.”


“괜찮은 거야?”


“응, 수락했거든.”


동공이 커진 클로이가 반대의 뜻을 내비치려 하자, 에드워드는 서둘러 설명을 추가했다.


“겉으로만. 진짜로 황태자의 편에 서려는 건 아니야.”


“그래도 돼? 물론 황태자 전하와 뜻을 함께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날지도 모르잖아.”


“괜찮아, 어차피 황태자 전하가 원하는 대회의는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레지스탕스도 눈치란 것이 있을 테니.”


황태자가 여왕의 병환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 것은 말하자면 신호탄을 쏜 것과도 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 올라서 황태자와 레지스탕스 둘 중 하나는 세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에드워드는 레지스탕스뿐만 아니라 의외의 곳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두 집단 간의 싸움이 시작되고 나면, 어쩌면 여왕 폐하는...... 황태자 전하를 비호하지 않을지도 몰라.”


뜻밖의 인물에 대한 믿음에 클로이는 조금 동의하기 어려워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더 바뀌지 않는 법이었고, 그동안 여왕은 위급한 상황 때마다 언제나 황태자를 향해 손을 뻗어주었다.


에드워드가 조금 더 상황에 대해 설명하려 했으나, 어느새 두 사람은 길버트 황자의 방 앞에 도착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시종이 문 안으로 들어가 에드워드와 클로이의 방문을 알리는 동안, 그제야 두 사람은 상에 대해 추측했다. 대략적으로 돈이나 보석, 혹은 상패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두 사람의 예측과 기대를 모두 벗어나는 선물이 길버트의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

.




“....... 100% 레온 짓이군.”


길버트 황자에게서 상을 받은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얼이 빠진 채 방 밖으로 나왔다. 왠지 불안하다 했더니만, 여왕이 내린 상은 에드워드를 제대로 골탕 먹였다.


타탓-


품에 안은 케이지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그대로 느껴졌다. 너만 불만인 것이 아니라고, 왠지 따지는 것만 같아 억울한 기분이 더해졌다.


‘정원에서 마주쳤던 고슴도치가 상이라니...‘


어쩐지 길버트 황자가 방 안에 들어섰을 때 자신에게 과한 호감을 보인다 싶었다.


“소가주, 이리 다시 만나니 반갑군, 조카에게 전해 들었네, 자네도 동물에 관심이 많다고 말이야.”


포르테가 길버트에게 전달한 바로는, 에드워드가 황실의 의뢰를 수행했다는 명예의 한 부분으로서 황실 보호소의 동물을 입양받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어떤 동물을 수여해 줄지 고민하던 길버트 황자는 에드워드가 고슴도치를 붙잡아줬던 것을 기억해 운명이라 여겼다.


“동물을 키워본 적은 있는가?”


“어릴 때 저택에서 리트리버를 키웠었습니다만...”


“오호, 그렇지만 고슴도치는 처음일 테지.”


“맞습니다, 전하.”


그러니 상을 물려 달라 말할 찰나, 길버트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이럴 때를 대비해 매뉴얼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지.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장장 두 시간 동안 키우는 법을 설명하던 길버트는 책 두께의 매뉴얼을 넘겨준 뒤, 내일 다시 오라고 전했다. 처음인 것이 많을 테니 직접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겠다며 어떤 면에서는 무척 신나 보였다.


한참을 붙잡혀 있던 두 사람은 간신히 길버트에게서 벗어나긴 했으나 난감함은 여전했다.


“...... 이걸 어쩐다....”


“어쩌긴 잘 키워줘야지.”


품에 고슴도치 케이지를 안은 채 궁을 나올 무렵, 포르테는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근심이 깊어 보이는 에드워드가 고소한 지 입가에 웃음을 지은 채였다.


“너....!”


황궁이라는 것을 인지하긴 했지만 차오르는 분노에 에드워드가 낮게 으르렁거리자, 포르테도 황자가 아닌 레지스탕스에 있을 때의 말투로 대답했다.


“왜, 생각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질렀냐 타박하려고?”


“동물을 집에 입양할 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해야 하는지 모르나 보군? 하기사 황자님께서 뭘 아시겠어. 다 아랫것들이 대신해 주시는 고민이겠지.”


신랄한 에드워드의 비판에 포르테도 짜증이 올라왔는지 미소가 흔들렸다.


“네 생각만큼 그렇게 내가 멍청하진 않거든?”


“하, 그럼 어디 그 잘나신 생각을 말해보시지 그래.”


원래대로라면 에드워드의 당황하는 얼굴을 실컷 놀려주려 했는데, 자신도 같이 반응해 버려 또 마음처럼 되질 않자, 포르테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설마 진짜로 대책 없이 입양을 보내리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하루짜리 임시보호야. 그 녀석이 마지막 남은 케이지를 해 먹어서 이젠 네 손에 들고 있는 이동용 케이지밖에 없거든.”


“새로운 케이지가 올 때까지 이동용 케이지 안에 넣어놓으면 안 돼?"


둘 사이의 신경전이 다시 시작되자, 이를 중재하고자 클로이가 질문했다. 말이 이동용 케이지이지, 사실상 일반 케이지와 크기는 비슷했고 장난감 한 두 개만 빠져있는 형태였기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이 녀석이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니, 이참에 바깥바람 좀 쐬게 해 주자 이거지. 돌연변이인지라 일반 고슴도치하고는 다른 점이 많아서 왜 그러는지 이유도 잘 모르겠고.”


고슴도치는 포르테를 보자 가시를 세웠다. 그래도 나름 몇 번 인사했던 사이인데 공간이 바뀌다 보니 예민해진 듯했다.


“아무튼 삼촌.... 아니, 길버트 황자님께서 내일 다시 오라 했지? 그때 진짜 입양할 의사가 있는지 여쭤보실 거야. 여왕 폐하께서 원래 선물로 마련해 두신 상금도 함께 수여할 거고.”


대충 이해가 가긴 했지만, 귀찮은 일을 떠맡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 에드워드는 짜증을 냈다.


“네 눈엔 이게 상으로 보이나?”


“오, 상이라고 생각해주지 않다니 영광이야. 폐하께 부탁드린 보람이 있네.”


이번에야 말로 에드워드의 속을 긁어냈다는 결과에 포르테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자, 그럼 내일까지 고생 좀 하시길 바랍니다, 에드워드 소가주.”


할 말은 다했다는 듯, 얄밉게 인사를 남긴 포르테는 생글생글 웃으며 떠났다.


‘저게 진짜.... 오냐오냐 해주니 끝도 없이 기어올라?’


포르테 입장에서는 몰랐던 일이지만, 그동안의 에드워드의 태도는 나름 그를 봐준 쪽에 속해 있었다. 조만간 본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마음속으로 다짐한 에드워드는 클로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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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7) 24.05.08 10 0 12쪽
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8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9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8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10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0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1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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