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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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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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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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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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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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DUMMY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흐음.”


“폐하, 혹시 물이 너무 차신지요.”


“괜찮다. 계속하려무나.”


여왕이 작은 한숨소리를 내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기민하게 반응했다. 아침보다는 새벽에 더 가까운 때, 여왕은 이미 기상을 한 채 머리를 다듬고, 간단한 치장을 받는 중이었다.


‘..... 벌써 다섯 번째 한숨을 쉬시다니, 무언가 불편하신 부분이 있는 게다.’


시종장은 여왕의 뒤에 서서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는지 한번 더 점검했다. 따로 자신에게 언질을 주지 않으셨으니 시녀나 시종, 하녀들의 문제는 아니었고, 현재 제국에 닥친 큰 문제도 없었다. 그럼에도 여왕은 깊은 고민이 있는 듯해 보였다.


그들이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여왕 또한 알고 있었으나, 그녀는 왕이었기에 근심을 나누기보다는 속으로 감내하기를 선택했다.


‘벌써, 몇 번째 반복되는 꿈인가.’


여왕이 아닌 황녀였을 적, 너무 오래되어 빛바랜 기억이 자꾸만 꿈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악에 가까운 기억인지라 여왕은 계속된 악몽에 푹 잠들지 못했다.


‘그가, 경고라도 하는 것일까?’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여왕이었지만, 잠이 부족했던 탓에 그녀도 모르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오늘 갑작스럽게 잡은 만남도 사실상 이 꿈이 시작점이나 다름없었다.


“창문을 열거라. 답답하구나.”


살며시 감았던 눈을 띄며 여왕은 명령했다. 재빠르게 시녀 하나가 창문을 열자, 매서운 겨울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럴 리 없다. 현실적인 고민들이 쌓여 그저 악몽으로 나타난 것이겠지.’


차갑기는 했지만, 방안의 무거웠던 공기가 바깥의 상쾌한 바람으로 바뀌어갔다. 한층 서늘해진 온도가 오히려 여왕을 차분해지도록 만든 듯, 그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철혈의, 절대 무너지지 않는 제국의 가장 높은 자. 여왕은 꿈 따위에 휘둘려 현실을 놓칠 만큼 아둔한 지도자가 아니었다.


똑똑-


간신히 방 안에는 평화가 찾아들었으나, 문 밖에서 서있던 시종이 돌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을 전해왔다. 시종장은 조금 불쾌한 기색이었으나, 이를 내색하지 않고 여왕에게 보고했다.


“폐하, 황태자가 방문을 청하였습니다.”


“......... 들라하라.”


그의 방문 소식에 대부분 불편한 표정이 되었다. 벌써 며칠 째, 황태자가 뜬금없는 시간대에 자꾸 여왕을 뵈러 오는지라 업무에 조금씩 지장이 생겼다.


여왕 폐하와 가만히 대화만 나누고 가도 시간이 지체되어 신경 쓸 것이 많은데, 괜히 시녀나 시종장에게 트집을 잡는 일도 잦아 그들은 또 무슨 사달이 날까 걱정되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 불편한 것은 여왕도 마찬가지였다.


“어마마마, 편안한 밤이셨는지요.”


“케레스. 이 아침부터 무슨 일이더냐?”


“어마마마께서 어젯밤 잘 주무셨는지 걱정이 되어 왔습니다. 폐하의 평안이 곧 이 제국의 안녕 아니겠습니까.”


황태자는 생긋 웃으며 여왕을 바라봤다. 과거 황태자를 비롯한 황자와 황녀들은 여왕을 잘 찾아오지 않았다. 여왕과 관계가 나쁘기보다는 아침 식사 때 얼굴을 뵙는 데다가 워낙 여왕이 바쁜 것을 알기에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를 뻔히 알고 있음에도 최근, 황태자는 아들로서 어머니를 모시고 싶다며 자꾸만 사전의 요청 없이 만남을 가지려 했다.


“..... 그래, 현명한 태자가 설마 저잣거리에 소문을 믿고 이리 구는 것은 아닐 것이야.”


날카로운 여왕의 말에 황태자는 물론 시종장마저 얼어붙었다.


안 그래도 여왕이 아프다는 소문이 제국 내에 돌아, 시종장이 궁내에 있던 모든 이들을 불러 모은 것이 어제였다. 철저하게 소문의 출처를 찾아내 벌할 것이라 공표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폐하께서 이렇게 건재하시거늘, 어떻게 그런 소문을 믿겠습니까? 그저 제가 아들로서 어마마마께 늘 부족한 모습만을 보여드린지라, 죄송한 마음에 찾아뵈었습니다.”


“되었다. 지금까지는 태자의 성의를 봐 짐이 허락했으나 이 모습이 보기에 더 좋지 않구나. 태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거라.”


“예, 어마마마.”


흠잡을 곳 없는 황태자의 대답에 모두 안도했다. 조금이라도 어설픈 대답을 했다가는 이 아침부터 여왕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었다. 분위기가 아까보다는 부드럽게 풀어져 모두들 약간의 여유를 되찾았으나, 단 한 사람만이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했다.


‘..... 무언가를 알고 계신 건가?’


바로 이 일을 꾸민 황태자였다. 그는 여왕에게 잘 둘러대었지만, 정곡을 찔린 듯 당황했다. 여왕이 아프다는 소문을 퍼트린 이는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황태자는 여왕이 아프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었으나, 명확한 증거는 잡지 못해 이를 떠보고자 소문을 흘렸다.


‘어마마마께서 알고 계신다면 이렇게 넘어갈 리 없어. 이 상황에 화가 나셔서 불쾌함을 드러내신 것뿐이다.’


여왕의 아픈 모습을 혹시라도 직접 볼 수 있을까 싶어 여러 핑계로 자주 뵈었으나, 여왕이 이렇게 강하게 말한 이상 더 드나들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지.... 다른 방법을 쓰는 수밖에.’


황태자는 속으로 딴생각을 하며 여왕의 비위를 몇 마디 더 맞추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가 방 안을 나가자 시종장을 비롯한 여왕을 모시는 자들은 그제야 온전히 마음이 편해졌다.




.

.

.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 에드, 진짜 짐작 가는 것 없어?”


클로이의 물음에 에드워드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햇빛이 환하게 내리쬐는 아침, 두 사람은 어제 받은 명령에 따라 황실을 방문했다. 벽과 천장, 어디를 둘러보아도 금으로 자수를 놓은 듯한 황궁은 여전히 화려하고 반짝거렸다.


이런 성안의 모습에 감탄할 법도 했으나, 두 사람 모두 자주 와봤던 지라 큰 감흥이 없었다. 클로이는 전 부기사단장으로서, 에드워드는 어릴 때 바몬가의 후계자로서 황궁 안을 경험해 봤기에 공간이 주는 압박감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그런 두 사람도 여왕을 알현하는 것은 형식적인 만남까지 포함해도 몇 번 되지 않아,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회귀 전에는, 여왕 폐하께서 이렇게 부르시는 적이 없었는데.’


예측되는 것이 없다고 클로이에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가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확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기에 가능성으로 남겨두었을 뿐. 에드워드의 추측이 맞다면, 곧 단서가 이곳으로 올 것이었다.


‘설마, 레지스탕스와 접촉한 것이 들킨 건 아니겠지? 나.... 뭐 잘못했었나?’


차분한 에드워드와는 달리 기사단일적 버릇이 도진 클로이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레지스탕스와 엮인 것이 문제라면 여왕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체포였겠지만, 그녀는 긴장감에 상식선의 생각들과 점점 멀어져 갔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에드워드가 진정 시키려던 순간.


“...... 여왕 폐하의 손님이신가?”


“그렇습니다, 전하.”


“제국의 빛을 비추시는 별,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바몬 후작가의 소가주, 에드워드 바몬입니다.”


저 멀리서 황족 중에 한 명이 흥미를 가지고 에드워드와 클로이에게 다가왔다. 에드워드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클로이 또한 허겁지겁 예법을 지켜 인사했다.


에드워드가 예측했던 것처럼 단서가 이곳으로 걸어와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단번에 파악했다.


“궁 안에서 그대를 만나니 이리 반가울 수가 없군. 한데 전에 봤을 때보다 조금 마른 듯하네. 무슨 일이 있었나?”


“전하, 이리 깊은 관심을 주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만, 황실의 보살핌 아래 평온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전하께서는 그때보다 장성하신 것 같군요. 제국의 기쁨입니다.”


왠지 시비를 거는 듯한 에드워드의 말투에 클로이는 그를 째려봤다. 어떤 속내를 돌려 말한 것 같았는데, 말 뜻은 몰랐지만 황실 안에서 불손하다 말을 듣기에 딱 좋았다.


역시나 미소를 짓고 있던 황자의 표정이 조금 굳어져 있었다. 그는 곁에 있던 시종들이 떨어지도록 지시한 후, 에드워드에게 좀 더 가까이 갔다.


“여기서는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텐데?”


클로이와는 달리, 황자는 그의 표현을 알아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애송이 티를 벗었다고 비유한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너지? 여왕 폐하께 말씀드려 우리를 부른 게.”


“?!”


한마디도 서로 지지 않으려 으르렁 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클로이는 더욱 당황했다.


‘에드가 황자와도 인연이 있던가?’


“클로이 경도, 오래간만이군.”


에드워드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지 않으려는 것과 더불어 그를 무시하려는 듯 황자는 클로이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상황을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클로이는 우선 예법을 갖춰 황자의 말에 감사를 표했다.


‘이상하다, 내가 부기사단장일 때 마주친 적도 거의 없고, 황자께서 어리셨을 때라 나를 기억하실 리 없으실 텐데.’


“예, 전하. 기사단에서 나간 지 오래되었음에도 한낱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 혹시 안 알려줬어?”


황자의 말에 그제야 에드워드는 자신이 클로이에게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눈치 빠른 황자는 에드워드를 조금 비웃더니, 클로이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인사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브론테 로 포르테, 널리 알려진 내 이름은 잘 알 테지.”


전 부기사단장의 자리에 있었지만, 당시 기사단장의 차별로 황실 업무를 거의 맡지 못했던 클로이조차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여왕 폐하의 셋째 황녀가 낳은 외동 아들. 잘생긴 외모와 바른 몸가짐,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매너로 인해, 현재 귀족 영애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황자였다.


“저 불친절한 이를 대신해 비밀을 하나 알려주자면, 숨겨진 이름이 있다네.”


포르테는 클로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눈을 마주쳤다. 별을 녹여 만든 듯한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자, 어쩐지 최근에 이 금안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던 클로이는 일순간 작게 중얼거렸다.


“..... 레온?”


“정답이야.”


그의 정체를 알게 된 클로이는 입을 뻐끔거렸다. 레지스탕스? 황자가?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통에 그녀가 멈춰버리자, 포르테는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전하, 여왕 폐하께서 손님을 부르십니다.”


“이런, 미안하네 시종장. 내가 너무 오래 손님을 붙잡고 있었군. 마침 대화가 끝났으니 여왕 폐하의 뜻대로 하시게나.”


여왕 폐하를 알현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미 한참 전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시종장이 다가왔다. 굳어버린 클로이를 현실로 돌리기 위해 에드워드가 먼저 포르테에게 목례했고, 클로이도 서둘러 따라 했다.


포르테는 가볍게 손인사를 한 뒤 먼저 자리를 떠났고, 두 사람은 시종장을 따라 여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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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7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8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7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9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0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9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7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0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1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2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0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9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0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9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2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1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2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1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9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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