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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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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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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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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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DUMMY




“에드, 그 샬럿이란 아이는?”


“저 바위 뒤에 숨어 있어.”


묘하게 침착한 에드워드의 태도에 클로이는 아이를 찾았구나 싶었지만 혹시 몰라 물어봤다. 역시나 그는 숨길 수 없는 들뜬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고, 천천히 바위 쪽으로 함께 내려갔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줘.”


그는 아이가 두 사람을 경계할 것 같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행동과는 달리 내심 에드워드는 아이가 떠났을까 봐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아이는 바위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아있었다.


“아이야, 다친 곳은 없니?”


“응! 그런데.... 정말 실험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 도망쳤어?”


아이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간 그는 긍정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험실에서 자신 혼자만 도망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걸까, 에드워드는 막연히 짐작했다.


“예전에, 누가 그랬어. 내가 살아있어서 실험이 계속되는 거라고.”


예상과는 다른 이유에 그는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했다. ‘누가’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니 티시포네나 연구자들은 아닐 터였고, 그렇다면 실험체였던 이가 아이에게 한 말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탈출했다니 다행이야. 고마워.”


마치 비가 온 뒤 파랗게 맑아진 하늘처럼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낀다면 이런 기분일지, 에드워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아이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 나랑 같이 가자.”


생글생글 웃던 아이는 큰 결심을 한 것처럼 에드워드를 향해 제안했다.


“어디로?”


“카넬에게. 원래는 나만 오라고 했지만, 너는 날 도와주기도 했고, 실험에서도 성공해 살아남은 사람이니 카넬도 반가워할 거야.”


카넬, 회귀한 에드워드의 머릿속에도 정보가 없는 인물이었다. 아이의 말대로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꿍꿍이가 있을지는 더 모르는 일이었다.


“카넬이란 자가 널 기다리겠다고 했니?”


“응! 어디에 있던지 찾아오겠다고 했어. 사람이 없는 쪽으로 가면....”


“그렇지만, 아이야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계속 남작의 영지 안에 있다가는 티시포네와 마주칠지도 몰라.”


에드워드도 마음 같아서는 카넬이란 자를 지금 당장 확인하고 싶기는 했다. 카넬이 선한 사람이고, 아이 또한 카넬 옆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데려다주고 싶었다.


하지만 티시포네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남작령에 더 이상 머무르는 것은 위험한 선택지였다.


“우선은 수도로 함께 가자. 무슨 일이 있어도 카넬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할게.”


아이도 에드워드의 말에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티시포네의 전원과 마주쳤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정말?.... 지금 만나지 못하더라도 카넬을 찾을 수 있어?”


“그럼, 나는 탐정이거든. 사람 찾는 데 이 수도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을 걸."


에드워드가 약간의 허세를 덧붙여 자신 있게 주장하자, 아이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믿지 마.’


카넬의 말이 아직도 뇌리 한편에 맴돌고 있었지만, 에드워드와 함께 위기를 넘긴 아이는 마음속에 신뢰가 조금씩 자리 잡았다.


“한 번만, 나를 믿어주겠니?”


조심스럽게 에드워드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저앉아있던 아이는 몇 번인가 망설이는 듯 눈을 깜박이다가, 비로소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좋아!”


에드워드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순간적인 고통에 다시금 숨을 들이켰다.


“허억-”


“에드, 괜찮아?!”


그의 변화를 알아챈 클로이가 다급히 옆으로 오자 아이는 반발자국 물러섰지만 그래도 도망치지는 않았다.


“.... 하아... 괜찮아. 갈비뼈를 다친 걸 깜박하고 있었어.”


아까 아이에게 가슴 쪽을 맞았을 때 그대로 뼈에 금이 간 듯했다. 부러지지 않은 게 어디냐고 생각하긴 했지만, 긴장이 풀리니 고통이 그대로 올라왔다.


“얘기가 끝난 것 같으니 묻겠는데, 수도로 돌아갈 계획은 있으신지?”


“말을 숨겨뒀어.”


“그 몸으로? 승마를?”


대표의 물음에 할 말이 없어진 에드워드는 침묵했다. 부상을 참고 아이를 태운 채 승마를 할 수는 있었지만, 속도까지 낼 자신은 없었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이 클로이와 대표가 끄는 말에 에드워드와 아이가 나눠 타야 하는데 아직 아이에게 경계심이 남아있는지라 괜찮을지 걱정되었다.


“자자- 이럴 때를 대비해 내가 준비한 게 있지. 갑시다.”


잘난 체를 하며 대표는 당당하게 앞장섰다. 그녀를 조심스레 따라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마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짠-!”


이래도 고맙다고 안 하냐? 하는 표정과 함께 대표는 에드워드를 쳐다봤다.


“.... 그거참, 감사하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케케케-”


살짝 비꼬는 말투가 담겨있음에도 대표는 자신이 이겼다는 듯 상당히 좋아했다.


‘어린애도 아니고....’


에드워드는 마차에 오르며 삐딱하게 한 마디를 하려다, 여러모로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기에 다음 기회에 하자고 마음먹었다.


“돌아가자. 수도로.”


세 사람 모두 마차에 타자 마부의 자리에 앉은 대표가 기꺼이 말을 몰았다. 무난히 수도를 향해 빠르게 가는 듯했으나, 중간에 대표가 수배자라는 것을 기억해 낸 에드워드 덕분에 한바탕 티격태격이 이어졌다.


결국 클로이가 마차를 몰아 수도의 장벽을 통과했고, 시끄럽고도 활기차게 밝아오는 크리스마의 아침을 맞이했다.




.

.

.




“죽여주십시오.”


벤투는 가주의 발 앞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온갖 비명이 난무하던 집무실은 간신히 침묵을 찾았으나, 아무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


집무실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샤토와 집사, 벤투뿐이었다. 가주의 곁에 있던 시종들과 시녀장, 벤투와 함께 보고하러 온 몇몇의 티시포네까지 모두 싸늘한 주검이 된 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가주가 분을 이기지 못해 칼을 휘두른 결과였다.


“...... 벤투. 무척 실망스러운 결과긴 하다만, 고작 이 정도로 무너질 유렌가가 아니란다.”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은 듯 이제야 베르트는 벤투에게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이들은 방금까지의 살육을 목격했기에 전혀 안심하지 못했다.


“요즘 퍽 평화로이 지내기는 했구나. 물어뜯지 않으면 되려 뜯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을.”


가주는 벤투를 공격할 것처럼 자신의 눈높이보다 높게 칼을 들어 올렸다. 곧 칼날에 피가 튄 자신이 비쳤고, 베르트는 이런 모습을 오래간만에 본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을 하자꾸나. 아직도 나를 만만한 먹잇감으로 보는 이가 있으니 포식자가 누구인지 친절히 알려줘야겠지.”


휘잉-


칼을 들고 있던 가주는 벤투의 앞에 내리꽂았다. 바닥에 박힌 칼은 가주의 선전포고처럼 날카롭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집사,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인체실험과 관련된 재판을 준비해 두렴. 그리고 샤토, 새로 만든 실험실의 정리가 거의 끝났으니 당분간은 ‘프롬’의 설계도 복원에만 집중해.”


사실 이번 사건에서 유렌가가 입은 피해는 심각했다. 실험실이 있는 별장의 전소. 티시포네 병력의 손실, 경비들의 중경상 등 자잘한 문제를 짚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그중 가장 큰 피해를 집자면 3가지였는데, 모든 실험체의 도주, '프롬'의 시제품과 설계도의 소멸, 마지막으로는 행방불명된 제로원이었다.


‘시제품을 더 생산하지 말라고 했을 때는 어이가 없었는데... 황태자가 도움이 다 될 때도 있군. 설마, 지금 상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나?’


순간적으로 그를 의심했지만, 가주는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가능성이었기 때문이다.


황태자가 이렇게 완벽하게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벤투, 너는 배후를 알아내거라. 어떤 분께서 이리 화려하게 선전포고를 하셨는지 알아야 되지 않겠니?”


모두에게 명령을 내린 가주는 벤투를 지나쳐 문 앞으로 걸어갔다. 피가 묻은 부분들이 점점 불쾌해져 갔기에 아직 남은 분노의 감정들과 함께 씻어 내리고 싶었다.


“가주님.”


“..... 샤토?”


베르트가 문을 열기 직전 샤토는 벌벌 떨면서도 가주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제로원의 수색을 허락해 주십시오.”


샤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집사는 속으로 탄식했다. 드디어 끝날 기미가 보이던 이 시간이 다시금 용수철처럼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짜악-


베르트는 샤토의 따귀를 때렸다. 그녀의 볼이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샤토조차 자신의 상처를 감히 확인할 수 없었다.


“실험체들의 관리가 미숙했던 건, 샤토 네 탓도 있지.”


“시정하겠습니다.”


“제로원을 다시 데려오면, 화원의 약물을 써서 복종시키겠다고 나에게 다짐할 수 있니?”


베르트는 늘 제로원을 길들여 티시포네로 사용하고 싶어 했으나, 매번 샤토가 여러 이유를 들어 거절하는지라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현실적인 이유를 샤토가 들먹였지만 가주는 근본적으로 그녀가 제로원을 아끼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주는 자신이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샤토가 꽤나 고민하리라 생각했다.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예상을 깨고, 샤토는 순순히 가주의 제안을 수락했다. 베르트의 생각보다도 더 그녀는 제로원의 도주에 큰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벤투, 배후를 찾는 것과 동시에 제로원의 행방도 알아보도록. 실험체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예!”


그가 대답하자, 샤토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가주에게 감사를 표했다. 베르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문을 열어 나갔다. 집무실을 벗어나자 피냄새가 옅어지며 가주의 신경도 조금 가라앉는 듯했으나, 그녀의 머릿속은 멈추지 않았다.


‘제2 실험실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앞을 내다본 결과가 될 줄이야. 신께서 나를 도우시는군.’


처음 실험실을 계획할 때에는 성공여부가 확실치 않은지라, 규모도 작게 만들었을뿐더러 일부러 남작령에 두어 들키면 그들의 탓으로 몰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법 무기 개발에서 성과가 나타나 투자를 늘리자, 남작령이 감당하기에는 점점 어려움이 생겨났다. 그렇기에 최근 유렌가의 저택 부근에 실험실을 새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런 식으로 쓰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배후가 누굴까...? 어떻게 알고, 이리 완벽하게 내게 패배를 안겼지?’


황실과 귀족은 아니었다. 황실이었다면 황태자가 언질을 주었을 것이고, 귀족이었어도 황실로 고발해 이득을 잡으려 했을 터 이렇게 파괴적으로 굴리 없었다.


‘남은 집단은 뒷세계뿐. 화원과 카지노, 정보상과.... 레지스탕스 정도겠군’


하나같이 굵직한 단체들로 실험실 파괴하고도 남을 힘이나 돈을 쥐고 있었다. 다만 화원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접점 자체가 없었다.


‘고민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거슬렸던 것들. 하나하나 부숴가다 보면 누구 짓인지 알 수 있겠지.’


최근 가주는 황태자와의 거래에 힘을 쏟고 있었으나 요즘 들어 그가 유난히 미적지근한 태도인지라, 방향을 바꾸기에도 좋았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베르트는 사신처럼 느릿하게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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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0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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