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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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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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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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DUMMY




“...... 으윽....”


에드워드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목걸이는 손 안에서 벗어나 바닥을 뒹굴 거렸고 그는 호흡을 되돌리고자 노력하는 중이었다.


‘과거에 매몰되면 안 돼...’


의지를 굳게 세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기억이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불타는 황궁, 굉음과 비명소리, 공포에 질린 사람들.... 자신이 겪었던 과거와 너무나도 비슷해 에드워드는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달그락-


간신히 탁상으로 손을 뻗은 에드워드는 그 위에 올려져 있던 회중시계를 집었다. 시계는 이곳저곳 깨어지고 탄 자국과 함께 시침과 초침, 날짜까지 모두 멈춰있었다.


[ 5. 14. 3시 50분 ]


제1 오르뷔 참사가 일어났던 날, 이 시계는 그날의 시간을 담은 채 고장이 났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일상적인 한낮의 오후였다.


과학계의 큰 공표가 예정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라 불리며 수도의 전역이 들떠있었다. 황족이 주최하는 행사이기에 귀족은 물론 제국민들도 몰려와 황궁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활기에 찼던 성 안이 지옥으로 바뀐 것은 한순간이었다. 신이 내린 물질이라 불리던 오르뷔의 개량은 실패했고, 제국에 멸망을 불러왔다.


[황궁은 반파되고 백여 채의 건물이 불타.... 제국의 중심이 무너지다.]


금속의 차가움이 왼손에서 느껴지자 다행히도 에드워드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몸 전체를 점령하던 공포들이 찬찬히 내려앉자, 문득 참사 다음날 봤던 기사 제목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 보이는 신문 기사마다 죄다 찢어버렸던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이유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제국의 중심이 무너진 것보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그때의 기억은 지우개로 문지른 것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조만간, 찾아뵈러 가야 하는데.’


1년에 한 번, 에드워드는 저택은 들리지 않아도, 영지에는 꼭 방문했다.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튤립이 좋겠지.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꽃이었으니....’


아버지와 누님은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영지에 갈 때면 어머니의 취향에 맞춘 꽃다발을 챙겨갔다. 5월 14일, 에드워드가 혼자 남게 된 날이었다. 그만이 이런 불행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오르뷔의 개량을 지켜보려 많은 귀족들이 참가했었으나 목숨을 잃었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같은 공간에 있던 황족들만이 죽은 사람 하나 없이 살아남았다. 황궁에서 폭발한 오르뷔는 화재를 일으켰고 이 불이 수도에 번져 제국민들까지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대화재라 말을 들었을 때 한 번쯤 고민해 볼 걸.’


바닥에 널브러진 목걸이 줄을 보며 스스로가 안일했다고 에드워드는 생각했다. 어제 카넬과 마주한 탓에 오죽 마음이 급했는지 목걸이 줄에 담긴 기억이 무엇일지 추측조차 하지 않았다.


‘벌써 새벽.... 생각보다 한참을 앓았군.’


몸은 평소의 컨디션으로 나아지긴 했지만, 힘이 쭉 빠져있었다. 황궁에 초췌한 낯빛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우선은 짧은 잠이라도 취하려 에드워드는 일어섰다.


왼손의 회중시계를 탁상 위에 올려놓고, 목걸이 줄을 다시 보석함에 넣으려 후크 쪽을 잡았으나 하나 에드워드가 놓친 것이 있었다.


“...?!”


그는 손등 위의 오르뷔가 은은하게 깜박거리고 있었던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후크를 잡은 순간 에드워드는 다시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신이 불안정하니, 능력도 같이 반응한 건가...!’


아까 경험한 대화재 때의 기억으로 돌아간다면 발작이 다시 도질지도 몰랐다. 이미 발동된 능력을 취소할 수도 없기에 에드워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동화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는 것뿐이었다.


“..... 하아.....”


모든 기억을 경험하고 빠져나왔을 때, 에드워드는 안도의 숨을 토해냈다. 다행히도 그가 경험한 것은 대화재 때의 기억이 아니었다.


톡-


다시 방안으로 정신이 돌아온 에드워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왼손으로 목걸이를 집어 후크를 자세히 보았다. 미세한 얼룩이 조금 남아 있는 것을 그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괜찮은 수확이군.’


에드워드는 목걸이 줄을 보석함에 넣으며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창밖에는 아직까지도 화려하고 건재한 황궁 너머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

.

.





“.... 대표, 납득할 수 없습니다.”


“센테스.”


침묵이 가득 찬 회의장에서 대화의 문을 연 것은 센테스 협회장이었다. 대표의 부름에 그는 움찔했으나, 리비티는 괜찮다는 듯이 살짝 웃더니 보좌관인 데릭에게 손짓했다.


“지금 나눠주는 것들은 관련된 보고서야. 우선은 간추려서 설명해 주지.”


요점을 말하는 대표의 말을 놓치지 않으랴, 종이를 확인하랴 협회장들은 분주해졌다.


“궁극적으로는 총리 제도의 실현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따로 있지. 바로 황태자의 폐위야.”


대표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베스 협회장에게 다가갔다. 그와 눈을 마주친 리비티는 질문을 던졌다.


“아베스, 유렌가와 황태자 간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나?”


“네, 대표. 아직 불안정한 부분이 있으나, 곧 증거가 명확히 잡힐 듯합니다.”


“좋아, 우리에게는 황태자에 대한 약점이 두 가지가 있지. 황태자와 유렌가의 불법적인 거래, 그리고 유렌가의 인체 실험에 대한 묵과.”


리비티가 말한 정보는 협회장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항이었다. 제대로 된 방향이 잡히고 나니 정보 수집이 훨씬 수월해진 터라 그들은 탄탄하게 정황적 증거들은 모아 왔다.


“조만간 이걸 대회의에서 터트리고, 재판을 연다. 이렇게 되면 여론은 황태자의 폐위 쪽으로 흘러갈 거야. 이때 우리는 여왕에게 총리 제도 실현을 주장한다.”


지금의 제국은 황실이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을 모두 쥐고 있었다. 사법부가 분리되어 있기는 하나 나머지 권력이 황실에 있기에 법정에서 판결을 내릴 때 황실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대표가 주장하는 총리 제도란, 대회의에 참석하는 각각의 의원들이 법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의미했다. 동시에 입법부의 수장이 될 총리를 위원들의 손으로 뽑음으로써, 이는 입법부의 모든 권한이 황실에서 대회의로 이동한다는 뜻이었다.


현 대회의는 사실상 여왕이 귀족과 지식인층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 가까웠기에 협회장들은 늘 자신이 회의장을 채우는 머릿수에 불과하단 느낌을 받아왔다.


“대표, 말씀하시는 진행 방향은 이해했습니다만.... 왜 지금입니까?”


멜 협회장의 물음에 다른 이들도 귀를 기울였다. 증거들을 모았다고는 하나, 상대는 황실과 5대 공작가인 유렌가였다.


이 싸움이 시작되면 필시 황실의 편인 엘든모어까지 참전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급한 시기였다.


“소문으로 돌던 여왕의 병환이 확실하다.”


회의장은 대표의 대답에 다시금 술렁거렸다. 호젠 협회장은 보고서에서 관련된 내용의 근거를 찾으려 종이를 팔랑거렸고, 멜 협회장은 입을 떡 벌린 채 놀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게다가 황태자가 자신의 황위 계승을 위해 대회의에서 여왕의 병환을 공표하려 한다더군. 그러니 우리가 선수를 쳐야 해.”


리비티의 추가적인 설명에 대표의 계획을 반대하려 했던 센테스, 멜, 호젠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젠 황태자가 온전한 힘을 물려받아 눈엣가시 같던 레지스탕스를 없애던지, 그들이 황태자를 무너뜨려 살아남던지 두 가지 길 밖에는 없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대표. 만약 여왕이 총리 제도를 받아들이는 대신, 황태자의 폐위를 넘어가 달라고 제안하면 어떻게 행동하실 생각입니까?"


"받아들일 거야."


일말의 고민 없이 대답하는 대표의 태도에 몇몇의 협회장들이 발끈했다. 황태자로 인해 큰 피해와 상처를 입었던 자들이었다.


“대표! 우리가 입법부의 권한을 가져간다 할지라도, 행정부의 권력 또한 막강한데 황태자가 이를 물려받게 되면 제국은 망합니다!"


상당히 흥분한 탓인지 아베스는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내뱉었으나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다. 대부분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표는 차분함을 유지한 채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논의된 총리 제도는 협회장들과 공유된 사항이었으나, 최근 리비티는 총리 제도에 관해 한 단계 더 보완점을 생각해 냈다.


“입법부의 권한을 옮길 때, 한 가지 조항이 필수적으로 함께 할 거야."


처음 듣는 이야기에 협회장들은 리비티에게 주목했다. 어느새 회의장을 한 바퀴를 걸어 리비티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을 시 입법부에서 황실의 지위 파면을 사법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그 말은...!”


“황태자가 황제로 즉위할지라도, 폐위시킬 수 있는 권한을 대회의에서 가지게 된다는 조항이지.”


일반적인 제국민이었다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주장을 리비티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마도 대회의에서 주장을 한들, 워낙 파격적인지라 황태자가 폐위되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될 것이라 대표는 판단했다. 여왕이 총리 제도가 실현되는 것을 순순히 두고 보고 있을 사람도 아니었고, 그녀도 진정 총리 제도가 지금 당장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황태자의 폐위라는 목적이 달성되고, 대회의에서 총리 제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 제국민들의 머릿속에 황제의 자리에 있다 할지라도 잘못이 있다면 폐위될 수 있다는 주장을 듣게 하는 것. 이것이 현실적으로 리비티가 바라는 일이었다.


탁-


협회장들 중 한 명이 보고서를 세게 덮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표의 계획은 꿀보다 달콤했으나, 변수가 너무 많고 이상적이었다. 자칫하면 반역으로 몰릴 수도 있었고, 특히나 여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위험했다.


게다가 당장 황태자가 물러나면 후계자를 누구로 밀어야 할지 결정되지도 않았다. 각자의 생각에 잠겨 침묵이 흐르자, 데릭은 타이밍 좋게 휴식 시간을 협회장들에게 주었다.


“보고서를 자세히 확인하고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신 듯하군요. 30분 뒤에 다시 시작하죠.”


협회장들은 뿔뿔이 흩어져 회의장을 나갔고, 대표와 데릭만이 회의장에 남았다. 6대 협회장과 대표, 보좌관이 참석하는 회의는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해 레지스탕스의 방향을 확정 짓도록 되어 있었다.


“어떨 것 같아?”


“찬성 4, 반대 2 일 겁니다.”


“내기할래? 난 전원 찬성.”


장난스러운 대표의 표정에 보좌관은 잔소리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대표는 이런 중요한 순간에 껄렁댄다고 한소리를 듣나 싶었으나, 잠시 한숨을 내쉰 데릭은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1장을 걸죠. 어떻습니까?”


“쪼잔하긴.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은 안 한다 이거지. 나는 5장 건다.”


불합리한 내기를 하고도 대표는 자신이 질 것이라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리비티는 자신을 믿었고, 협회장들을 잘 알고 있었다. 개별적으로 보면 그들은 현실적인 사람들이었지만 레지스탕스에 모인 이상 닿을 수 없는 이상을 추구하는 무리였다.


“자, 이제 회의를 끝내보자고.”


회의가 다시 시작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투표가 진행되었고, 결국 내기는 대표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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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8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8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8 0 11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10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0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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