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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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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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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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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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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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글자수 :
315,259

작성
24.06.0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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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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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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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사막의 별

DUMMY

민혁은 말을 달려 열흘 만에 위수에 도착하였다. 위수는 황하의 상류로 여러 지류들이 만나 강을 이루는 곳으로 지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라 꽤나 번잡했다.


봉황성의 군웅들도 수미도를 떠나 바다와 강을 이용해 북해 빙궁으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들자 냉서연의 얼굴이 떠오르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혁은 위수에서 가장 큰 위수 표국으로 향했다. 대문 앞에는 천축사와 북해빙궁으로 떠나는 호위무사를 모집한다는 방이 붙어 있었다.


대문 안에 들어서니 20여 명의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호위무사의 보수는 좋았으나 험하고 긴 여정이라 생각보다 많은 무사들이 있지는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위수표국의 표두인 사호신 막사위가 나왔다. 사호신 막사위는 구대문파에는 못 미치지만 지방에 있는 일파의 방주와 겨를만큼 무공이 강하고 책임감도 있어서 이곳에 있는 표국 중 가장 많은 의뢰가 들어왔다.


황갈색 수염을 휘날리며 검게 탄 얼굴의 막사위는 우렁찬 소리로


"너희들은 일장의 거리를 유지한 채 내가 던진 나무 토막을 반으로 잘라라! 그러면 호의무사로 합격시켜 주겠다."



첫 번째 무사가 칼을 얼굴 가까이에 세우고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린 다음 소리쳤다.


"던지십시오!! "


막사위는 주먹만한 나무토막을 진기를 주입해 날려 보내자 나무토막은 제비처럼 빠르게 무사를 향해 날라갔다. 무사는 모든 정신을 집중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부릅 뜬 두 눈 위에 있는 이마에서 피가 튀어 오르며 외마디 소리와 함께 뒤로 나뒹굴었다.


구경꾼들은 배를 잡고 웃었지만 그것을 본 나머지 무사들 중 서너 명은 슬그머니 꽁지를 빼고 문 밖으로 도망을 쳤다.


그 후 서너 명이 떨어지기도 하고 합격도 한 후 한 장대한 신체와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마치 외공을 익힌 듯한 삽십대 후반의 근육질의 사나이가 등장했다.


그는 가벼운 검이 아니라 무거운 도를 들고 있었다. 일장 앞에선 그는 '던지시오!' 하면서도 도를 뽑지도 않고 장승처럼 서 있었다.


막사위는 갸우뚱 고개를 흔들더니 재빠르게 나무 토막을 쏘아 보냈다. 그 순간 '찰칵'하는 도를 칼집에 집어넣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토막은 그의 앞에서 정확하게 반으로 잘린 후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빠르고 정확한 솜씨에 탄성과 함께 주변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침내 민혁의 차례가 되었다. 민혁은 위수로 오기 전 항마대원에게 빌린 칼을 뽑아 막사위에게 겨누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막사위는 또다시 나무토막에 진기를 주입해 쏘아 보냈다. 아니, 쏘아 보내려고 했으나 할 수가 없었다.


나무토막은 이미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서 손 안에서 빠져나왔고 손은 빈 허공을 휘젓고 말았다.


만약 함의 강약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그의 손은 나무토막처럼 조각 날수도 있었다. 막사위는 식은 땀을 흘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적갈색 수염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물었다.


"대협,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민혁은 씨이익 웃으면서 "합격만 시켜 주시오 ."


구경꾼들은 콧대 높은 묵사위가 왜 저렇게 떨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아무도 몰랐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틀 후,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마차를 이용해 이동하다가 사막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쌍봉낙타를 이용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여 마리의 낙타 등에 짐을 가득 심고 삼백여 명의 사람들이 사막을 횡단하기 시작했다.


이백 여 명은 상단에 속한 사람들 이었으며 나머지 백 여 명은 천축사 근처 오아시스에서 흩어져 사는 주민들과 호위무사들로 이루어졌다.


식수는 낙타에 실려 있어 조금씩 분배를 해 주었으나 식량은 각자 지참을 해야 해서 낙타의 일종인 야크 육포와 보릿가루 뿐이였다.


한 낮의 뜨거운 열기와 밤의 극심한 추위는 이동을 힘들게 했지만 난생 처음 사막을 걷는 민혁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발에 밟히는 모래의 부드럽고 푹신한 감촉은 혀끝으로 누르는 여인의 젖가슴 같고 햇볓의 방향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래의 색조는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보다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황금빛 출렁이는 모래의 바다 위로 금빛 노를 저어가는 석양은 머리속의 모든 상념을 지우고 언어를 뛰어넘는 황홀경이었다.


또한 가끔씩 척박하고 물기 하나 없는 모래 속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풀과 가시 돋친 선인장 그리고 거기에 기어 다니는 곤충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만 서 있었던 날카로운 마음속에 생명의 경이로움과 함께 그 소중함 역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민혁에게 평생 잊을 수 없게 만든 광경은 사막의 밤에 펼쳐지는 별들의 환호성이다.


수만 개의 촛불이 수만 개의 거울에 비춰지는 듯 하늘의 어느 작은 한 구석도 두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막에 누워 어디를 둘러보아도 별의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있어 별을 마시고 별을 뿜어내 듯 호흡을 했다.


가끔씩 별 사이를 가르며 지상으로 눈물처럼 떨어지는 유성은 그동안 자신의 심장에 단단하게 굳어버린 증오와 복수의 벽을 부수고 그곳에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강물처럼 흐르도록 도와 주었다.


민혁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비록 자신의 작은 눈물 방울로 이제껏 뿌려댄 핏자국을 지울 수는 없지만 정의와 복수의 실현은 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용서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에 들어선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날도 민혁은 가장 높은 사구에 올라 하늘의 별과 보호해야 할 일행들을 쳐다보며 있을 때, 한 여인이 작은 보따리를 들고 나와 제법 큰 사암 뒤에 숨었다. 그리고 보따리를 풀어헤쳐 갓난아이가 나오자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이런 거친 사막까지 갓난 아이를 안고 온 여인의 모성이 참 대단하다고 느낄 때 여인은 배부른 갓난 아이를 다시 담요와 보자기에 싸서 옆에 놓고 용변을 보기 시작했다.


쳐다보기가 민망한 민혁은 고개를 돌려 별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여인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막 여우가 보자기를 물고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여자는 급한 마음에 속옷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채 뛰어가려다가 고꾸라지고 말았다.


민혁은 최대한의 진기를 끌어올려 밤하늘의 유성보다 빠르게 사막여우를 쫓아갔다.


만약 여우가 굴로 들어간다면 아이를 잃을 수도 있어 다급했다. 한 순간에 여우 앞에 다다른 민혁은 한 손으로 여우의 꼬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보따리를 빼앗아 겨우 아이를 구할 수가 있었다.


아이를 안고 엄마에게 다가가자 아이 엄마는 아이를 잃어 버린 줄 알고 정신 나간 멍한 눈길로 민혁을 쳐다보았다.


건네준 보따리 안에서 쌔근쌔근 자고있는 아이를 본 엄마는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민혁에게 오체투지를 하며 절을 했다.



아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여인이 어느 정도 진정을 하자 민혁은 물었다.


"아이를 안고 사막을 횡단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아이 엄마의 사연은 애잔했다.


천축사 근처에는 여러 개의 오아시스가 있어 마을들이 여럿 있는데 자신은 옆 마을에 있는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 둘은 혼인을 약속한 사이로 양가 부모의 허락까지 받았고 얼마 후 혼인식을 올릴 사이였다. 그런데 혼인식을 앞둔 어느날 천축사의 중들이 와서 신랑 될 사람을 끌고 갔다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마을에서는 아들이 둘 이상 태어나면 그 중 하나를 천축사로 보내는 전통이 있었지만 자기 신랑은 외아들이라 가문을 위해 중이 될 수도 없었고 이제껏 결혼을 앞둔 남자를 강제로 끌고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은 남편 없이 아이를 가져 마을에서 쫓겨났다가 아이를 낳은 후 임신 사실도 모르는 남편에게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 천축사로 향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 어른들이 그러시는데 몇 년전 새롭게 주지가 된 중이 남색을 즐겨 자기 신랑을 끌고 간 것이라고 했다.


민혁은 비분강개한 마음과 그녀가 가엽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천축사에 도착하면 위험하니 절로 찾아가지 말고 집에서 기다리면 신랑을 찾아서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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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남궁세가의 수난 (2부 8화) 24.07.13 113 2 8쪽
44 대탈출 (2부 7화) 24.07.10 113 2 8쪽
43 피의 서곡 (2부 6화) 24.07.07 124 2 7쪽
42 남궁세가 (2부 5화) 24.07.06 129 2 10쪽
41 난세의 시작 (2부 4화) +1 24.07.05 153 3 9쪽
40 야식 (2부 3화) +1 24.07.03 164 2 10쪽
39 열화대전 (2부 2화) 24.07.01 162 2 9쪽
38 다시도는 수레바퀴 (2부 1화) +2 24.06.28 187 3 10쪽
37 멈춘 수레바퀴 (1부 완결) 24.06.28 153 3 10쪽
36 성도행 일전쌍조(成道行 一箭雙鵰) 24.06.26 166 3 12쪽
35 소림사의 치욕 24.06.24 166 3 12쪽
34 섭혼술 24.06.22 164 3 9쪽
33 마교 교주와의 만남 24.06.20 158 3 11쪽
32 흑운교의 비밀 24.06.18 163 3 7쪽
31 극락전과의 혈투 24.06.15 175 3 10쪽
30 아수라 마경의 비밀 24.06.14 171 3 14쪽
29 구음절맥 24.06.13 168 3 10쪽
28 북해빙궁 24.06.11 172 4 8쪽
27 극락조와 열화신단 24.06.09 179 4 7쪽
26 천축사의 비극 24.06.07 171 4 8쪽
25 사막의 모래폭풍 24.06.06 174 4 8쪽
» 사막의 별 24.06.05 176 4 9쪽
23 요화공주 24.06.03 182 4 10쪽
22 계화 난의 비밀 24.06.02 216 4 10쪽
21 칠성검진 24.06.01 204 4 9쪽
20 백팔 나한진 24.05.31 226 4 9쪽
19 천지합일신공의 완성 24.05.29 225 5 9쪽
18 수레바퀴의 비밀 24.05.27 213 5 9쪽
17 해남파 24.05.24 225 6 11쪽
16 금사교의 멸문 24.05.22 23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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