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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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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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13,508
추천수 :
22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6.09 14:00
조회
179
추천
4
글자
7쪽

극락조와 열화신단

DUMMY

보름달이 보이찰산의  정상을 은빛 광휘로 가득 채울 때,


두 개의 점은 활짝 핀 봄의 하얀 목련처럼 두 날개를 펼쳐 달의 그림자를 정상에 만들기 시작했다. 


두 마리는 서로의 꼬리를 쫓듯 회전하며 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극락조는 눈 같이 하얀 머리 위에 왕관을 쓴 듯한 황금 깃털이 부채 살처럼 퍼져 있었고 성스럽게 빛나는 하얀 색 깃털로 목과 몸통이 덮여 있었다.


분홍색의 긴 다리와 부리에서는 고고함이 느껴졌다.


사람의 키보다 클 것 같은 꼬리는 반원을 그리며 휘어졌고 꼬리를 덮은 넓고 긴 깃털은 세상의 모든 보석들을 끌어 모아 만든 어느 황제의 수레보다 화려했다.



천축사 스님들의 불경소리는 최고조로 치 닿고 있었다.


정상에서 원을 그리며 회전을 하던 한 쌍의 극락조는 순식간에 정상에 있는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채 일각도 되지 않아 빠져 나온 극락조는 남쪽을 향해 은빛 포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극락조가 사라지자 불경도 끝이 났다.


극락조의 아름다움에 취해 황홀함을 가득 담고 있던 군웅들의 눈은 극락조가 사라지는 순간 욕망이 이글거리는 변한 눈빛으로 동굴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주지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려는 듯


“극락조의 알은 영물이 잘 지키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 내일 아침부터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뒤돌아서 천축사를 향해 사라졌다.


수 많은 동굴 중에 어느 곳이, 알이 있는 곳으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군웅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사람들이 천축사로 돌아가는 시각에 민혁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정상에는 마치 분화구처럼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민혁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몸을 날렸다.


속도를 늦춰가며 서서히 내려가자 동굴 중앙 어둠 속에서도 푸른색 빛을 발하는 4개의 알이 보였다.


알은 갓난아기의 머리 정도로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다.


바닥에 도달하자 비린내가 확 밀려왔다.


어둠 속 알 바로 옆에 머리는 두꺼비고 몸은 뱀인 와사충이 있었다.


민혁은 순간적으로 현무신동에 있을 때 서로 치열하게 겨루던 장면이 떠올라 와사충이 반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때보다 훨씬 큰 놈이었다.


신동에서는 3갑자의 내공밖에 없어 ‘한빙담’의 도움으로 겨우 처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천지합일신공’을 익혀 팔갑자의 양기와 음기를 자유자재로 운영할 수 있어 자신이 있었다.


와사충은 변함없이 열기와 독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을 보호하려는 듯 신동의 와사충처럼 날뛰지는 않았다.


와사충의 열기와 독기는 전보다 훨씬 지독했다.


하지만 와사충의 약점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민혁은 전처럼 양기와 양기로 대결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봉황진기의 강력한 음공을 내뿜으며 민첩하지 못한 약점을 이용해 와사충의 시선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와사충은 자신이 싫어하는 냉기에 위기를 느꼈는지 더욱 더 크게 입을 벌려 독기와 열기를 내뿜었다.


수백 년을 산, 와사충의 비린내 나는 지독한 독기는 의복이 검게 타들어갈 정도로 독성이 강했다.


하지만 ‘피독주’의 도움과 혈맥으로 침투한 열독을 바로 태워버리는 현무신체 덕분에 민혁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빠른 신법을 이용해 좌우로 몸을 이동시키면서 와사충과 알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동시에


현란한 움직임으로 와사충의 시선을 돌린 후 허공 섭물로 검고 흰 두 개의 알을 허공으로 쏘아 올렸다.


그리고 자신도 도약을 하며 알을 낚아채 들어온 동굴 입구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와사충도 같이 솟구쳤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쉽게 알을 가로챈 민혁은 이틀 전 만났던 전임 주지가 있는 동굴로 향했다.



@ @ @ @ @



천축사의 대웅전 뒤쪽에는 주지만이 머물 수 있는 청룡각이 있다.


청룡각 안에는 미륵불을 연상케 하는 찢어진 입과 늘어진 귓볼의 비대한 주지와 3명의 장로가 몽환초를 피워놓고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


환희경을 암송하며 벌거벗은 채 자신의 물건을 입안에 넣으려는 듯 이상한 자세를 취했고 방 한쪽 구석에는 젊은 사내들이 알몸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환희경을 주문처럼 외우고 마지막 양피지를 덮으려는 순간 문이 덜컥 열리며 민혁이 들어왔다.


그 뒤로는 현무신공의 열기로 천잠사를 녹여 자유로워진 전임 주지와 밀교에 빠지지 않은 장로가 뒤따랐다.


수도승이 기거하는 방안의 참담한 광경에 전임 주지와 장로가 불호를 읊조리는 동안


민혁은 황홀함의 마지막을 꿈꾸는 그들의 육신을 혈도를 짚어 꼼짝 못하게 했다.


예전의 민혁이라면 이런 놈들에게는 팔다리부터 자르고 보았지만 그들의 처분은 주지에게 맡기고 방을 나왔다.



다음날 이른 아침, 동이 막 트려 할 때 요란한 불호소리가 대웅전 마당에서 들려왔다.


군웅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당에 도착해 주변을 돌아보니 마당에는 장작더미가 쌓여 있고 주지와 장로들이 묶인 채 마당에 꿇려 있었다.


민혁이 마당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전임 주지는 백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우렁찬 목소리로 주변의 모든 스님과 군웅들을 향해 외쳤다.


"이들은 밀교의 사악한 술법에 빠져 수행자의 길을 벗어나 인륜을 저버리는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 이에 지옥의 불구덩이로 보내고자 한다.


앞으로 주지는 ‘무한’이 맡으며 그동안 속세인들에게 받은 황금은 모두 돌려준다.


극락조의 알은 이미 현무성의 오 대 성주께서 취하시어 우리에게 봉납하셨다.


너희들은 앞으로 다시는 이런 미혹에 빠지지 말고 오로지 불도 정진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여라!!" 


말을 마친 전임 주지가 손을 뻗어 주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그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고꾸라졌다.


나머지도 같은 방법으로 모두 지옥행을 시킨 뒤 장작더미 위로 올려졌다.


그들의 시체 위로 밀교의 경전들이 쌓이자 불길이 솟구쳤다.


수십 년 공들여 쌓은 불심과 육체는 순식간에 불꽃이 되어 사라졌다.



@ @ @ @ @



방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거인성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민혁의 주위를 초조한 듯 빙빙 맴돌고 있었다.


덩치가 산만한 사나이가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구는 것이 재미있어 한참을 바라보던 민혁은 웃음 가득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거 대협! 열화 신단은 한 달 후에나 완성이 된다고 합니다. 제가 대협이 원하시는 대로 스무 알을 가지고 남궁세가로 찾아갈 테니 가시어 마음 편히 기다리세요."


그 말을 들은 거인성은 얼굴 가득 입이 찢어질 듯 함박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털썩 엎드려


"주인님, 이 거인성, 남궁세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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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남궁세가의 수난 (2부 8화) 24.07.13 113 2 8쪽
44 대탈출 (2부 7화) 24.07.10 114 2 8쪽
43 피의 서곡 (2부 6화) 24.07.07 124 2 7쪽
42 남궁세가 (2부 5화) 24.07.06 129 2 10쪽
41 난세의 시작 (2부 4화) +1 24.07.05 153 3 9쪽
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4 2 10쪽
39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3 2 9쪽
38 다시도는 수레바퀴 (2부 1화) +2 24.06.28 187 3 10쪽
37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24.06.28 153 3 10쪽
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6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6 3 12쪽
34 섭혼술 24.06.22 164 3 9쪽
33 마교 교주와의 만남 24.06.20 158 3 11쪽
32 흑운교의 비밀 24.06.18 164 3 7쪽
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76 3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2 3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69 3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2 4 8쪽
»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80 4 7쪽
26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1 4 8쪽
25 사막의 모래폭풍 24.06.06 175 4 8쪽
24 사막의 별 24.06.05 176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2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6 4 10쪽
21 칠성검진 24.06.01 205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6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6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3 5 9쪽
17 해남파 24.05.24 225 6 11쪽
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3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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