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291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5.05 22:00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DUMMY




달칵-


펜던트의 줄을 확인한 다음날,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황궁의 어느 방 안에 앉아있었다. 이제껏 들어갔던 황궁의 어떤 공간보다도 고풍스럽고 우아했지만, 묘하게 사람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있어 긴장감을 풀어내기 위해 클로이는 차를 꿀꺽 마셨다.


‘시종과 시녀는 물론이고, 호위 기사들조차 없다니, 이상해....’


고개를 갸웃거리던 클로이는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챘다. 황궁 안, 특히나 황족들의 방 안은 비어있을 틈이 없었다. 방의 주인이 자리를 비운다 할지라도 시종이나 시녀들은 물론이고 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원칙 중에서도 기본에 가까운 일이었으나 두 사람은 시종에 의해 안내를 받고 난 뒤, 말소리는 고사하고 발걸음 하나 들을 수 없었다.


‘기싸움이 대단하시군.’


에드워드는 이 의미를 알아챘다. 이 황궁에서 두 사람정도는 쉽게 고립시킬 수 있다는 권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다만 의도와는 달리 에드워드는 이런 것에 겁먹을 사람이 아니었고, 클로이는 알아듣지 못했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에드워드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렇게 압박해 봤자 범인의 두려움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한 채였다.


똑똑-


드디어 시종이 문을 두드리고는 몇 초 동안 아무 말이 없더니 곧 문이 벌컥 열렸다.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안으로 들어온 이에게 예를 갖추려 했으나, 그는 불필요하다는 듯이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늘 만남을 약속했던 페투스 러셀, 국서였다.


“제국의-”


“되었네. 자리에 앉지.”


누가 황태자의 아버지 아니랄까 봐, 태도가 비슷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국서로서 자리한 만큼 완벽하게 황실의 언어와 사교계의 말투를 구사할 수 있었다.


“폐하께 그대가 바몬 후작가의 소가주인 것을 들었네,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가?”


“소가주의 자리에 오른 지 꽤 되었습니다만,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에 미숙한 점이 많습니다, 전하. 제 부족함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 사죄드립니다.”


국서는 오늘 갑자기 들이닥친 에드워드에 대한 불만을, 소가주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의도 모르냐는 말로 돌려서 표현했다. 참으로 피곤한 화법임에도 에드워드는 싱긋 웃을 뿐, 굳이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았다.


“왜 내게 방문을 요청했는가?”


시종을 통해 어느 정도 얘기를 들었을 텐데도, 국서는 모르는 척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역시나 쉽게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가 아니었기에 에드워드는 시작부터 찬찬히 짚어나가기로 했다.


“저는 며칠 전, 여왕 폐하께 잃어버린 펜던트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펜던트’에 대한 언급이 시작되자 국서는 장갑을 낀 손으로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셈인지 이 방에 들어섰을 때부터 지었던 고고한 표정 그대로였다.


“폐하께서는 잃어버렸다고 말씀 주셨으나, 황실을 전부 수색했음에도 나오지 않았다면 누군가 가져갔다는 가능성 밖에는 없지요.”


국서가 꼬투리를 잡으려 에드워드를 노려보고 있었으므로 그는 표현에 주의했다. 훔쳐갔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시종과 시녀, 기사단까지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발견되지 않았으니, 두 가지 가능성만이 남았습니다. 이미 빼돌려졌거나, 조사를 받지 않은 분들이 펜던트를 가지고 계신 것이지요.”


조사받지 않은 자들, 이는 그만한 권력을 가진 황족을 의미했다.


“저잣거리에서야 절도가 일어나면 돈을 목적으로 하지만, 황궁에서 폐하의 펜던트를 가져갔다면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황태자 전하와 황자, 황녀 전하 모두 그다지 펜던트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시더군요.”


제3 황녀, 카린은 호기심을 갖긴 했으나, 그녀가 펜던트를 가지고 있었다면 할 수 없는 말을 에드워드에게 들려줬기 때문에 논외였다.


“성인식을 치루신지 얼마 되지 않은 황자, 황녀 전하께서는 이 펜던트의 존재조차 모르실 겁니다.”


황태자와 길버트 황자, 카린 황녀의 자식들은 한 번도 펜던트를 본적조차 없을 것이 분명했다. 여왕이 가장 아끼는 손자인 포르테조차 펜던트의 존재를 이 소동 때문에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후보들을 제하고 나면 남는 이는 눈앞에 앉아 있는 한 명뿐이었으나, 에드워드는 범인을 지목하는 대신 느긋하게 설명을 더해갔다.


“아, 펜던트의 체인에 대한 설명을 놓쳤군요. 겉보기에는 단순히 관리가 잘 되어있는 목걸이 줄입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후크 쪽에 작은 얼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국서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별다른 표정 변화가 있지 않았다. 의자의 팔걸이에 손을 올린 채 더해보라는 듯이 때때로 두 번째 손가락을 까닥였다.


“추측컨대, 펜던트를 보석함에서 가져가려던 도중 우연찮게 열려있던 후크에 보석함의 벨벳이 걸렸을 겁니다. 처음에는 이를 빼보려 했겠지만, 급한 마음에 쉽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손가락을 다칠 정도로 말입니다.”


어젯밤 펜던트를 만졌을 때 에드워드가 보았던 기억이었다. 분노로 점철된 국서의 얼굴과 홧김에 던져진 보석함과 펜던트까지 에드워드는 모두 알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자를 황궁으로 들이셨습니다. 폐하.’


국서 또한 여왕처럼 그의 능력에 감탄했으나, 순수한 감정이라기보다는 못마땅함이 섞여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보석함은 바닥에 떨어졌고 그 충격에 펜던트와 보석함, 체인이 각각 분리되었을 겁니다. 그중 펜던트를 누군가 가져간 것이지요.”


톡-


에드워드는 가져온 보석함을 열어 제자리로 돌아간 펜던트를 국서 앞에 내보였다. 설명을 듣는 내내 침착함을 유지한 국서였지만, 펜던트를 향한 증오 가득한 시선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전하, 참으로 충성스러운 시종을 두셨더군요.”


두 사람은 입궁하자마자, 국서의 가장 가까운 시종을 찾았다.


에드워드를 마주친 순간 시종은 꽤나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경계했고, 이러한 태도는 자신이 펜던트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몇 가지 채 묻지도 않았는데 시종이 바쁘다며 도망치려 하자, 에드워드는 쐐기를 박았다.


‘여왕 폐하께 페투스 공의 방 안에 펜던트가 있다고 전달드릴까요?’


확신에 가득 찬 에드워드의 물음에 시종은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가 결심한 듯 실토했다.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잘못된 줄 알면서도 펜던트를 훔쳤다, 감히 용서를 빌 수조차 없는 일임을 알기에 처벌을 해달라고 말하며, 시종은 무릎을 꿇었다.


에드워드는 펜던트를 받고는 국서를 뵙게 해달라고 말했고, 시종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고집을 부렸다.


‘지금 전하를 뵙게 해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아까 말씀드린 것과 똑같이 여왕 폐하께 말씀드릴 것입니다.’


결국 강경한 에드워드의 반응에 시종은 국서에게 상황을 전달했고,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고자 국서는 두 사람을 방 안에 먼저 들여보내 방치했다. 이것이 대략 2시간 전의 일이었다.


“가서 여왕 폐하께 말씀드리게. 마침내 도둑을 잡아 그토록 원하시던 펜던트를 찾았다고 말이야.”


모든 것을 에드워드가 알고 있다고 짐작한 국서는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아끼는 시종을 도둑으로 몰던, 자신을 도둑으로 만들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전하, 제가 폐하께 바로 가지 않고 먼저 만남을 요청드린 것은 오해를 풀고자 함이었습니다.”


“오해? 무엇에 대해 말인가? 자네에 대해 내가 곡해하고 있는 부분이라도 있나?”


국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자신에게 거래를 제안할 요령이라면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는 에드워드에게 쏘아붙였다. 에드워드는 잠시 시선을 찻잔에 두었다가 국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펜던트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것이 있습니다.”


“..... 감히 나를 능멸하려는 게냐?”


전에 없던 차가운 목소리에 방안이 얼어붙었다. 국서는 에드워드가 펜던트에 담긴 여왕과 기사의 사랑에 대해 떠들려는 것인가 싶어 깊은 분노를 표했다.


“전하께서 생각하신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하-! 끝까지 제 주장이 맞다 우기는 구나. 고작 며칠 황궁에 있던 자가 무엇을 안다고!”


분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른 국서는 에드워드를 노려보며 거친 숨을 뱉었다. 연세가 있으신 터라 숨을 고르는데도 한참이 걸렸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그는 안정을 찾았다.


국서는 얼굴 전체를 손으로 쓸어내리더니 답답한 듯 신경질적으로 장갑을 벗어던졌다. 역시나 손가락 끝에 작은 붕대가 감겨있었는데, 국서는 상처가 난 부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무언가를 내려놓듯 한숨을 쉬었다.


“폐하께서 어딘가 아파 보이시지, 안 그런가?”


이 와중에도 국서는 에드워드를 떠보듯 물었다. 에드워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며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조금 피곤해 보이시는 듯합니다.”


“맞네, 최근 계속 잠을 설치셨지. 왜 그러실 것 같나.”


잘 모르겠다는 듯 에드워드가 고개를 젓자 국서는 낮게 으르렁거리듯 대답했다.


“감히 호위 기사가 주제를 모르고 폐하의 꿈에 나타나 잠을 방해하기 때문일세. 녹스, 그 자가 죽어서까지 내 발목을 잡는군.”


여왕의 꿈에 녹스가 나온다는 것은 에드워드도 예측하지 못했다. 다만 그 정보가 에드워드의 추측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는 아니었다.


“폐하께서 생전에 아끼셨던 호위기사가 있던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펜던트가 그의 것인지, 게다가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신지라 그가 죽기 직전의 꿈을 꾸시는 것을 몰랐지.”


국서의 말투가 다시 거칠어지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들을 그는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두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폐하께서 한 때 다른 이를 사랑하셨다 한들 상관없었다. 지금 곁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나뿐이니! 그러나... 망령 따위와 겨뤄야 할 줄은 몰랐구나.’


마지막 진심은 신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기에 국서는 어그러진 말을 대신 읊었다.


“이것 외에 내가 모르는 것이 더 있더냐?”


대답 대신 에드워드는 조용히 보석함을 위에 있는 펜던트를 집었다. 톡, 하는 작은 금속 소리와 함께 펜던트는 쉽게 열렸고, 카린 황녀의 말대로 여왕의 소녀시절 모습의 사진이 있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진을 고정하는 틀을 넘긴 뒤 조심스럽게 펜던트에서 사진을 꺼냈다.


팔랑-


사진을 뒤집자, 옆에 있던 클로이가 당황한 나머지 숨을 삼켰다. 여왕의 사진 뒷면에는 ‘I love you’란 작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클로이는 그 글씨체의 주인을 바로 알아봤다. 기록실에서 봤던 독특한 글씨체, 바로 녹스가 남긴 문장이었다.


“전하, 여왕 폐하께서는 이 글을 모르십니다.”


에드워드의 말에 국서는 잠시 행동을 멈추었으나 곧,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7) 24.05.08 9 0 12쪽
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8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8 0 11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8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9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8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9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0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0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9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0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