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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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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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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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DUMMY




“.....?”


“사..... 살려... 줘...”


“안녕하십니까, 탐정님.”


실험실에 대해 논의하려 레지스탕스의 아지트에 들린 에드워드는, 그대로 뒤를 돌아 나갈지 잠시 고민했다. 대표는 생기 하나 없이 흐느적거리고 있었고, 보좌관은 그런 그녀 앞에 서류를 더 쌓아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드는 듯, 묘하게 상쾌한 얼굴이었다.


“다음에 와야 하나?”


“아니!”


툭 던져진 에드워드의 물음에 대표는 단호하게 정색하고는, 보좌관을 간절하게 쳐다봤다.


“..... 어쩔 수 없죠. 1시간 드리겠습니다.”


곁에 서 있던 보좌관이 시계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대표는 단번에 눈을 반짝거리며 책상에서 바로 일어났다.


“밖! 밖으로 나가자!”


“추워. 난 여기 있고 싶은데.”


“신선한 공기 못 쐬면 난 죽어....”


간절한 대표의 목소리에도 에드워드는 시큰둥했으나, 찡찡거리는 모습을 더 보기 싫어 얌전히 대표를 따라갔다. 그녀는 들뜬 듯 꼬여있는 몇 개의 복도와 계단을 지나쳐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흑.... 눈물 날라 그래. 역시 사람은 햇빛과 공기를 맞으면서 살아야 한다니까.”


“얼마나 안에만 있었길래 그러는데?”


“12시간. 그 긴 시간 동안 계속 서류만 봐야 했다고! 눈 빠지는 줄 알았네....”


꼴을 봐서는 일주일은 있었나 싶었더니 고작 12시간이었다. 에드워드는 그냥 아지트 안에 있을 걸 괜히 나왔다고 후회했다.


“보좌관께서 묘하게 나한테 친절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니, 제대로 봤어. 걔 능력주의야. 이번 실험실 사건 때문에 당분간은 너한테 엄청 잘해줄걸.”


늘 똑같은 수도의 모습이었으나, 대표는 바깥의 풍경에 감동을 받았는지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직 1월이기에 제법 강한 바람이 불어 몸이 움츠러들 법도 했으나, 그녀는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엣취-! 아직은 좀 춥네.”


“...........”


실컷 오버하더니 결국 연달아 기침을 한 대표는 옷을 다시 꼭 여몄다. 코를 훌쩍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 그녀가 레지스탕스의 보스가 된 건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실험실 사람들이 궁금해서 온 거지?”


밖에 나온 기쁨을 만끽한 대표는 에드워드가 찾아온 이유를 바로 맞췄다. 드디어 바라던 내용이 나오자, 그는 대표 쪽으로 몸을 틀었다.


“실험체로 잡혀 있던 사람들은 다행히도 유렌가에 안 들키고 흩어졌어. 곳곳의 아지트에서 인원을 나눠 보호하는 중이야.”


“모두 수도에 있는 건가?”


“그럼, 내 손안에 닿는 범위가 가장 안전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니까.”


옥상을 내려다보던 대표는 불현듯 고개를 들어 몇몇 곳을 바라보았다. 에드워드에게 직접적으로 위치를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그곳에 사람들이 숨어있음을 암시하는 행동이었다.


“유렌가 반응도 주시하고는 있는데,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없어. 다만, 티시포네들이 요즘 수도에 자주 목격된다더라. 무언가를 찾는 듯이....”


에드워드는 대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티시포네들이 아이를 찾으려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였다.


“탐정, 봐서 알겠지만 나 돌려 말하는 거 잘 못해. 그 아이.... 평범한 아이가 아니지?”


말을 꺼내긴 했지만, 에드워드가 저번처럼 날카롭게 굴까 봐 대표는 머뭇댔다.


조심스러운 그녀의 모습을 본 에드워드는 약간의 고민 끝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어차피 실험실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어느 정도 듣기는 했을 터라 숨기는 것에도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유렌가에서 왜 인체 실험을 하는지, 이젠 알고 있겠지.”


“오르뷔랑 인체의 결합에 대한 연구라고 들었어. 무슨 신인류...? 그런 실험이라고 했는데.”


“맞아. 나이, 성별, 환경 등... 어떤 조건에서 발현되는지는 모르지만, 오르뷔를 사람이 먹게 되면 희박한 확률로 특수한 능력을 가지게 돼. 그리고 아이는... 그 실험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사람이지."


대표는 내심 짐작 했지만, 에드워드에게서 진위를 확인받고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아이가 도망치는 모습을 대표도 그때 보긴 했지만, 그녀는 특별한 장치를 이용한 줄 알았지 아이의 능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실험이 성공하면 어떤 특수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아마도 3가지 능력이 생겨. 몸에 박힌 오르뷔를 사용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생기는 능력. 오르뷔를 발동시키면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오르뷔를 지니고 있으면 그 양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능력까지.”


기본능력, 발동능력, 특수능력이라 그들은 구분해 불렀다고, 에드워드는 덧붙여 설명했다.


“.... 딴 세상 얘기 같네.”


“그렇게 치부하는 게 맞아. 오르뷔를 먹고 살아남은 사람 자체가 아이밖에 없는데 실험이 성공했다기보다는 우연히 살아난 것에 가깝지. 번개를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처럼.”


자신까지 성공했다고 쳐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간 실험에서 결과를 보인 건 2명뿐이란 얘기였다. 에드워드가 생각하기에 이 실험만큼 무의미한 것이 없었다.


톡톡-


에드워드가 다시금 치솟는 분노에 입을 다물자, 대표 또한 조용히 기다렸다.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오른쪽 손등을 두드리던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 황궁이 눈에 들어왔다.


“참, 여왕 폐하께서 아프시다는 소문, 레지스탕스가 퍼트린 건가?”


“엥?”


뜬금없는 에드워드의 질문에 대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너희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반응을 보니 그런 것도 아닌가 보군.”


벤자민의 가게에서 소문을 들었던 에드워드는 얼마 되지 않아 온갖 곳에서 사람들이 이에 대해 언급함을 알게 되었다. 전파되는 속도가 심상치 않기에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있구나 싶긴 했지만, 떠오르는 주모자가 몇 없었다.


“비---밀.”


얄미운 대답에 에드워드가 되받아치려는 찰나 그녀는 갑자기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서둘러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엇, 나 이제 가봐야겠다. 곧 올 때가 됐어.”


누가?라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대표는 뜀박질을 하더니, 높이 뛰어올라 옆 건물로 건너가 버렸다. 황당함에 에드워드가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옥상과 연결된 문이 급히 열리더니 보좌관이 나타났다.


“이---!”


“하하-! 탐정, 그거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니까 전해줘~”


에드워드조차 보좌관이 올라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어떻게 알아냈는지 대표는 그대로 도망갔고, 보좌관은 분에 차 씩씩거렸다.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 서 있던 에드워드는 추운 바람에 곧 정신을 차렸고, 옥상의 난간 위 대표가 놓고 간 선물을 집었다.


‘어느 용사 이야기’


색색의 그림이 그려진 동화책이었는데, 그도 서점을 지나가다 어렴풋이 봤을 만큼 베스트셀러였다.


제국을 세운 초대 왕에 관한 이야기에 약간의 과장을 덧붙인 내용으로, 레지스탕스가 줬다고 말하기에는 참 안 어울리는 책이었다.


“.... 이번엔 도망치도록 놔두지 않을 겁니다.”


옥상에 남겨진 보좌관은, 저 멀리 있는 대표를 째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대표가 도망가리란 것을 그는 예측하고 있었는지, 벌써부터 밑에서 누군가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추격전에 엮기고 싶지 않았던 에드워드는, 이 상황을 못 본 척하고 아지트가 있는 건물에서 내려왔다.


‘이번에도 고맙다는 말은 못 했군.’


타이밍이 이렇게도 안 맞을 수 있는지, 에드워드는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

.

.




끼이익-


에드워드가 집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기분 좋은 온기에 겉옷을 벗던 에드워드는 클로이와 아이가 소파에서 함께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 우음... 아저씨...”


“더 자렴. 어제도 잠을 설쳤잖니.”


문소리를 들었는지 아이는 살짝 깨버려 웅얼웅얼 에드워드를 불렀으나, 곧 다시 깊게 잠에 빠져들었다.


‘아저씨라. '너'에서 많이 바뀌었군.’


아이의 호칭에 에드워드는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실험실에서 오래 갇혀 지냈던 탓에 당연히 아이는 존댓말이나 예법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천천히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어느새 아이는 대화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에드워드를 지칭하는 표현을 바꿨다.


‘클로이도 어지간히 피곤했나 보네’


평소라면 그녀도 문 여는 소리에 반응했을 텐데 낮잠에 깊게 빠진 듯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신년 파티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다닌다 싶더라니 체력이 방전된 듯했다.


‘저녁은 뭐가 좋으려나, 추우니까 스튜를 만들어 먹을까....’


두 사람에게 꼼꼼하게 담요를 덮어주며, 에드워드는 일상적인 고민에 빠졌다. 꼬리를 무는 생각들과 함께 의자에 앉은 그는 책상 위 쌓여있는 편지들에 눈길이 갔다.


어차피 다음 의뢰를 받아야 하는지라 그는 여유가 생긴 김에 편지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의뢰에 관련된 편지들하고.... 홍보성 전단지. 아, 이건....’


편지를 분류하던 에드워드는 고급스럽고 익숙한 편지지 한 장을 발견했다.


[ From. 바몬 엘리엇 ]


역시나, 에드워드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었다. 엄청난 사건에도 잘 떠는 법이 없는 에드워드였지만, 그에게서 편지를 받을 때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 에드, 보내준 선물은 잘 받았단다. 바쁠 텐데 매 번 챙겨줘서 고맙구나. 부쩍 날씨가 추워져·········]


항상 비슷하게 시작하는 문구와 함께, 정갈하고도 깔끔한 글씨체가 다정한 안부를 전하고 있었다.


‘큰아버지께서는, 여전히 잘 지내시고 계신 모양이군.’


편지 하나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봉투와 편지지부터 d를 눕혀 쓰시는 버릇까지 언제나와 똑같았다. 그 사실이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에드워드에게는, 별일이 없다는 단서와 같아 안심이 되었다.


두쪽짜리 편지를 읽는 것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한참 동안 편지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이제 사촌들도 나이가 제법 되어, 소가주 자리를 넘겨받고 싶어 할 텐데....’


이번에야말로 에드워드는 편지에 그런 내용이 적혀있을 줄 알았다. 가문에 발걸음을 끊은 자신 대신, 사촌들을 소가주 자리에 올리겠다는 상식적인 내용이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가주인 큰아버지는 그저 일상적인 말만이 적힌 편지를 보냈다.


똑똑-


한참 상념에 잠겨 있었으나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에드워드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 소리에 클로이와 아이도 잠에서 깨어난 듯 눈을 비볐고, 그는 문 가까이에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바몬 후작가의 소가주 에드워드 바몬은, 예를 갖춰 여왕 폐하의 명령을 받드십시오.”


'.... 여왕 폐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황실의 방문에 에드워드는 그대로 멈췄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이 사건이 무슨 파란을 몰고 올지 전혀 알지 못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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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7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8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7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9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0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9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0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1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2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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