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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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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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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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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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병대. 전설의 시작 4

DUMMY

“휴, 이놈의 날파리들.. 징한 새끼들...”


뒷좌석에서 부관이 잠꼬대하듯이 중얼댄다. 전방을 바라보는 김석배 중령의 표정은 딱딱해져있다.


오늘 아침에야 끝난 진전면의 전투, 김석배는 아직 부대를 추스리지도 못했다.

분명 약속한건 오늘 아침까지 버티는거였지만 사령부에선 당분간 계속 임무를 수행하라고 했으니..


지금 향하는곳은 진동의 태봉리, 정찰기를 통해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적은 도로가 보이는 언덕에 이미 진지를 구축했다고한다.


“여러차례 폭격했지만 별 도움이 못된것 같습니다.”


늘 환한 미소를 보여줬던 미국 청년이 꽤죄죄해진 몰골로 어깨를 으쓱한다. 괜시리 미안한 모양이지만 어쩔수없는 일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쉬운 전투를 했다고..


“여기는 고지를 먼저 선점하는게 중요하다.”


“뒷산이 있습니까?”


“그래. 적 진지 바로 뒷산의 높은 고지를 선점해야 아래를 향해 공격할수 있다. 놈들이 눈치채기전에 먼저 올라야한다.”


지도를 가리키는 김석배 중령, 역시 지역출신이라더니 지리에 파삭하다.

적은 도로에만 집중할뿐, 뒷산의 고지는 신경쓸 겨를이 없다.


폭격기가 다시 나타나 진지에 육중한 폭탄을 떨구는 사이 해병대는 빠른 속도로 뒷산 고지에 올랐다.

아래로 포탄이 터지는 사이사이에 놈들의 참호가 보인다.


거참 폭탄 한번 시원하게 터지네..


“다들 전신차려라!! 이제 곧 폭격이 멈출것이다. 놈들이 재정비하기 전에 빠르게 기습해서 고지를 탈환한다.”


잠시후 포격이 멈추자 해병대가 포연이 채 가시지않는 아래 언덕을 향해 쏜살같이 돌진해갔다. 그리고 또다시 벌어진 육박전.


인민군은 더는 버티기 힘들었는지 도로 너머 남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자 이를 놓치지않고 헤일 대위가 수화기를 들었다. 미 함선에서 날아온 포탄이 남쪽을 불바다로 만든건 덤이었다.


이로서 후방 보급선을 점거했던 적은 퇴치했지만..


"또 새로운 임무입니까?"


민요한의 투덜거림처럼 해병대의 열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전면 서북산.


진 3면에서 가장 큰 서북산은 함양과 진 3면 방어라인의 중심이 되는 산이다. 진주로 뻗은 2번국도를 감제할 전략적 요충지일뿐 아니라 지금 함양의 미 25사단과 진동에 주둔한 부대들의 연결통로이기도 하다.


이런 서북산을 인민군이 기습적으로 점령했다면 미 25사단의 바로 턱밑에서 적이 총구를 들이내밀고 있다는 소리였으니.


“챔프 연대는 서북산을 탈환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단이 적에게 고립된다.”


킨 사단장은 함양의 미 25사단 중 챔프 대령의 연대에게 남쪽의 서북산을 공격하게 명령했다.

챔프연대와 서북산과의 끔찍한 인연이 시작이었다.


향후 낙동강 방어전 두달 동안 챔프연대는 서북산에서 19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혈투를 벌이며 1천명의 전사자를 내게된다.

서북산이 네이팜 산이요 갓데미(got damn it)산으로 불리는 이유였다.


미래를 어떻게 알겠는가. 보무도 당당히 서북산에 도착한 캠프연대는 새벽부터 화력을 앞세운 맹렬한 공격으로 서북산을 압박했다.

하지만 산봉우리를 차지한 독살부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으니, 끔찍해질 서북산 전투의 초장부터 팽팽히 맞서는 두부대였다.


이날 오후 1시. 서북산 남쪽 2번국도에서 산비탈과 계곡을 관통하며 기나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

역시나 김석배 해병대.


“대대장님. 정말로 능선을 따라 거기까지 가야 합니까? 우리 해병대 아닙니까?”


산에 오른지 이제 한시간 지났지만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치며 민요한 소위가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아니 어째 바다는 구경도 한번 못해보고 계속 산으로만 싸우러 다니지 않습니까. 이름을 산악대로 바꿔야 하는거 아닙니까?”


한여름 한낮 30도가 넘어가는 불볕더위 아닌가. 그럼에도 도로에서 연결된 능선을 타고 서북산까지 수십 킬로를 걸으라고 명령하다니..


“당연하다. 지금 미군이 서북산을 공격하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다.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나.”


“그건 알지만 대원들이 싸우기도전에 쓰러질까봐 그렇습니다.”


“우린 해병대다. 이까짓 행군으로 쓰러지면 수치 아니냐.”


“그렇긴 합니다만 해병대가 아닌 군인은 어떡합니까?”


“응?”


김석배가 무슨 소리냐는듯이 쳐다보자 민요한이 눈짓으로 뒤에 군인을 가리킨다.

거기엔 조그마한 체구의 헤일 대위가 얼굴이 샛노랗게 변한채 곧 쓰러질듯이 겨우 따라오고 있었다.


“하긴 그렇군. 어쩔수없다. 부관.”


“네?”


“저러다 쓰러지겠다. 자네가 업게.”


“네?”


“네가 제일 생생하지 않냐. 왜 내가 업을까?”


“아. 이닙니다.”


“그래, 나중에 교대해 줄테니 솔선해서 먼저 업도록.”


“하..”


니미...

민요한이 헤일을 등에 업었다. 그래 한시간만 어떻게 버텨보자.

그렇게 해병대는 몇시간이나 수통 하나만 의지한채 산능선을 따라 전진해,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서북산 남쪽에 도착했다.


아. 디지겠다.

민요한이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길게 쉴 시간이 없다. 각 중대장은 부대를 추스르도록. 곧 전투가 시작될것이다.”


하긴, 지금도 북쪽 기슭엔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으니.. 김석배의 명령에 민요한이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 세운다.


몇시간 후.


“x팔, 미군은 언제 기어 나온다는거야?”


서북산 정상에 누운채 화약이 잔뜩 묻은 땀을 닦아내며 민요한이 하늘에 대고 욕지거리다.

도대체 미 해병과 전투여단은 언제까지 진동에서 꾸물댈건가.


“니미, 지리를 잘아는게 좋은것만은 아니네.”


민요한이 한탄하는것처럼 이번 작전 역시 대대장이 지리를 잘알기에 계획한 일이었으니..

아무리 그래도 찌는듯한 더위에 반나절이나 능선을 태우더니, 곧바로 전투에 들어가 또 반나절 혈투를 벌였다.


아~~ 정말 무모한 인간 같으니라고..


대원 대부분이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어 시체들 옆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있다.

탈진 안되는게 용하지.


김석배 해병대는 탈환한 서북산을 챔프연대에 인계하고 마산으로 철수했다.


....


“대장 동지. 적 부대가 마산에 집결하고 있슴네다.”


참모의 보고를 못들었는지 지도를 보던 표자양 대좌가 빳빳하게 굳은채 미동도 없다.


지금 북쪽에 새로 주둔한 미군을 이권무 동지와 협력하며 끊임없이 공격했음에도 여의치가 않은판에, 진 3면에서 국군 대대병력에 번번이 진출이 좌절되고 있다니..


“간나 새끼들..”


지도를 뚫을듯이 노려보던 표자양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대장의 분노, 한여름임에도 서늘한 냉기가 목덜미를 쭈삣 세우자 참모들이 흠짓 긴장한다.


“그깟 국군놈들이야 어렵지 않디.”


표자양의 눈이 매섭게 변하고있다.


“하지만..”


잔뜩 긴장시킨 어금니 근육 때문인지 말이 이어지지 못한다.


문제는 놈들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부대가 좀 모인다 싶으면 여지없이 어디선가 불벼락이 떨어지지 않는가.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최강이라는건 세살배기도 다아는 사실이지만 표자양은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지깟 놈들이 최강의 화력을 가졌다한들 후방에서 날아오는 포탄이야 얼마든지 상대해줄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중국 국민당놈들이 우월한 화력을 가졌음에도 후방기습으로 질리도록 괴멸시키지 않았나.


그러나.. 빌어먹을 양키놈들..

지금처럼 하늘과 바다에서 날아오는 포탄을 무슨수로 막는다는 말인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데서 오는 화력은 벼락과 같은 자연재해와 무엇이 다를까.


진천부 동지는 자연재해를 맞닥뜨려도 이길수 있는가?

여기에 마산에 전투병력까지 증원되고 있다면 아무리 사령관 동지라해도 쉬울리가 없질않나.


“동무들..”


높낮이 없이 낮게 깔린 목소리에 참모들이 새삼 긴장한다.


“무신짓을 하든 적의 화력을 깎아내지 않으면 안되는기야.”


놈들의 화력에 대책이 필요하다. 다 아는 사실임에도 번번히 당하고 있는건 뽀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모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대장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2대대는 어디에 있는기야?”


“막 통영에 진입했습네다.”


독살연대는 마산으로 진격을 시작할때 남쪽 고성으로도 부대를 보냈었다.


“배를 모으도록 하라!! 거제도를 기습하는기야.”


작전의 목표는 단순하다.


진해 항구의 함대.

김해 비행장의 전투기.


진동지가 오기전에 거제도를 발판으로 삼아 놈들의 기지를 기습해 화력을 박살내야한다.

어떡하든지...


.....



“사단장님!! 적 대대가 통영에 나타났다는 보곱니다.”


길 대령이 급하게 들어와 보고한다.

그동안 진동면에 있던 주력부대의 재편도 끝나가고 후방에서 지원할 포병부대의 합류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정말 끈질긴 놈들이야. 끊임없이 후방을 노리고 있군.”


지도에서 통영을 확인한 킨이 말한다.


“한국 해병대에 연락해서 놈들을 막게 하라.”


명령을 내린 킨 소장이 갑자기 피식 웃자, 길 대령이 나가려다 말고 어리둥절하게 쳐다본다.


“어이가 없군. 수만의 미군이 전력을 완비하고 있지만 아직도 후방의 일을 일개 한국군에게 의존하고 있다니.”


“그렇습니다만 저들은 임무에 실패한적이 없으니 당연한것 아닙니까?”


“그래. 그렇지. 확실히 놀라운 부대야. 명령한다면 귀신이라도 잡을 기세 아닌가. 이렇게 신뢰가 가는 부대가 한국에 있다니 생각도 못할 일이다.”


킨의 자조섞인 한숨은 점차 김석배 해병대에 대한 탄성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좀 해병대다운 작전을 받은것 같습니다.”


통영으로 가는 군함위에서 민요한 소위가 웃으며 말한다.


그날 귀신도 잡는다는 애칭이 붙은 해병대가 통영에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그리고 두배나 되는 적을 소탕했다는 보고가 킨 소장에게 다시 올라온다.





작가의말

김석배 해병대의 열일은 낙동강 전투내내 이어졌고, 나중에 인천 상륙작전에도 미 해병대 일원으로 참전합니다.

한국 해병대의 시작이 이렇게 화려했습니다. 주변 해병 여러분들이 자부심을 가질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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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국가를 구하는 부대기동 1 24.09.15 22 0 10쪽
143 발등의 불 24.09.14 21 0 10쪽
142 낙동강전투 서막, 채학산의 죽음. 24.09.13 21 0 10쪽
141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2 24.09.12 20 0 10쪽
140 워커, 필사의 각오를 밝히다 1 24.09.11 21 0 10쪽
139 화령장전투, 사상 첫 한미연합작전 24.09.10 21 0 10쪽
138 화령장 전투. 결국 독침을 막은건 국민이었다 24.09.09 23 0 10쪽
137 화령장전투 , 독침 살갗을 파고들다 24.09.08 23 0 10쪽
136 미원전투, 워커와의 첫만남 24.09.07 25 0 10쪽
135 미8군사령관 워커, 드디어 한국으로 넘어오다 24.09.06 21 0 10쪽
134 음성전투. 계속 날아가는 독침 24.09.05 27 0 10쪽
133 음성전투, 덫을 놓다 24.09.04 26 0 9쪽
132 동락전투, 국군 최초의 승전보 24.09.03 30 0 9쪽
131 동락전투, 전쟁중에도 애기는 생기는 법 24.09.02 29 0 10쪽
130 동락전투, 바우연대 24.09.01 31 0 9쪽
129 지연전 시작되다 24.08.31 30 0 9쪽
128 독침 하나, 인민 15사단 24.08.30 32 0 9쪽
127 무정, 독침 두개를 쏘다. 24.08.29 28 0 9쪽
126 인민 2군단장 무정 2 24.08.28 32 1 9쪽
125 인민 2군단장 무정 1 24.08.27 32 1 9쪽
124 스미스 특임대, 미국 참전의 신호탄 24.08.26 33 1 8쪽
123 풍덕천 전투, 희망의 불씨는 이어지고.. 24.08.25 31 1 9쪽
122 한강방어선, 무너지다 24.08.24 3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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