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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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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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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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DUMMY




“운명의 장난이로다! 어째서 이제야 그대를 만났을까-!”


풍부한 성량을 가진 남자 배우가 환의에 차 몇 마디를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가자, 조명이 바뀌며 여러 배우와 함께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시작되었다.


“바보 같은 사람, 당신은 스스로가 지은 죄를 여전히 알지 못하는구나.”


현재 극장에서 가장 유명한 디바, 에오스가 노래를 부르자 극장 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천사의 목소리가 속삭이는듯한 아름다운 노래에 다들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하.”


그러나 이 천상의 목소리를 감상하던 황태자를 시종이 방해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아는 듯 덜덜 떨면서도 황실의 시종답게 맡은 바를 해냈다.


“유렌 공작이 전하를 뵙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황태자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향했다. 꾸중 없이 넘어가자 마음을 놓은 시종은 재빨리 황태자와 공작과의 만남을 다른 이가 볼 수 없도록 의자와 문 사이의 커튼을 닫으며 자리를 비켰다.


“제국의 가장 빛나는 별이신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꼭 이 타이밍에 왔어야 하는가?


만나자마자 불쾌함을 드러내는 황태자의 모습에도 베르트는 웃으며 이유를 밝혔다.


“송구하옵니다만, 에오스의 노래가 시작되면 모두들 주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지라, 최적의 타이밍이라 여겼습니다.”


‘쯧쯧, 역시 서자라 공연을 볼 줄 모르는군. 에오스의 노래는 2부에도 있으니 그때 오면 될 것을... 가장 기대하던 곡을 부를 때 오다니.'


황태자의 취향까지 파악해 접선하는 것은 베르트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일이었으나, 황태자는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베르트를 고깝게 여겼다. 언짢은 기분을 보여주듯 한참을 침묵하더니 결국 그는 짜증을 내며 명령을 내렸다.


“그래, 무엇을 가져왔기에 만남을 요청했는가? 이 노래보다는 가치 있는 것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누구에 의해 세워졌는지 아직도 모르다니. 무능하고 허영심만 가득해서는 차라리 돼지와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잘 통하겠어.’


그녀는 이 노래의 가치를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수도에 있는 동안, 에오스의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할 만큼 푹 빠져있었다. 이런 귀한 기회를 황태자와의 접선에 사용하기 위해 포기했으나, 오만한 모습에 그의 정강이를 후려 차주고 싶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프롬’의 개발이 성공했습니다.”


“‘프롬’이라... 타깃이 되는 오르뷔를 붙여놓으면, 어디에서 쏘든 특수 처리된 총알이 그 타깃으로 향한다는 무기 맞는가?”


“맞습니다. 총알의 강도도 더 강하게 개발된지라, 벽도 뚫고 갈 수 있다 합니다.”


이는 황태자와 유렌가가 함께 투자해 만든 여러 무기 중에 하나였다. 칼과 총, 폭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무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프롬’은 최근에 가장 힘을 들인 목표였다.


“100% 확률로 사람을 죽일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전하.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타깃이 붙어있는 곳에 자리한다면...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나쁘지 않았다.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 있어 최고의 효율이기도 했다. 늘 그렇듯 알려지지 않은 무기란 조커의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어느 정도 가용할 수 있는가?”


“우선은 5개 정도 시제품이 있습니다만, 전하께서 지시를 주신다면 더 생산해 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당분간은 더 이상 만들지 말게.”


“네?”


베르트가 의아하게 황태자를 바라봤으나, 그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황태자는 아직 엥겔 백작저에서 있었던 사건 때문에 행동반경을 스스로 좁히고 있었다. 증거가 남지 않았고, 조력자도 얻었지만, 당분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여겼기에 몸을 사렸다.


무기가 새로 개발된다면 당연히 몇 개는 자신의 소유로 들어오기 때문에 혹시 몰라 유렌가와 협력하고 있다는 새로운 흔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 흠, 엥겔 백작저에 있었던 일을 공작에게 말해야 하는가?’


황태자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다. 철저한 동맹 관계로서 황태자와 유렌가는 협력하고 있었기에, 엥겔 백작저의 사건을 이득 없이 순순히 넘겨주기가 아까웠다.


“-그대의 멸망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리라.”


와아아아-


에오스의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박수가 퍼졌다. 아직 공연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너무나 훌륭했기에 그들은 환호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순간 황태자는 잊고 있던 못마땅한 기분이 올라왔다.


‘되었다. 엥겔 백작에 관해 말하면 에드워드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될 텐데 아직은 밝히고 싶지 않군. 게다가 내 귀중한 시간을 방해한 이에게 이득을 줄 필요는 없지.’


에드워드의 말에 따르면 엥겔 백작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엥겔 백작이 증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유렌가 영지에 소속되어 있는 귀족가문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이 정보를 알아차릴 수는 없고, 유렌가 내부에 다른 귀족이 정보를 잡는다고 할지라도 황실에 고발하는 것보다 유렌가와 타협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다행히, 만족스러운 대화였네, 공작.”


“전하께서 공로를 인정해 주시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다시 만날 때는 신년회에서 보겠군. 연말에는 보통 영지로 내려가지 않는가?”


“그러합니다. 전하. 크리스마스 전후로 하여 저택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그렇군, 오래간만에 친척들과 화목한 시간이 되겠어. 풍요로운 연말이 보내게나.”


“..... 예, 전하.”


베르트는 황태자의 말에 순간적으로 여러 상상을 했다. 저 포도주에 독을 타거나, 목에 칼을 꼽는다던지, 이 개별 박스석에서 밀어 버려 죽음으로 얼룩진 그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아직 황태자는 쓸모가 많으니 죽여서는 안 돼.’


싱긋 웃으며 살의를 넘긴 베르트였으나, 문을 열고 나오자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황태자가 자신이 방계를 모두 죽인 사실을 비꼬았기 때문에 베르트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좋은 소식을 전하러 왔건만, 왜 저렇게 구는지 베르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또각또각-


“... 공작, 안녕하십니까.”


“고르텐 공작.”


일이 끝났으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공연이라도 즐기려던 베르트는 복도에서 한 중년의 남성을 마주친 순간 일이 틀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황태자 전하와 엘든모어 공작까지, 이 뮤지컬이 시대의 걸작임에는 분명한가 봅니다.”


베르트는 구겨졌던 표정을 지우고 한껏 미소를 끌어올리며 고르텐을 바라봤다. 그는 꽤 나이가 있었지만 곧은 자세와 강직한 모습이 여전했다.


“....... 그런데 베르트 공작께서는, 공연을 보신 것이 아니라 전하를 보러 오신가 싶습니다.”


“저런, 섭섭한 말씀이시군요. 제국의 신하로서 당연히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에 맞는 행동이지요, 공작께서도 그래서 오신 것이 아닙니까?”


유려하게 대답하는 베르트의 말에 고르텐은 더 집요하게 물을 수가 없었다. 손안에 물을 잡으려고 해도 흘러가듯, 사교계를 주름잡는 그녀의 화법을 따라갈 자가 많지 않았다.


“제가 조금 과하게 말씀을 드렸나 봅니다. 신년회 때나 뵐 줄 알았습니다만, 아직 수도에 계시기에 궁금하여 그런 것이니, 마음에 두지 마시지요.”


“요즘 열차 편성이 늘어난지라, 수도의 문화를 더 즐기고자 했답니다. 아쉽게도 오늘따라 공연히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라, 이만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공연에 대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베르트가 짧게 인사를 건네자, 고르텐 또한 예의를 갖춰 답인사를 했다.


‘젠장, 늙은이가 와있을 줄이야. 이상하게 감이 좋은 자라 근처에 있어봐야 좋을 것이 없겠어.’


끝까지 공연을 보겠다던 베르트는 아쉬워하며 계획을 변경했다. 고르텐은 황실에, 특히 여왕에게 충직한 자였기에 괜히 여기서 틈을 잡혀 여왕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사양이었다.


“고.. 공작님.”


극장을 빠져나가는 베르트와는 달리 고르텐은 황태자의 관람석 앞에 도착했다. 시종이 먼저 그를 알아보았으나, 고르텐은 그가 황태자에게 자신의 방문을 알리려는 것을 막았다.


‘곧 인터미션이니, 그때까지는 기다려야겠군.’


역시나 고르텐은 황실에 충직한 자답게, 공연의 1부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곧 다시금 환호하는 소리와 함께 시끌벅적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시종이 눈치 좋게 안으로 들어가 황태자에게 고르텐의 방문을 알렸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시종은 다시 밖으로 나와 고르텐을 안내했다.


“하늘보다 높은 곳에서 이 땅을 살피시는 제국의 별이시여, 무한한 영광을 누리소서. 엘든모어가의 고르텐이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고르텐 공작... 흠흠, 오래간만일세. 그대도 공연을 보러 왔는가?”


“그렇습니다, 전하.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관람하였습니다만, 전하께서 계시기에 인사를 드리고자 왔습니다.”


황태자는 고르텐을 무척 싫어함에도 예의를 차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황태자의 장인이기 때문이었다.


“제게 부인을 궁에 놔두고 시간을 보낸다 혼내시려 하십니까?”


스스로 켕기는 구석이 있었는지, 황태자는 먼저 잘못을 시인했다.


“어떻게 감히 전하께 그런 말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어떤 행동을 하시든 그 모든 것은 제국을 위함이지요.”


고르텐은 정중하게 부정했으나, 이곳에서 그를 마주친 것 자체가 불편한지 황태자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다만, 문 앞에서 유렌 공작을 마주쳤답니다.”


“그래, 그대처럼 내게 인사를 하러 왔더군.”


“공연 중간에 말입니까? 참으로 무례하군요.”


역시나 베르트와는 달리 황태자는 처세술에 능하지 못했다. 나름 황태자도 말을 못 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장인의 앞이기도 했고, 유렌가와 마주친 모습을 들켰다는 것에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고르텐이 여왕, 즉 어머니께 이 상황을 말씀드릴까 황태자는 안절부절못했다.


“전하, 오늘 제가 본 일은 그저 유렌 공작의 무례로 치부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뻔한 속내를 읽듯 고르텐이 답했으나, 말끝에 강한 당부가 묻어 나왔다.


“유렌가와 너무 깊은 관계를 맺지 마십시오. 지금의 가주는 언제 발톱을 드러낼지 모르는 자입니다.”


“.... 명심하도록 하지.”


고르텐의 진심 어린 걱정을 지시로 받아들였기에 황태자는 자존심에 금이 갔으나 그 앞에서 드러내지는 않았다.


‘고르텐.... 이 치욕은 꼭 기억해 두겠다. 아무리 당신이 장인이라지만, 나를 이렇게 대할 수는 없어. 왕의 자리에 오르기만 한다면... 엘든모어 가문이 무너지는 모습을 똑똑히 보게 해 주지.’


그가 고르텐을 싫어한 것은 오래된 일이었다. 어릴 적에는 엄한 검술 스승이었고, 커서는 어색한 장인의 사이였기에 고르텐은 항상 스스로를 신하라 칭했지만, 자신을 어린애로만 보는 것만 같았다.


“공연이 다시 시작하려나 봅니다. 전하, 방해되지 않도록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군데군데 비어있던 객석이 어느새 어수선해지더니 자리가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 하시게. 조만간 황궁에서 뵙지.”


“예, 전하.”


고르텐이 인사를 올리고 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2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황태자는 연극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힘... 힘이 필요해. 나와 거래를 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바치도록.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명령에 복종하도록...!’


생각 끝에 황태자는 자신에게 납작 엎드려 입 안의 혀처럼 굴던 자를 생각해 냈다.


‘에드워드.’


지금도 완전히 믿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자신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자도 드물었기에 시큰둥했던 처음과 달리 황태자는 에드워드의 충성이 절실해졌다.


“-하하 그대의 앞길은 고통만이 가득한 가시밭길이구나!”


2부가 시작되고 중반쯤이 되자 에오스가 다시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황태자는 천상에서 내려오는 목소리를 여전히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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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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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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