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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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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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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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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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섭혼술

DUMMY

먼지가 완전히 가라앉은 후 쇠기둥에 진력을 다해 부셔버리려고도 휘어보려고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솔하게 동굴로 들어온 자신들의 행동이 후회도 되었지만 어찌 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동굴은 꽤 길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넓은 광장이 나타났고 광장 중앙에는 4개의 석관이 놓여 있고 바닥에는 해골들과 뼛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천장의 야명주가 뿜어내는 음산한 불빛 아래 진회색 관들의 괴기스러움과 그 속에서 퍼져 나오는 피비린내가 만든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소름이 가시처럼 돋아났다.


민혁과 서연은 두 손을 맞잡고 이 끔찍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동굴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끼-익' 하는 손톱으로 바닥을 긁는 듯 한 소리가 났다.


기분 나쁜 소리는 관 뚜껑이 서서히 밀려나면서 나는 소리였다.


얼마 후 막대기처럼 몸을 일으킨 4명의 마인들은 신선한 고기 냄새를 맡은 늑대처럼 괴소를 흘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네 쌍의 검은 손바닥이 닭의 모가지를 움켜주려는 듯 두 사람을 향해 뻗어 왔다. 민혁과 서연은 장력을 뿜어 손들을 밀어내자 가벼운 소리와 함께 마인들이 뒤로 주춤 밀려났다.


고개를 갸우뚱한 마인들은 이번에는 들소를 때려잡을 힘으로 손바닥을 휘둘렀다. '퍼 벙!' 하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마인들이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순간 화가 치미는 듯 그들의 몸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나며 양손을 뻗어 폭포를 가를 듯한 내공을 뿜어냈다.


둘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민혁은 현무신공의 붉은 열기를 냉서연은 봉황성의 푸른 냉기를 쏘아 보냈다.


'꽈--쾅 !!!!!!!!!!'


석굴 안에 압축된 공기는 갈 곳이 없어 찢어지고 말았다. 벽과 천장에서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번에는 민혁과 서연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민혁은 자신의 조상일지도 모르는 마인들이지만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에 침울해졌다.


"부인 안 되겠소! 천지합일신공으로 상대합시다.!"


마성이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4명의 마인들의 입에선 괴성이 터져 나왔다. 짙어진 검은 구름이 어둠으로 바뀌고 네 쌍의 손바닥을 아수라의 혓바닥처럼 휘둘렀다.


만물을 태워버릴 뜻한 붉은색의 열기와 서연의 물빛 파란색의 냉기가 뿌려졌다. 뻗어 나온 두 줄기 광채는 이내 하나의 하얀 빛으로 바뀌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빠지직-- 쿠앙!!'


동굴 안의 갈 곳 없는 막강한 진기들은 또다시 천정과 벽을 부수었다. 천장은 무너지고 벽은 갈라졌다. 북태산 전체에 울려 퍼진 폭음은 짐승도 놀라 펄쩍 뛰었고 새들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흙먼지가 가라앉고 주변 풍경이 드러나자 그들이 서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 석굴 안은 돌무더기로 그득했다.


민혁과 서연의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마인들 또한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양패구상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짧은 시간 운기 조식을 마친 민혁은 서연에게 전음을 보냈다.


<<좌측 위에 갈라진 틈에서 빛이 들어오니 전력을 다해 그곳을 부수고 탈출합시다.>>


<네. 하지만 저 밖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인데요.>


<< 내 옆에만 붙어 있으면 걱정할 것 없소>>


마인들도 어느 정도 진기를 회복했는지 감았던 두 눈이 떠졌고 그들의 몸에서 가공할 검은 구름이 또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네 쌍의 손바닥에서 마기를 가득 품은 광풍이 몰아치자 민혁이 소리쳤다.


"지금이오! 갑시다.!!"


둘은 마인들의 진기를 이용해 더더욱 빠른 속도로 갈라진 틈으로 쏜 뒤 십이성의 진력을 바위틈을 향해 몰아쳐 넣기 시작했다.


'콰!!!쾅!!!!'


갈라진 틈 주변의 암석은 산산조각 부서졌고 그 찰나를 이용해 빠져나가는 순간 천장에서 더욱 큰 돌들이 무너져 순식간에 그 틈을 매꾸어 버렸다.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민혁과 서연은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운해의 차가운 물방울이 장대비가 되어 얼굴을 때렸다. 서로의 발등을 짚어가며 능공허도의 초 절정 신법을 발휘하여 추락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했지만 점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보이지 않던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풀 한포기 없는 돌무더기들만 깔려 있어 만약 이대로 추락한다면 돌바닥에 떨어진 고드름처럼 온몸이 부서질 것이 불을 보듯 뻔 했다.


민혁이 소리쳤다.


"부인! 허리를 꽉 잡으시오!!!" 라고 외치며 최대한의 진기를 끌어올려 천지합일신공을 펼쳐 바닥을 향해 쏘아 보냈다.


이미 내상을 입은 탓에 그의 입에서는 또다시 울컥하고 핏물이 솟구쳤다. 합일신공의 소용돌이에 바닥의 돌무더기들은 먼지가 되어 산산이 흩어졌다.


그 반탄력을 이용해 속도를 줄인 두 사람은 무사히 바닥에 내려앉을 수 있었다. 떨어진 절벽 끝은 운해에 가려 보이지도 않고 사방의 절벽은 칼로 반듯하게 자른 듯 매끄러웠다.


주변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동굴만 보일 뿐 나무나 잡초 하나 보이지 않고 두껍게 낀 이끼가 전부였다.


둘은 바닥에 앉아 운기조식을 통해 내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혁의 진기 근원인 현무 신공에 열기가 뻗어 나와 주변의 이끼를 태웠고 서연의 봉황 신공에 냉기는 주변 이끼를 얼려서 부숴 버렸다.


한 시진이 지나 원기를 회복한 민혁은 서연을 도와주기 위해 합일 신공을 일으켜 그녀의 명문혈을 통해 주입해 주었다.


그렇게 다시 반 시진이 지나서야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안도감도 잠시, 우물 속에 갇힌 두 마리의 개구리가 된 신세를 생각하자 서연과 민혁의 입에선 깊은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서로가 절망에 찬 눈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잊고 있을 때 갑자기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 아이들아! 운기조식이 끝났으면 이리로 와보렴 .))


둘은 등골이 오싹하고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 했다.



만약 운기 조식 중에 작은 힘이라도 가해진다면 주화입마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워낙 많은 돌무더기에 소리가 공명되어 소리 나는 방향을 알 수가 없었다.


그때 ,

((앞쪽에 있는 제일 큰 바위 쪽으로 오십 장쯤 걸어오면 내가 보일 것이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혁과 서연은 그것이 구원의 소리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함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나갔다.


오십 장쯤 걸어 나가자 한 중년의 사내가 청아한 얼굴에 자상한 미소를 띤 채 서기로운 안광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옷은 가관이었다. 주요 부분만을 가린 뱀가죽은 방금 만들어 입은 듯 가죽에서는 핏물이 배어 나왔다.


몇 장쯤 가까이 간 후 멈칫하며 서 있는데 갑자기 푸른 섬광이 눈으로 파고들며 고막을 울리는 웅후한 소리가 두 사람의 뇌를 흔들었다.


((더 가까이 오너라!! ))


순간 민혁의 뇌 속에서는 외마디 생각이 떠올랐다.


'섭혼술이다!!. 방심했다.!!'


생각은 무력했고 행동은 순종적이었다.


민혁이 코앞에 이르자 중년인은 두 손을 뻗어 민혁의 온몸을 서서히 훑어 내려갔다. 손바닥이 중단에 이르러 멈추더니 흠칫 놀라며 기쁨에 찬 미소가 피어올랐다.


민혁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행동을 하는 자신의 육체가 너무 이상해 눈만 멀뚱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중년인이 말했다.



"아이야 두려워 말거라. 잠시 내 앞에 앉아 몇 가지만 대답해 주면 된다." 그제야 비로소 금제가 풀린 민혁은 중년인에게서 악의가 없음을 느껴 정중하게


"무림 말학 성민혁 인사드립니다." 하자 서연도 민혁이의 마음을 알아챈 듯


"냉서연이라고 합니다." 하며 따라 했다.


"아이야. 내가 운공 조식 때 보니 극양의 무공을 시전 하고 너를 진맥 해보니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태양지체를 타고났구나. 혹시 너의 내공 심법 구결을 내게 말해 줄 수 있겠느냐?"


하더니 기다리는 것이 답답한 듯


"내가 말하는 이 심법과 같은지 만 알려 주거라" 하면서 현무 신공의 심법을 줄줄이 읊었다.



민혁은 기겁 했다. 어떻게 가문의 비전 무궁심법을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외고 있단 말인가?어이가 없었다. 입을 벌린 채 놀라고 있는 민혁을 향해 중년인은 말했다.


"아이야, 이제 너의 무공 내력을 내게 소상하게 말해 보아라."


민혁은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자신의 무공 내력을 소상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조님들이 현무성과 봉황성을 만든 이유와 아수라 마경을 들고 흑운교에 들어와 마인들의 합격을 받아 절벽에서 떨어진 사연까지 소상히 얘기했다.


민혁의 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중년인의 표정은 수시로 변화했다.


어느 때는 부끄러운 듯 눈을 감았고 그리움에 탄식이 나왔으며 때론 깊은 회한의 한숨도 내쉬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감격의 눈물을 주르룩 흘렸다.


말을 마친 민혁은 그의 눈물이 마를 때까지 한참 동안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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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남궁세가의 수난 (2부 8화) 24.07.13 112 2 8쪽
44 대탈출 (2부 7화) 24.07.10 113 2 8쪽
43 피의 서곡 (2부 6화) 24.07.07 123 2 7쪽
42 남궁세가 (2부 5화) 24.07.06 129 2 10쪽
41 난세의 시작 (2부 4화) +1 24.07.05 153 3 9쪽
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4 2 10쪽
39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2 2 9쪽
38 다시도는 수레바퀴 (2부 1화) +2 24.06.28 187 3 10쪽
37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24.06.28 153 3 10쪽
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6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5 3 12쪽
» 섭혼술 24.06.22 164 3 9쪽
33 마교 교주와의 만남 24.06.20 158 3 11쪽
32 흑운교의 비밀 24.06.18 163 3 7쪽
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75 3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1 3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68 3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1 4 8쪽
27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79 4 7쪽
26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1 4 8쪽
25 사막의 모래폭풍 24.06.06 174 4 8쪽
24 사막의 별 24.06.05 175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2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6 4 10쪽
21 칠성검진 24.06.01 204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5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5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3 5 9쪽
17 해남파 24.05.24 225 6 11쪽
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3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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