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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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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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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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DUMMY




“추... 추워...... 엣취!”


클로이와 에드워드는 릴로 남작령에 있는 어느 숲 속에 숨어 있었다. 해가 모두 저물어 밤이 되자 한겨울의 칼바람은 날카로웠고, 두껍게 입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난 얼굴은 무척 시렸다.


'이 일이 끝나고 나면, 감기는 확정이겠어.'


그녀는 옷을 좀 더 여미며 제발 바람이라도 덜 불기를 빌었다. 숨어 있던 시간이 오래된 것은 아니었으나, 오늘따라 더 날씨가 떨어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작은 별장 같은 곳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숲이 주는 안정감에 비해 분위기가 무척 살벌했다. 상당히 많은 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고, 별장을 둘러 서 있어 사각지대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오늘 같은 날이면 보통 경비들은 마음이 풀어져 업무보다는 서로 모여 담소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으으.... 원래 오늘은 마린이 여는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 가려고 했는데... 칠면조를 준비한댔지. 케이트는 술을 종류별로 가져온다고 했고, 헨리는 슈톨렌을....’


그리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추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클로이는 허한 기분이 들었다. 그뿐일까 도수 높은 술 한 잔이 그토록 그리웠다.


‘빨간색 벨벳 드레스랑, 구두와 초록색 가방까지 맞춰놨는데...!’


검은색 셔츠와 바지, 신발과 망토까지 색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채색의 옷을 입고 있자니 너무 억울했다. 따뜻하고 시끌벅적하며 약간씩 취해 있는 사람들이 있을 파티장과는 달리, 이곳은 고요하고 조용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릴로 남작령은 수도와 인접해 있는 영지인지라 클로이가 숨어있는 숲 속에서조차 수도의 들뜬 분위기가 어렴풋이 보였다. 아쉬움을 삼키면서도 이렇게 에드워드를 따라나선 것은 그의 부탁 때문이었다.


‘행복에 잠겨 있어야 할 연말에 이게 무슨 일이야....’


클로이는 한 주 전, 에드워드가 오늘 일정을 설명할 때를 떠올렸다. 예전이었다면 당연히 자신을 따라와야 한다는 듯이 클로이의 계획을 뭉게 버리는 태도에 한 판 싸운 끝에 마지못해 에드워드를 따라나섰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클로이 너밖에 없다며 간절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런 모습을 봤는데, 파티를 가야 돼서 함께 못 간다는 말은 꿈에서라도 할 수 없었다.


‘상태가 안 좋은 걸 그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파티에 참석하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그렇듯 연말과 연초는 약속이 많아지는 날들이었다. 에드워드의 일을 도울 때도 있었지만, 요 근래에는 따로 다녔는지라 오늘 클로이가 그를 마주했을 때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드워드는 무언가에 한참 시달린 사람처럼, 불안감과 예민함이 상상을 초월했다. 작은 인기척을 모두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에 민감해져 집에 있을 때는 이 추운 날씨에 창문을 죄다 열어 놨다.


잠은 한참을 못 잔 듯 눈 밑이 짙어져 있었고, 그 와중에 사탕은 왜 그렇게 먹어치우는 건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클로이, 지금 몇 분이야?”


“..... 10시 57분.”


10분 전에도 물어봤던 것 같은데, 에드워드는 다시 한번 더 질문했다. 한 마디 할까 클로이는 잠깐 고민했지만 불안해 보이는 에드워드의 모습에 다른 방법을 택했다.


“그나저나 의외였어. 에드.”


“무엇이?”


“레지스탕스 말이야. 에드가 그 단체를 신뢰할 줄은 몰랐거든. 유명하잖아, 황실에 반대하는 테러집단으로. 물론 나도 실제로 봤을 때 생각보다 분위기가 달라서 좀 놀라긴 했지만.”


“확실히 예상외이긴 했지. 어느 정도는 무력충돌도 각오하고 아지트로 침입한 건데, 순순히 보내주기까지 할 줄은....”


세간에 알려진 레지스탕스는 레온이 인식하는 것과 달리 테러집단에 가까웠다. 황실과 가까운 귀족에게 폭탄을 던져 사람이 죽거나 다친 적도 있었고, 황실의 물건을 훔치거나 파괴하는 등의 범죄도 일삼았다.


그들은 무고한 평민을 괴롭히는 귀족과 황실에만 자신들이 합당한 벌을 주는 것이라 주장했지만, 그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달랐다. 의적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레지스탕스 집단이 행한 공격에 거부감을 느꼈다.


‘무성한 소문과는 달리, 그런 일들을 벌일 성격들로는 안 보였지. 사람을 단편적으로 볼 순 없지만... 넘겨준 정보도 제법 자세했고.’


[-몇 주 전, 유렌 공작이 수도에 들어가기 전 릴로 남작저를 거쳐 간 것이 확인됨. 단순한 거래로 인한 접촉이라 알려졌으나, 작위의 차이가 있음에도 공작이 친히 방문을 했다는 점이 의심스러움.]


[릴로 남작령은 수도 근처에 위치하나, 경작할 땅이 많은 편도 아니고 특별히 수익성이 크게 날 만한 사업이 없음. 그럼에도 남작의 소비는 다른 백작가를 상회하는 수준. 무언가 다른 수입원이 있음이 추측됨.]


레지스탕스는 에드워드가 의뢰했던 정보를 바탕으로 꽤 근접하게 진실에 도달했다. 후보였던 3곳의 영지를 모두 조사해 릴로 남작령이 수상하다고 특정해 냈을뿐더러, 실험실이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사실 그가 기대했던 것은 사전조사 정도였으나, 그들의 위상은 거짓말이 아닌 듯 여기까지 판단해 낸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 에드워드가 검증 또한 진행했지만 정보는 모두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


다만 제국민의 피해를 인지한 레지스탕스는 상당히 저돌적인 편이었다.


“탐정, 이거 우리한테 넘겨. 경찰이 아니라 우리에게 조사를 요청한 거 보면 어차피 너도 확실한 증거는 없었던 것 아냐? 인체실험이라니, 지옥에 떨어질 X들.......!”


말할수록 대표는 점점 분노에 차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 이 반응이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었지만, 에드워드는 차갑게 경고했다.


“관둬, 너희들로는 감당 못 해.”


“하- 레지스탕스를 뭘로 보고? 인원도, 무기도 충분해. 최대한 빨리 생존자들을 구하고, 그들과 힘을 모아 유렌가의 죄를 세상에 밝혀낸다면....!"


“그 생존자들은 가족까지 모두 죽게 되고. 너희는 가루가 되어 사라질걸."


덤덤하게 에드워드가 부정적인 미래를 그리자 대표는 그를 노려봤다.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속해있는 페베스 공작가나, 황실에 고발하지 않았을까? 하다못해 경감에게라도 알리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나?”


“..... 유렌가가 그렇게까지 권력을 쥐고 있다고?”


에드워드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권력만일까, 실험실이 들통날 때를 대비해 꼬리 자르기까지 준비되어 있을 것이 뻔했다.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우리가 조사하다가 어떤 걸 봤는지 알아?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많은데 걸어 나오는 이는 없어. 간신히 발견한 수레에서는 시신이 실려 있는데, 멀쩡하지조차 못했다고.”


“대표, 당신과의 거래는 정보를 주고받는 거지. 그 이상을 부탁한 적 없어.”


매몰차게 대표의 말을 무시한 에드워드는 책상 위로 서류를 던졌다.


“레온의 정체를 알게 된 설명이 적힌 서류야. 내가 부탁했던 것을 꽤 정확하게 조사해 주었길래, 당신들 쪽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내용도 추가로 넣어놨어."


대표는 서류를 쳐다볼 뿐, 그토록 원하던 정보임에도 펼쳐보지조차 않았다. 이번 일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터라, 도저히 손 놓고 보고 있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여기에 상관할 생각은 추호도 마.”


낮은 목소리로 에드워드가 경고하자, 대표는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서류와 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더 고집을 부려볼까 했으나, 극도로 날이 선 듯한 에드워드의 모습에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끝내 대표는 신경질적으로 책상 위의 서류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매정하기는.... 도와달라고 하기만 해 봐.”


서류를 휙휙 소리가 나도록 넘겨보며, 대표는 심통이 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원하는 바를 이룬 에드워드가, 대표의 반응을 무시하며 그대로 아지트를 나온 것이 2주 전의 일이었다.


"이상한 집단이야. 레온이라 불렸던 사람을 쫓을 때도, 다급한 입장에 있으면서 날 죽이기는커녕 공격조차 하지 않았어. 실력 차이 때문에 그랬다기보다는.... 마치 다치게 할 수 없다는 듯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레지스탕스도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게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허술해.”


맹점을 찌르는 말에 에드워드도 동의했다. 그 많은 테러를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사람들이 순하고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앗, 맞다. 그리고 에드...”


클로이는 조금 더 풀어진 분위기에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을 물어보려 했다. 엥겔 백작저의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에드워드라면 황태자의 편을 들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에드워드는 백작 부인에게 약속까지 했기 때문에, 클로이의 판단에 따르자면 더더욱 그렇게 행동할 사람이 아니었다. 무언가 루테에게 비밀로 다른 일을 벌여놨을 것이 분명했기에 클로이는 이참에 물어보려 했으나 기회는 엇나갔다.


쿵-


벽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별장에서 나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는지 경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 또한 보였다. 조용하던 분위기가 시끌시끌해졌고, 무너지는 소리는 더욱 연속적이게 발생했다.


“시작되었군.”


나직이 말하는 에드워드는 조금이나마 생기가 돌아온 것 같았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의심이 있었던가. 샬럿과의 대화를 몇 십 번이고 되감아 기억을 확인하고, 레지스탕스에게서 받은 자료도, 이 장소도 계속해서 점검했다.


그 노력 끝에 드디어 샬럿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이제야 심장이 뛰는 것만 같았다.


“클로이, 말한 대로 부탁해. 나는 산으로 가서 샬럿을 찾아볼 거야. 그러니.....”


“경비로 위장해서 혹시 모르니 실험실 안쪽을 확인해 달란 말이지? 잡혀있는 사람들도 풀어주고.”


“맞아. 지금은 샬럿을 잡으러 유렌가의 그림자들이 그쪽으로 쏠릴 테지만, 실험실 수습이 더뎌지면 다시 돌아갈지도 몰라. 만약 그림자들을 만나면 도망치는 것을 제일 우선으로 해. 그들은 무력 수준이 달라.”


“알겠어, 에드."


클로이가 두꺼운 망토를 걷어내자 미리 입어둔 경비 복장이 드러냈다. 흠 잡힐 곳이 없는지 점검을 끝낸 그녀는 별장으로 다가갔다. 경비들과 마주치기 직전, 클로이는 에드워드에게 입모양으로 다짐을 전했다.


'..... 샬럿이란 아이를 꼭 다시 찾아서 만나.'


마지막으로 에드워드를 안정시키듯 살짝 웃은 클로이는, 이내 다른 경비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갔다. 그녀가 별장 안으로 무사히 잠입하는 것까지 확인한 에드워드는 산 위쪽으로 향했다.


12시가 되기 전에 수도가 내려다보이는 장소로 도착해야만 했기에, 그는 숨이 차도록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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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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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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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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