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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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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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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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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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DUMMY

원각사는 내시들의 감옥이기는 했으나 또한 환락의 장소였다. 술과 아편, 도박과 남색으로 삶의 의미를 상실한 내시들이 지옥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천국의 계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수모와 모멸의 삶을 끊기 위해 수십 년간 그들만의 독특한 무공을 수련한 최강의 전사 집단이 되었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 자신들을 더러운 가축처럼 대하며 천대와 손가락질을 했던 이들에게 복수를 할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학대한 놈들을 무릎으로 기게 하고 생사를 공깃 돌 다루듯 쥐락펴락하며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을 휘두를수 있는 그런 날을 이제 눈앞에 둔 것이다.



그들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네놈들을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네놈들의 딸과 마누라로 하여금 내 허전한 아랫도리를 핥게 만들리라!!'


민혁은 원각사를 3중으로 포위했다.


쥐새끼 한 마리도 내보내지 않게 하고 인명의 희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신과 서연 그리고 각성의 장로들이 앞장서고 그 뒤는 각 성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2진이 따르며 3진은 도망가는 자들을 주살하기로 했다.


민혁은 그 동안 참고 또 참았던 원한 가득한 사자후를 내뿜으며 원각사로 날아들었다.


원각사 안으로 날아든 민혁이 땅에 내려서려는 순간 땅가죽이 들썩이며 칼날이 솟구쳤다. 칼날과 함께 사방에서 암기가 무차별로 쏟아졌다.


살수들의 은둔술이었다.


옷자락이 찢어진 채 다시 솟구친 민혁과 서연이 천지 합일 신공을 땅을 향해 후려치자 땅속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뒤 따르던 태상장로가 소리 쳤다.


"땅속에 매복이 있다!!!!  조심해라!"


그 소리에 땅바닥에 장력이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민혁이 주변을 살펴보니 상당수의 현무와  봉황의 고수들이 팔 다리가 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어느 정도 주변을 정리하고 원각사 대전으로 향하려는 순간 이번에는 안개가 순식간에 짙어 지며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군웅들은 날아드는 검기와 암기에 속절없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민혁은 순간적으로 이것은 벽황산에서 본적이 있는 연무미혼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민혁이 소리쳤다.


"열화장을 사용하라!!!"


현무성의 고수들이 열화장을 펼치고 봉황성과 빙궁이 극음지기를 내뿜자 안개가 태워지고 얼려져 순식간에 사라지며 마당의 전경이 드러났다.


수 십구의 현무와 봉황의 고수들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민혁은 이를 부드득 갈며 앞을 노려보았다.


대전 앞에는 삼백 명이 넘는 음양사 고수들과  극락전  살수들이 여러 겹을 이루고 늘어서 있었다.


뒤쪽에서 형세를 살피던 극락전 부전주 갈청이 전주에게 전음을 보냈다.


<<현무성 성주 놈이 살아있습니다. 벽황산의 의뢰는 전주님 말씀대로 함정이었습니다. 저 놈이 살아 있어서 우리의 ‘지중도진’과 ‘연무미혼진’이 너무 쉽게 무너졌습니다.


전주님께서는 비밀통로로 탈출하시어 훗날을 도모해 주십시오. 천 년을 내려온 극락전을 여기서 끝낼 수는 없습니다.>>


극락전 전주 독고성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이번 거사는 실패네...  하지만 복수는 꼭 할 것이니.. 우리는 다음 생에 만나세!>> 하며 뒤돌아서 내전으로 향했다.



민혁은 무리지어 서있는 환관들을 보자 복수의 불길이 더욱 더 활활 타올랐다. 십이성의 천지합일 신공에는 자비와 연민이라는 초식은 애초에 없었다.  닥치는 대로 후려갈겨 자르고, 부수고, 터트리며 짓쳐 들어갔다.


환관들도 만만치 않게  자신들의 무공인 음양수로 저항했지만 팔 갑자의 내공과 현무와 봉황이 창조한 천지 합일 신공을 내시들이 감당할 수는 없었다.


단 일장도 버티지 못하고 썩은 가죽 북처럼 터져 나갔다.


함정에서 벗어나 마음껏 무공을 발휘하게 된 전사들도 형제들의 복수를 위해 미친 듯이 돌진했다. 사방에서 지르는 내시들의 비명 소리는 여름날 매미들의 합창 같았다.


그 소리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잡종들의 마지막 단말마였다. 겹겹이 처져 있는 그들의 진세는 현무와 봉황의 화려한 비상 앞에 겨울날 눈발처럼 산산이 흩어져갔다.


특히 북해 빙궁의 음공은 무시무시했다. 오랜 세월 빙정으로부터 흡수한 정기가 만든 푸른색의 빙정은 비수가 되어 음양사의 음기를 뚫고 몸에 박혔다. 박히는 순간 그들의 육신은 하얗게 변해 발에 밟힌 눈사람처럼 부서졌다.


민혁은 사방에서 터지는 비명과 피 안개를 뒤로 하고 내 당 깊숙한 곳으로 쳐들어갔다. 감히 막아 설 자가 없었고 막아 설 수도 없었다.


내실을 호위하고 있던 두 명의 내관들을 비명조차 지를 틈도 없게 무풍지로 황천으로 보낸 후 방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교 교주는 이미 마인이 된 듯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요화공주는 옷이 벗겨진 채로 실신해 있었다.


장 내관은 이렇게 빨리 쳐들어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듯 당황한 표정으로 민혁을 쳐다보았다. 그것도 잠시..., 교활한 눈에서 민혁을 향해 푸른빛의 안광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민혁의 귀를 지나 뇌 속으로 파고드는 소리가 들렸다.


<멈추어라!>


민혁은 '피식' 웃었다.


장 내관에게 다가가 그의 혈도를 짚으며 말했다.


"그까짓 일성도 안 되는 섭혼술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


민혁의 냉소를 본 장 내관은 깊은 좌절의 탄식이 흘러 나왔다.


어린 나이에 황궁에 들어와 무릎으로 기어 다니며 사십년간 그들 앞에서 고개 한번 쳐들지도 못했다.


이제 내일이면 기나긴 굴종의 세월을 끝내고 화려한 보상을 받을 수가 있는데 여기서 끝이라니 분통하고 억울했다.


절망으로 가득 찬 눈동자로 민혁을 바라보는 순간 민혁의 눈에서 나온 푸른빛이 줄기줄기 장 내관의 뇌를 파고들었다.


그 뇌 속에서 천둥이 치 듯 항거 못 할 소리가 울렸다.


"너는 누구냐!!!?"


"황궁에서 일하는 내관입니다.."


"황제는 어디 있느냐?"


"지하밀실에 있습니다."


"섭혼술을 할 줄 아는 내관이 또 있느냐? "


"저 뿐입니다."


"알았다.  그만 가거라!"


민혁은 그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할아버지를 죽이라는 황제의 칙서를 들고 벽황산에 찾아왔던 그는, 그렇게 숨이 끊어졌다.


어느덧 사위가 조용해졌다. 허황된 꿈을 꾸던 그들의 심장은 갈라졌고 팔다리는 그들의 고환처럼 떨어져 나갔다


음양사의 모든 악의 씨를 제거 한 민혁은 황제를 끌고 와 바닥에 꿇어 앉혔다.


복수심이 끓어오를 때마다 황제를 잡으면 어떻게 죽일 것인가를 수 백 번 생각했다.


‘부모님의 목을 잘라 저잣거리에 매단 황제란 놈을 사지를 찢어 죽일까? 기름 솥에 튀겨 죽일까? 살가죽을 한 점, 한 점 저며 죽일까....’


그러나 막상 황제가 눈앞에 있자 인내심이 사라졌다. 그저 빨리 죽이고 싶어졌다.


"감히 네 놈이...!"를 수십 번 외치는 황제의 혀를 자르고 부릅뜬 두 눈을 뽑았다. 가슴을 갈라 심장도 뽑아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을 잘랐다.


남편과 자식을 잃고 통한의 세월을 견뎌 온 할머님께 황제의 머리를 보내 복수의 끝을 알렸다.


민혁은 복수의 끝에 밀려오는 허망함과 함께 그리움이 솟구쳤다.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몹시 보고 싶었고 자상하던 할아버지가 그리워 눈물이 쏟아졌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그의 옆에서 냉서연이 어쩔 줄 몰라 하자 태상 장로가 다가와  돌아가신 할아버지처럼 그의 등을 두드리며 


"아이야. 그 동안 고생 많았다." 하며 위로해 주었다.


잠시 후, 한참을 망설이던 민혁은 사조의 유언에 따라 섭혼술을 알고 있고 이미 마인이 되어버린 마교 교주의 심맥을 끊었다.


그리고 수치심과 자식을 잃은 슬픔에 괴로워 할 요화공주의 삶도 끝내 주었다.


그들의 살아 있는 숨은 영원한 쉼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한 많은 육신들은 장례를 위해 흑운교의 일호법과 소교주에게 보내 주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무림의 구파일방을 비롯한 전 무림에 현무와 봉황의 이름으로 명령이 떨어졌다.


<벽황산의 전투에 참여했던 각파의 장문인들은 모두 물러나 다시는 강호에 나오지 말 것이며 이 십 년간 봉문 할 것을 명한다. 만약 이를 어길시에는 멸문에 처한다.>


또한 동시에 새로 등극한 황제의 칙령으로 전국 각지에 방이 붙었다.


<<내관들과 마교가 합작하여 황제를 시해했으며 계화의 난 역시 내관들이 꾸민 짓이었다.


억울하게 반역의 죄를 쓰고 죽임을 당한 일영왕과 그의 후손을 다시 일영왕으로 봉하며 그의 가문을 『천하제일』가로 명명한다.>>


.

.

.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깊은 가을 녘. 울긋불긋  변신한 나무들이 산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들판에는 황금빛 곡식들로 가득 차 풍요롭고 평화로웠다.


민혁은 첫 살인과 첫 경험의 장소인 매화장으로 향하고 있다.


앞산에 오르면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맑고 투명한 하늘에서 사뿐이 다가오는


가을 빛 부드러운 바람 속에 부모님의 손길과 할아버지의 수염이 잡힐 듯 살랑거린다.


장원을 향해 걸어가는 민혁의 옆에서는 난초의 고혹적인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다른 쪽에서는 복사꽃 달콤한 향이 주변으로 번졌다.


냉서연과 남궁화다.


저 멀리 오래된 황갈색 돌담 위에 검푸른 기와가 얹혀 있는 매화장이 보인다.


장원의 정문 앞에 하얀 비단에 매화꽃을 수놓은 궁장차림의 ‘매설향’이 다소 곳 서 있다.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머리를 틀어 올리고 서 있는 그녀 옆에는 두 살쯤 된 남자 아이가 보이고 그 아이는 여인의 손을 꼭 잡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민혁을 바라보고 있다.


1부 끝


@ @ @ @ @



1부를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부는 2부를 위한 서장에 불과합니다.


2부에서는 보다 광대하고 심도있는 내용으로 찿아뵙겠습니다.


그로부터 40년 후.무림의 수레바퀴는 다시 돌기 시작했다.


2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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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남궁세가의 수난 (2부 8화) 24.07.13 113 2 8쪽
44 대탈출 (2부 7화) 24.07.10 114 2 8쪽
43 피의 서곡 (2부 6화) 24.07.07 124 2 7쪽
42 남궁세가 (2부 5화) 24.07.06 129 2 10쪽
41 난세의 시작 (2부 4화) +1 24.07.05 153 3 9쪽
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4 2 10쪽
39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3 2 9쪽
38 다시도는 수레바퀴 (2부 1화) +2 24.06.28 187 3 10쪽
»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24.06.28 154 3 10쪽
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6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6 3 12쪽
34 섭혼술 24.06.22 164 3 9쪽
33 마교 교주와의 만남 24.06.20 158 3 11쪽
32 흑운교의 비밀 24.06.18 164 3 7쪽
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76 3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2 3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69 3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2 4 8쪽
27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80 4 7쪽
26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2 4 8쪽
25 사막의 모래폭풍 24.06.06 175 4 8쪽
24 사막의 별 24.06.05 176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3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6 4 10쪽
21 칠성검진 24.06.01 205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6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6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3 5 9쪽
17 해남파 24.05.24 225 6 11쪽
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3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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