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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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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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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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난세의 시작 (2부 4화)

DUMMY

수십 채의 크고 거대한 전각들이 계단을 이루며 벽황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정상에는 구리로 만든 기와집이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정원에는 금목서, 흑단, 홍수자와 같은 값비싼 나무와 각종 난초 등이 연못들과 어울려  마치 병풍 속의 그림 같아 보였다.


대청 안 내전의 태사의에 천하 제일가의 가주이자 현무성 성주인 성민혁이 앉아 있고 앞쪽에는 매설향과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성관욱과 성관영 그리고 태상장로 진호충이 앉아 있다.


환갑이 지난 민혁의 얼굴은 가끔 보이는 흰 수염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민혁이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태상장로인 진호충을 불렀다.


“진 장로, 흉노들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이제 아흔 살이 넘어 기력이 쇠 할만도 하건만 영단을 많이 먹은 탓인지 젊은 시절의 기개가 남아있는 진호충이 대답했다.


“지금은 함곡관을 향해 남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함곡관을 돌파해 관중으로 진입하여 곧바로 장안으로 쳐들어갈 기세입니다.


하지만 함곡관을 지키는 장수는  통일전쟁 당시 오호 대장군의 우두머리였던 강인철 대장군의 아들 강성한이 지휘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동쪽으로 우회하여 낙양성을 함락시키고 장안으로 향한다면 이곳 벽황산을 지나서 장안이 있는 관중 땅으로 향하게 됩니다.


흉노의 수괴 ‘갈마휘’는 언변과 계략이 뛰어난 지략가로 20여개의 부족을 전쟁도 치르지 않고 모두 통일하여 최고 존칭인 ‘선우’라 불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기세가 매우 높겠군..”


“ 예! 그렇습니다.


부족을 통일하는데 부족 간의 전사자가 나오지 않아서 20만의 대군을 모을 수 있었고 군의 사기도 매우 강성하여 자신만만하게 남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민혁은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통일제국의 평화와 안정이 겨우 반백년도 못가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민혁은 장남인 성관욱에게 물었다.


“조정에서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구나!”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천하제일가의 소가주인 성관욱은 황궁을 비롯한 무림의 협사들과도 많은 인맥을 쌓아 명성이 높았다.


“예, 아버님!


아마,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태 황제와 했던 언약 때문인 듯싶습니다.


하지만 형세가 불리해지면 도움을 청하겠지요.”


이때 둘째 아들 성관영이 나서며


“아버님 만약을 대비해 남쪽으로 피신하는 것이 어떠신지요?”


민혁은 껄껄 웃으며


“관영아.. 너는 무공을 익히지 않고 학문을 좋아해서 무인들을 잘 이해 못 하는구나!


무인들은 정의와 의협을 행하는 과정에서 죽이기 위해서 그리고 죽지 않기 위해서 무공을 익히는 것이다.


무림인에게 죽음은 늘 따라다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치 있는 죽음을 스스로 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너의 증조부가 그 대표적인 분이시다.


만약 내가 남쪽으로 간다면 죽음이 두려워 도망을 한 것이고 싸우다 죽으면 가치 있는 죽음을 택한 것이다.


내가 도망가면  백성들은 나를 따라 도망을 갈 것이고 내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으면 모든 백성이 분연히 일어나 싸우려 할 것이다.


관영아! 무림의 천하 제일가는 허명이 아니라 만백성의 정신적 구심점인 것을 명심 하거라! ”



@ @ @ @ @



3개월 후.


제일가에 비상회의가  소집되었다.


민혁이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낙양 분타주에게 물었다.


“아니, 낙양성이 함락되었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낙양성의 분타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관군들이 저항도 하지 않고 성문을 열고 항복을 했습니다.


마치 손님을 맞이하듯 성 안의 백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성문을 열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들도 약탈이나 노략질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인수인계를 받은 후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5만은 함곡관에서 대치를 하고 있고 15만 대군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성주님, 이곳에서 관중까지 한 달이면 대군을 이끌고 갈 수 있습니다.”


민혁이 걱정 어린 눈으로 물었다.


“낙양성에 일만이 넘는 군인들은 어찌 되었느냐?”


“예! 모두가 미리 철수하여 황하를 건너 무진으로 이동했답니다.”


민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럼 황하의 동쪽 땅 화북 지방을 모두 포기한다는 것인가?”


진호충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성주님 15만 대군이 바로 벽황산 옆으로 지나갑니다.


만약 그들의 창끝이 우리를 향한다면 장원 안에 있는 500여명의 수호대로는 상대가 안 됩니다.”


잠시 후 민혁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 황궁에서 화북 지방을 포기하고 화남으로 철수한 것은 상대할 병력과 물자가 없다는 뜻이다.


설사 우리가 모든 전력을 다 한다고 해도 우리 측 단독으로는 진장로 말대로 저들을 상대할 수가 없다.


관욱아! 네가 함곡관으로 가서 강장군에게 병력을 내달라 요청을 하거라!


그리고 이장로와 삼장로는 중원에 있는 남궁세가와 현무성의 모든 전력을 총동원 시켜 관군이 있는 무진으로 집결시켜라.


흉노의 앞을 가로막는 형세를 취하면 황군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성주님!!!”



그날 저녁 민혁과 진호충이 내전 깊숙한 곳에서 마주 앉았다.


“ 진 장로, 갈마휘의 목적이 화북 지방이든 아니면 장안이든 후방에 있는 우리를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우리와의 싸움에 많은 전력의 손실이 두려워 그냥 지나치겠지만


전세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 후방의 우리를 공격할 것이 뻔하니 우리는 그때를 잘 대비해야 할 것이야!”


“성주님, 이번 싸움은 흉노뿐만 아니라 우리를 원수로 여기는 다른 무리들도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손에 사라진 문파의 후손들 뿐 만 아니라 제가 40년 전 음양사를 쳤을 때


태 태감과 황금이 사라 졌다는 것은 음양사도 반드시 복수를 하려 할 것이고 지금이 그들에겐 가장 좋은 시기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형세로는 흉노와 중원의 적, 그 둘을 모두 상대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이곳에서 무진으로 이동하여 세가와 힘을 합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것이 우리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을 벌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후방에 우리가 없다면 적들은 지체 없이 관중으로 향할 것이고 장안은 함락되어 이 나라는 사라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네.


그럼 또다시 여러 나라로 갈라져서 전쟁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며 백성은 도탄에 빠질 것이야.


현무성과 제일가는 이번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사라진다 해도 나라는 구해야 하네.”


진호충이 깜짝 놀라며


“현무와 제일가가 사라진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조금 전 자네가 우리의 원수들이 많다고 했지? 맞는 말 일세.


우리는 힘으로 무림을 제패했고 심지어 황제도 우리 뜻대로 세울 수 있었지.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결과 모든 무림이 우리를 공적으로 삼고 황실도 우리를 나라를 지키는 버팀목이 아니라 정 적으로 여겨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네.


그러기에 우리는 사라져야만 살 수 있고 그러기 위해 남궁세가와 나는 오래 전 부터 준비 한 것을 이번 기회에 실행할 것이다.


비록 진 장로나 나는 사라지겠지만 아이들만은 살려야 하지 않겠나? 


내가 죽고 벽황 산장이 위기에 처하면 후손들을 살아남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신동의 비밀통로를 유일하게 아는 진장로 뿐일세!"


"아니 그럼 또 제가 그 일을 해야만 합니까? 저는 못합니다.


전 성주님 때도 저 혼자 살아남아 평생 죄의식을 갖고 살았습니다.


저도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그냥 성주님과 함께 하게 해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하며 진호충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민혁도 그때가 떠오르는 듯


“예전, 4년 만에 처음 신동에서 나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아저씨가 어찌나 반가웠던지요. ....죄송합니다. 진 아저씨. ....”



성민혁과 진호충은 서로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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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남궁세가의 수난 (2부 8화) 24.07.13 113 2 8쪽
44 대탈출 (2부 7화) 24.07.10 114 2 8쪽
43 피의 서곡 (2부 6화) 24.07.07 124 2 7쪽
42 남궁세가 (2부 5화) 24.07.06 129 2 10쪽
» 난세의 시작 (2부 4화) +1 24.07.05 154 3 9쪽
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4 2 10쪽
39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3 2 9쪽
38 다시도는 수레바퀴 (2부 1화) +2 24.06.28 187 3 10쪽
37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24.06.28 154 3 10쪽
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7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6 3 12쪽
34 섭혼술 24.06.22 164 3 9쪽
33 마교 교주와의 만남 24.06.20 159 3 11쪽
32 흑운교의 비밀 24.06.18 164 3 7쪽
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76 3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2 3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69 3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2 4 8쪽
27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80 4 7쪽
26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2 4 8쪽
25 사막의 모래폭풍 24.06.06 175 4 8쪽
24 사막의 별 24.06.05 176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3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6 4 10쪽
21 칠성검진 24.06.01 205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6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6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3 5 9쪽
17 해남파 24.05.24 225 6 11쪽
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3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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