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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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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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칠성검진

DUMMY

한밤중에 달빛을 따라 소이산의 산길을 넘어가는 한무리의 흑의인들이 있다.


약 백여 명으로 구성된 검은 묵검을 찬 흑의인들 앞에는 유독 은검을 찬 복면인이 대장인 듯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은검을 찬 대장이 나직하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 이곳 정상에서 내려가기만 하면 소이파다. 한시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공격을 한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칼칼한 목소리가 어둠에 둘러싸인 숲 속에서 흘러 나왔다.


"휴식은 휴식인데 영원한 휴식이어야 할 것이다."



흠칫하며 놀라는 마교 무리들 주변으로 백여 명이 넘는 무당파와 개방의 고수들을 비롯해 수십 명의 무림맹 고수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마교를 완전히 포위하자 무당파 장문인 상관청은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칠성검진을 펼쳐라 "



그러자 옆에 있는 개방방주 독고명은


"개방은 후방에 구구 타구봉진을 형성해 도망가는 자를 척살하라"


무림맹이 흑검대를 포위하여 진법을 펼치자 대장인 은검수는 무림의 포위망을 훑어본 다음 명령을 내렸다.


"일조부터 칠조는 칠성검진을 펼쳐 무당과 우리 사이에 누가 더 쎈지 비교해 보고 팔 조부터 십 조는 우리의 삼행진으로 저 거지들의 몽둥이를 부셔버려라 ."





소이산의 정상.


달빛을 받은 두 무리가 휘두르는 검날의 한쪽은 하얗게 빛이 났고 반대쪽 어둠에 쌓인 검날은 피에 굶주린 아귀의 이빨 같았다.


소이산의 무당과 마교의 대결은 묘하게 흘러갔다. 마치 동문 수학하는 사형제가 대결을 하듯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진식이 갖는 이점은 서로가 발휘할 수가 없었다.


진식의 운용은 무당파가 앞섰으나 개개인의 무공수위는 마교가 높았다.


마교가 펼치는 자신들의 독문비기인 칠성검진을 본 산관청은 기가 막혔다. 칠성검진은 검보는 물론이고 수년간의 조직적 훈련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마교의 손에서 펼쳐진다는 것은 자기와 같은 배분의 동문이 그들을 지도해야 가능하다. 이런 황당한 상황속에서 시간이 지나자 내력이 부족한 무당파가 밀리기 시작했다. 검진은 한쪽이 무너지면 급격하게 나머지도 무너진다.


상관청은 다급하게 검을 뽑아 마교가 펼친 진법의 선두를 향해 쏘아 갔다.


그러자 은검수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상관청을 맞이했다. 전장은 검진대 검진의 싸움에서 상관청과 은검수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모든 눈은 그들의 싸움으로 집중되어 사방에 적막감이 들였다. 상관청은 무당파의 절기인 태극검을 펼치기 시작했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느림으로 빠름을 제압한다는 태극검을 향해 은검수도 마치 이미 검결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그 또한 강함과 빠름을 과시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았다.


수십 초의 싸움이 계속되자 상관청은 태극 검의 최후의 초식인 태극섬을 시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까지 부드럽고 느리게 운영된 초식은 어쩌면 마지막 이 한 초식을 위한 허초 일지도 모를 만큼 태극섬은 빠르고 강했다.


처음에는 서서히 회전하면서 부드러운 검초를 발휘하며 은검수에 접근했다. 상관청은 자신 있는 거리만큼 가까워지자 한 순간 그의 검은 빗살처럼 은검수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그 순간 은검수의 몸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나며 칼끝을 단순하게 쭉 뻗었다. 산관청의 칼은 은검수의 몸을 통과해 검날의 절반 가까이 삐져나왔다.


그러나 그 칼에는 피가 묻지 않았다. 단지 은검수의 겨드랑이에 끼어 대롱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은검수의 칼끝은 상관청의 복부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상관청은 부릅뜬 두 눈으로 더듬거렸다.


"너는 사제 위진환이구나! 죽은 줄 알았었는데 .."


그러자 은검수는 복면을 걷어 올리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사형, 만나자 이별이군요." 하며 칼을 쑥 뽑았다.


칼이 뽑힌 복부에서 솟구친 피가 상관청의 부릅뜬 두 눈 위에 쏟아지자 사방에 짙게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 순간 마교는 은검수의 승리에 환호했고 무당파는 장문인의 죽음에 좌절했다.


은검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검강을 휘두르며 무당파의 칠성 검진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무너진 칠성검진을 뚫고 들어간 흑검대의 검이 춤을 추자 무당파를 비롯한 무림맹의 고수들이 아귀의 이빨에 물어 뜯겨 하나 둘씩 흙 바닥에 머리를 처박기 시작했다.


달빛 속에서 번쩍이는 칼날은 떼를 지어 반짝이는 반딧불이 처럼 아름다웠지만 칼끝에 묻어나는 피는 그저 한과 서러움 뿐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한시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을 당할 것이 뻔했다.


그 순간 하얀 백학들이 푸른 초원에 내려앉듯 수십 명이 하얀 무복을 펄럭이며 흑검대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흑검대가 내뿜는 검강이 한 장이라면 그들은 삼 장에 이르는 검강으로 흑검대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너무 놀라 토끼처럼 튀어 나온 눈을 하고 있는 은검수 앞에 장대한 무골을 지닌 노인이 달빛에 번쩍이는 은색 수염을 휘날리며 내려섰다. 그는 이 장로였다.


그는 꾸짖듯 말했다.


"아이야, 사문을 배신하고 편안히 죽기를 바라지는 않겠지. 네가 스스로 한 팔을 자른다면 깨끗하게 죽여주마."


은검수는 자신의 앞에 있는 노인의 기도를 보는 순간 이제껏 흑운교를 위한 고집스러운 삶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최대한 진기를 끌어 모아 아직 미숙하지만 자신의 최고 절기인 어검술을 펼쳐 노인을 향해 칼을 날렸다.


그리고는 쏜살같이 신형을 뽑아 숲 속을 향해 줄행랑을 놓으려 했다.


몸을 돌려 신형을 허공으로 뽑으려는 순간 그 자신이 펼친 어검술의 칼이 눈앞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가 비탄에 가득찬 탄식을 내 뱉자 자신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가며 부르는 망혼가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검날은 네 번 흔들렸다.


첫 번째는 왼팔을 두 번째는 오른팔을 세 번째는 왼쪽다리를 마지막은 오른쪽 다리를 잘랐다.


은검수의 죽음과 함께 싸움도 끝났다.


무림맹의 무인들은 자신들을 구해준 사람들의 정체도 모른 채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 때 이 장로는 백발을 흩날리며 개방 방주 독고명 앞에 다가갔다.


"네 놈이 개방 방주냐?"


이 장로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한 안광과 초절정 무공에 잔뜩 위축이 된 독고명은


"예! 그렇습니다.!"


하며 울먹이는 아이처럼 대답을 했다.


"네놈이 벽황산에서 우리 현무성을 불태운 죄를 알겠느냐? 조만간 성주님이 널 찾을 것이다."



독고명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자신의 팔다리가 조금 전의 은검수처럼 잘린 듯 오른팔을 들어 왼팔을 만졌다.


전신의 맥이 빠졌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소변이 찔끔거렸다.





@ @ @ @ @



마교 총단. 깊숙한 곳에서 탁자가 부서졌다. 소교주는 분통이 터졌다.


"아니 우리 흑검대가 모두 전멸했다는 게 사실인가? 마뇌?"


마뇌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습니다!" 라고 짧게 대답했다.


마뇌의 표정은 어두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들에게 그런 힘이 있었던가?'


방안을 서성대며 씩씩거리는 나이 어린 소교주를 향해 마뇌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남쪽으로 간 줄 알았던 무림맹의 고수들이 비밀리에 돌아와 협공을 가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움직임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두시진 거리로 접근할 것까지 예측하였습니다. 아마 이 모든 계획은 죽어가는 남궁화의 솜씨 같습니다.


심지어 지금 남궁세가는 힘의 빈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무창 도호부의 황군 오백 명이 남궁세가 주변을 에워싸고 호위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무림은 황궁을 적대시 않는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죠."



마뇌는 마른 침을 삼킨 후 말을 이어갔다.


"각파에 스며든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이번 전투에서 무림맹도 모르게 현무성이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무림맹이 벽황산에서 현무성을 불태웠는데 그들을 도와준다는 것은 적의 적은 친구라는 것처럼

그들보다 우리를 제일의 적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대업을 이루기에는 힘이 절대 부족합니다. 우리도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교주님이 황궁의 내관을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교주님의 의중은 어떠신지요?"



소교주는 침울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버님의 생각은 나도 모르겠다. 내관을 만나고 오신 후 섭혼술 시전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계시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마뇌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연 흑운교의 이 백년 숙원은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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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출생의 비밀 (2부 9화) 24.07.14 111 2 9쪽
45 남궁세가의 수난 (2부 8화) 24.07.13 113 2 8쪽
44 대탈출 (2부 7화) 24.07.10 114 2 8쪽
43 피의 서곡 (2부 6화) 24.07.07 124 2 7쪽
42 남궁세가 (2부 5화) 24.07.06 129 2 10쪽
41 난세의 시작 (2부 4화) +1 24.07.05 154 3 9쪽
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5 2 10쪽
39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4 2 9쪽
38 다시도는 수레바퀴 (2부 1화) +2 24.06.28 189 3 10쪽
37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24.06.28 156 3 10쪽
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9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8 3 12쪽
34 섭혼술 24.06.22 166 3 9쪽
33 마교 교주와의 만남 24.06.20 161 3 11쪽
32 흑운교의 비밀 24.06.18 168 4 7쪽
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80 4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6 4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73 4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6 4 8쪽
27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82 4 7쪽
26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5 4 8쪽
25 사막의 모래폭풍 24.06.06 177 4 8쪽
24 사막의 별 24.06.05 178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5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8 4 10쪽
» 칠성검진 24.06.01 208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8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8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5 5 9쪽
17 해남파 24.05.24 22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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