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236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4.10 22:00
조회
9
추천
0
글자
11쪽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DUMMY



에드워드는 사람들 눈을 피해 서재에 도착했다. 클로이가 침입자를 잡으려다 문을 뜯어버린 탓에 서재의 문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열려 있었다. 백작가에서는 경관들마저 저택을 떠나 외부인이 없어진 후에야 서재를 수리할 예정인 것 같았다.


‘책상을 다 부숴놨군....’


침입자는 은신에 능한가 싶다가도 이렇듯 저돌적인 면모가 있었다. 재능은 있으나 성격이 못 받쳐 주는 건지 에드워드는 잠시 침입자에 대해 추측해 보았다.


좀 더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테라스 쪽에 핏자국을 발견했다. 클로이와 침입자 중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쪽이든 단서가 되기에 그는 망설임 없이 장갑을 벗고 능력을 발동시켰다.


‘흠, 쫓기던 상황이니 어디로 가야 할지를 먼저 떠올렸군. 괜히 클로이에게 고생만 시켰어. 적당히 추적하다 수도로 들어가면 일부로 놓아주고 쉬라고 할걸. 아니, 잠깐만....’


떨어진 피는 침입자의 것이었고, 기억을 모두 엿본 에드워드는 일시적으로 이상한 기시감이 들어 다시 능력을 발동시켰다.


보석에 붉은빛이 돌며 다시금 침입자의 기억이 재생되었고, 에드워드는 그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 잡았으나, 조금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당황했다.


‘이건 클로이에게 확인해 봐야겠어. 직접 칼을 맞댔으니 더 잘 느껴졌을 테지.’


에드워드는 테라스를 내려다보다 근처 숲 안쪽에서 좀 더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서재를 나와 숲으로 향했다. 흔적을 따라가 보니 더 이상의 핏자국은 없었지만, 침입자가 서두른 탓인지 곳곳에 그의 정보들이 남아있었다.


‘발자국, 보폭..... 나뭇가지가 꺾인 모양새를 보니 생각보다 몸이 유연하고 날렵해. 여기서 이쪽 길을 선택하다니 판단력도 좋은 편이군.’


한참 동안 침입자가 남긴 자취를 따라가던 에드워드는 다이닝룸 주변을 확인하려다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루테와 마주쳤다.


“아, 깜짝이야. 너 여기서 또 뭐 하냐?”


“이런, 경감님 밖에 나와 계셨습니까?”


루테는 갑자기 숲 안쪽에서 기척이 느껴지자, 혹시 몰라 피우던 담배를 버렸다. 소동물이길 바랐지만 생각보다 나무 흔들림이 거세기에, 긴장을 잔뜩 한 채 총집에 손을 올리고 경계했다.


이곳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던지라 경감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마주친 것은 에드워드였고, 버려버린 담배가 몹시 아까웠다.


“아 X.... 불 붙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몸에도 안 좋은 거 끊으시죠.”


루테는 가볍게 그의 말을 무시하고 새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어어-? 지금 어디 가냐?”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사건도 다 끝났는데, 확인은 무슨 확인. 안 그래도 물어볼 것도 있었는데 옆으로 와.”


마치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수업에 자주 빠지는 학생을 발견한 것처럼, 루테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경고했고 에드워드는 하는 수 없이 얌전히 그녀의 곁으로 갔다.


“....... 이번 사건, 진심이냐?”


“진심이고 아니고 할 게 뭐가 있습니까. 안타깝더라도 사실을 바꿀 순 없지요.”


루테가 약간의 침묵 끝에 꺼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에드워드는 모른 척 대답했다.


“하.....”


경감은 심란한 듯 담배를 다시 물었다. 어젯밤 백작 부인의 비명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루테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알았지만, 황태자가 진술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받아칠 수 있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미 모든 이들 앞에서 사건은 공표되었고, 사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에드워드에게 의심쩍었던 부분들은 다 질문했으나 번번이 논리에 막혔다.


“경감님도 빨리 돌아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일부러 에드워드는 화제를 돌렸다. 아무리 루테가 추궁할지라도,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엄연히 그녀는 용의자들 중에 한 명이니 혹시라도 유렌가와 연결되어 있다면 이 정보를 넘겨줘서는 안 되었다. 더불어 경감은 원칙을 중시하는지라, 직업적인 사명에서라도 에드워드가 하려는 일을 눈감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 그래, 웬일로 기억을 다 하고 있대?”


“굳이 날짜를 기억하지 않아도 예상되긴 합니다만... 어디서 만나기로 하셨나요?”


루테는 에드워드에게 캐물어보려던 것을 포기하고, 그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수도의 로닌 공원, 산책 좀 하고, 요즘 유행한다는 레스토랑에 갔다가 공연을 보러 갈려고. 오래간만에 수도의 문화를 나도 좀 누려야지.”


에드워드는 반짝반짝 생기가 도는 루테를 바라봤다. 여기 온 내내 루테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것은 내일 일정 때문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조사가 늦어져 약속에 가지 못하게 될까 봐 초조했기 때문이었다.


“몇 달만 이십니까?”


“흠..... 네 달? 아니, 다섯 달 일수도.”


“이번에도 함께 오십니까?”


그가 주어 없이 질문했지만, 루테는 기민하게 알아들었다. 경감의 눈빛에 약간의 쓸쓸함이 어렸다.


“그럼, 이제는 애들이 마냥 어리지 않지만, 그이에게는 아직도 아이처럼 보이겠지. 게다가 수도는 영지와 달리 길이 복잡하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에드워드는 루테가 존경스러웠다. 경감은 남편과 이혼했고, 아이들은 전 남편이 데리고 가 영지에서 돌보고 키웠다.


에드워드도 자세히는 알지 모르지만, 경찰이란 직업 때문에 가족들이 크게 다칠 뻔했고 이로 인해 이혼까지 가게 되었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았다.


심지어 루테는 이혼 이후, 아이들이 자신과 가까이 있으면 다치게 될까 봐 자주 만나지도 않았을뿐더러, 내일처럼 만날 기회가 되었을 때는 변장까지 했다.


‘미치도록 아이가 보고 싶으실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무례인 줄 알기에 에드워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샬럿을 구할 수 있음을 알게 된 후, 그는 불안감과 함께 그리움에 사무쳤다.


죽음으로 인한 2년과 과거로 돌아와서도 몇 달째, 정확한 정보가 모여 샬럿을 구출할 때까지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가끔은 우울감이 몰려왔다.


그 실험실에서 크게 다치지는 않는지,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을지,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에 빠져있지는 않을지 걱정과 함께 아이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해라. 네가 무례하게 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에드워드가 빤히 자신을 바라본 채 입을 열려다 말자, 이를 눈치챈 루테가 먼저 운을 뗐다.


“...... 없습니다.”


표정이 심상치 않았음에도 부정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에 루테는 캐묻는 대신 담배를 껐다.


“그럼 짐 챙겨서 내려와. 점심시간 전에는 여기서 출발할 거야. 아, 그리고 클로이를 만나면 내일 오전에 경찰국으로 와서 도둑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하라 그래. 훔쳐진 것이 없다고 하니 리사 경관한테 대략적인 것들만 말해놓으면 될 거야.”


경감은 클로이가 도둑을 놓쳤으리라 예상하는 것 같았다. 사실상 클로이가 어디 소속도 아니니 놓치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사건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기록을 남겨두는 것은 필요하기에 에드워드에게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클로이가 침입자를 놓치지 않으리라 자신하는 에드워드였지만, 어차피 잡더라도 경관에게 넘길 생각은 없기에 별 다른 말을 더하지 않았다.


순순히 대답하는 에드워드에 의외라고 루테는 생각했으나, 별말 없이 두 사람은 저택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





.

.

.





“으아~~ 이제야 도착했네. 경찰국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


“나 진짜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잖아. 다신 그런 분위기에서 일하기 싫어.”


“다 끝났으니 됐지, 뭘~ 설마 기사단이랑 그렇게 일할 날이 또 있겠어? 정리하고 술 마시러 갈 사람?”


경찰국 앞에 도착한 경관들은 마차에서 짐을 내리며 즐겁게 대화했다. 백작저에서 기사단들이 떠난 순간부터 그들은 들떴지만, 아무래도 백작가 사람들 앞에서는 드러낼 수 없기에 수도로 돌아오자 드디어 숨겨뒀던 감정들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아, 에드워드 경.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리사 경관의 인사를 받은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찰국을 벗어났다. 경감과 경관들은 빨리 정리하고 퇴근할 생각들에 정신이 없어 그는 조용히 나설 수 있었다.


‘클로이가 침입자를 잡았다면 보나 마나 집에 두었겠군.’


자신뿐만 아니라 클로이도 꼬박 밤을 새우고 지금 감시까지 하고 있을 테니 에드워드는 미안함에 걸음이 빨라졌다.


끼릭-


어느새 집에 도착한 에드워드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역시나 클로이는 소파에 편안히 앉아있었다. 살짝 졸기까지 했다가 인기척에 일어난 듯, 눈이 조금 충혈되어 보였다.


“클로이, 괜찮아?”


“앗..... 에드. 미안해!”


클로이는 집으로 들어선 에드워드와 눈이 마주치자 다급히 사과했다. 조는 것을 들켜서 그랬다기보다는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 도둑을 놓쳤어.”


무척 뜻밖의 대답인지라, 에드워드는 멈칫했다. 함께 탐정과 조수로 일하면서 그녀의 실패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흔하지 않았다. 클로이 또한 이 사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분한 듯 더듬더듬 상황을 설명해 갔다.


“사실 쫓는 건 어렵지 않았고, 백작저 안에서는 잡으면 안 된다고 했으니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생포하려 했는데, 골목골목을 너무 잘 알더라고. 그래도 거의 손에 잡힐 듯해서 이젠 진짜 끝이다 싶었는데..”


웅얼웅얼 변명하던 클로이는 억울하다는 듯이 괜스레 옷깃을 만졌다.


“그게, 황궁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침입자가?”


"응, 그 안으로 따라 갈 순 없으니 일단 멈췄다가 주변에서 좀 더 기다려보긴 했는데...1시간이 지나도 빠져나오는 이는 못 봤어."


황실 담을 넘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니었다. 단순 절도에서 반역자로 죄목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사단이 허투루 있는 것이 아니기에 황궁 안으로 들어갔음에도 바로 그들에게 잡히지 않았다면 뭔가 이상했다.


‘황궁의 담을 망설임 없이 넘었다라....’


에드워드는 백작저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겁도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믿을 만한 구석이 있다는 얘기였다. 점점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쌓여가 에드워드의 가설에 힘을 불여 넣었다.


“잘했어, 클로이. 침입자를 잡는 것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정보인데.”


임무를 실패했다는 생각에 처져있던 클로이는 에드워드의 칭찬에 그제야 한결 나아진 표정을 했다.


“조금 쉬었다가 그놈, 찾으러 가자. 널 따돌린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지.”


재밌어졌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는 에드워드에 클로이는 우울했던 기분이 풀리는 것을 넘어 안심했다.


침입자가 누구든 이제 에드워드가 웃어 보인 이상 도망치기는 글렀을 것이라. 잠시 동안의 평안을 마음껏 누리길, 다시 만나면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며 클로이는 주먹을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7) 24.05.08 9 0 12쪽
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7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8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7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9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0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9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7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0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2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0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9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0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9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2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1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2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1 0 11쪽
»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