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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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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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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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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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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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열화대전 (2부 2화)

DUMMY

천축사 주지인 명정 스님은 옆에 있는 방장스님에게 물었다.


"지경의 경전 수학 능력은 어느 정도 입니까?"


법문과 참선만을 지도하는 방장스님이 답했다.


"그의 오성은 매우 뛰어나 일반 경전은 물론 범어로 쓰여진 법경과 심지어 고대의 산스크리스트어로 쓰여진 패엽경까지 읽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는 아직까지도 폐엽경을 해독할 수 없습니다. "


그 소리를 들은 주지스님은 놀라움과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십 년 전 현무 성주를 보는 듯하구나..."


지경의 두 번째 상대는 절에서도 무공에 미쳐 ‘무광’이라 불리는 ‘무성’ 스님이다.


항렬이 장로와 같은 ‘무’자 서열이지만 법문 실력이 모자라 장로에 이르지 못했을 뿐 무공만으로는 장로급을 능가하는 스님이다.



무성은 지경을 만나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무공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신이 난 듯 어서 겨뤄보자 하면서 선공을 시작했다.


시황은 이번에는 목검을 들고 검초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천축사는 불법의 자비가 근원이라 검법은 오직 하나 '문수구검' 하나 밖에 없었다.


문수 구검의 제 1초식인 자비 광명을 이용해 무성의 천축사 기본인  태양장을 빗나가게 했다.


무성 스님은 태운각에 30년 동안 머물며 습득한 수십 종의 무공을


겨우 삼년밖에  머물지 못했던 지경이 모두 알 수 는 없을 거라는 확신에


자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절초들을 이용해 아직 나이 어린 지경을 이기기로 마음먹었다.


태무각과 태운각에 있는 상승 무궁들의 정수들을 하나 씩 펼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는 태무각에서 가장 심오한 장법인 성한장을 사용했다.


성한장은 18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가장 위력적인 후삼장을 쏟아냈다.


연무장에는 흙먼지가 일어나고 먼 곳에 지붕 기왓장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지경은 장력의  맨 마지막이 향하는 곳을 알고 있는 듯


가벼운 발걸음과 몸짓으로 피하는 것이 마치 맨손으로 움켜쥐려는 파리가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듯 잡힐 듯 말 듯 하며 피해 다녔다.


두 번째는 지경이 절대 모를 것이라고 확신하는 태운각의 장법인 염라장을 휘둘렀다.


무성은 염라장의 절초들만 이용해 휘둘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목검이 허점을 파고들며 무성의 손목을 찔러 들어와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


무성의 얼굴에는 점점 초조한 그늘이 드리워지며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결투였는데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다음에 펼친 구룡장은 아홉 마리 용이 꿈틀대듯 지경의 몸을 감싸며 여러 곳의 혈도를 점하려했다.


그러자 지경 또한 아홉 곳의 혈도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다른 곳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아홉 곳의 혈도만을 정확하게 수비하자 무성은 짜증을 넘어 화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목젖까지 욕이 치밀어 오른 무성은 태운각에서 10년 만에 찾아내 자신의 최후 절초로 만든 ‘불로화무장’의 최후 절초인 ‘불화무광’을 십성을 다해 쏟아냈다.


지경의 생사를 도외시 한 광폭한 공격이었다.


무성의 터질듯 팽팽해진 승복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온 그물 같은 장력이 하늘을 뒤 덮었고 마침내 지경을 향해 쏟아졌다.


'쾅-과과쾅 --!!'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연무장의 땅이 일장 넘게  파였다.


"목숨이 위험하다!! "


주지를 비롯한 스님들은  자신도 모르게 속에서 '악!'하는 비명을 질렀다.


스님들은 피를 흘리며 연무장 한 쪽 구석에 처박혀 있을 지경을 찾아 눈을 돌렸다.


그러나 보이지가 않았다.


흙 먼지가 사라지고 진력의 폭풍에 꺼졌던 모닥불이 다시 살아나자 지경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무성의 등 뒤에서 칼끝을 뒤통수에 겨눈 채 미소 짓고 있었다.

.


순간 연무장에 있는 모든 스님들의 우렁찬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몇몇 젊은 스님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지경'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주지인 명정스님이 손을 들자 그제야 연무장이 조용해졌다.


그때 무성이 지경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사용한 모든 초식을 알고 있느냐?"


지경은 두 손을 합장하며 공손하게 답했다


"네, 스님. 저는 천축사 무각에 있는 모든 무공을 알고 있습니다."


무성은 자신의 자리로 씁쓸하게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부처님은 왜 저런 괴물 같은 놈을 세상에 내놓은 것일까?'



이제 남은 지경의 결승전 상대는 모두가 차기 주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무'자 항렬의 대 사형 ‘무위’ 스님이다.


무위 스님이 담담하게 지경하게 말했다


"나는 자네와 손발을 나누고 싶지 않고 내공으로 승부를 겨루고 싶네. "


그 말을 들은 스님들은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니..’ 하며 지경을 대신하여 분노의 눈빛을 무위에게 보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지경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응했다.


"그렇게 하시죠.. 스님."


지경과 무위는 연무장 안에 있는 천근의 무쇠로 만든 화로를 중간에 두고 마주 앉았다.


둘은 서로의 내공의 힘을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로를 향해 밀기 시작했다.


무위는 50살이 넘어섰고 신단도 많이 먹어 오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소유하고 있었다.


시황은 겨우 삼갑자라 애초부터 내공을 겨룬다는 것은 하나마나 한 시합이었다.


무위는 주변의 눈길을 의식한 듯, 처음에는 이 갑자의 내공만을 화로로 보냈다. 


그러자 꿈쩍도 하지 않던 화로가 무위 쪽으로 살짝 기울어졌다.


지켜보는 모두가 '어!' 하며 당황하자 그제야 진력을 끌어올려 삼갑자의 힘을 가했다.


그러자 화로는 다시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지경의 이마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무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갑자의 힘을 가하기 시작했고 지경은 숨이 가빠지는 듯 괴로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무위가 다시 오 갑자기 전력을 쏟아내자 지경의 입에서는 피가 베어 나오기 시작했고 화로는 서서히 지경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조금만 힘을 더 가하면 화로가 지경쪽으로 쓰러질 순간이었다.


지경의 입에서 흐르는 피가 옷 섬을 적셔 붉게 물들었고 몸이 서서히 앞으로 무너지려 하는 찰나 갑자기 그의 몸에서 붉은 광채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붉은 광채는 점점 짙어지며 연무장을 덮기 시작하며 화로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이에 당황한 무위가 모든 진력을 다해 화로를 밀어내려 했지만 화로는 중앙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일렁이던 모닥불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불꽃은 수많은 꽃송이가 모인 거대한 화환으로 변해 서서히 무위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불의 화환이 다가오자 무위는 뜨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윽고 코앞으로 다가온 불의 화환을 보자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무위스님은 진력을 풀고 옆으로 굴렀다.


그러자 화로는 지경의 내공 진력에 의해 무위쪽으로 향하며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연무장에는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 침묵은 어이가 없어서도 질투가 나서도 아닌 그것은 경외지심에서 나오는 침묵이었다.


모든 스님들의 눈이 지경을 향했다.


심지어 무위스님도 땅에 엎어진 채 눈을 들어 지경을 보았다.


지경의 몸에서는 탱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처님 뒤에서 나오는 금빛 광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지경은 운기조식에 빠진 듯 가부좌를 틀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모든 스님들은 부처가 환생한 아미타불을 보는 듯 염불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지경이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광휘도 사라지고 염불도 멈추었다.


지경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것을 본 방장이 한소리 외쳤다.


"태.양.지.체!! "


@@@


청룡각에서는 주지와 방장이 마주하고 차를 마시고 있다.


주지가 고뇌에 찬 표정으로 백세에 가까운 방장 스님에게 물었다.


나이 어린 지경이 곧 조사동에 들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문득 40년 전  금서 사건이 떠올라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쓸데없이 조사동의 문을 넓힌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고요."


방장 스님은 웃으며


"스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태양지체는 절대 악에 물들지 않습니다.


지경은 몸만 태양지체가 아니라 오성까지 태양지체인 하늘이 내린 사람입니다. 설


사 그가 고대의 모든 술법과 비경을 읽는다 해도 그는 태양이라 늘 아침이면 떠오를 것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무공을 배우지 않고 오로지 법문만을 연구하고 살았지만 천문과 사주도 그동안 연구했습니다.


제가 40년 전 서하국에서 불법(佛法) 연구를 하고 있었기에 그 당시의 상황은 들어서 알 뿐이지만 지경에게 사악한 사술과 주문은 스며들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곳 천축사에 머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훗날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면서 방장 스님은 중얼거렸다.

.

.


"어쩌면 그는 전설상의 '천도지체'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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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남궁세가의 수난 (2부 8화) 24.07.13 113 2 8쪽
44 대탈출 (2부 7화) 24.07.10 113 2 8쪽
43 피의 서곡 (2부 6화) 24.07.07 124 2 7쪽
42 남궁세가 (2부 5화) 24.07.06 129 2 10쪽
41 난세의 시작 (2부 4화) +1 24.07.05 153 3 9쪽
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4 2 10쪽
»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3 2 9쪽
38 다시도는 수레바퀴 (2부 1화) +2 24.06.28 187 3 10쪽
37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24.06.28 153 3 10쪽
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6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6 3 12쪽
34 섭혼술 24.06.22 164 3 9쪽
33 마교 교주와의 만남 24.06.20 158 3 11쪽
32 흑운교의 비밀 24.06.18 163 3 7쪽
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75 3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1 3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68 3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2 4 8쪽
27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79 4 7쪽
26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1 4 8쪽
25 사막의 모래폭풍 24.06.06 174 4 8쪽
24 사막의 별 24.06.05 176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2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6 4 10쪽
21 칠성검진 24.06.01 204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6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6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3 5 9쪽
17 해남파 24.05.24 225 6 11쪽
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3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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