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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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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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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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DUMMY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을 마치고 잠이 드는 늦은 밤, 에드워드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펜던트 줄이 담긴 보석함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범인이 예상 가기는 했지만 실토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인지라, 그는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편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어디, 어떤 기억이 남아있을지....’


워낙 체인이 잘 관리되어 있기에, 소량의 피가 남아있을지 에드워드는 걱정이 되었다. 만약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조금 더 황실 조사에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그는 일단 실험해 보기로 했다.


차르륵-


장갑을 벗어낸 에드워드는 보석함을 열었다. 달빛에 반짝거리는 금빛 목걸이 줄을 손 위에 올리고, 그는 기억을 보고자 하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곧 손에 박혀 있는 오르뷔에서 은은하게 빛이 돌았고, 다행히도 남아있는 흔적이 있는지 그 순간으로 에드워드는 빠져들었다.


“.... 신이시여......”


화르르륵!


에드워드가 눈을 뜨자 그는 자신이 황궁 안에 있는 누군가라는 것을 깨달았다. 황궁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구조와 모습을 띠는 듯했지만, 곳곳이 불타고 있어 정확하게 관찰할 수는 없었다.


뒤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은 걸음을 멈추는 순간 자신을 잡아먹을 것만 같이 일렁였다. 이미 바닥이나 장식 등 온갖 곳에 불이 옮겨 붙고 있었고 연기가 자욱했다. 게다가 황궁 벽 자체에 균열이 일어나는 곳까지 있어 곧 무너질 듯이 위험해 보였다.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냐.’


기억 속에서 에드워드는 기사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일단 뛰고는 있었지만, 처절한 절망감이 느껴졌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불이 번지고 있었고, 바깥의 정원에도 불이 붙어 외부도 위험에 보였다.


자신이 혼자였다면 살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오른손을 꼭 잡고 있는 한 소녀 때문이었다.


‘제 목숨을 거둬 가실지언정, 제발 황녀님만은 살려 주십시오.’


기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불이 없는 쪽으로 뛰어가며, 신을 향해 기도를 드리는 것뿐이었다. 수없이 많은 훈련과 역경을 넘어온 그에게도 지금의 재앙 같은 상황에서는 황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황녀님! 호위 기사님!! 여기입니다!”


그때 한줄기의 빛처럼 누군가 자신을 불렀다. 그녀는 물통을 들고 있었고, 그 뒤로 몇몇의 사람들이 더 보였다.


“베키!”


황녀의 시녀인 그녀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황녀를 찾아 불타는 황궁을 뛰어다닌 듯했다. 이제는 살았다고 안심한 황녀는 자신의 손을 놓은 채 베키에게 뛰어갔고, 그 순간 그는 기둥 하나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 황녀님!”


아무런 고민도, 판단도 없이 기사는 그저 황녀를 살려야 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가득 찼다. 온 힘을 다해 뛰어간 그는 순식간에 그녀를 밀쳐냈다.


동시에 기둥과 잔해들이 자신의 위로 떨어져, 그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커다란 소리가 지나가고 난 뒤 기적적으로 기사는 눈을 떴으나, 상반신을 제외하고는 발도 다리도 움직일 수 없었다.


“..... 녹스...! 녹스!!”


바닥에 넘어진 황녀는 서둘러 다시 일어나 다친 무릎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기사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잔해를 어떻게든 치우려 했으나, 사실상 기사단이 올지라도 무리인 일이었다.


기사는 점점 손이 더러워져만 가는 황녀를 말리려 했으나, 몸이 뜻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물론 정신마저 희미해져 갔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달은 기사는 선택해야만 했다. 못다 한 것이 셀 수 없고, 전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그는 끝내 한 가지를 골라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기사는 자신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빼냈다. 갑옷 안에 들어 있어서 그런지 다행히도 펜던트는 멀쩡한 상태였다. 그는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팔을 움직여 황녀의 손에 펜던트를 올려놓았다.


“황녀님! 가셔야 합니다! 불이 점점 더...!”


“베키, 녹스가....!”


시녀가 고집을 부리는 황녀를 안전한 곳으로 잡아 끄는 모습이,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기사의 눈에 담겼다.


‘나의 주인, 황녀님께서 무사하시다니. 신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구나.’


녹스는 희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앞도 잘 보이지 않고, 고통마저 옅어져 가던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위해 입을 열었다.


“황녀님, 언제나.... 행복하셔야 합니다.”


굉음이 가득한 황궁 속에서 기사의 마지막 말을 황녀가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녹스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허억-.......”


기억은 거기서 끝나 있었다. 어느새 불타던 황궁의 모습은 모두 사라졌고, 평온한 자신의 방으로 정신이 돌아온 에드워드는 그제야 숨을 내쉬려 했다.


“흐읍..!”


하지만 에드워즈의 의지와는 다르게 호흡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점점 손이 떨려 목걸이 줄을 놓쳐 버렸다.




.

.

.




쿵- 쨍그랑!


‘으아, 이쪽을 본다!’


황궁 밖으로 몰래 빠져나온 레온은 건물 사이사이를 넘어가다 착지에 실수했다. 운이 좋게도 작은 나무 사이에 떨어져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큰 소음이 울려 퍼진 탓에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해 버렸다.


다그닥-


주변을 지나가던 황궁 마차가 조금 속도를 늦춘 것은 물론, 마차 위에 있던 기사와 마부의 시선까지 이쪽으로 쏠려 자칫하면 자신이 보일 것만 같았다.


얼굴을 가리고 있기에 당장 정체가 들키지는 않을 테지만, 혹여나 그들이 자신을 불러 세운다면 때 아닌 추격전을 펼치게 될 상황이었다.


“냐옹~”


난감한 상태인 레온을 살려준 것은 다름 아닌 도둑고양이였다. 검은색 고양이가 도도하게 골목길을 나서다, 마차를 쳐다보고는 하악거리고 도망간 것이다. 그 모습을 본 그들은 방금 전 소음도 고양이 탓으로 생각하고 다시금 마차의 속도를 올렸다.


‘휴, 살았다. 깜짝이야..... 이 시간에 왜 황궁 마차가 있는 거야?’


건물 사이를 내려오다 손이 미끄러진 것도 멀리서 보인 황궁 마차에 놀라 헛손질을 한 탓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몰래 빠져나온 것이 들켜 기사들이 찾으러 온 건가 싶었으나, 보아하니 황족들 중 한 명이 타고 있는 듯했다. 그 안에 황태자비가 타 있는 줄 레온은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에 그는 잠시 고민했다.


‘마차를 쫓아야 하나,,,? 음, 아냐. 황태자가 궁 안에 있는 것을 아까 봤으니 굳이 따라갈 필요까지는 없겠어.’


아마 사촌들 중에 한 명일 것이라고 생각한 레온은 다시 레지스탕스 아지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금 지체된 탓에 혹시라도 대표를 놓칠까 서둘러 움직였으나, 다행히도 대표는 회의장으로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대표! 나, 늦지 않았죠?”


“어, 레온! 나이스 타이밍! 이제 곧 시작할 참.... 잠깐, 여기 상처 났다. 손도 베인 것 같은데?”


그녀는 집무실에서 잠깐 옷차림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협회장들 중 몇몇은 꼬장꼬장한 성격인지라, 대표는 편한 복장 대신 정장을 차려입은 상태였다. 보좌관은 이런 것에 눈썰미가 있어, 삐져나온 머리카락 한 올부터 구두의 먼지까지 하나하나 체크했다.


“저 괜찮아요. 건물 넘다가 실수해 가지고.”


군데군데 생긴 잔상처들에 레지스탕스 대표인 리비티는 걱정했으나, 레온은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오히려 실수했다는 것이 약간 민망한지라, 레온은 화제를 돌려 정리된 내용을 리비티에게 주었다.


“흐음... 황태자가 여왕의 건강을 들먹여 승계받겠다.... 허, 다른 대안이 없으니 모두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보고서를 본 리비티는 어이가 없었으나, 차오르는 분노를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책사인 데릭에게 종이를 넘겨준 뒤, 레온과 눈을 맞추었다.


“.... 레온, 괜찮니?”


아까 그를 이리저리 살피던 것과 다르게 리비티는 무척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네? 뭐가요?”


“이 내용에 따르면, 폐하께서 아프시다는 말이잖아.”


“.....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리비티의 말을 들은 레온은 조금 시리게 웃음을 지었다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폐하께서 조금 아프신 건 사실이지만, 그리 심각한 병이 아닐 거예요. 오늘 아침에 식사하실 때도 괜찮아 보이셨는걸요. 과로 때문에 무리하셔서 힘들어 보이시는 것을, 황태자가 부풀렸을 거예요.”


그는 자신이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리비티가 보기에는 고집을 부리는 것에 가까웠다.


“여왕 폐하가 정말 아프지 않더라도, 이런 소동을 벌이면 다들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밖에 없잖아요. 폐하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러줄 때가 되었을 것이라고요.”


“그래, 폐하께서는 건강하실 거야.”


리비티는 굳이 현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문득 레온이 아직 어린 나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레온이 두려움으로 인해 병에 대해 믿고 싶지 않을 마음을 이해했다.


“대표, 협회장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합니다.”


“아, 그래. 가봐야지. 고생 많았어, 레온.”


장난스럽게 레온의 머리를 쓰다듬은 리비티는 회의장으로 향했다. 방금 들은 황실의 상황 덕분에 그녀는 레지스탕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잡을 수 있었다.


‘황태자 외의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만들어드려야지.’


심란해 보이는 레온 앞에서는 숨겼지만, 그녀는 황태자의 발언에 꽤나 열이 받아 있었다.


손자인 레온조차 여왕의 건강 이상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데, 아들이란 자가 이를 이용할 생각밖에 없다는 것이 또다시 그의 부족한 자질을 보여주는 듯했다.


끼익-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6명의 협회장들은 리비티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예의 바른 태도와는 달리 그들은 저번 회의에서 불이 붙었던 논쟁을 이번에야 말로 끝장을 보고자 단단히 준비를 해온 것 같았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오늘 아주 중요한 날이거든.”


중요한 날? 리비티의 언급에 협회장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은 기억을 더듬어 날짜들을 짚어봤지만 시원스럽게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토록 바랐던 염원을 진행시킬 시간이 왔다.”


리비티의 말을 들은 순간 협회장들은 긴장했다. 레지스탕스는 목표를 이루고자 늘 노력했지만, 자잘한 성과만을 이뤄냈었다. 어떤 때는 정보가 부족해서, 다른 날에는 금전적인 부분이 약해져서 갖가지 문제들로 커다란 계획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 망설여 왔다.


어떤 이들에게는 드디어 진행되는 순간이었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되는 시점이었다. 그들 모두와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친 리비티는 선언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황실의 권한을 빼앗아, 총리 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간다.”


리비티의 발표에 회의장은 긴 침묵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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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8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9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8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10 0 12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9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0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1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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